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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망양(岐路亡羊)
갈림길에서 양을 잃다는 뜻으로, 정확한 방향을 몰라 우왕좌왕한다는 말이다.
岐 : 갈림길 기(山/4)
路 : 길 로(足/6)
亡 : 망할 망(亠/1)
羊 : 양 양(羊/0)
(유의어)
다기망양(多岐亡羊)
망양(亡羊)
망양지탄(亡羊之嘆)
망양지탄(亡羊之歎)
망양탄(亡羊歎)
출전 : 양자(楊子) 설부편(說符篇)
동기나 사정이 복잡하여 정확한 방향이 없거나 찾을 수 없음을 비유한 말로서, 학문이나 일을 함에 있어 방법을 강구해야지 제멋대로 하다가는 헛수고만 하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학문에는 지식의 집적과 이론의 분석이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부질없이 지엽말절을 꼬치꼬치 캐고 살피는 일에 빠져서 근본 목표를 잃어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란 것을 풍자한 이야기이다.
모든 길은 서로 통한다. 서양에선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All roads lead to Rome)는 격언이 있다. 실제 로마에는 군사목적으로 사통팔달의 길이 일찍부터 있었다고 해도 같은 목표에 이르는 데는 많은 다른 길이 있다는 의미로 썼다.
'길을 두고 뫼로 갈까'란 우리 속담이 있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구태여 어렵게 하거나 편한 곳을 두고도 불편한 곳으로 가는 것을 비유한다.
가는 길이 여러 곳으로 통하지만 어리석거나 모험심이 강한 사람이 아니고선 일부러 둘러 가는 어려운 길을 택할 필요는 없다. 여러 갈래난 갈림길(岐路)에서 양을 잃는다(亡羊)는 말은 정확한 방향을 몰라 오락가락하는 것을 뜻한다.
중국 도가(道家)의 전설적인 사상가 열어구(列禦寇)의 '열자(列子)'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위(衛)나라에 양주(楊朱)라는 학자가 살았는데 어느 때 이웃집에서 양을 잃었다며 양을 쫓으러 하인을 청하러 왔다.
양주가 법석을 떠는 이웃에 물었다. '한 마리 양이 달아났을 뿐인데 쫓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소(亡一羊, 何追者之衆)?'
이웃 양 주인이 대답했다. '갈림길이 많기 때문이오(多岐路).'
허탕을 치고 돌아온 그에게 다시 물었더니 이렇게 답한다. '갈림길에 또 갈림길이 있어서였소(岐路之中, 又有岐焉).'
이후 양자가 걱정스런 안색으로 말도 하지 않자 제자들이 남의 사소한 가축을 잃은 것에 왜 신경 쓰는지 물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후일 심도자(心都子)란 제자에게 전한 말은 이렇다. '큰길은 갈림길이 많아 양을 잃게 되며, 학문하는 사람은 방법이 많아 삶을 잃게 된다(大道以多岐亡羊, 學者以多方喪生).'
학문하는 사람들이 지엽말단적인 것에만 매달려 근본적인 목표를 잃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란 것을 풍자한 내용이다. 설부(說符)편에 실려 있다.
태초에 길이 있었기에 인간은 그 길을 찾기 위해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선인이 개척해 놓은 지름길을 안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목적지에 이른다.
길은 가까운 데 있는데 먼 곳을 두르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있다. 가장 이상적인 대책이라고 철석같이 믿은 것이라도 이용을 잘못해 부작용이 난다. 이럴 땐 재빨리 되돌아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자기의 길이 옳다고 꾸역꾸역 먼 길을 간다면 모두에게 피해만 준다.
기로망양(岐路亡羊)
참 좋은 세상이다. 지금은 위성(衛星)을 통한 위치 파악 시스템이 실용화되어 전국 어디든 쉽게 찾아갈 수 있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오로지 이정표(里程標)에만 의지 했는데 그나마 이정표가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았고, 대부분 물어서 찾아가야 했다.
