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황홀경
어제는 두 지기와 셋이 진전 둔덕골 대량마을에서 고사리 임도를 걸으며 산나물 채집과 야생화 탐방을 했더랬다. 움이 터 잎을 펼친 머위를 캐고 바디나물과 어수리를 뜯으면서 청청한 숲길을 유유자적 걸었다. 진달래꽃과 조팝꽃이 만발한 산등선에서 구슬붕이와 솜나물꽃을 만나 허리 굽혀 눈높이를 맞추었다. 하산 후 진동 재래시장 횟집에서 맑은 술을 과하게 들어 힘겨웠다.
삼월 끝자락 주중 목요일이다. 전날 숙취에도 불구하고 이른 새벽에 잠을 깨 생활 속 글과 함께 야생화를 소재로 시조도 한 수 남겼다. 아침을 들면서 야외로 나갈 점심까지 보온도시락에 챙겨 담았다. 자연학교 등교를 위해 현관을 나서 이웃 동 꽃대감이 가꾸는 화단으로 가보니 친구는 꽃씨를 심을 포트에 흙을 채우고 있었다. 그 곁에는 아래층 할머니가 꽃밭의 김을 매주었다.
친구와 할머니께 인사를 나누고 나는 나대로 일과 수행을 위해 105번 시내버스로 동정동으로 갔다. 거기서 북면 온천장으로 가는 20번 버스로 갈아타 외감 동구에서 내려 달천계곡 들머리로 향했다. 남해고속도로 창원터널 곁 단감과수원에서 양미재로 가는 숲길로 들었다. 오리나무와 때죽나무에서는 파릇한 잎이 돋아 싱그러움을 더했다. 바야흐로 숲은 연초록 향연이 펼쳐졌다.
송전탑을 세우면서 중장비가 지난 산기슭을 복원한 편백나무는 세월이 흘러 숲을 이루었다. 일찌감치 봐둔 두릅나무 자생지로 가봤더니 선행주자 손길에 움이 튼 두릅 순은 접수해 가 내 몫은 없었다. 숲길을 걸어 양미재 못 미친 너럭바위에 앉아 한동안 명상에 잠겨 시간을 보냈다. 고개를 들어보니 시야에 들어온 숲은 유록색 잎이 돋고 있어 사월 중순쯤으로 될 풍경이었다.
쉼터에서 일어나 등산로를 벗어나 양미재 언저리 숲으로 들어섰다. 간간이 보이는 두릅나무에 움이 튼 순을 몇 개 따고 딱총나무 순도 보여 땄다. 부러진 뼈를 잘 붙게 해주어 접골목으로도 불리는 딱총나무 순은 기능성 산나물이 되었다. 변비와 숙변 해소에 효험 있다고 알려져 이웃 동 친구에게 보낼 참이다. 더덕 자생지로 가봤더니 아직 싹이 움트지 않아 캘 처지가 못 되었다.
양미재로 내려와 구고사 뒤로 난 작대산 트레킹 길 구간으로 들었다. 숲길 아래 산기슭 구고사에는 비구의 낭랑한 독경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아마 49제를 의뢰받는 어느 영가의 혼을 위무하는 의식이 진행 중인 듯했다. 외감마을에서 장롱처럼 보인다고 해서 농바위로 불리는 상봉 허리로 난 트레킹길 걸으면서 엉겅퀴가 보여 캐고 두릅 순과 홑잎나물 이파리도 따 보탰다.
산등선을 넘어가니 수종 갱신 지구에 경제림과 방화림으로 조성한 헛개나무와 편백나무가 숲을 이루어갔다. 트레킹길 구간에 칡넝쿨과 가시덤불이 침범하자 당국에서는 장비를 동원해 바닥을 정리해 놓아 걷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대신 봄날에 돋아날 취나물이나 까실쑥부쟁이 순은 내년을 기약해야 할 듯했다. 도시락을 비우고 산모롱이를 돌아가니 천주산은 진달래가 만발했다.
함안 경계 고개에서 천주산 정상을 향해 가파른 계단을 밝고 올라갔다. 평일이라 산행객이 많지 않아 북사면에 가득 펼쳐진 진달래꽃을 감상해 보고 싶었다. 정상에는 진달래꽃을 보려고 산마루로 오른 이들이 사진을 담느라 휴대폰을 펼쳐 들었다. 탐방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몇 개 전망대에서 붉은 비단 자락과 같은 진달래꽃을 보면서 장엄한 자연 앞에서 새삼 황홀경으로 빠졌다.
진달래꽃에서 눈이 호사를 누리고 잣나무 숲으로 새로 뚫은 천주산 누리길을 따라 내려섰다. 청정한 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흡입하면서 만남의 광장 고개에서 천태샘을 지나다 약수를 한 모금 들이켰더니 목마름이 가셨다. 천주암 아래서 온천장을 출발해 오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왔다. 귀로에 아파트단지로 들어 꽃대감 친구에게 산나물 봉지를 건넸더니 배낭이 가벼웠다. 23.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