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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회 퇴직공무원 자원봉사사례 전국 장려상>
제목; 칸트先生이 되어 잡아준 마중물
- 신촌정보통신학교 고입, 고졸 검정고시반 봉사 -
봉사자-德田 이응철 : (강원도 춘천시 후석로 326번길 13, 202-1106)
1.들어가면서
철거덕-.
육중한 출입문이 닫히는 소리는 항상 무엇을 연상케 하는가!
바로 그곳이다. 범법자인 청소년들의 수감생활을 하는 법무부 소속 소년원-.
신촌리에 위치해 신촌정보통신학교라고 부른다.
이곳에 벌써 2년간 나는 수업을 봉사하고 있다. 수감자들에게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고입, 고졸 자격시험인 검정고시반 두 반을 운영한다. 공무원연금공단 강원지부에서 실시하는 특색사업이다. 특히 강원지부는 퇴직공무원 지원센터를 설치해 왕성한 전직 상담으로 공무원의 평생 활동을 실현키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곳 사업으로 해마다 희망을 받아 사회과 교사로 봉사하게 되었다.
42년간 중등교육에서 몸담고 2011년 퇴직을 했지만, 특수한 청소년들을 지도한다는 것이 처음엔 부담이 되었다. 아들 내외까지 첫 수업 전날 찾아와 염려했지만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내가 아닌가! 더구나 내 지식을 활용해 위기의 청소년에게 희망을 준다는 자부심에서 선뜻 참여하게 되었다.
2. 신촌정보통신학교
강원, 춘천시 동내면 신촌리에 위치한 특수학교는 2000년에 학교로 개교했다. 도저히 어디론가 빠져 나갈 틈새라곤 찾아볼 수 없는 소년원은 면회실부터 분위기를 달리했다. 면회실 한쪽 구석엔 조손가정인 모양이다. 새벽같이 찾아온 허리 굽은 할머니가 손주 면회를 와 구석에 구겨져 시간만 기다리고, 아들 생일날인지 진한 화장을 한 젊은 부인이 하염없이 눈물을 훔치며 케이크를 책상위에 진열하고 있었다.
우람한 공익요원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내방인 증명서를 목에 걸어야 했다. 교무과장을 찾아 갔다. 정적이 무겁게 흐르는 교무실부터 바닷속처럼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법무부 소속인 이곳은 4월과 8월 연 2회 검정자격 고시가 주어진다. 배움의 기회를 열어줘 얼마나 다행인가! 수업 뿐 아니라 헤어디자인, 컴퓨터,생활영어 등 외래 자원을 도입해 기술교육에 임하고 있다. 옛 향수를 마시는 달뜬 기분이었다. 워낙 험한 세태라 끔찍한 청소년 범죄가 도를 더하지만 인성을 기본으로 족집게 같은 사회과 수업을 하기로 잔뜩 마음먹고 전날 늦게까지 교재연구를 하였다.
국어, 영어, 수학교사들과 첫 회의를 하고(사진 참조) 교실을 찾아 나섰다. 나는 화 오전과 목요일 오후 각각 2시간씩 중, 고 두 시간씩 네 시간을 배정받았다. 학교장은 한순간 실수로 가슴앓이하는 청소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큰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누누이 부탁을 한다.
3. 잊지 못할 시간들
인간존중을 위한 자유와 평등 중 자유란 날갯죽지를 제어 당한 곳이다.
자유가 유린된 세계에서 사회지식을 유감없이 전달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수업에 임하였다. 내방객들이 혼자 열 수 없는 천근같은 문짝들을 지문으로 열고 닫는다. 후면에 정돈된 교실에서 재교육이 펼쳐지고 있었다. 따라갔다. 정적이 감돌았다. 떠드는 소리조차 밖으로 탈출조차 못하고. 쉬는 시간인데도 운동장엔 학생 한 명 얼씬하지 않았다. 동토의 왕국이다.
첫 시간 화이트 보드에 돌아서서 커다랗게 “인연”이라고 흘림체로 썼다. 쥐죽은 듯했다. 소름이 돋는 피부를 의식하지만 부모-자식, 남편-아내, 스승-제자의 관계는 누가 잘 되어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는 3대 원칙임을 강조했다. 오늘부터 제자라는 연을 맺었다고 힘주어 일렀다. 그 대목에서 긴장의 끈을 내려놓는 숨소리가 밀폐된 공간을 작게 출렁거림을 감지했다.