혹 아무런 표지도 없는 데다 인적(人跡)마저 뜸한 시골의 기로(岐路)에라도 들어서게 되면 누구나 망설이게 되며 심한 경우 낭패를 보는 수도 있었다.
양자(楊子)라면 전국시대(戰國時代)의 대학자다. 극단적인 이기주의(利己主義), 개인주의(個人主義)를 주장함으로써 묵자(墨子)의 겸애설(兼愛說)에 반대하였다. '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세상에 도움이 된다면 뽑지 않겠다'고 한 말은 유명하다.
하루는 그의 이웃집 노인이 곧 새끼를 낳을 예정이던 어미 양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노인은 마치 대단한 보물이라도 잃은 양 크게 상심한 나머지 친척과 친구를 총동원하여 찾아나섰다.
그러자 보다못한 양자(楊子)가 말했다. '아니, 고작 양 한 마리를 잃고 뭘 그렇게 야단법석이오?'
노인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갈림길이 워낙 많아서...' 하루종일 찾았지만 허탕치고 다들 빈손으로 돌아왔다.
다시 양자가 말했다. '그 많은 사람을 동원 했으면서도 글쎄 양 한 마리를 못 찾았단 말이오?'
노인은 이번에도 똑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갈림길이 워낙 많아서...'
양자는 하루종일 기분이 씁쓸했다. 그러자 제자가 말했다. '옆집 노인께서 양 한 마리를 잃은 것과 선생님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렇게 상심하고 계시는 겁니까?'
양자가 말했다. '네 말이 맞다. 물론 나와는 상관없지. 하지만 내가 상심한 것은 그 노인이 양을 잃어서가 아니라, 너무도 평범한 진리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지. 이길 저길 다 돌아 다녔으니 말이야. 학문의 도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무런 방향도 설정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하다 보면 양 잃은 노인의 꼴과 다름없게 된단 말이야.'
기로망양(岐路亡羊)의 고사다. 사업을 하든 학문을 하든 먼저 목표와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그렇지 않고 뛰어 들었다가는 갈림길에 서서 우왕좌왕 하듯 사배공반(事倍功半; 노력에 비해 소득이 적음)의 어리석음을 범하기 십상이다. 효율을 중시하는 지금, 한 번쯤 새겨봄직 한 교훈이라 하겠다.
기로(岐路)
기로는 곧 갈림길이다. '인생의 기로에 섰다'라거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등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사람의 삶은 늘 그런 갈림길에 접어든다. 이리 갈까, 아니면 저리 갈까. 한 번 발을 들여놓은 길, 멈춰 돌아가기에는 버겁다. 되돌아온들 달리 뾰족한 방법도 없다.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좋은 길, 내가 가야 하는 길로 걸음을 옮겨야 한다. 갈림이라는 뜻의 ‘기(岐)’와 길이라는 새김의 ‘로(路)’를 엮어 만든 단어다.
양주의 기로망양(岐路亡羊)에서 유래
양주(楊朱)라는 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사상가가 있다. 일부 사람들은 그를 극단적인 쾌락주의자라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가 갈림길에 관해 꽤 깊은 사색을 펼쳐 보인 장면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한반도 버전의 속담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그의 이웃이 양(羊) 한 마리를 잃어버렸다. 친지와 하인들을 동원해 양 찾기에 나섰다. 많은 사람이 나섰지만 그들은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양주가 '왜 양을 찾지 못했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데 도대체 어느 길로 가서 양을 찾아야 할지를 알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양주는 그런 대답을 듣고 어두운 얼굴로 깊은 생각에 잠겼다고 했다.
기로망양(岐路亡羊)의 양은 진실을 의미
이 양주의 일화는 열자(列子)라는 책에 등장한다. 갈림길이 많아 결국 양을 찾지 못했다는 말을 들은 양주의 이어지는 깊은 사색이 눈길을 끈다.
