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 내가 확인한 것만해도, 벌써 4번째 비가 내리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했다.
어제 역시 하루종일 내가 확인한 것만 해도 네다섯번 정도 비가 내리가 그쳤다를 반복했으니,
아마도 몇차례 더 내리다 그쳤다를 반복했을 것같다.
물론 장마비처럼 그런 비가 아니고, 이슬비 같은 비가 내리다, 말다 제 멋대로다.
그리고 바람이 아주 많이 분다.
이 나라는 때때로 아주 강력한 바람이 불기도 하는데...
집이 바람에 뜯겨 날아가는걸 본적은 없어도...
아마도 집조차 뜯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만큼 세찬 바람이 불곤 한다.
오늘은 6월 9일인데, "여름과 겨울밖에 없는" 대구에서만 살았던 나로서는
상상도 할수없는 엄청나게 찬 날씨다.
사실 여기는 대구보다는 좀더 남쪽이니까, 좀더 따뜻해야,
내 기후 상식에 맞는것인데...
날씨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긴팔 긴바지가 아니라, 웃도리가 필요한...
그러다가 갑자기 30도가 훨씬 넘는 폭염이 쏟아지기도 하구...
낯선 기후를 매일 같이 보다 보니...
"내가 외국에 있는건 확실하구나..." 싶기도 하다.
어찌 보면 이 나라가 좀 불쌍하기도 하다.
한국에서, 뉴스시간에 아나운서가...
"아... 지금 남쪽 해상에서 강력한 태풍이 북상중에 있습니다.
현재 속도로 볼때 적어도 2 - 3일 후에는 남해안에 상륙할거 같습니다.
많은 피해가 예상되니, 태풍대비에 만전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어쩌구 하다가...
다음날...
"아. 다행스러운 소식입니다.
그 태풍이 남해안쪽으로 빠르게 북상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우리나라를 비켜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뉴스가 나왔다 치면...
그 태풍은 틀림없이 일본을 정통으로 관통한다.
물론 우리가 예상한 엄청난 피해를 고스란히 일본에다 갖다주면서...
그 뿐인가, 우리나라쪽 방향이 아니라도, 일본은 태풍이 많이 온다.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길게 생겼지만,
이 나라는 동서로 길게 생겼으니, 더욱 그러하다.
그것 뿐이 아니다...
지진도 자주 발생한다.
가끔이지만, 몸으로 느낄만큼 지진이 발생하곤 한다.
물론 때때로, 아주 큰 지진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구...
아마 그러함에도 이 나라 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좋아할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를 좋아하듯...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그러하듯...
우리 엄마 역시 당신의 아들을 발끝 부터 머리끝까지 모두다 사랑하신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드랬다.
내가 피아노로 조지 윙스턴이나, 베토벤을 어설프게 치면...
내 친구들은...
"누가 늘어난 테입 틀어논 줄 알았더만 너였냐!"
그러지만...
울 엄마는...
"야. 난 쇼팽이 왔다 간줄 알았다..."
이러신다.
그런 울 엄마가...
하루는 샤워를 막 하고 나온 날 보고는...
"어휴... 야. 너 배가 장난이 아니네...
무슨 조치를 치해야 겠다...."
내 친구들은 이런 날 보고...
"야 이제 7개월이네...
예정일은 언제냐?"
혹은...
"야 요즘 굴러다니는데... 걸리적 거리는건 없냐?"
이렇게 이야기한다.
(-_-;; 죽일놈들...)
실제로 내가 봐도, 내 배가 장난이 아니다.
배만 장난이 아닌건 아니다...
정말 정말 내 "살"은 무지막지한 놈들이다.
아마 어떤 "암"들 보다도, 훨씬 더 암적인 존재들인데...
그 무시무시한 생명력과, 가공할만한 번식력을 보면...
가히 암보다도 더한 암적인 놈들이란 사실을 알게된다.
난 진짜로 억울한것이...
난 나름대로 소식을 한다.
성인 남자의 일반적인 식사량의 2/3를 넘게 먹지를 않는다.
게다가 그것도 두끼만 먹는다.
간식?
절대 안 먹는다.
그저... 하루에 한두잔 커피를 마실뿐...
그러함에도 살은 조금씩 찐다.
친구들이나 사람들 만날일이 있어서...
조금만 과식했다 치면...
보름만에 3kg씩 찌곤 한다.
내 식사량은 울 엄마가 놀랐을 정도다.
10년만에 3개월째 같이 식사하고 있는 내 엄마가
"너 그거 먹고 사니?"
할 정도니...
그 나마 조금 위안을 삼는건...
개인적으로 난 내가 조금 "진화"된 인간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정말 정말 조금 먹고도 잘 산다.
자동차 같으면 1L에 30KM쯤 달리는 연비좋은 차로 비교할수 있을듯...
아마 사람들이 전부 나처럼만 먹고 살면...
인류의 식량난은 깨끗이 사라질것이다.
근데...
이런 위안은... 정말이지 아무 도움이 안된다.
난 "날씬하다."는 소리를 한번 들어보는게 소원이다...