71억 인구 중 사제지간이란 인연이 고리가 되었다. 첫 해엔 중학과정 20 명, 고졸과정 23 명이 선발되어 나를 기다린다. 4월에 시험이니 시간이 모자라 내용을 요약해 주고 기출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특히 사회는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사회문화까지 분량이 많아, 하루 2시간 수업은 중요 포인트를 다루느라 정신이 없었다.
뜻밖에 수감생들은 잘 순응했다. 교실 코너마다 헤어디자인이 초강세인가보다. 다양한 표본들이 이성을 내던진 작부처럼 교실 한편에 제멋대로 진열되어 있다. 사회과니 축적, 방위, 산맥, 기호, 여섯 번 백두산 올라간 김정호 지도는 편찬도가 아닌 실측도를 강조하지만. 한번 유혹은 병가지상사 (兵家之常事)라고 그럴 수 있지만, 두 번 저지르면 병가지상사가 아닌 인생 끝장임을 더욱 강조했다. 녀석들과 인내와 반성을 통해 고교 3년의 지식을 알밤처럼 주워모은 2년이 흐른다.
4.칸트 선생을 모셔온 수업
맨 앞에 앉아 동그만 얼굴을 쳐들고 나를 응시하는 녀석은 무슨 실수로 이 대열에 섰을까? 구제역의 길목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한다. 어느새 사랑의 안개비가 내린다. 때문에 잃었던 입맛마저 부메랑이 되어 나를 자극시킨 날, 찾아 갈 때 괜한 노시보 편견에 젖기도 했던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다. 백지 같은 녀석들의 마음을 구긴 것은 전적으로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이다. 살벌한 가정 분위기 속에서 불도 켜지 않고 혼자 웅크리고 있던 녀석들은 무슨 죄가 있는가!
웃음조차 오래 서성이지 못한 외로운 군상들-. 원시적인 충동 속에서 욱하는 성깔을 주체 못해 이성을 내려놓고 원생이 된 소년들-. 욱하지 않는 인성교육-. 억누를 수 있는 인내심! 날카로운 감시자의 눈초리와 피검자들의 태도들이 수시로 체크되는 현장이다.
하루가 끝나면 그날 수업을 피드백하면서 수양으로 욱하는 순간을 내려놓는 연습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체크했다. 토론식 수업이나 역할극들도 하면서 아이들은 내 시간을 기다리기까지 되었다.
일주일에 2회씩 피곤이 뚝뚝 흘러도,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죄란 무엇인가? 인간의 본성을 바꾸지 않는 하나의 단순한 행위에 불과하다. 본인의사와 관계없이 맞이한 환경 속에서의 실수들-.
1년, 2년, 복도에서 제법 많은 목례들이 꽃처럼 피어난다. 그리고 개인만의 소중한 이야기까지 속삭여준다. 저 다음 달에 출소예요. 저 차 정비를 배우기로 했어요. 엄마 식당을 열심히 도우면서 검정고시 합격으로 자격을 얻었으니 꼭 대학을 가겠다는 다짐 등-. 처음엔 이곳이 고도의 섬이라고 속내조차 무표정이던 녀석들의 각오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합격률도 만족할 만큼 높아 지역사회에 박수를 받았다. 2013년 1회 때는 43명 지원에 42명 합격(97.7%), 2회 때는 29명지원에 27명 합격(93.5%)이며 2014년 1회에 40명 지원에 36명 합격(90%)이다. 오늘도 나는 합격한 녀석들의 달뜬 편지를 받아 읽고 애들처럼 펑펑 눈물을 흘리며 칭찬합시다란 홈페이지에 올렸다.
(1) 법무부 홈페이지에(2013.3.8)올린 글과 법무부 장관의 답변-(별첨)
(2) 범죄예방 정책국 홈페이지,참여마당( 2014.5.20)-(별첨)
5. 나가면서
2년 동안 위기의 청소년들에게 일익을 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들뜬다.
자부심이 예전 교직에 있을 때보다 더 뿌듯한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비록 시간적으로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아 안타까웠지만, 그 속에서도 한 아름의 진주를 바구니에 담는데 일조해서 행복하다.