그의 일화는 '갈림길에서 양을 잃어 버리다'는 뜻의 '기로망양(岐路亡羊)'이라는 성어로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진다.
여기서 잃어버린 양은 내가 종국에 이르러야 하는 목적 또는 진실을 의미한다. 길은 그를 찾기 위한 방도이자, 방편이다.
따라서 방법을 제대로 모색하지 못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진실에 도달할 수 없는 법이다. '기로망양'은 제 스스로 방향을 잡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예시하는 성어다.
북한 5차 핵실험, 한국으로선 전략적 기로(岐路)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이 잇따라 벌어지는 요즘이다. 어떻게 해서든 대량 살상력을 지닌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높이려 안간힘이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SLBM으로 한국사회를 불안으로 몰아가더니, 급기야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말았다. 북한 핵의 기정사실화로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갈림길에 접어들 분위기다.
핵무장으로 들어서는 좁고 어두운 갈림길에서 북한이 취한 행동은 이제 명확해졌다. 가일층 핵무장을 추진하면서 전략적 불균형을 제고해 제 뜻대로 동북아 정세를 이끌어가려는 의도다. 이 점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기로에 서는 상황을 맞이하도록 했다.
새로 맞은 그 갈림길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이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는 어쩌면 양주의 일화에 등장하는 한 마리의 중요한 양(羊)이다.
그 양은 울타리를 뛰쳐나가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사라졌다. '이제 다시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는 각오로 나서면 '양을 잃었어도 외양간을 고치라'는 뜻의 '망양보뢰(亡羊補牢)'다.
북핵 억제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한 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 우리의 안보를 형성하는 다른 나머지의 양을 잃을 염려는 없을까? 뛰쳐나간 양을 찾아오려면 우리는 어떤 길로 가야 할까?
다음의 우리에게 닥칠 기로는 무엇일까? 국가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큰 방향을 놓치지는 않았을까? 잠시 잘못 접어든 갈림길에서도 전체를 돌아보며 스스로 고쳐야 할 우리 마음속의 외양간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들이다.
▶️ 岐(갈림길 기)는 형성문자로 歧(기)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뫼 산(山; 산봉우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支(지, 기)로 이루어졌다. 본디 산의 이름이었으나, 음(音)을 빌어 두 갈래로 '갈라지다'의 뜻으로 쓰인다. 그래서 岐(기)는 문음무(文蔭武) 출신 외의 기예(技藝)로써 임관(任官)된 각류(各流) 출신의 한 가지. 천문관(天文官), 금루관(禁漏官), 화원(畫員), 녹사(錄事), 사자관(寫字官), 역관(譯官), 명과학(命課學), 치종교수(治腫敎授), 율원(律員) 등을 말함 등의 뜻으로 ①갈림길 ②산(山)의 이름 ③날아가는 모양 ④자라나는 모양 ⑤지각이 드는 모양 ⑥갈래짓다 ⑦높다 ⑧울퉁불퉁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여러 갈래로 갈린 길을 기로(岐路), 어릴 때부터 지덕이 뛰어남을 기억(岐嶷), 의논이 일치하지 않고 여러 갈래로 나누어짐을 기이(岐貳), 매우 뛰어남을 기발(岐拔), 마음을 여러 갈래로 흩어뜨림을 기심(岐心), 여러 갈래나 길의 갈래가 많음을 다기(多岐), 나뉘어서 갈라짐 또는 그 갈래를 분기(分岐), 길이 갈리는 곳을 노기(路岐), 정도에 어긋나는 옳지 못한 길을 사기(邪岐), 딴 길 또는 딴 갈래를 별기(別岐), 양 갈래 가닥진 두 갈래를 양기(兩岐), 달아난 양을 찾다가 여러 갈래 길에 이르러 길을 잃었다는 뜻으로 학문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진리를 찾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다기망양(多岐亡羊), 옆으로 난 샛길과 구불구불한 길이라는 뜻으로 일을 바른 길을 좇아서 순탄하게 하지 않고 정당한 방법이 아닌 그릇되고 억지스럽게 함을 이르는 말을 방기곡경(旁岐曲徑) 등에 쓰인다.