(쫄티도 한번 입어보고 싶구, 옷장의 옷들을 더이상 버리기도 싫다...
ㅜ.ㅜ)
김구 선생님은...
"내 첫번째 소원은 대한 독립이요.
두번째 소원도 오직 대한 독립이요.
세번째 소원도 완전한 대한독립이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내 소원은 어찌나 소박한지...
-_-;;
이 암적인 놈들이...
나를 스모 선수로 만들어 버리기 전에 무슨 조치를 취해야했다.
난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스포츠 센터를 찾았다.
찢어져버리더라도 가야만 했다...
여긴 생각보다 스포츠 센터가 싸다.
월 요금이 1만엔 전후니까...
이용 시간대별로 여러가지가 있는데, 5천원대도 있다.
그러면 에어로빅, 헬스머신, 수영, 스쿼시등... 전부다 이용할수가 있다.
가격에 비해서, 시설도 아주 훌륭한 편이고,
직원들도 더 없이 상냥하고 친절하다.(일본인들은 주로 그러하지만...)
가입할때 조금 의아했던 부분은...
집 월세 계약할때도, 주차장 계약을 할때도 마찬가지지만,
각종 수수료가 많다.
난 월 회비가, 6천엔 가량(학생 할인을 받았다.) 되는데, 회원카드 발급비가 5천엔이 넘고, 다시 입회비를 따로 받는다.
그리고 두달치 월회비를 한꺼번에 내야한다.
그러니까 최초의 비용은 제법 드는 셈이다.
조그만 신용카드처럼 생긴 회원카드 발급비가 5천엔이 넘는다는 건...
정말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매일 매일 스포츠 센터에 간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십분정도,
러닝머신에서 4 ~ 5km 정도를 달리고는 다시 수영장으로 가서 30분정도 자유형을 한다.
그러고는 사우나를 하고 나오는데...
대략 두시간정도 걸리는 셈이다.
이 정도 운동을 매일해야...
그 나마 그 암적인 놈들이 번식하는것을 막을수가 있다.
정말 대단한 놈들이 아닐수 없다.
한국에서도 스포츠센터를 이용하곤 했으니...
조금 다른점을 관찰해봤는데...
일단 한번 회원이 되면... 수영과 짐, 스쿼시를 전부 이용할수있다는점과,
매일 매일 다른 커리큘럼의 에어로빅, 아쿠아 에어로빅, 기구 에어로빅,
복싱 에어로빅등등을 편하게 이용할수있다.
한국은 따로 따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은거 같다.
사교 춤, 태권도, 나이트 춤, 요가 같은 커리큘럼도 있는데,
이런 약간 특별해 보이는건 유료다.
그리고, 에어로빅홀의 젊거나, 그렇지 않은 여자들의 옷차림은
한국이나 여기나 마찬가지로 상당히 야하다.
피트니스 웨어가 다소 그런건 알지만...
거의 반라로 이리 저리 뛰어다닌다.
그걸 보면서 달리기를 하는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지만...
"왜 불편하게 많이 노출된 옷을 입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수영장에 비키니 차림의 여자도 자주 자주 보인다.
한국은 실내수영장에 비키니의 입장을 금하는 경우가 많은걸로 알고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한번도 본적이 없으니...
그리고 또!
사우나에서 매일 매일 샤워를 하면서, 관찰해본 결과인데,
일반 목욕탕 처럼 여기도 여자 직원이 탈의실과 사우나 안을 정리하곤 하는데...
여전히 여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덜렁덜렁거리면서, 가리지도 않는데...
(여기 사우나 담당 여자직원은 할머니 같은 아줌마다. 아니, 할머니라 불려도 전혀 기분나빠하지 않을듯...)
약간 특이할점은...
여직원이 들어오든 말든...
꽤 많은 남자들이 작은 수건으로 음부를 가리고 다닌다.
한국같으면, 목욕탕의 수많은 사람들중 의식적으로 수건으로 사타구니를 가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
있어도, 수술을 통해 이상한 짓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반적으로는 많이 가리고 다니지 않는데...
여기 일본 남자들은... 그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의식적으로 꽤나 열심히 가리고 다니는 사람이, 열에 서넛은 되는거 같다.
무슨 차이가 있겠냐만은...
조금은 다른점이다.
(나름대로 한 두달 가까이 매일같이 열심히 관찰한 결과다...전혀 성과는 없지만...)
운동을 매일같이 다소 열심히 두시간씩 하니까...
외국생활의 쓸쓸함도 조금은 덜어지는거같구...
일단 밤에 잠이 잘와서 좋다.
사실 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지내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더구나 이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일본에서는...
난 이 나라에 부모님이 계시기에 다른 유학생보다는 훨씬 좋은 환경이지만...
어쨌거나, 문득 문득 한국의 친구들이 생각나고,
자주 자주 쓸쓸함이 느껴지는건 어쩔수 없다...
그 나마 운동때문에 조금은 외로움을 달랠수 있는것 같다.
일단 덜 심심하니까...
카페 게시글
일상적인 ♬
여기는 일본!!! (다섯번째)
뫼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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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0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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