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 약 |
◇ ‘자금융통’ ◇ 유동성 회복되면 시장 회복 가능 ◇ 유동성 회복을 보는 네 가지 시그널 ◇ 돈의 흐름 따라가면 시장이 보인다 |
‘자금융통’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표현은 매우 정확한 표현이다. 금융(金融)의 속뜻을 헤아려보면 이해가 쉽다. 금융은 자금융통(資金融通)의 줄임말이다.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과정을 통해 돈이 잘 돌도록 하는 것이 바로 금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것이 세계적으로 돈을 빌리고 갚기 힘든 상황이라는데에 수긍이 간다. 금융위기와 더불어 우려되는 경기침체 문제도 돈의 문제다. 경기(經氣) 라고 할 때 ‘기(氣)’는 돌아간다는 유량적 의미이기 때문에 결국 돈이 잘 안 돌아서 생기는 문제다. 우리는 이것을 고상하게‘유동성 위기’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 유동성 회복되면 시장 회복 가능 유동성이 회복되면 시장은 살아날 수 있다. 부동산 경기도 부동산 자산으로 돈이 흐르고, 금융기관들이 떠안고 있는 파생상품 부실도 대출자들이 이자 갚을 여력이 생겨야 한다. 금융기관끼리 서로 못 믿어 더 많은 위험보상(risk premium)을 요구하는 단기금리 상승 현상도 유동성이 공급되면 낮아진다. 정부와 연준은 물론 각국 중앙은행들이 곳간을 개방한(정부공조 통한 달러 무한공급)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유동성 회복을 보는 네 가지 시그널 그렇다면 유동성은 회복되고 있는가. 네 가지 시그널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TED 스프레드 완화 : 우리는 런던은행간 단기 대출금리(LIBOR)와 미국의 3개월 단기국채 금리와의 차이인 TED 스프레드 급락에서 힌트를 얻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달러를 무한히 공급하기로 하면서 LIBOR가 내려갔고 유럽과 미국정부의 지급보증과 부실자산매수용 유동성투입, 우선주 매입이 진행되면서 무위험 채권인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오른(채권가격 하락) 결과다. TED 스프레드는 금융기관들이 돈을 얼마나 쉽게 빌리느냐를 말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스프레드 하락은 유동성의 해빙이 진행되는 시그널로 이해해야 한다.
둘째, 미국 9월 경기선행지수 전월 대비 (+)전환 :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3~6개월 후 경기 흐름을 미리 가늠케 해주는 10개 항목에 각각 가중치를 부여해 산정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기선행지수와 주가와의 상관성 저하를 두고 논란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선행지수를 전년대비 변환하면 여전히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9월 경기선행지수 발표를 경기전환의 시발점으로 보는 것은 앞서간 전망일 수 있다(일반적으로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이 3개월 이상 (+)또는(-)를 유지할 때 경기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다고 본다). 게다가 10개 항목 중 전체 가중치의 26%를 차지하는 제조업체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주당 근무시간이 8월 이후 악화되고 있어 제조업 경기와 고용, 그리고 소비는 여전히 어려운 상태라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지난 5월부터 둔화되던 시중 유동성(M2)증가율의 (+)전환이다. 시중 유동성 항목은 경기선행지수 구성항목 중 가장 높은 가중치(36%)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9월 금융기관 파산과 정부의 대응 조치를 계기로 10개 항목 중 가장 두드러진 개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의 개선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하더라도 시중 유동성이 개선은 향후 경기방향의 가닥을 잡는데 유용하다. 유동성만 꾸준히 회복된다면 급격한 경기침체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글로벌 금리인하 공조와 유동성 증가율 : 미국 정책 당국의 유동성 공급 경로는 아직은 미국의 금융기관에 한정되고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도 시차를 두고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있다. 글로벌 금리인하 공조가 좀 더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에 투입되고 있는 자금이 과연 효과적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고, 미국 주식시장은 그 동안의 과도했던 레버리지를 낮추는 과정에 있지만 이것을 장기 유동성의 위축으로 연결 지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시중 유동성의 기준금리 대비 후행성과 각국 중앙은행들의 정책공조(단기자금지원, 금리인하)를 감안하면 유동성은 중장기 회복 트랜드에 있다고 봐야 한다.
넷째, 국내 주식형 펀드 플로우 개선 : 주식시장의 주식형펀드로의 유동성도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나쁘지 않다. 10월 이후 KOSPI가 1400포인트를 이탈하면서 국내펀드와 해외펀드의 자금유출이 감지되고는 있지만 1300포인트를 하회한 10월 중순 이후부터는 오히려 주식형펀드 플로우가 개선되고 있다. 10월 들어(10/1~10/17) 일 평균 약 300억원의 자금유출을 기록해온 해외주식형펀드도 중순 이후부터는 유출규모가 현저히 줄었고, 같은 기간 일 평균 420억원의 자금 유출을 기록했던 국내주식형의 경우 최근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펀드 대량환매 우려는 현재로서는 반대로 가는 해석이다. 굳이 문제점을 찾자면 단기자금 부동화다. 올해 들어 약세장이 지속되고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시중 자금이 MMF등 초단기 금융상품으로 몰리는 현상이다. 연초 약 47조원이던 MMF잔고는 9월말 현재 80조원에 이른다. 이러한 단기자금 부동화 현상은 2006년 KOSPI가 부진할 때에도 나타났는데 당시 원인은 주식시장 박스권 흐름과 부동산 가격 상승, 외국인 매도에 따른 수급 불안에 있었다. 부동산 상황을 제외하면 지금 상황과 그림이 다르지 않다.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단기적인 대피처로서 MMF가 각광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MMF는 대표적인 증시 주변자금으로 시황을 타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언제든 주식매수자금으로 쓰일 예수금의 성격을 지닌다. 같은 맥락에서MMF증가는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된 자금이 주식시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주가 급락과 맞물려 오랜만에 목격되는 펀드유입자금 감소, 또 이와 맞물 단기자금 부동화 현상을 저축에서 투자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부인하는 흐름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돈의 흐름 따라가면 시장이 보인다 요즘 처럼 약세장이 오래 지속되면 투자자들은 지치기 마련이다. 자산의 가치감소를 그대로 감내하며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가의 변동성이 더해지면 투자 시계(視界)는 더욱 좁아진다. 고정관념도 생긴다. 금융기관 유동성 부족과 경기침체 우려가 어느새 시황 판단의 공식이 된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은 개선되고 있다. 그것이 경기를 들어올릴 만큼이 아직 안될 뿐이다. 수치로 확인되는 실물경제의 부담이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보이지만 유동성 회복이 실물로 전이되는 데에는 물리적인 시차가 필요하다. 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디레버리지(de-leverage) 충격은 유동성으로 메워야 한다. 지금 선진국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빠르게 공급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주가 변동이 아닌 돈의 흐름을 따라가야 시장을 제대로 볼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