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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이하 한전) 본사 앞. 밀양 주민의 릴레이 단식 농성을 응원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용산참사 석방자들을 비롯해 함께살자 농성촌의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강정마을 활동가 및 시민 60여 명이 함께 해 밀양 주민을 응원했다. 밀양 주민은 1월 28일,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한전의 발표에 맞서 1월 31일부터 한전 본사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 이날로 15일째를 맞았다. 현재 밀양 주민들은 3-4명씩 조를 이뤄 3일간 하루 한 끼 단식과 출퇴근 시간에 맞춰 하루 3시간 씩 피켓 농성을 진행 중이다.
밀양 주민, “우리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주민들과 문화제에 참석한 김준한 신부 (밀양 765kv송전탑 반대 대책위 공동대표, 부산교구 남밀양 성당)는 “서울까지 와서 이렇게 싸우는 것이 서글펐는데,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함께 해주셔서 따뜻한 봄을 맞을 것 같다”며 주민들을 대신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준한 신부는 “현재 밀양에도 9개의 건설 현장을 주민들이 밤낮으로 지키고 있고, 이곳 한전 앞도 마을마다 조를 이뤄 3일씩 지키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 싸움의 힘은 현장에 있다. 대책위도 주민들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끝까지 연대와 관심을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밀양 주민들의 인생 전체가 달린 일에 세상이 이토록 가혹할 수 있는가. 8년의 싸움과 한 노인의 죽음에 대해 누구 하나 사과하거나 양심선언을 하지 않는다”고 질책하며,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힘없는 이들이 더 내쳐진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힘든 이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힘들고 가난한 이들의 연대가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어깨를 걸고 있다면 어느 순간 다른 이들도 우리를 돌아봐 줄 것”이라고 희망을 전했다. 밀양 부북면 주민 정임출 씨는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밀양에서 우리끼리 싸울 때는 너무 외로웠다. 하지만 전국에서 이렇게 와 주니 고마운 마음을 다할 수 없다. 우리도 이 싸움이 끝나면 더욱 어려운 곳을 찾아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감회를 전했다. 정 씨는 이어 “막상 도시에 나와 보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 시골에서는 집에서 불하나 켜면 다른 불끄기 바쁜데 이곳은 온 천지에 불빛이다. 이 낭비를 조금만 줄이면 될 것을...”라며 말을 잇지 못하면서, “공사가 시작되면 우리는 다시 죽기 살기로 막을 것이다. 죽는 것은 매한가지니 힘이 남아있는 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 주민들은 이 시대 마지막 어른들” “밀양에서 싸우는 어르신들을 통해 큰 배움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무엇보다 밀양을 지켜야겠다고 확신을 가졌던 것은 이 어르신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도시에서는 ‘성공해라, 돈 많이 벌어라, 남을 밟고 일어서라’고 가르치는 어른들만 만났는데, 밀양의 할머님, 할아버님들은 ‘함께 손잡고 살아나가야 한다’며 제대로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해 주셨습니다. 이 분들이야 말로 이 시대의 마지막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송전탑 싸움에 참여하겠습니다.” (대학생 나눔문화 참가자) 한편 이날 문화제에는 이우학교 학생들과 대학생 나눔문화 소속 학생들도 자리 했다. 곧 고3이 된다는 이우학교 학생들은 “이 세상의 아픈 현실을 모르고 독서실에만 앉아있을 수 밖에 없는 다른 친구들을 대표해서 찾아왔다고 생각해 달라”며 “투쟁에도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사랑이 있는 이 자리가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 한전 앞에서 진행 중인 릴레이 단식 농성은 1차로 2월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밀양 주민들은 3일씩 교대로 농성을 이어가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 등 하루 3시간 피켓 농성도 진행 중이다. 참여 문의는 곽빛나 간사(010-5155-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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