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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곰동화그림책수상작발표
제3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수상작 발표
(※ 당선자 및 심사위원은 가나다순으로 기재)
1. 분야별 당선작
그림책
대상: 전해숙, 《혼자가 좋은데!》
우수상 없음
교양(논픽션)
대상: 이정주,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경제학》
우수상 없음
장편 동화
대상: 신주선,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
우수상: 오은결, 《토끼의 마음》
2. 분야별 심사위원 소개
그림책
김서정(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엄혜숙(그림책 번역가, 비평가)
최숙희(그림책 작가)
교양(논픽션)
옥효진(초등 교사, 어린이책 작가)
이은희(과학 저술가, 하리하라SCC 대표)
최승필(독서교육 전문가, 어린이청소년 지식도서 작가)
장편 동화
강수환(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김다노(어린이책 작가)
송수연(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3. 심사 진행
응모 편수
그림책 총 175편, 교양(논픽션) 총 12편, 장편 동화 총 203편
최종심 진행
그림책 2025.2.20.(목)
교양(논픽션) 2025.2.24.(월)
장편 동화 2025.2.25.(화)
4. 심사평
분야별 심사평은 별도로 게재합니다.
* 그림책(준비중)
* 교양(논픽션)(링크)
* 장편 동화(링크)
제3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교양(논픽션) 대상 :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경제학》
심사평
심사를 맡게 되어 세운 심사 기준은 ‘어린이 교양이라는 모집 부문에 적합한 책인가?’, ‘초등 교사로서 우리 반 학급 문고에 두고 싶은 책인가?’, ‘교실에 두었을 때 아이들이 스스로 꺼내 읽을 책인가?’였다.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담긴 일인지 잘 알고 있기에 다른 사람의 책을 평가하고 심사한다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기준에서 출품작을 살펴보고 심사를 진행하였다.
대상작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경제학》은 유일하게 세 명의 심사 위원 모두가 본심에 선정한 작품이다. 그만큼 책의 구성이 교양이라는 부문에 적합했으며, 교실에 가져다 두고 싶은, 꺼내 보고 싶은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경제 개념을 역사적 사례와 연결하여 풀어낸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냉장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생활과 경제에 미친 영향을 실질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하며, 경제가 단순한 숫자나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어린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이야기 방식으로 경제 개념을 풀어낸 점이 강점이었다. 심사 위원이 아닌 한 명의 독자로서 흥미롭게 책의 내용을 읽어 나가는 순간이 많았다. 용어가 어려워 초등학생 독자들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점, 이야기와 개념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보완된다면 더욱 탄탄한 어린이 교양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를 위한 7942(친구사이) 우정 레시피》는 교실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대화법을 활용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며, 어린이 독자가 직접 적용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꺼내 읽으며 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인 도서라는 점에서 교실에 비치하기 좋은 책으로 보인다. 다만, 같은 해결 방식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구성은 다소 단조로울 수 있으며, 감정적인 위로나 관계의 유연성을 고려한 다양한 접근이 보완된다면 좋겠다. 《괴물과 함께하는 과학 시간》은 신화와 전설 속 괴물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책으로, 구성이 재미있다. 좀비, 드래건, 프랑켄슈타인, 구미호 등 상상 속 존재들을 통해 생물학, 물리학, 화학 등의 과학 개념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좀비 같은 생물이 실제로 있을까?’, ‘드래건이 불을 내뿜을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과학적 탐구를 유도하는 점이 돋보였다. 상상력과 과학적 사고를 함께 키울 수 있는 기획이었지만, 개별 주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단편적으로 나열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과학적 개념이 깊이 있게 다뤄지기보다는 흥미 위주의 접근이 강했던 점도 아쉬웠다.
이번 본심작들은 어린이 교양서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어린이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좋은’ 어린이 교양 도서는 쉽지만 유치하지 않고, 깊이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아야 하며,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꺼내 읽고 싶어지는 교양서가 더욱 많아지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더욱 깊이 있고 창의적인 도서들이 출간되기를 바란다.
