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행 구간, 깎아지른 바위 길을 올라 '굽이져 흰띠 두른' 능선길을 바라본다. 어디서 불어오는지, 구슬땀 식혀주는 한줄기 바람이 눈부시도록 짙푸르다. 머릿속 모든 잡념이 파도처럼 부서지는 순간이다. 처절한 그리움과 끝없는 욕망, 가슴 속 깊이 숨겨진 증오심까지…수만 년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바위산이 자신의 속살에 기대어 오른 인간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보상이다. 백두대간 최고봉, 장군봉 이야기다. 날씨 좋은 날 정상에 서면 동해 앞바다, 끝없이 펼쳐진 비경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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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입문과정, 장비와 신호 ② 고급기술, 크랙서 오버행까지 ③ 전국 유명 암벽등반 루트 암벽등반 입문과 고급기술을 익히고 나면 다음 단계는 본격적인 산행이다. 선등자와 확보자(빌레이어)만 구하면 된다. 남들이 흔히 볼 수 없고 밟을 수 없는 곳,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날 수 있다. '암벽등반 배우기' 지상강좌 마지막회로, 전국에 산재한 유명 암벽등반 루트를 소개한다.
국토면적의 3분의 2가 산악지형인 우리나라에는 모두 4000여 개에 달하는 암벽등반 루트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금도 수많은 클라이머들이 새로운 루트개척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실제 한 암벽등반 전문가는 저서를 통해 전국 72개 산, 3400여 개 등반루트(290개 암장) 정보를 소개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자유암벽 등반가 손정준 소장은 암벽을 타는 클라이머라면 꼭 가봐야 할 코스 10곳을 추천했다. 가장 먼저 멀티피치(긴 암벽구간 중간 마디를 끊어 올라감) 등반코스로 설악산 적벽과 장군봉, 별을 따는 소년들, 울산바위 등을 꼽았다.
장군봉 올라서면 동해 비경 한눈에…
국내에서 가장 오르기 어렵다는 적벽, 말 그대로 붉은색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암장이다. 현재 총 5개 루트가 나있다. 난이도는 대부분 A3로, 오버행으로 시작해 오버행으로 끝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손 소장은 "실제 적벽 교대루트의 경우 총 거리는 85m에 불과하지만 오버행 구간이 많아 소요시간은 150분 정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오르기 어려운 만큼 보상도 크다. 정상에 올라서면 천불동과 화채봉, 권금성 등 외설악의 멋진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적벽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장군봉에는 모두 11개 암벽등반 루트가 나있다. 이 중 총 길이 230m의 '기존' 루트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곳은 모두 7개 피치구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완경사 슬랩과 페이스오버행, 크랙, 침니 등 다양한 형태의 바위를 만날 수 있다. 등반 소요시간은 약 180분. 정상에서는 푸른 물결 감상이 가능할 정도로 동해 앞바다 장관이 눈앞에 펼쳐진다.
별을 따는 소년들은 정확히 표현하면 능선을 따라가는 릿지코스다. 설악산 토왕골 좌측의 경원대길과 우측의 토왕좌골릿지 사이에서 선녀봉까지 이어진 약 400m 구간의 암릉이다. 1997년 경원대 산악부가 개척했다. 최고 난이도는 5.9급. 다만 해풍으로 바위가 많이 부서져 낙석의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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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 소재 매바위를 오르고 있는 한 클라이머가 위를 쳐다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위로부터 설악산 울산바위와 공룡능선, 북한산 인수봉 전경
원주 간현암 가족단위 방문 '인기'
그와 함께 서울근교 코스로,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다양한 기술 구사가 가능한 도봉산 선인봉과 북한산 인수봉을 추천했다.
도봉산 신선대 석굴암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선인봉 암벽루트는 모두 40개. 최대 암장 폭과 높이는 각각 500m, 200m다. 이 중 가장 인기 많은 곳은 요델버트레스길. 첫출발부터 바위를 안고 올라가야 한다. 중간중간 크랙이 등장하는가 하면 슬랩과 펜둘럼, 인공등반까지 다양한 등반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암벽등산 루트다.
북한산 인수봉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전체 높이와 둘레는 약 200m, 500m 정도. 이곳에는 모두 82개의 루트가 개척돼 있으며, 화강암 돌기 부분이 잘 발달돼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완주할 수 있는 코스로 알려져있다.
루트 중 총 길이 230m의 크로니 코스가 가장 길다. 바위 형태가 슬랩과 크랩, 페이스, 오버행 등 다양한 형태를 이루고 있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소요시간은 2시간. 국내 최고 암장답게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이용객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곳이다.
한편 스포츠 클라이밍 코스로 유명한 고창 선운산과 원주 간현암(좌측은 멀티피치 등반코스), 인제 매바위, 부산 금정산, 유명산 암벽등반 루트를 소개했다.
특히 간현암의 경우 멀리 가기는 싫고 암벽등반은 하고 싶은 클라이머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이다. 실제 서울에서 2시간대 진입이 가능한 이곳에서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200m에 불과하다. 따라서 차를 세우고 10분이면 암장까지 도착할 수 있다는 것. 더구나 인근에 간현유원지가 위치하고 있어 가족단위 방문도 유리한 편이다. 이곳에는 현재 약 60여 개의 암벽등반 루트가 개척 돼있다.
스포츠클라이밍 연구소 손정준 소장
국내 최초 적벽 자유등반… 스포츠클라이밍 1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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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준 스포츠클라이밍 연구소(koreason.com)는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했던 손 씨 부부가 직접 운영하는 암벽등반 교육기관이다. 특히 손 소장은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비롯, 모두 20여 차례 우승을 석권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클라이머다.
자연바위에서는 한국 최초로 5.14급을 등반했고, 설악산 적벽에서 국내 최초로 자유등반(손과 발만을 이용해 올라감)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한 올 8월에는 경희대에서 중년 남성 스포츠클라이밍 동호인들의 '건강관련 체력 변인 비교 분석'으로 스포츠클라이밍 1호 박사 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부인 윤경임 씨 역시 남편 못지않은 암벽등반 전문가. 각종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스포츠클라이밍 분야에서는 여성 최초로 1급 경기지도자 자격(문화관광부)을 취득했다.
손 소장은 오는 8월부터는 연구소를 확장, 실내암벽 등반과 자연암벽 등반을 위한 전문 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글 김동식 기자 사진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86호(13.07.1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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