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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tzlar(베츨라)에 있는 성당(DOM) |
얼마 전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 그 손님인즉 친구와 시집갈 나이만큼이나 큰 친구의 딸이었다. 세상을 즐기느라 아이를 늦게 봤으니 아직 우리 아이는 어리고 그래서인지 젊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불쑥 찾은 객들로 하여금 나도 나이가 들었음을 알게 해 주었다.
그들과 함께 집에서 가까운 휴양도시인 잘츠바드노이하임(Salz Bad Neuheim)을 거쳐서 바람둥이 괴테(Goethe)의 로맨스를 느낄 수 있는 베츨라(Wetzlar)를 찾았다. 지난 번 아이 엄마와 함께 그곳을 갔을 때는 미처 찾아보지 못했던 괴테와 로테(Lotte)가 데이트를 했다는 우물을 이번에는 반드시 보고 오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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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z Bad Neuheim에 있는 온천 사우나 시설들 |
낭만적인 기대를 하고 찾았던 Goethebrunnen(괴테우물)은 초라해 보였다. 이곳에서 이루지 못할 사랑임을 알면서도 애타했던 괴테를 느껴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달래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예수살렘이란 친구의 슬픈 사연과 더불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불후의 작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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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마시는 우물과 빨래하는 우물 두 개가 있었다고 하는데... |
독일의 여느 마을처럼 구 시가지의 중심, 그리고 이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웅장하고 화려한 교회가 있다. 유일신이라고 하지만 나라마다 신앙의 모습이 다르고 신을 생각하는 정서가 다름을 새삼 느낀다. 그래서일까, 독일에 와서 신앙적인 갈등을 많이 겪으면서 살고 있다. 종교적인 갈등이 치열할 때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시청광장에 있는 성령교회(Heiliggeist Kirche)에서는 예배당 안에 담을 쌓아 놓고 한쪽씩 사용하여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곳의 교회 안으로 들어서면서 한쪽은 Katholische Kirchengemeinde(카톨릭)라고 적혀있고 또 다른 한쪽엔 Evangelische Kirchengemeinde(개신교) 라고 적혀있는 교회의 안내물이 놓여있는 테이블을 보았다. 아니 이건 무엇이야! 하고 놀랐다. 한국에서 살았던 내겐 너무나 색다른 것을 발견하였기 때문 조금 혼돈스럽다. 의심스러워 그곳 안내원한테 물어 보았다. 사실이다. 그리고 이곳처럼 개신교와 천주교가 같은 예배당을 사용하는 곳이 독일 내에 몇 군데 더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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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과 개신교의 안내가 나란히.... |
바로 이곳에서 천주교예배도 개신교예배도 같이 본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교회를 둘로 나눈 어떤 흔적도 없다. 시간대를 달리해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다.
16세기 이후부터라고 한다. 아마도 루터의 사건 이후부터 줄곧 그렇게 해오고 있나보다. 종교적인 갈등으로 서로에게 큰 피해를 주었던 그 당시 평화를 위해 "그럼 우리 같이 사용하자"라고 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쯤으론 놀랄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어느 프랑스 신부는 한국 불교에 심취되었다는 뉴스를 보기도 하였다. 한국의 합천해인사가 이곳의 카톨릭 수도원인 로어쉬수도원(Kloster Lorsch)과 자매결연을 맺어 함께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나 로어쉬 수도원이 공히 유네스코에 등록된 문화유산이라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무슨 문제가 있으랴! 때로는 술 마시는 연회장으로 빌려주는 교회도 있는 걸! 아마도 주님이 술에 취해 우리를 해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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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자전거로 왔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자전거 여행객들과 함께 |
민형석 독일통신원 sky8291@yahoo.co.kr 블로그 http://blog.daum.net/germany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