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준의 모토톡] 전기 에너지는 이제 새로운 자동차 동력원으로 완전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화석 에너지의 고갈보다는 환경 문제로 인해 더 빨리 양산화 되고 자리 잡게 된 전기 에너지 자동차. 엔진과 전기 에너지를 동시에 사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번갈아가면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그리고 전기 모터와 배터리만으로 구동을 하는 순수 전기차까지, 다양한 전기 에너지 자동차들이 이미 우리 주변에 있다.
도요타가 프리우스로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시대를 연지 20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고 국산 자동차 브랜드도 다양한 종류의 전기 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놓고 있다. 그 라인업은 계속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제 도로에서 심심치 않게 전기차를 상징하는 파란색 번호판을 단 차량들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모터사이클도 전기 모터로 구동하는 기종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오히려 휘발유 엔진이 정착되기 전부터 전기 모터로 구동하는 모터사이클이 연구됐다. 1890년대부터 전기 모터를 장착한 자전거가 선보였고 1967년에는 니켈-카드뮴 전지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전기 모터사이클이 판매되기도 했다. 이후 수많은 군소업체들이 전기 모터를 장착한 모터사이클을 개발해 왔으며 대부분 기존 모터사이클을 구입해 엔진을 전기 모터로 대체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1996년, 프랑스의 푸조에서 최초의 대량 생산 전기 스쿠터를 선보인다. Scoor’Elec라는 이름의 이 스쿠터는 니켈-카드뮴 배터리를 사용해 최대 4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 제로 모터사이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기 모터의 재빠른 가속력을 이용해 드래그 머신이나 최고속에 도전하는 이들의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등 지속적인 개발이 있었다. 2007년에 미국 NASA출신의 엔지니어 닐 사이키가 제로 모터사이클사를 설립해 독자 설계 프레임과 모터를 사용해 순수 전기 모터사이클의 양산이 시작된다.
제로 모터사이클은 듀얼 모델인 제로 DS, DSR, 오프로드 모델인 제로 FX, FXS 등 총 4가지 모델에 독자 개발한 ZF 배터리를 사용하며 용량에 따른 세부적 선택도 가능하다. 제로 DS ZF13.0 파워 탱크 모델의 경우 완충하는데 11.3시간이 걸리며 도심에서 최대 303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피크 토크는 최대 110Nm, 피크 파워는 60마력(45kW), 최대속도 158km/h까지 낼 수 있다. 무게는 207kg이며 파워팩의 워런티 기간은 5년, 거리 무제한이다. 제로 모터사이클은 전기 에너지만을 사용하는 순수 전기 모터사이클로 10년 넘게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도심 근거리 이동 수단이나 친환경 오프로드 레저 모터사이클로 인정받고 있으며 경찰용이나 군사용으로도 일부 납품되기도 했다.
◆이탈리안 볼트
이름에서부터 이탈리아 출신임을 강조하고 전압의 국제 공인 단위 V(볼트)를 이용하고 있는 이탈리안 볼트사는 기존 모터사이클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자연스럽게 융화 시켰다. 올린즈 서스펜션이나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 등 라이더가 혹할 만한 파츠들로 무장했으며 최대 200km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최고속도는 177km/h이다. 커뮤터라기 보다는 레저용으로 만들어졌으며 로드스터, 카페 레이서, 스크램블러 3가지 타입으로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무게는 2450kg으로 기존 바이크 연료탱크 위치에 만들어진 소켓을 통해 충전을 하며 일반 가정용 220V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전기 모터사이클의 특성상 큰 배터리와 전기 모터는 기존 모터사이클들의 디자인과 차체 구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눈에 익지 않은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탈리안 볼트는 이점에 착안해 최대한 익숙한 디자인과 구성을 살렸다. 고성능 파츠를 사용하고 멋진 디자인을 뽑아낸다면, 게다가 유니크할 수밖에 없는 전기 모터사이클이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직 시판이 되진 않고 있지만 내년에는 양산에 들어간다고 한다.
