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 한반도 전체가마치 불덩어리를 등에 짊어진 듯 나날이 무덥습니다.
그늘에서도 조금만 움직이면 금세 땀이 범벅입니다.
그제 저녁 무렵부터 고기암과 고기압이 부딪혀 천둥이 치고 소나기가 내렸는데
더위가 한풀 꺾이기는 커녕 마치 비웃듯이 기상도를 빨갛게 칠하고 잇네요.
지난달 한국어문기자협회 주최로 방송의 호칭어와 신문의 지칭어 문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방송과 신문에서 출연자나 뉴스의 인물 이름 뒤에 직함을 붙여
호칭과 지칭을 하는 등 과도한 존칭을 사용하는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들에게 생중계되는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국회의원들끼리
“다음은 존경하는 ○○당 홍길동 의원님께서 질의하시겠습니다.”,
“네, ○○당 홍길동 의원입니다. 본 의원은 질의에 앞서….”처럼 호칭하는 것은
시청자를 의식하지 않은 말이라고 하면서
“다음은 ○○당 홍길동님 순서입니다. 질의하시죠.”,
“네, ○○당 홍길동입니다. 저는 질의에 앞서...”처럼 말하는 것이
시청자를 의식한 호칭어 사용이라고 하였습니다.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자기들끼리 존중하는 데 신경을 쓰고 아예 관습이 되었습니다.
또한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끼리 ‘대선배님께서’ 등의 과도한 존칭을 사용하거나
반대로 어린이를 ‘꼬마’, ‘개구쟁이’ 등으로 부르는 것도
방송에서 적합하지 않은 호칭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종편을 비롯한 채널이 늘어난 관계로 프로그램마다 형님과 선생님이 넘쳐납니다.
한편 신문에서는 현재 외국인과 연예인, 운동선수에게는 이름 뒤에 ‘씨’를 붙이지 않는 반면
일반인들에게는 ‘씨’를 붙이고,
직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씨’ 대신에 직함을 붙이고 있는데,
이는 차별이라고 하면서
누구에게나 이름 뒤에 ‘씨’를 붙이는 것으로 지칭어를 통일하자는 안이 제시되었습니다.
즉 ‘씨’는 사전적인 의미로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이르는’ 존칭이므로
모든 사람의 이름 뒤에 ‘씨’를 붙이는 것이 언어 민주주의의 흐름에 부합한다면서
‘홍길동 회장은’, ‘홍길동 의원은’, ‘홍길동 교수는’ 등을
‘회장 홍길동 씨는’, ‘국회의원 홍길동 씨는’, ‘교수 홍길동 씨는’ 등으로 통일하여 지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그러나 옳은 말이라고 해서 언중이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이 언짢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신의 태도를 좌우하게 된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각하'와 영부인, 영식'으로 불렸던 대통령 일가에 대한 호칭도 확 달라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누구 하나 재인씨라고 감히 부르지 못합니다.
대신 '우리 이니'라고 하는 어정쩡한 호칭으로 친근함을 나타내는 것이지요.
며칠 전에는 '호프집 나들이'에서 '포장마차 나들이'에서 만난 '화니'를 만난 게
조작된 연출이 아니고, 우연이라고 강조하는 청와대홍보팀의 각본이 비아냥거리가 되었습니다.
뭐든지 지나치면 우스워집니다.
호칭도 그러할 뿐이니, 그저 공경하고 배려하는 마음만 있다면 뭐 호칭이 그리 대단하다고...
그래도 문단에서는 지칭어로 '아호'를 사용하려고 노력하나 봅니다.
이참에 모두가 아호 하나 쯤 가져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