▶️ 路(길 로/노, 울짱 락/낙)는 ❶회의문자로 저마다 각각(各) 발로(足) 걸어 다니는 곳이라는 데서 길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路자는 '길'이나 '도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路자는 足(발 족)자와 各(각각 각)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各자는 발이 입구에 도달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各자의 본래 의미는 '오다'나 '도착하다'였다. 반면 足자는 성(城)을 향해 진격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 두 글자를 결합하면 '오고 가다'라는 뜻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路자는 통행이 빈번한 길이나 도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路(로)는 성(性)의 하나로 ①길, 통행(通行), 도로(道路) ②도리(道理), 도의(道義) ③방도(方道), 방법 ④사물의 조리(條理) ⑤중요한 자리 ⑥지위(地位), 요처(要處) ⑦길손, 나그넷길 ⑧거쳐 가는 길 ⑨수레 ⑩모(물건의 거죽으로 쑥 나온 귀퉁이) ⑪행정구획의 이름 ⑫크다 ⑬드러나다 ⑭고달프다, 피로하다 ⑮쇠망하다 ⑯모지다(모양이 둥글지 않고 모가 나 있다) ⑰길을 가다 ⑱바르다 그리고 ⓐ울짱, 울타리(락) ⓑ즐기다(락)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길 도(塗)이다. 용례로는 버스나 기차가 정해 놓고 다니도록 되어 있는 길을 노선(路線), 거쳐 가는 길이나 과정을 노정(路程), 길바닥 또는 길 가는 도중을 노상(路上), 여관을 노실(路室), 길바닥 또는 길의 바닥 표면을 노면(路面), 여행의 비용을 노용(路用), 먼길에 지치고 시달리어 생긴 피로나 병을 노독(路毒), 길 옆이나 길의 옆을 노방(路傍), 먼 길을 가고 오고 하는데 드는 돈을 노자(路資), 내왕하는 길의 과정을 노중(路中), 길의 경로를 노차(路次), 도로나 철로의 바탕이 되는 땅바닥을 노반(路盤), 길의 양쪽 가장자리를 노변(路邊), 길의 너비를 노폭(路幅), 길이 갈리는 곳 또는 갈림길을 노기(路岐), 앞으로 나아가는 길 또는 나아갈 길을 진로(進路), 통행하는 길을 통로(通路), 사람이나 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든 길을 도로(道路), 여러 갈래로 갈린 길로 갈림길을 기로(岐路), 돌아오거나 돌아가는 길을 귀로(歸路), 여행하며 다니는 길을 여로(旅路), 도덕적으로 그릇되고 옳지 못한 길을 사로(邪路), 살아 나갈 길이나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길을 활로(活路), 갈피를 잡을수 없는 길을 미로(迷路), 배가 다니는 길 또는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하늘의 길을 항로(航路), 기차나 전차의 바퀴가 굴러가는 레일 길을 선로(線路), 물을 보내는 통로를 수로(水路), 지나가는 길이나 밟아 온 순서를 경로(經路), 좁고 험한 길 또는 일의 진행을 방해하는 장애를 애로(隘路), 길가에서 사람을 협박하여 재물 따위를 빼앗는 짓을 이르는 말을 노상강도(路上强盜), 백성이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는다는 뜻으로 나라가 평화롭고 모든 백성이 매우 정직한 모양을 이르는 말을 노불습유(路不拾遺), 길 가의 버들과 담 밑의 꽃은 누구든지 쉽게 만지고 꺾을 수 있다는 뜻으로 기생을 의미하여 일컫는 말을 노류장화(路柳墻花), 경쾌한 수레를 타고 익숙한 길을 간다는 뜻으로 일에 숙달되어 조금도 막힘이 없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경거숙로(輕車熟路), 한 길로 곧장 거침없이 나아감을 일컫는 말을 일로매진(一路邁進), 높낮이가 없이 평탄하고 넓은 길이라는 뜻으로 앞이 환히 트여 순탄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태를 이르는 말을 탄탄대로(坦坦大路), 길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뜻으로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행로지인(行路之人) 등에 쓰인다.