◆ BMW 모토라드
2013년 BMW는 C스쿠터의 전기 버전인 C 에볼루션을 발표했다. 이듬해 첫 양산형이 만들어졌고 본격적인 일반 판매는 2016년부터였다. 국내에서도 7월 초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BMW C 에볼루션은 프리미엄 전기 스쿠터를 지향한다. 넉넉한 차체와 뛰어난 가속, 그리고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만든 하이엔드 전기 스쿠터를 강조한다.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배터리 케이스가 프레임을 대신해 자리하고 있고 일반 가정용 전기로도 충전이 가능하다.
BMW i3에 사용되었던 것과 같은 94Ah 배터리를 사용해 최대 123.8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수냉 전기 모터를 사용해 즉각적인 출력 반응과 뛰어난 가속력이 장점이다. 출력은 라이딩 모드에 따라 19kW(26마력)에서 35kW(48마력)까지 사용하며 최대 토크는 7.35kgm으로 뛰어난 순간 가속력을 가지고 있다. 최고속도는 129km/h이지만 정지 상태에서 5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8초.
감속 시 나오는 에너지를 회생시키는 지능형 에너지 회생 시스템과 주행 거리를 늘리는 에코 모드.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을 보여주는 다이내믹 모드 등 다양한 라이딩 모드로 도심 주행부터 스포츠 주행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다.
◆ KR모터스
1978년부터 시작된 국내 모터사이클 제조사 효성기계공업은 S&T모터스를 거쳐 지금은 KR모터스라는 이름으로 유지되고 있다. 국내 생산보다는 제휴모델이라 부르는 수입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I-Tango는 KR모터스가 수입 판매하고 3륜형 전기 스쿠터이다. 독일 보쉬제 모터와 분리형 48V 20Ah 배터리를 사용해 배터리를 분리해 충전을 시켜 다시 장착해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최대 속도는 25km/h이고 무게는 56kg이다. 도심형 이동수단이라기 보다는 공원이나 단지에서의 관리용으로 더 적합하다.
◆ 대림 오토바이
대림 자동차에서 최근 사명을 바꾸고 이미지 쇄신을 노리는 대림 오토바이. 최근에 EH400, 재피, 어필, 파스텔 등 다양한 형태의 전기 동력 탈 것을 발표했다. 특히 재피는 기존 스쿠터의 형태를 유지한 전기 스쿠터로 친숙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배터리는 72V 30Ah 리튬이온 방식이며 완충시 최대 112km를 주행할 수 있다. 항속거리는 라이딩 모드에 따라 달라지는데 1단에서는 최고 50km/h. 2단은 60km/h, 3단에서는 70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각 라이딩 모드의 토크와 출력은 동일하지만 최고속도만 달라진다. 디지털 계기반에는 10단계로 배터리 잔량이 표시된다. 일반 스쿠터처럼 셔터락, USB충전 포트, 트렁크 등이 있다.
최대 장점은 무게가 90kg으로 가볍다는 것이다. 시트고는 756mm로 엔진 스쿠터들처럼 누구나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다. 50cc 급 모터와 125cc급의 넉넉한 차체로 국산 메이저 브랜드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전기 스쿠터이다. 가정용 220V로 충전이 가능하며 배터리 탈착도 가능해 효율성을 높였다.
모터사이클이라는 것이 이동 수단으로의 기능도 있지만 레저의 도구로 더 크게 사용되기 때문에 달리는 재미라는 측면에서 전기 에너지는 몇 가지 약점이 있다. 가벼움이 장점인 모터사이클의 무게가 배터리 때문에 늘어난다던지, 수납공간 이 줄어들고, 엔진 특유의 진동과 배기음이 없는 것도 단점이 될 수 있다. 주행거리가 짧은 것도 아쉬운 부분. 그러나 친환경 에너지원이며 더 나은 효율과 적은 유지비는 장점이다.
거의 모든 모터사이클 브랜드에서 전기 배터리를 이용한 차세대 동력원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할리데이비슨과 인디언도 마저도 콘셉트 모델로 전기 에너지를 선택했다. 이제 전기 에너지는 선택사양이 아니고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전기 모터사이클은 이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