올 한해는 교실에 담임교사가 수업 내내 지키고 있다. 다소 부담은 들었지만 보람은 크다.
교육은 인간형성이다. 자칫 성장하면서 대열에서 잠시 탈피한 녀석들이 다시 제 궤도에서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닐까! 지식과 인격도야라고 외쳐본다.
지난해 출소한 녀석이 가까운 서면에 산다. 간간히 안부가 답지하고 부산으로 간 건강미 넘치던 녀석도 운전 면허학원에서 조교로 활동한다는 편지가 스승의 날에 왔다. 제법 길을 터 생에 적극적으로 진입하니 그것이야말로 성공이 아닌가! 고맙다.
평생을 녀석들과 살아와서 그런지 가을하늘처럼 티끝만큼의 편견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주보다 반갑게 맞는 녀석들 표정-. 차별성을 보이는 철거턱거리는 철문들-. 복도에서 반긴다. 안녕하세요-. 수업시간 참고서가 있어도 연실 공책에 노트하다니-. 여학교에서나 있을 법한 수업태도에 놀란다.
그래-. 너희들이 잘 되면 그 스승인 나도 기쁘다. 내 물 한바가지가 들어가서 수십 배의 물을 끌어올린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뭐냐! 없다. 이제 그들은 사회 일원으로 열심히 생을 노저 갈 것이다. 후반기가 기대된다.(끝)
<첨부>
1)칭찬합시다! 에 올린 글
(1) 법무부 홈페이지에(2013. 3.8) 평생 교육자로 정년을 마치고 소년원에 고입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출입하는 봉사교사 인사드립니다. 희망이 강물처럼 흐르는 춘천에 살면서 지나면서 보던 신촌정보통신학교인 춘천소년원을 실제 들어가서 함께 생활해 보니 어찌나 일거수일투족이 투철한 교육열에 놀랐습니다. 정화된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관계 직원의 모습에 감동 받아 사실을 올립니다.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조건에서도 교직원 모두 소리 없이 최선을 다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주 2회 4시간 출강해 보면 복도에서 교실에서 특별실에서 열정적으로 학생들과 진지한 상담을 하시는 모습이 물론 특수학교지만 일반 고교와는 바다 같은 사랑을 보여 대조적이었습니다.
흑점같이 일시적인 과오를 바르게 씻어주기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교직원들, 어디가나 청결하고 어느 곳에서도 이상적인 교육과정을 실천하시며 24시간 함께 동고동락 하시는 모습, 특히 교무계장이신 이 선생님은 모든 잘못을 어른들의 부질없는 과오로 해맑은 아이들이 희생되었다고 말씀주실 때 울컥했습니다. 그래 정말 그렇지,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들 때문에-.
이 선생님은 언제나 친절하게 안내하시며 아이들의 푸른 꿈을 진정 꽃피우고 계셔 모범이 되셨습니다. 일심동체가 되어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는 지방 소년원! 저같이 처음 내방한 사람 느낌이 큽니다. 때문에 저 또한 작은 힘이나마 분화구처럼 열어놓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디가나 춘천 소년원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사실대로 알리고 있지요. 그래서 이곳을 찾은 얼룩무늬학생들도 훌훌 그 때를 벗고 맑은 샘물처럼 다시 우리 사회에 합류할 때 우리 사회의 앞날은 명약관화하겠지요. 글을 쓰는 수필가로 작품 한 점 올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 법무부 장관 답변 글>
안녕하십니까? 춘천소년원 학생 검정고시 지도에 최선을 다해주신 이응철 선생님께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자원봉사를 하고자 하실 때 '소년원학교'라는 특수성 때문에 소년원학교를 봉사활동의 장소로 결정하시기 쉽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비행으로 인해 사회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했던 아이들... 이들에 대한 일반인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기 때문에 선생님의 결정이 값지고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나쁜 아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들이 올바른 길을 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성세대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응철 선생님도 그러한 생각으로 가슴 아파 하신 것은 선생님께서 그만큼 책임감이 있으시고 가슴이 따스한 분이란 뜻일 것입니다. 전국 소년원학교에서는 이번 4월에 있을 고입, 고졸 검정고시 준비에 한창입니다. 소년원 교사들도 아이들에게 검정고시가 아이들 인생에서 큰 의미가 될 수도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응철 선생님을 포함한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지도할 것입니다.