교양(논픽션) 심사 위원 옥효진
작가로 데뷔한 지 스무 해가 넘었지만, 여전히 가장 쓰기 어려운 책은 어린이 정보책입니다. 첫 번째 어려움은 각 발달 단계의 아이들에게 알맞은 지식과 개념의 균형을 잡는 것입니다. 발달 단계에 따라 받아들일 수 있는 지식의 가짓수와 개념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선정한 지식과 개념을 맛과 영양이 골고루 포함되게 잘 버무리고, 아이들의 눈길과 입맛을 사로잡는 흥밋거리로 장식하는 동시에, 아이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된 식습관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공모전 응모작들은 면면이 새로워 신선했고, 아쉬워 안타까웠습니다. 《봄이 왔어요》는 귀여운 그림체와 반복적인 리듬감이 흥미로워 눈에 띄었지만, 겨울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아쉬웠습니다. 《냉이꽃이 피었어요》는 지식과 감성을 골고루 제공했지만, 너무 한 가지 소재에만 치중해 분야가 협소해 아쉬웠고요. 《처음 만나는 고전》과 《괴물과 함께하는 과학 시간》, 《우리나라 여성 사전-고대》는 소재도 눈에 띄고 종류도 다양했지만, 각 에피소드의 배열과 구성의 구조화가 부족해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저자의 의도가 뚜렷이 보이지 않아 인상이 흐릿해 안타까웠습니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좋은 책이 될 수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 점에서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경제학》은 신선한 소재와 충분하고 다양한 정보, 스토리텔링과 관련 지식의 조화, 뚜렷하고 분명한 주제가 잘 어우러져 읽는 재미와 아는 즐거움에 모두 접근한 작품으로, 심사 위원들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았습니다. 조금 넘치는 정보만 살짝 덜어 낸다면 더없이 좋은 책으로 거듭날 듯합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심사였지만, 매번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일은 즐겁고 묵직한 경험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작가님들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교양(논픽션) 심사 위원 이은희
어린이에게 지식은 이해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발견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늘 세상에 있었을 것만 같은 쌀이 사실은 1만여 년 전에 처음 등장한 최신 종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 지구 내부에는 맨틀과 외핵, 내핵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 물고기처럼 생긴 고래가 원래는 코끼리나 하마 같은 포유류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 신기하고 낯선 발견을 할 때마다 아이는 세상의 경이로움에 눈뜨고, 앎의 짜릿한 즐거움을 깨닫게 됩니다. ‘헉, 그런 거였어?’ 하고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이지요. 이런 경험은 세상에 대한 아이의 호기심을 강력하게 추동하게 마련입니다. 좋은 교양 도서는 아이에게 이런 발견의 순간을 선사합니다. 그 교양 도서가 아이의 허를 찌른다면 단 한 권만으로도 아이는 빛나는 눈으로 자신의 존재와 세상을 들여다보는 사람, 넘치는 지적 호기심으로 세상을 탐구하는 역동적인 존재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되지요. 책 한 권이 아이의 ‘얼어붙은 내면의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는 겁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경제학》은 교양 도서로서의 장점이 충분한 작품입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낯설고 신기한 지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컵에 담긴 얼음을 보고, 동네 골목에 있는 편의점 간판을 보고,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경이로워할 어린 독자의 모습을 떠올리니 괜히 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네요.
《냉장고에서 꺼낸 차가운 경제학》 외에 《냉이꽃이 피었어요》, 《어린이를 위한 7942(친구사이) 우정 레시피》가 교양 부문 본심에 올랐습니다. 《냉이꽃이 피었어요》는 냉이를 중심으로 방석 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책입니다. 저학년 어린이에게 알맞은 정보량, 따뜻한 정서, 작가의 정성이 느껴지는 완성도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지요. 아쉬운 점은 콘텐츠로서 이 책만의 힘, 독창성을 발견하기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이야기 전개와 방석 식물을 소개하는 방식 모두 기존에 흔히 쓰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면이 있었습니다. 솜씨 있는 작가인 만큼 ‘내 콘텐츠만이 가진 힘이 무엇인가’, ‘이번 책의 비장의 무기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작품을 구상한다면 충분히 좋은 책을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를 위한 7942(친구사이) 우정 레시피》는 친구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가를 다룬 책입니다. 어린이가 겪을 수 있는 갈등 상황을 다채롭게 다루고 있어서 아이들의 실생활에 도움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상작으로 뽑기에는 두 가지 점이 아쉬웠습니다. 하나는 아이들이 과연 이 책을 선택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독서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한계가 분명해 보입니다. 다른 하나는 갈등 상황에 대한 해법이 다소 교과서적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많은 경우 책의 해법이 유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에 따라 레시피대로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레시피가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있는 것이지요.
