구실잣밤나무, 무엇이 구실을 못하고 있나?
신시가지에 남아있는 구실잣밤나무를 교체하는 것에 대해 질의를 했다.
해운대구청과 좌동 구의원 해운대시의원에 의하면 “밤나무꽃 같은 냄새가 난다는 민원에 따른 해결책”이며, “뽑은 나무는 석대수목원 옆으로 옮겨 심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난 2년간 이어진 구실잣밤나무 교체 반대 민원에 대한 대답도 밝혀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사실 신시가지에서 이렇게 홀대받고 있는 구실잣밤나무는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지역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한려수도해상공원의 경우 보호수로 지정돼 감히 접근조차 허락하지 않는 귀하신 몸이다. 국립수목원에서도 가로수로 권장하는 종이다.
그런데 왜 신시가지에서만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 피해사례와 구실잣밤나무의 순기능을 잘 연구하여 결론을 도찰해 내야 한다. 2년전 가로수 교체사업은 구실잣밤나무의 유익한 점은 살피지 아니하고 꽃에서 나는 약간 이상한 냄새나 열매가 주는 지저분함에만 촛점을 맞춘 게 아니가 싶다. 그리고 가로수 교체 후 들끓었던 교체의 부당함에 대한 수많은 민원에 귀 기울였어야 했다.
해마다 봄이면 달맞이언덕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 사스레피나무에 꽃이 피면서 나는 향인데 이 향을 처음 대하는 주민들은 하수구 냄새로 오인하고 신고를 하는 등 해프닝을 겪는 것이다.
은행나무는 떨어진 열매 냄새가 고약해서 베어내고 벚나무는 떨어진 버찌의 지저분함에 베어내고, 또 저 나무는 꽃가루가 알러지를 일으킨다 해서 베어내 버린다면 지구상의 나무는 모두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른다.
이로 비추어 볼 때 20년이 지난 지금 가로수를 교체하고자 할 때는 더 깊은 통찰이 있어야한다. 먼나무로 교체한 뒤 사라진 구실잣밤나무의 푸르름과 그늘, 그리고 대기오염정화능력을 언제쯤 다시 보상받게 될 지는 기약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