▶️ 亡(망할 망, 없을 무)은 ❶회의문자로 兦(망)이 본자(本字), 동자(同字)이다. 사람(人)이 망하고 도망해 와서 숨는다는 뜻이 합(合)하여 망하다를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亡자는 '망하다'나 '도망가다', '잃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亡자는 亠(돼지해머리 두)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돼지머리와는 관계가 없다. 亡자의 갑골문을 보면 칼날 부분에 획이 하나 그어져 있는데, 이것은 칼날이 부러졌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칼날이 부러졌다는 것은 적과 싸움에서 패배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亡자는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의미에서 '멸망하다'나 '도망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전쟁에서의 패배는 죽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亡자에는 '죽다'나 '잃다'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亡(망, 무)은 ①망하다, 멸망하다, 멸망시키다 ②도망하다, 달아나다 ③잃다, 없어지다 ④없애다 ⑤죽다 ⑥잊다 ⑦업신여기다, 경멸하다 ⑧죽은, 고인(故人)이 된 그리고 없을 무의 경우는 ⓐ없다(무) ⓑ가난하다(무)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이룰 성(成), 있을 유(有), 일 흥(興)이다. 용례로는 죽은 아버지를 망부(亡父), 망명해 온 사람을 망객(亡客), 아주 주책없는 사람의 낮은 말을 망골(亡骨), 패가망신할 못된 짓을 망덕(亡德), 죽은 며느리나 죽은 아내를 망부(亡婦), 망할 징조를 망조(亡兆), 죽은 뒤를 망후(亡後), 망할 조짐을 망괘(亡掛), 집안이 결딴남을 망가(亡家), 망하여 없어진 나라를 망국(亡國), 있는 것을 아주 없애 버림을 망살(亡殺), 사람의 목숨이 끊어져 죽는 때를 망종(亡終),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일을 망축(亡祝), 무례한 언동을 망상(亡狀), 죽은 사람의 혼을 망혼(亡魂), 장사葬事를 치르는 동안에 죽은 사람을 일컫는 말을 망인(亡人), 손아래 사람의 죽은 날을 망일(亡日), 죽은 아이를 망아(亡兒), 체면이나 명망을 망침을 망신(亡身), 죽은 사람의 영혼을 망령(亡靈), 자기 나라의 정치적 탄압 따위를 피하여 남의 나라로 몸을 옮김을 망명(亡命), 피하여 달아남이나 쫓기어 달아남을 도망(逃亡), 망하여 없어짐을 멸망(滅亡), 꺼져 없어짐을 소망(消亡), 잘 되어 일어남과 못 되어 없어짐을 흥망(興亡), 잃어 버림이나 망하여 없어짐을 상망(喪亡), 싸움에 져서 망함을 패망(敗亡), 쇠퇴하여 멸망함을 쇠망(衰亡), 위태로워 망하려 함을 위망(危亡), 사냥이나 주색의 즐거움에 빠짐을 황망(荒亡), 양을 잃고서 그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실패한 후에 일을 대비함 또는 이미 어떤 일을 실패한 뒤에 뉘우쳐도 소용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망양보뢰(亡羊補牢), 달아난 양을 찾다가 여러 갈래 길에 이르러 길을 잃었다는 뜻으로 학문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진리를 찾기 어려움 또는 방침이 많아 할 바를 모르게 됨을 일컫는 말을 망양지탄(亡羊之歎), 죽은 자식 나이 세기라는 뜻으로 이미 지나간 쓸데없는 일을 생각하며 애석하게 여김을 일컫는 말을 망자계치(亡子計齒), 죽을 죄를 저지른 사람이 몸을 감추어 멀리 도망함을 일컫는 말을 망명도주(亡命逃走), 물건을 얻거나 잃거나 함에 있어 그 이해를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의 말을 망극득모(亡戟得矛),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가까운 사이의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그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 어려움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순망치한(脣亡齒寒), 달아난 양을 찾다가 여러 갈래 길에 이르러 길을 잃었다는 뜻으로 학문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진리를 찾기 어려움 또는 방침이 많아 할 바를 모르게 됨을 일컫는 말을 다기망양(多岐亡羊), 책을 읽느라 양을 잃어버렸다는 뜻으로 마음이 밖에 있어 도리를 잃어버리는 것 또는 다른 일에 정신을 뺏겨 중요한 일이 소홀하게 되는 것을 이르는 말을 독서망양(讀書亡羊) 등에 쓰인다.