춘천원 아이들에 대한 학습지도를 통해 합격이라는 목표를 성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디 아이들이 선생님의 지도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그 과정 속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날씨가 변덕스럽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라며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3. 3. 11. 법무부장관 황교안 드림
(2) 범죄예방 정책국 홈페이지, 참여마당에(2014. 5. 20)
오늘 뜻밖의 편지를 받고 어린 아이들처럼 기뻤습니다. 열심히 가르치느라 고는 했지만 막상 감사의 편지를 받으니 미안해 어쩔 줄 몰랐습니다. 저는 42년의 교직을 정년퇴직하고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후원하는 자원봉사교사 모집을 통해 3년간 신촌정보학교를 찾아 고입, 고졸 검정고시 사회과, 국사, 지리를 가르쳐온 교사 이응철 입니다.
요즘 시대적으로 묵은 체증이 봇물 터지듯 잘못 터져 모든 국민과 함께 멜랑꼴리한 상태에서 괴로워하다가 받은 낭보의 편지-. 너무 기뻤습니다. 고졸 검정고시 유**외 고입 박**이와 고졸 합격자로 두 장의 장문을 멋지게 써 보낸 최**의 편지는 한 아름의 꽃다발이 되어 다시 교사의 자긍심을 불어넣어준 계기였습니다. 어쩜 이리도 선생님에게 감사의 뜻을 진솔하게 표현했을까!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했는데 -.
송구스럽기까지 하네요. 더구나 올해는 몰래카메라를 동원하는 등 철저한 시험 감독이었다는 소식을 듣고 우려했는데 이번에도 80퍼센트 이상의 좋은 성적이 나왔다니 눈물이 날 정도로 흐뭇했습니다. 분명 신촌정보통신학교 교직원 여러분의 뜨거운 사랑이 이런 좋은 결과를 가져왔음이 첫째겠지요. 언젠가 보니 사랑을 한문으로 思量이라 표현한 것을 보았습니다.
입실하다 보면 교실 어느 구석구석에 교직원들은 학생들과 마주앉아 많은 양의 생각들을 무수히 주고받는 것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특히 고입, 고졸 담임의 주야간 곁을 떠나지 않고 화면으로 기출문제를 계속 제공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런 사랑의 결실로 이번에도 고입, 고졸 합격률이 크게 올라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원봉사자의 한사람으로 더욱 봉사에 힘쓰겠습니다. 대표로 유**의 편지글을 올려요. 고맙습니다. 끝(5/20) Dear 사회 국사 선생님께 -선생님 저 이번 고졸 검정고시 반에서 수업을 듣던 유**입니다. 기억이 나실런지 모르겠네요. 이번 검정고시 선생님들 덕에 평균 85점으로 가뿐히 통과 했습니다. 특히 사회는 96점!! 한 문제 틀리고 다 맞았습니다. 모두 제가 모르는 것을 일러주신 쌤 덕분입니다. ㅎ ㅎ 이런 곳에 들어와서 검정고시를 치르기 위해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이런 소년원 학교까지 들어와 봉사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회차 검정고시 아이들도 저희처럼 수업해 주시면 모두 통과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처럼 다음 애들도 꼭 재미있게 수업해 주세요. 여기에 들어오셔서 수업해 주신 선생님들 중 선생님 수업이 제일 지루하지 않고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선생님!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 2014년도 5월 중순까지 와서 날씨도 따뜻해지고 꽃도 피고 나무에 잎도 싱싱합니다. 선생님께 수업을 들을 때 추워서 패딩까지 껴입고 있었는데 시간이 정말 빨리 가네요. 선생님! 몸건강히 지내시고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05.13 From 헤어디자인 3반 유** 올림
(3) 사진
0. 바람직한 수업을 위해 참가 선생님들 협의회 장면-1장
0. 공부 가르치는 글쓴이 사진 外 -3장
0. 학생 편지 유** 1통
(4) <수필> 마지막 수업 1편
우리 속담에 아픈 만큼 성숙해 진다고 했다.
신촌리에 숨어있는 신촌정보 통신학교-.
