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턴과 트럼프 후보가 10월 20일 가톨릭 자선단체가 주최한 만찬장에서 뉴욕대교구장 돌란 추기경을 사이에 두고 웃음을 짓고 있다. 돌란 추기경은 “(내 자리가) 지구 상에서 가장 차가운 얼음 방석”이라고 농담했다. 【뉴욕=CNS】
미국 대선 레이스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자신은 낙태 반대론자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가톨릭 신자들의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미 대선일은 8일이다.
트럼프 후보는 10월 27일 세계 최대 가톨릭 방송인 미국 EWTN에 출연해 “낙태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 이미 친 생명(pro-Life)으로 돌아섰고, 종교 자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며 “가톨릭을 비하한 적이 있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사과 이상의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대선에서 낙태와 동성애에 대한 입장 표명은 중요한 이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낙태에 반대하는 ‘친 생명’(pro-Life), 민주당은 낙태에 찬성하는 ‘친 선택’ (pro-Choice)쪽으로 나뉘어 있다. 트럼프 후보는 1999년 “말할 것도 없이 낙태 찬성론자이며, 부분 낙태법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선에 나서면서 마음의 변화가 일어났다며 낙태 반대쪽으로 돌아섰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은 “아이를 가진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지지해 줘야 한다”며 낙태에 우호적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가톨릭 유권자들 표심이 트럼프의 막판 구애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이민과 인종 차별 공약을 간접 비판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종교 지도자로서 수치”니 “정치적 졸(卒)”이니 하는 막말로 응수한 바 있다.
클린턴은 그의 고위직 참모가 2011년 가톨릭의 보수성을 조롱하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 참모는 “보수 운동의 힘 있는 지도자들은 대부분 가톨릭 신자인데, 그들은 시대에 뒤처진 남녀 관계를 믿고 있다”며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자녀들을 ‘가톨릭식’으로 키우는 것을 비웃었다.
힐러리는 감리교 신자다. 하지만 그의 러닝메이트 팀 케인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정평이 나 있다. 예수회가 운영하는 고교를 졸업한 케인은 온두라스로 건너가 1년간 예수회 선교사들의 선교사업에 참여했다.
미국 가톨릭 신자 수는 인구의 22%인 6940만 명이다. 인구의 4분의 1이 채 안 되지만, 194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래로 당선자들은 다수의 가톨릭 신자들 표를 얻었다는 분석이 있다. 대선 민심과 가톨릭 표심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이 된 가톨릭 신자는 존 F. 케네디(재임 1961~1963)가 유일하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