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문신녀 만난 썰, 아니 소설 (왕문소)이 벌써 5편이네요.
많이 기다리셨죠..? 기다리신 거 맞나요..?
누가 윈드밀을 돌렸네, 50점을 넘겼네, 이런 글을 보다가 갑자기 이런 글 읽으려니 황당하실 분들을 위한 1~4편 링크는 다음에 있어요.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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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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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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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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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 월미도에 배라곤 바이킹 밖에 없다
월미도 약속 당일, 문이 동인천역에서 같이 버스 타고 가자고 합디다.
전철역 빠져나와보니 혼자가 아니라 동행이 있네요.
이번에는 가영처럼 청순한 여배우를 닮은 친구가 아니라 글쎄,
아디다스 져지에 짧은 머리, 건장한 체격을 가진, 상남자였습니다..
중국 삼국 시대에 태어났으면 여포를 상대로 몇 합 정도는 견뎠을 장골이었어요.
히익 이번에야말로 원양어선인가 하고 긴장하고 있는데, 문이 소개를 하더군요.
어려서부터 알던 동네 친구라고, 비록 고환은 없지만 필요하다면 그걸 언급할 정도로 친한 친구라고요.
굳이 따라가겠다고 우겨서 같이 왔다는데, 눈빛에 가득한 적개심이.. 아 이거 미연시 게임에서 많이 보던 전개네요.
내가 평생 지켜주기로 맹세한 여자인데 네가 뭔데 상처를 주냐며 남주 얼굴에 펀치를 날리는데,
후에 오해가 풀리고 남주와 여주의 굳건한 사랑을 확인하면서 “또 울리면 그땐 각오해!” 하고 코를 쓱 닦으며 꺼져주는 그런 친구? RGRG~
아 좀 노골적으로 성인용을 표방하는 게임에선 코 쓱 한 후에 꺼지지 않고 셋이서.. 음..
나란 인간은 참.. 이런 정신 상태로 용케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군요..
아무튼 이 친구는 나와 가영의 일을 아는 것 같았습니다. ㅎㄷㄷ
이제부턴 편의상 ‘허저’라고 하겠습니다.
우린 버스에서 내려서 일단 식사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난생 처음 조개 구이라는 걸 먹어봤어요.
어려서 바닷가에 살긴 했지만 거기 조개들은 모두 기름에 덮여 있었는 걸요.
아무튼 술도 몇 순배 돌면서 뭐 그리 화기애애하지도, 뭐 그리 냉랭하지도 않던 차에, 허저 이 친구가 제게 팔씨름을 권유했습니다.
삼국지연의에 비유하자면 저는 주유 쯤 될까요? (오늘도 열일 하는 나의 메타 인지! 껄껄!) 어찌 허저를 상대하겠습니까마는,
아 이 친구가 나를 쪽을 주고 싶은 모양이다, 펀치 날리고 코 쓱 하는 시간은 아직 좀 남았으니 일단 당해주자, 하고는 아슬아슬하게 져주..기는 커녕 아주 박살이 났습니다. 조개랑 밑반찬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난리도 아녔어요.
쪽주기의 화룡점정으로 무표정하게 눈을 피하고는 담배를 피러 나가더군요.
미연시 캐릭터라는 말은 취소, 이 친구는 조폭물에서 나온 거였어요.
“드루와! 드루와!” 라며 엘리베이터에서도 호객 행위에 여념이 없던 그 조폭 말입니다.
조개구이집을 나서며 문이 위로차 농담을 몇 마디 던졌습니다만 약간은 쌤통이기도 했을 겁니다.
나 “근데 이렇게 밤이 늦었는데, 배는 언제 타?”
문 “배?”
나 “월미도 간다며? 배 타야 하는 거 아냐?”
문 “ㅋㅋㅋㅋㅋ 야 여기가 월미도야.”
월미도와 육지 사이에 매립한 게 그 옛날이라는데, 촌놈인 제가 알 리가 있겠습니까?!
팔씨름도 졌는데, 무안함이 두 배..ㅠㅠ
문 “배는 저기 있네. 저거 타자. 아마 저 세상으로 보내줄 걸.”
다음 코스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007 살인 면허를 받은 놀이 기구, 월미도 바이킹이었어요.
문이 표를 사면서 겁을 주더군요.
월미도의 놀이기구들은 사고로 유명하다고, 그 스릴이 이 세상 스릴이 아니다 못 해 정말 저 세상 가기도 한다고 말이죠.
픕, 촌놈이라고 놀리나, 그깟 도시 괴담 따위.. 하고는 탔는데 글쎄,
좌석 안전바가 다 고정되고도 한 30도 정도는 움직이네요?
원래 안전바라는 게 “딸딸딸딸딸..딸캉!” 하고나면 딱 고정되어 승객의 허벅지를 잡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근데 얘는 바이킹의 움직임에 따라 지가 같이 춤추고 앉았네요, 참내.
바이킹 타다가 엉덩방아를 하도 찧어서 엉덩이가 아픈 건 처음이었습니다.
젖은 속옷이 바다 바람에 마르기를 기대하며 타고 있는데,
대기 손님이 없다며 3분 추가 해주신 직원 아저씨 최고! 사랑해요!ㅠㅠ
근데 여기서 첫 번째 참사가..
내리자마자 제가 글쎄 토를 뿜었습니다.
낯선 동네, 낯선 음식, 적개심을 숨기지 않는 허저와, 정신 나간 놀이 기구까지,
제가 체할 명분은 차고도 넘쳤어요.
여러분, 조개 먹고 토해보신 적 있나요?
단언컨데, 지상 최악의 광경입니다.
체르노빌 버금가는 인류 최악의 참사!