어제로 2013년 고입, 고졸 검정고시반 사회과 수업을 모두 마쳤다.
폐쇄된 공간에서 위기의 청소년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경찰공무원인 아들은 봉사를 희망하기 전날 밤, 아빠 괜찮으시겠느냐고 의향을
타진해 올 정도로 심각성이 내재되어 있지만, 평생을 교육자로 힘차게 백묵잡아
청소년들 미래의 지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부심한 나로서는 무엇이 두려우랴!
자신감이 앞섰다.
-선생님 저는 집에 두 살짜리 갓난 아들이 있어요.
-선생님, 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고 있어요. 엄마는 집을 나간 지 오래지요.
-저 다음 고졸 검정고시 보고 출소합니다. 여죄가 있어 다시 들어올까 걱정ㅎ
-선생님, 우리 집에 연락 좀 해서 면회 좀 오라고 하세요.
아우성의 근원은 어디인가! 모두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어느 가정에 귀속되었느냐가 중요하다. 만남이 맛남이어야-.
비옥한 터전이라야 오동나무 잎처럼 싱그럽게 펄럭일텐데-.
사람의 생애는 하나의 기다림이라고 했다. 저 녀석들의 미래는 과연 어떤 기다일까?
이 순간 부모 또한 얼마나 자유를 앗긴 곳에서 구겨있는 자식을 기다리며 더위와 싸울까,
1년 동안 그러니까 상, 하반기 두 번 고입, 고졸 시험이 있어 사회과 재능봉사에 임해왔다.
전혀 어떤 선입견이 없으니 평범한 일반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굳게
닫힌 철문과 벽을 보고 정물처럼 도를 닦는 녀석들, 직원 지문에 의해서만 츨입이 허용할 때
아! 하고 심장을 압박하는 느낌이 그 얼마나 나를 옧죄었던가!
그러나 7년간 어렵게 나온 매미도 이곳 정원을 찾아와 꼬리를 한가이 흔들며 울고, 까치 또한
오동나무 위에 집을 짓고 미래를 노래하며 반가운 손님이 올 때마다 울어준다.
부디 나가면 다시는 찾지 말라고 마지막 수업 때 신신당부를 했다.
모두 자신의 미래를 돌아본다. 무엇을 하며 생을 노저어 갈 것인가!
인천 사는 녀석은 수업이 끝나자 복도로 달려와 다음 달 출소한다고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내 손에 꼬옥 쥐어 준다. 고맙다. 환한 얼굴, 인내가 대견하다.
죄란 무엇인가!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했다. 사람은 미워해선 안된다.
쪽집게로 기출문제 단골문제를 함께 풀어보고 떠나오던 동토의 왕국-.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외쳤다.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때 다시 찾아와 인성 특강이라도 해야 겠다.
등 뒤에서 까치가 끝까지 머물겠노라고 내게 다짐한다. 까악까악-.
마지막 수업-. 마지막이란 단어는 참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기성세대 모두는 그들의 심성을 다시 회복시켜줘야 한다.
8월 5일 -시험 잘 봐라. 부디 너희들 앞날에 큰 영광있으라.(끝)
첫댓글 선생님의 봉사가 마중물이 되어 수십 배의 맑은 물(?)을 끌어 올리리라 믿습니다. 존경합니다! 덕전 선생님~
감사합니다. 보통 10년은 되어야 최우수상을 탈텐데 ㅎㅎ
덕전님, 대단하셔요 저도 취미가 비슷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가르친다는것은 쉬운일이 아닌데도 2년 감동입니다. 덕전님 하이팅을 보냅니다. ㅎㅎㅎ
회장님 고맙습니다. 무더운 날 지지리 장마도 인색한 여름 -.조금은 시원한 소식에 올렸습니다.감사
봉사도 글도... 값진 인생을 사십니다.
감사합니다. 쑥스럽기도 하고요.ㅎㅎ
평생 교단을 떠나지 못하시는 덕전선생님의 교육열,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후학기는 정예된 선발로 고교졸업검정이 15명이라 훨 편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할겸 대룡산 막국수에서 한번 뵈었으면 하네요. ㅎ 건강하세요.ㅎ
내일 토요일은 춘천중에서 사회복지사 시험감독이 있어 8시까지 출두해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