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에서는 통일교 신자인 한국여인과 결혼한 잠비아의 엠마누엘
밀링고 가톨릭 대주교에게 파문 경고를 내렸다. 지난 5월에 결혼한
밀링고 대주교에게 교황청은 「그 처신이 야기한 심각한 해악으로부터
신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교회법에 의한 공식조치」라 하고 8월
20일까지 시한을 주고 있다. 파문은 영어로 엑스커뮤니케이션ㅡ곧
교회로부터 추방 신자들과의 교류를 단절시키는 응징수단으로, 시한부
구제가 따르는 소파문과, 현세뿐 아니라 내세에까지 배제시키고 교류를
금지하는 대파문이 있다. 중세에 있어 로마 교황과 각국의 국왕과의 권력
싸움에서 이따금 파문권이 행사됐으며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에 의한
독일왕 하인리히 4세의 파문은 유명하다. 철학자 스피노자도 교회로부터
파문당했었다. 파문당하면 교회로부터 받은 많은 신분상의 이익에서
소외되고 이단 심판을 받게 된다.
불교에서는 출가한 비구에게 250계, 비구니에게 348계의 지켜야 할
계율이 주어지나 파라이죄라 하여 음계 도계
살계 망어계를 어겼을 때 비구·비구니의 자격을 박탈하고
교단 추방을 하니 바로 불교계의 파문인 것이다. 우리 전통 관행법에도
인간파문이 있었다. 주로 부정부패한 관리를 잡아다 공개석상에서 솥에
삶아 죽이는 시늉을 하는데 이를 솥찜질 혹은 부형이라 했다.
솥찜질 당한 죄인은 산 송장으로 장사를 치르고 호적이나 족보에서도
삭제되며 도적질이나 폭행을 당해도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아기를 낳아도
그 아이는 아비없는 자식이 되는 살아있는 시체다.
마을에서도 향약에 의해 파문형이 있는데 출약과 출향이
그것이다. 출약은 마을 사람끼리 수화나 말을 통해서는 안 되고
상부상조의 혜택에서 소외당하며, 출향은 남부여대시켜 마을에서
쫓아버린다. 가문에서의 파문은 보다 가혹하다. 족보에서 출보를
하고 항렬 이름자를 쓰지 못하게 하며 엄한 가문에서는 도모지라
하여 기둥에 묶어놓고 물에 적신 조선종이를 겹으로 얼굴에 발라 서서히
질식사시키기까지 했다. 이 밖에 보부상이나 기생, 무당들의
동업단체에는 보다 가혹한 파문형이 정해져 있어 기강을 바로잡았는데
이처럼 파문문화가 대단했던 우리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