어린이 교양 도서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성인 교양 도서와 구별되는, 별개의 장르입니다. 해당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뛰어난 글솜씨를 갖췄다고 해서 잘 쓸 수 있는 장르가 아니지요.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발견하는 경이로움, “이거 정말 재미있지 않아?” 하고 앎의 즐거움을 전해 주고 싶은 달뜬 마음이 필요합니다. 세상은 대충 보면 따분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이롭습니다. 좋은 어린이 교양 도서는 어린이가 세상의 경이로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통로입니다. 수상하신 작가님, 아쉽게 수상을 놓치신 작가님 모두 그 통로를 열려고 노력하는 분들이지요. 그 노력에 감사의 마음과 응원을 전합니다.
교양(논픽션) 심사 위원 최승필
제3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장편 동화 대상 :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
장편 동화 우수상 : 《토끼의 마음》
심사평
제3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장편 동화 공모에는 놀라울 만큼 다채로운 투고작들이 모여들었다. 문학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과 나누어야 할 대화의 내용과 형식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아쉬운 원고들도 더러 있었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더라도 어린이의 세계와 감각에 가닿도록 이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마음을 얻기 어렵다. 시리즈 동화로서 잠재력을 지닌 원고도 상당수였으나 시리즈 문법과 패턴을 구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 한 권으로서의 완성도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본심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한 세 작품은 《연의 얼굴》, 《토끼의 마음》,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였다.
《연의 얼굴》은 우리 세계 바깥의 존재가 내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응답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숙고하게 만드는 진지한 작품이다. 인물들이 힘을 모아 불시착한 외계 존재와 소통하고 돕는 장면을 실로 아름답게 그려 낸 점이 주목되었다. 하지만 이미지의 아름다움을 단단히 뒷받침할 만큼의 구체성은 비교적 부족했다. 심사위원들이 가장 많이 우려한 점은 과연 어린이 독자가 어느 인물을 향해 마음을 쏟으며 이 서사를 따라갈 수 있을지였다. 다른 약점으로 지적된 문제는 주변 인물들의 생동감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이는 주제 의식을 구현하기 위해 인물들을 다소간 기능적으로 활용할 때 빈번히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어린이 독자의 피부에 더 가깝게 와닿는 이야기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토끼의 마음》은 ‘사랑’을 통과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이때의 사랑은 감정이면서 동시에 사건이기도 하다. 작품은 속도와 방향 그 무엇도 제 마음처럼 주체하기 어려운 사랑을 겪으면서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기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며 성장해 가는 어린이의 마음을 설득력 있게 형상화했다. 어린이의 일상과 인물 묘사와 더불어, 읽는 사람의 마음이 간질간질해질 만큼 어린이들의 애틋한 감정을 전달하는 솜씨도 뛰어났다. 근래 속속 발간되고 있는 비슷한 주제의 동화 사이에서 분명한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어린이의 사랑을 다룬 단편 동화의 수에 비해 장편의 두께를 갖춘 이야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사랑으로 울렁이는 시기에 있는 어린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 되리라 생각한다.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는 현실성과 환상이 훌륭히 조화하는 작품이다. 환상성은 동화의 오랜 벗이지만 동시에 늘 까다롭다. 잘 쓰인 환상은 우리의 감각을 뒤흔들어 새로운 세상을 선사하지만, 어린이 독자의 욕망을 정확히 겨냥하지 못한다면 자칫 이야기의 매력만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미덕은 환상성을 적재적소에 담아냈다는 점에 있다. 어린이의 마음은 자주 오해되어서, 전해지거나 응답받는 데에 그만큼 자주 실패한다. 소통에서의 충족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얻고 싶어 하는 것이지만 특히 어린이에게는 늘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다. 동화는 말풍선의 상상력을 통해 나의 마음이 닿지 않는 곳을 향해 진심을 전하고, 누군가를 온 마음으로 이해하고 알고 싶은 어린이의 욕망에 다가선다. 작품 속 앵두나무처럼 모든 인물에게 귀 기울이고 이를 서사적으로 책임지려는 작가의 태도도 미더웠다.
