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운 심성, 예쁜 행동, 남다른 재능'을 모토로 하는 인천 만수여자중학교.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시행하는 바둑부 창단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올해 바둑부가 새로 생겼다. 사진 가장 왼쪽은 담당교사 남궁진 선생님과 바둑지도교사 강명희 선생님, 중앙은 대한바둑협회를 대표해서 나온 박승철 7단과 김진열 교장선생님이 자리했다. 기념촬영을 마친 후 김진열 교장 선생님이 "만수여중 바둑부 화이팅!"을 크게 외쳤다. |
소년체전에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들어가면서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의 발걸음은 더 바빠졌다. 지금까지 공교육에서 바둑은 특성화 학교와 방과후교실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졌지만, 이제는 '소년 체전에서 학교를 대표하고 나아가 시도를 대표할 엘리트를 육성하기 위함'이라는 바둑부의 존재 이유가 새로 생겼다.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는 올해 초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바둑부를 창단하는 학교를 신청받아 선정학교에 전폭적으로 지원을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으로 올해 6월부터 바둑부가 전국적으로 불어나 지금까지 15개가 학교에서 바둑부 활동을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교육부의 지원도 이뤄질 예정이다.
대한바둑협회가 만든 2015년 학교 바둑부 창단 현황 문건에는 전국 17개 시도의 초ㆍ중ㆍ고교가 망라되어 있다. 이 중에서 '여자'중학교 바둑부는 '만수女中' 단 하나뿐이다. 만수여자중학교 교정을 지난 11일 프로기사 박승철 7단과 함께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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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수여자중학교에서 제공한 학교 전경. 인천 남동구 만수로 50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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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금요일 5~6교시(오후 1시30분부터 3시10분까지)에 동아리 활동으로 바둑부원이 한 교실에 모인다.
인천 남동구 만수로 50번길에 위치한 인천 만수여자중학교는 3학년 30학급이 있다. 만수여중에선 펜싱부, 댄스부, 가야금부, 관현악부, 선물포장반, 호신술반, 리본악세서리반 등 26개 부서에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이뤄지는데 올해부터 새로 바둑부가 생겼다. 현재는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1학년을 대상으로만 바둑부 활동을 지원하지만, 현재 바둑부원은 2학년, 3학년이 되어도 계속 바둑부에 남아 활동할 수 있다.
바둑부를 담당하고 있는 남궁진 선생님은 "희망자에게 신청을 받는 형식으로 부원을 모았고, 인원은 총 열아홉 명이다. 이번 학기는 자유학기제로 금요일 5, 6교시 동아리활동 시간에 강명희 선생님의 지도로 바둑을 배운다. 현재는 교재와 바둑판을 매번 교실로 옮겨와서 수업하는데 내년부터는 바둑부 전용교실을 따로 만들 예정이다."라고 말한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중학교 한 학기 동안이라도 시험 부담 없이 자신의 꿈을 생각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지필 시험을 치르지 않고, 성적에 반영하지 않는 체험학습 등을 실시하는 학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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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론 수업 중인 강명희 바둑 지도선생님. 오늘의 주제는 '연결과 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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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전'도 빼놓을 수 없는 바둑 교과 과정이다. 5교시는 바둑선생님의 이론 수업이 있고, 6교시는 실력이 맞는 부원들끼리 실전을 벌인다.
어떻게 여자중학교에서 바둑부를 창단하게 되었을까? 여기에는 인천광역시 바둑협회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특히 인천바둑협회 초대회장으로 지금은 고문을 맡아 매년 미추홀배 최강전을 주관하는 김종화 아원 기우회 회장과 현 부회장 곽계순씨 공로가 컸다. 이런 인연으로 학교강의도 강명희 인천바둑협회 사무국장이 직접 맡았다.
김진열 교장 선생님은 "김종화 원장(치과 원장이기도 하다)과 곽계순 인천바둑협회 부회장의 추천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올해 전국체전 인천대표로 우리학교 1학년 민수미 학생이 출전한 것도 바둑부 창설의 계기가 되었다. 학생들이 차분하게 앉아서 자기 수양을 하고 집중력을 키우는 데 바둑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올해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고 학교시간표에 있는 별도 동아리 활동 시간을 이용하기에 학업에 부담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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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수여자 중학교 김진열 교장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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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 두는 여자가 더 아름답다. 바둑은 정신수양과 더불어 품격을 높이는 인성교육의 도구로 거론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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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전을 즐기는 바둑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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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은 멘탈 스포츠. 정신수양이 없으면 이기기가 어렵다.
바둑 지도교사로 매주 만수여중을 찾는 강명희 인천바둑협회 사무국장은 "이번이 여섯 번째 수업이다. 학생 중 반수 이상은 어린 시절 바둑을 배운 경험이 있다. 이들의 기력은 평균 인터넷 1~2단 정도다. 나머지는 바둑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다. 처음 접하는 어려운 한자 용어가 많은데도 진도를 아주 잘 따라온다. 처음 배우는 학생들도 아주 재미있어해 가르치는 보람이 크다."라고 말했다.
원성진 9단의 어머니로도 유명한 여성바둑연맹 윤재경 회장은 입버릇처럼 "바둑은 여성이 즐길 수 있는 가장 건전하고 품격있는 취미입니다."라고 말한다. 인천 지역 학교 바둑의 씨앗은 만수여자중학교가 먼저 뿌렸고, 선도해서 키워갈 예정이다. 이들 중에서 인천광역시를 대표할 바둑 엘리트들도 나오겠지만, 무엇보다 부원 모두가 바둑부 활동을 통해 여성의 고아한 매력과 품격을 자연스럽게 가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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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론 수업시간은 다른 과목 수업시간과 분위기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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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 수업 프린트물에 필기 중인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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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과목이나 이론은 책과의 씨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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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가방에 걸린 바둑부원 이름표. 1학년 민수미 학생은 올해 학교를 대표해 소년체전 바둑종목에 출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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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교시는 즐거운 실전시간. "다 메워도 따낸 돌이 남을 때는 어떻게 해요?"라는 '바둑 초보' 학생의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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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전 학습시간에 상대가 없는 학생들은 따로 선생님의 개인지도를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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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수여중 1학년 시간표. 금요일 5~6교시 동아리 활동 시간에 이들은 바둑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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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진행한 바둑부 창단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관부의 지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