문 “야, 너 괜찮아? 그래도 안 죽었으니 다행이다.ㅋㅋㅋㅋㅋ 많이 놀랐겠네. 이 누나가 좀 안아줄까?ㅋㅋㅋ”
문을 웃게라도 해줬으니 다행이었달까요.
너덜너덜한 식도를 부여잡고 길을 가는데, 오락실 안에 있는 농구 게임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왜, 실제 공을 던져서 림에 집어넣는 거 있죠?
옳거니, 조개와 함께 바닥에 내팽겨쳐진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는 지금이다. 알럽 정회원의 실력을 보여주마.. 하고는 오락실로 늠름하게 입장!
완패했습니다..
허저는 그저 덩치만 큰 게 아니었어요.
조폭물도 취소, 걔는 스포츠 만화에서 나온 녀석이었습니다.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운동 신경이 좋아서 뭐든 평균 이상 하는 스포츠맨!
에어 하키는 왜 또 그렇게 잘 하죠?
다트는요?!
스포츠맨 앞에서 문과 저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졌습니다.
허저 “이것만 하고 이제 나가자.”
허저가 가리킨 건 펀칭 머신이었습니다.
허저의 첫 시도, 역시나 점수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날의 신기록은 아니었지만 거의 근접한 점수였어요.
아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오락실 설정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두 번의 펀치 합산 점수가 일정 점수를 넘으면 보너스로 한번 더 칠 수가 있었거든요.
제가 허저의 점수를 이길 순 없겠지만, 그래도 보너스를 얻을 정도는 쳐야 면이 살지요!
‘후우.. 긴장하지 말자.. 이래 봬도 쿵후보이 친미로 통배권을 마스터한 몸, 딱 800점만 넘자..’
현란한 유로 스텝으로 펀칭 머신을 향해 접근하는데 글쎄,
통배권에 유로 스텝을 접목한 게 실책이었을까요, 아님 너무 의욕이 강했던 탓일까요, 스텝이 깊어서 주먹이 좀 길게 나갔습니다.
과녁 부분을 치고 지나서 딱딱한 기계 모서리까지 궤적이 닿았고,
손등에 뜨끔 하는 느낌이 있자마자 바로 알겠더군요.
아, 이건 골절이다.
나 “쓰으읍!”
문 “야, 괜찮아?!”
허저 “…”
쪽도, 쪽도, 이런 쪽이 진짜.. 그날부터 1년은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하도 이불킥을 해대서 이불을 몇 번을 바꿨는지 모릅니다.
제가 얼마나 애처로워 보였는지 허저도 걱정을 해주더군요.
아까부터 하도 한심한 모습을 연거푸 보여서, 펀치 날리고 코 쓱 할 타이밍조차 잡기 어려운 상태.
그 눈에 있던 적개심은 어느새 측은지심이 되어 있었습니다.
대체 이따위 놈을 문은 왜 좋아하는 거지? 어이가 없었을 겁니다.
흐지부지 월미도에서 헤어진 후,
정형외과 의사는 골절을 확인해주었고,
알바 사장님은 그 손으로는 더이상 일할 수 없음을 알려주었고,
밴드 팀원들은 한 달 간의 휴가 혹은 탈퇴를 통보해주었습니다.
인간이 참 간사하지요.
문에게 그렇게 모욕감을 줬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만날 수 있더니,
월미도에서 제 몸과 마음에 수치심이 새겨진 후로는 그렇게 문을 보기가 꺼려지더군요.
물론 생계가 어려워져서이기도 했고요.
연락을 씹고 슬슬 피하다보니 문과는 자연스레 멀어졌습니다.
천사 문신과의 1차 인연은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한 2년쯤 지났을까요, 학업에, 알바에 정신 없이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고향 친구의 생일 소식에 겸사겸사 고향에 한번 내려갔는데, 발이 넓은 친구가 솔깃한 제안을 하더군요.
친구 “니 지금 만나는 사람 없제?”
나 “ㅇㅇ 와?”
친구 “스울에 아는 누나가 지금 일하고 있는데, 그 누나도 올라간지 얼마 안 돼서 원래 스울 살던 동생 말고는 친구도 없고, 만나는 사람이 없다. 얼마 전에 내랑 통화했는데, 사람 좋다. 함 만나봐라.”
나 “예쁘나?”
친구 “음.. 내가 볼땐 느그 집에 없는 게 둘 중 하나라. 거울이 없든가, 양심이 없든가. 혹시 둘 다 없나?”
이렇게 빠리지엥 누나를 만나게 됩니다.
6편에 계속.. (누가 저 좀 말려주세요..)
첫댓글 천마신군 따위~~~~잠시 디펜더좀 차고 오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실금까지 일으키다니 영광입니다.
실화가 아니라 소설인거죠?? ㅎㅎㅎ
잘 읽고 있습니다~~~~
네! 정확히 파악하고 계시네요!
알럽 정회원이 주인공인 초현실주의 소설인가보네요ㅎㅎ
판타지 소설입니다. 칼로 용을 무찌르는 거랑 진배 없죠. 세상에 없는 일이니까요.
저에겐 미드 24급입니다. 우와. 쉬지 않고 읽었어요. 숨차라
ㅎㅎㅎ 이번편은 분량 조절에 실패했어요. 다음편은 좀 적당히 써보겠습니다. ㅎㅎ
같은 내용도 제가 쓰면 노잼이었을텐데 너무 재밌고 부럽습니다 ㅋ
아이고 재밌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ㅎㅎ
ㅎㅎ재밌게 잘 보고있습니다! 이야기가 술술 읽힙니다^^
저는 농구 카페를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쓰고 있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