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선인장
-k에게
어떤 시인에게 물었다
왜 작품을 발표하지 못하시나요
라면 박스로 두 박스나 있는 시들
마음만 먹으면 하룻밤에도 한 권의 시집을 엮을 수 있는
시인이시여
왜 작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못하시나요
시인이 말했다
내가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나의 시는 나도 만질 수 없는 선인장 같아요
시인의 옆에는 작은 창문이 있다
거기엔 선인장이 세 그루 있다
지구를 닮았다 달을 닮았다 해를 닮았다
선인장의 속을 아는 사람은 없다
선인장의 축축한 마음을 아는 사람은 없다
가시로 솟아오르는 겉모습에
가까이 다가가 속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없다
시인은 날마다 선인장을 본다
지구를 본다 달을 본다 해를 본다
선인장의 속을 보는 날 시인은 말할 것이다
그대에게 바치는 한 편의 시만을 쓰겠습니다
그대가 아픔 없이 만질 수 있는 선인장꽃으로 피우겠습니
다
詩.원재훈
시집<사랑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하네>.하늘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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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훈] 시인과 선인장 - k에게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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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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