▶️ 羊(양 양)은 ❶상형문자로 양의 머리를 본뜬 글자이다. 양의 머리 모양을 도형화한 것이며 牛(우; 소)자와 비슷하다. 아주 옛날에 양은 신에게 바치는 희생의 짐승 중에서도 특히 존중된 것이었다. ❷상형문자로 羊자는 '양'이나 '상서롭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羊자는 양의 머리를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을 그린 것으로 구부러진 뿔이 특징되어 있다. 양과 소는 인간이 가축으로 기른 가장 최초의 동물이었다. 특히 양은 뛰어난 고기 맛과 유용한 털로 인해 상서로운 짐승으로 인식되어 제사에 쓰이는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고대의 권력자들은 양의 뿔을 상서로움이나 권력의 상징으로 삼았다. 羊자가 부수로 쓰이는 글자들이 '양'이나 '양고기', '상서로움', '권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羊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하단의 획이 생략된 형태로 결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羊(양)은 (1)면양(綿羊) (2)의지(依支)가 없이 약하다는 뜻에서 신자(信者)를 비유하는 말 (3)성질(性質)이 퍽 온순(溫純)한 사람의 비유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양(羊: 솟과의 동물) ②상서(祥瑞)롭다 ③배회(徘徊)하다 ④바라보다 ⑤자세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양의 털을 양모(羊毛), 양의 젖을 양유(羊乳), 양의 가죽을 양피(羊皮), 양털로 촉을 만든 붓을 양호(羊毫), 양의 무리를 양군(羊群), 양고기를 양육(羊肉), 양 뿔을 양각(羊角), 양가죽으로 만든 옷을 양구(羊裘), 양의 머리를 양두(羊頭), 양을 가두어 기르는 우리를 양사(羊舍), 털빛이 흰 양을 백양(白羊), 털빛이 검은 양을 흑양(黑羊), 소와 양을 우양(牛羊), 개와 양을 견양(犬羊), 양을 기름을 목양(牧羊), 양의 수컷을 저양(羝羊), 양의 암컷을 빈양(牝羊), 우리 안에 갇힌 양이란 뜻으로 자유롭지 못함을 함양(檻羊),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으로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것을 이르는 말을 양두구육(羊頭狗肉), 양의 창자처럼 구불구불 휘고 좁은 길이라는 뜻으로 대학 입시나 입사 시험 등의 합격의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양장소경(羊腸小徑), 속은 양이고 거죽은 호랑이라는 뜻으로 거죽은 훌륭하나 실속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양질호피(羊質虎皮), 양을 잃고서 그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실패한 후에 일을 대비함을 이르는 말을 망양보뢰(亡羊補牢), 달아난 양을 찾다가 여러 갈래 길에 이르러 길을 잃었다는 뜻으로 학문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진리를 찾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다기망양(多岐亡羊)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