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한화 신임 감독. 한 감독은 전화 인터뷰에서 뿔뿔이 흩어진 이글스맨들과 함께 한화를 강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사진=이영미)>
한용덕(52) 감독이 드디어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이번엔 코치가 아닌 감독이다. 한화 이글스는 31일 제 11대 감독으로 한용덕 두산 수석코치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 총액 12억 원이다.
한용덕 감독은 대전 천동초등학교에서 처음 야구를 시작한 이래 충남중학교 북일고등학교 동아대(1학년 자퇴)를 거쳐 빙그레 이글스 신고 선수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1987년 프로 입단 후 2004년 은퇴할 때까지 이글스 소속이었고, 은퇴 후에도 2014년 까지 이글스 코치와 감독대행을 맡는 등 뼛속 깊이 ‘한화맨’이었다.
그런 그가 3년 만에 대전으로 돌아간다. 한용덕 신임 감독과 10월 31일 오전,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드디어 한화에서 공식 발표가 났다.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대전은 고향팀이고, 오랫동안 몸 담았던 곳이라 마치 친정집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론 어깨가 많이 무겁다. 팀이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감독을 맡기 때문에 책임감도 크고 정리할 것도 많은 것 같다. 앞으로 시간을 두고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팀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
한화 측에서 처음 감독직 제안을 했던 시기가 언제인가.
“정규 시즌 마치고 얘기가 있었다. (감독) 인터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인터뷰였더라.”
오랫동안 코치를 하다 처음으로 사령탑에 올랐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감독 후보군에만 열심히 이름을 올리다 무산되는 경험을 했었다. 그래서 올해는 마음을 비우고 두산에서 야구 인생을 마무리하겠다고 결심했는데 마음을 비우니까 감독 자리가 주어지더라. 인생이 참 재미있다.”
포스트시즌 내내 한화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무성했었다. 일부에선 이미 기사가 나오기도 했는데 최종 결정이 난 시기가 궁금하다.
“날짜상으로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플레이오프 끝나고 한국시리즈까지 잠시 공백기가 있었을 때 박종훈 단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최종 결정이 났다고. 그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은 상태라 내가 어떤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소문이 무성했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기자들이 물어볼 때마다 발뺌하기도 그렇고, 사실을 인정할 수도 없고 다소 애매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우승하고 멋지게 발표나길 바랐는데….”
두산도 알고 있지 않았나.
“두산 프런트에 내가 직접 말한 적은 없다. 아마도 구단 끼리 서로 얘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용덕 감독은 전날 한국시리즈를 끝내고 코칭스태프와 이별주를 나눴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아직 계약서에 사인 안 한 상태라 정식 이별주가 아니라고 말했고, 나중에 공식 발표가 나면 제대로 이별주를 나누자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계약서에 사인은 했나.
“좀 전에 박종훈 단장을 만나 최종 사인을 했다.”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구단에 요구한 사항들이 있을 것 같은데.
“가장 중요한 건 코칭스태프 구성 문제였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한화맨’들로 코치들을 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종훈(수석), 송진우(투수) 코치는 내가 요구했던 코치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한다면 빠른 시간에 힘 있는 팀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구단에서 한 감독에게 요구한 부분은 무엇인가.
“내가 먼저 물었다. 구단의 방향성에 대해서. 구단은 육성을 강조하더라. 나도 동감하는 부분인데 시즌을 치르면서 육성만 내세우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승패의 세계에서 승패를 배제한 채 선수 육성을 강조하는 건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조금은 다르다. 개인적으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
한화를 떠나 3년 여 동안 외부에서 한화를 지켜봐야 했다. 어떤 심정으로 한화를 바라봤나.
“그냥 짠했다. 좋은 선수들 많이 모아놨는데 그 조합들이 잘 맞지 않은 듯 했다. 선수단 정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는 선수단 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존의 좋은 선수들을 잘 활용하면서 젊은 선수들이 팀에 잘 녹아들 수 있게끔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11월 1일부터 미야자키에서 마무리 훈련이 시작된다. 바로 합류하는 건가.
“내일 당장 한국을 떠나긴 어려움이 많다. 여기서 정리할 것도 많고 두산에 정식으로 인사도 해야 하고.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더라면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텐데 아직은 패배의 후유증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부족한 사람에게 좋은 기회를 준 두산 관계자 분들과 김태형 감독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 야구 인생에서 처음으로 한화가 아닌 팀에서 3년을 보냈는데 충분히 행복했고 감사했다.”
한화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없나.
“언론을 통해서 하는 것보다는 직접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빠른 시간 안에 선수들 얼굴을 보고 싶다. 선수들이 야구를 통해 삶의 가치와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난 그 바탕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 감독은 지난해 기자와 <프로야구 코치로 산다는 건> 관련 인터뷰에서 한화 이글스를 떠나며 가졌던 각오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었다.
“내가 이글스 유니폼을 어떻게 입게 됐는지 알고 있나. 프로 입단 전 대학 재학 중에 무릎 관절염이 심해지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야구부를 떠나 노동판을 전전할 때가 있었다. 트럭 운전자 보조로도 일하면서 돈을 벌었는데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야구를 잊지 못하겠더라. 그때 김영덕 감독님께서 도움을 주셨다. 나를 배팅볼 투수겸 신고 선수로 입단시켜준 것이다. 그때부터 난 한화에 충성을 맹세했었다. 선수 시절은 물론 코치 생활하면서 여러 차례 팀을 떠날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내가 처음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야구했던 장면을 떠올렸다. 그래서 2104년 한화를 떠날 때 언젠가는 이곳으로 꼭 돌아올 거라고 결심했었다.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3년 후 한 감독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한화 이글스 사령탑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