긴 시간의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를 대상작, 《토끼의 마음》을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당선자에게 아낌없는 축하의 박수를 건네며,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앞으로도 활발히 활동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참여해 주신 모든 응모자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면의 한계상 언급하지는 못했으나 저마다의 개성과 미덕을 갖춘 원고들이 적잖았다. 노고가 담긴 작품인 만큼 더욱 갈고 닦아 곧 세상에 내보일 수 있기를 응원한다.
장편 동화 심사 위원 강수환
예심 논의 후 총 아홉 편의 동화가 본심에 올랐다. 공모된 동화 중 상당수는 지나치게 힘이 빠져 있었다. 작가가 어린이의 세계로 뛰어들기를 망설인다면 결코 독자를 끌어들일 수 없다. 배회와 열거의 서사가 아닌, 중심으로 파고들어 가는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오랜 시간 논의된 작품은 《연의 얼굴》, 《토끼의 마음》,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 세 편이었다.
《연의 얼굴》은 각자의 외로움을 지닌 ‘서현우’와 ‘유연’이 외계 생명체 ‘제제’를 소행성으로 돌려보내는 SF다. 섬세한 묘사로 시각적 감흥을 돋우고 이에 걸맞은 서정적 서사는 아름다웠으나, 현우와 아버지의 갈등이 도식적이고 주변 이야기가 헐거운 점이 아쉬웠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토끼의 마음》은 고학년 장편 로맨스 동화다. 자신의 마음을 앞세우거나 욕심부리지 않고 상대의 속도를 존중하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강한 어린이를 절로 응원하게 된다. 주변 인물인 ‘소담’과 ‘유은’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더 다뤄진다면 보다 풍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는 어린이의 간절함이 평범한 존재를 변화시키는 마법으로 시작해 아이들의 고민과 불만, 슬픔을 승화시킨다. 빨간 앵두가 말풍선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는 시각적 효과와 정교하게 짜인 말풍선의 법칙이 이 작품을 탄탄하고 특별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어린이의 현실과 욕망을 끌어 나가는 힘이 돋보여 대상으로 선정했다.
어린이들이 동화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무기력이 아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일 것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늘 즐겁지만은 않다는 걸 알기에 보내 주신 모든 원고에 감사를 전한다. 두 수상자분도 축하드리며 어린이의 길에 든든히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장편 동화 심사 위원 김다노
예심에서 눈에 띄는 저학년 동화를 여러 편 만났다. 그중 《자기소개 하는 날》과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를 본심에 올렸다. 《자기소개 하는 날》은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은 최악의 실수가 알고 보면 별일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이제 막 학교생활을 시작한 1학년들에게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또 주인공인 아이들을 유치하고 귀엽게 그리지 않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에 수상작이 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학교 서낭 이야기 ― 말풍선 나무》 역시 저학년 동화의 장점을 잘 살린 작품이다. 동화 특유의 환상성을 잘 구현하고 있고, 인물과 사건이 선명해 독자들이 지치지 않고 잘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다. 앵두나무의 앵두를 먹고 생긴 말풍선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의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에 신기한 다리가 되어 준다. 말풍선 소동이 아이들에게 뿌듯함과 자기 효능감을 선물해 주는 결말은 동화의 근본을 돌아보게 해 준다. “아이들이 고민을 털어놓으면 함께 고민해 주고, 소원을 빌면 함께 빌어 주면 돼. 조금만 힘을 빌려주면 말이지, 아이들이 알아서 잘 해내거든…” 동화는 문제를 해결하고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고민을 잘 듣고 어려울 때 함께 있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토끼의 마음》은 사랑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알아 가고 한 뼘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사랑은 요즘 우리 동화의 단골 소재 중 하나로,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 작품은 아이들의 사랑을 그저 간질간질하고 달짝지근한 감정 자체로 그리는 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주인공이 사랑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긍정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다만 좋은 사랑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최근 어린이문학의 지형도 안에서 새로운 맛이 다소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다.
수상하신 분들에게 축하를, 응모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언젠가 더 좋은 자리에서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장편 동화 심사 위원 송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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