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백일흔다섯 번째
고맙고 사랑합니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 봄에서 여름 지나 가을까지 / 그 여러 날을 비바람 땡볕으로 익어 온 쌀인데 /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 버리면 /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
목사이자 시인인 이현주의 <밥 먹는 자식에게>라는 시입니다. 세상도 밥을 먹듯이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키듯 살아야 한다고 옆구리를 찌르는 것 같습니다. 살살 찌르는 그 손끝이 매우 매섭게 느껴집니다. 군대에서 빨리 먹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었기에 빨리 먹는 게 상책이었듯이 우리는 주변을 살펴볼 새도 없이 너무도 빠른 속도로 세상을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이 많은가 봅니다. 자존감은커녕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리둥절할 따름입니다. 그러니 무엇이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지도 모르고 엉겁결에 여기까지 온 것이지요. 실은 감사하기는커녕 고생고생해서 이만큼 살아왔다고 가족들을 포함해 신세진 사람들은 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며 배를 내밀고 살아왔지요. 그러니 이현주 목사 말대로라면 내가 살아온 삶은 사람의 삶이 아닌 것입니다. 낳으시고 기르신 은혜에도 제대로 고마워할 줄 몰랐고, 스승은 물론 곁에서 지켜주었던 친구들에게도 고마워할 줄 모르고 살아왔던 것입니다. 격식을 갖추어 밥상 하나에 차려 내는 음식으로 보통은 7첩 반상을 얘기하고 조금 많은 12첩 반상은 궁중에서만 차렸답니다. 통치자로서 국익보다는 사욕을 우선해 탐욕스러운 통치자라는 평판을 받은 서태후西太后의 밥상에는 한 끼에 99첩의 요리가 올랐음에도 고마워할 줄 모르고 살았으니 그녀를 보고 자위할까요? 긴 세월을 짧게 보낸 지금에서야 고개 숙이고 뜨거운 가슴으로 모두에게 고마워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