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지가
구 간 등. 신라 유리왕19(42)년
후한의 세조 광무제 건무 18년 임인 3월,
액을 덜기 위해 목욕하고 술을 마시던 계욕일에 그들이 사는 북쪽 구지
(이는 산의 이름인데 열 붕새가 엎드린 모습이기 때문에 구지라고 불렀다.)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2,3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사람 소리는 있는 것 같으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여기에 사람이 있느냐?” 하는 말소리만 들렸다.
구간 등이 “우리들이 있습니다.”하자,
“내가 있는 데가 어디냐?” 하였다.
“구지입니다.” 하자,
또 “하늘이 내게 명하여 이곳에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되라 하시므로 여기에 왔으니,
너희는 이 봉우리의 흙을 파서 모으면서 노래하여라.
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
구하구하 수기현야 약불현야 번작이끽야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겠다.
하면서 춤을 추면
이것이 대왕을 맞이하면서 기뻐 날뛰는 것이라.” 하였다.
구간 등이 그 말대로 즐거이 노래하며 춤추다가
얼마 후 우러러보니 하늘에서 자주색 줄이 늘어져 땅에까지 닿았다.
줄 끝을 찾아보니 붉은 보자기에 금합을 싼 것이 있었다.
합을 열어보니 알 여섯 개가 있는데 태양처럼 황금빛으로 빛났다.
여러 사람들이 모두 놀라 기뻐하며
백 번 절하고 다시 싸서 아도간의 집으로 돌아갔다.
책상 위에 모셔 두고 흩어졌다가
12일쯤 지나 그 다음날 아침에 사람들이 다시 모여 합을 열어보니
알 여섯 개가 모두 남자로 변하였고, 용모가 매우 거룩하였다.
이어 의자에 앉히고 공손히 하례하였다.[삼국유사 권2. 가락국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