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MIT의 과학기술 전문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2017을 장식할 10대 혁신 기술로 ‘실용적 양자 컴퓨터’를 포함시킨 바 있다. 그동안 개발 중이던 양자컴퓨터가 올해부터 현실에 적용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란 양자역학 원리에 따라 작동되는 미래형 첨단 컴퓨터를 말한다. 과학자들은 양자컴퓨터가 양자역학적 특징을 살려 병렬처리가 가능해지면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능력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캐나다에서 양자컴퓨터를 대상으로 실용화를 위한 초기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9일 ‘사이언스’ 지는 캐나다 기업인 ‘디웨이브 시스템(D-Wave Systems)’에서 양자컴퓨터 실용화를 위해 그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상에 있는 나무 패턴 일일이 인지
디웨이브 시스템은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한 기업이다. 현재 최신 모델인 ‘D-Wave 2X’에 복잡한 구조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강, 들판 등 지상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의 패턴을 인식시키고 있는 중이다.
디웨이브 시스템에서 개발한 최신 양자컴퓨터 모델인 ‘D-Wave 2X’이 위성 사진을 보고 지상에 있는 나무를 식별해내고 있다. 사진 윗 부분은 NASA 인공위성 영상. 아랫 부분은 ‘D-Wave 2X’가 인지한 나무들 영상. ⓒ E. Boyda
기존의 컴퓨터도 나무 패턴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나무의 수가 워낙 많아 나무 하나하나를 정확히 인식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 양적인 문제를 양자컴퓨터가 해결하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놀라운 연산 능력으로 어려운 작업을 수행해내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이진법(binary bit)을 사용하는 기존 컴퓨터와는 달리 큐비트(qubit : quantum bit)를 사용하고 있다. 이진법은 0과 1의 오직 두 숫자만 사용하는 계산법이다. 10 대신 2를 기본단위로 해 0+1이 되면 10으로 올라간다.
반면 큐비트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따라서 00, 01, 10, 11 등 4가지 상태를 기본 단위로 하고 있다. 그런 만큼 2개의 큐비트라면 4가지 상태(00, 01, 10, 11)를 중첩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또 n개의 큐비트라면 2의 n제곱만큼 중첩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연산을 해나갈 경우 이진법과 비교가 안될 만큼 빠르게 일을 처리해나갈 수 있다. 큐비트가 512개라면 2의 512제곱 배 빠른 속도로 연산이 가능하다.
그동안 큐비트 프로그래밍을 가로막는 난제는 연산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컴퓨터 상에 투시된 영상들로부터 주어진 장면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추출해내는 컴퓨터 시각(computer vision) 기술이 미비해 양자컴퓨터를 가동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양자컴퓨터 ‘D-Wave 2X’ 모델을 통해 그동안 못했던 일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이 일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세인트 메리 대의 물리학자 에드워드 보이다(Edward Boyda) 교수 연구팀이다.
기후패턴 분석해 6개월 전 예측 가능해
이들은 ‘D-Wave 2X’를 통해 NASA(미 항공우주국)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촬영한 수백 장의 지구 사진들을 분석하고 있다. 이 양자컴퓨터는 1152 큐비트의 연산 능력을 지니고 있다. 연구자들은 컴퓨터에 지상에 있는 나무들을 식별토록 요구하고 있다.
‘D-Wave 2X’는 색상과 채도, 입사광과 반사광의 에너지 비율의 값인 LRV(Light Reflectance Value) 등 수 십 가지 나무의 특징들을 도로와 빌딩, 강과 평야 등 다른 특징들로부터 구분해 식별해내고 있는 중이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NASA 소속의 지구과학자 라마크리슈나 네마니(Ramakrishna Nemani) 박사는 “이 일이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나무 중에는 높이 자란 나무도 있지만 어린 나무도 있고 또한 빌딩 등과 섞여 있어 식별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계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을 받은 ‘D-Wave 2X’는 미 캘리포니아 밀 밸리(Mill Valley)에 자라는 나무들을 90% 정확하게 분석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컴퓨터 능력과 비교해볼 때 약간 높은 비율이다.
그러나 ‘D-Wave 2X’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양자컴퓨터 역시 이미지를 분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해낼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된 논문은 미국의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됐다. 네마니 연구원은 “양자컴퓨터의 이런 능력을 다른 곳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기예보를 예로 들었다.
그동안 기상 관계자들은 정확한 기상예측을 위해 어마어마한 크기의 슈퍼컴퓨터를 가동시켜 왔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경우 인공위성 영상을 이용해 지역별 기상상태를 정확히 분석해내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런 능력을 활용할 경우 매일, 혹은 주·월·연도별로 지구 기상 상태가 어떻게 변화해가고 있는지 새로운 패턴을 추적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일기예보 현장에 양자컴퓨터가 투입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문제는 속도(speed)다. 사우스 캘리포니아대의 컴퓨터 과학자 이테이 헨(Itay Hen) 교수는 “양자컴퓨터가 기존의 슈퍼컴퓨터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D-Wave 2X’ 사례에서 보듯 양자컴퓨터 실용화가 빨라지고 있는 양상이다.
[양자컴퓨터]
양자역학의 중첩현상(superposition)과 얽힘 현상(entanglement)을 활용한 컴퓨터를 말한다. 디지털컴퓨터에서 정보의 기본단위인 비트의 상태는 0 아니면 1인데 비해서, 큐비트(qubit) 또는 양자비트라고도 불리는 양자정보의 기본 단위인 비트의 상태는 중첩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0과 1, 2개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2개의 큐비트는 4개의 상태 00, 01, 10, 11을 동시에 공유하는데 이는 얽힘 현상 때문이다. 3큐비트가 얽힐 때는 8개, 4큐비트는 16개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다. 이와 같이 양자컴퓨터는 동시에 여러 개의 상태에 있을 수 있고, 동시에 모든 상태에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컴퓨터와는 달리 1개의 처리장치로 동시에 수많은 계산을 별도로 할 수 있다. 덴마크의 닐스 보어와 아인슈타인 간의 논쟁으로도 유명했던 양자역학의 원리를 응용한 양자컴퓨터는 1985년 옥스퍼드 대학의 데이비드 도이치가 처음으로 개념을 정립하였다. 1994년 미국의 벨 연구소가 양자알고리즘을 발표하면서부터 컴퓨터 과학자들이 양자역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1998년 미국에서는 마취제로 쓰이는 클로로포름 분자를 사용해 최초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초보적인 양자계산에 성공하였다. 1999년 일본에서도 양자컴퓨터의 고체회로 소자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과학자들은 2020년경에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첫댓글 과학은 날로 발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