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따라간 꽃구경
사월 초순 금요일은 문우들과 트레킹을 나서는 날이다. 지난달은 빗속에 밀양 초동 신호지와 부북 위양지를 다녀오면서 복사꽃이 필 때 가자고 정한 날이었다. 복사꽃은 경북 일대 영천이나 영덕이 알려졌고 대학 캠퍼스가 밀집한 경산 반곡지 부근도 좋다. 거기까지 가기는 동선이 멀어 함안 칠북으로 가 복사꽃을 구경하고 남지 유채꽃을 둘러보며 개비리길을 걸으려는 여정을 정했다.
반송시장에서 김밥을 마련해 집 근처에서 출발한 차에 동승했다. 시내를 벗어나기 전 팔룡동에서 완전체가 되어 길을 나섰다. 천주암 아래 굴현터널을 지난 동전 교차로에서 내곡 택지 개발 예정지를 거쳐 아산고개를 넘었다. 아산의 ‘아’는 입안의 어금니처럼 아주 깊숙한 산골이라 ‘어금니 아(牙)’를 붙인 마을로 강변과 멀지 않지만 칠북에는 벼농사를 짓는 논이 전혀 없는 곳이다.
산기슭 비탈을 과수원으로 개간해 단감과 포도를 재배했고 일부는 복숭아나무도 가꾸었다. 차창 밖에 드러난 복사꽃은 거의 저물어가는 즈음이었다. 올해는 벚꽃이나 진달래 개화가 빨랐듯이 복사꽃도 일찍 피어 끝물 모습을 보였다. 칠북면 소재지에서 이령을 거쳐 강변인 덕남마을로 가서 산언덕을 개간해 과수원으로 만든 복사꽃을 안내했더니 일행들은 모두 감탄을 자아냈다.
창녕함안보와 하중도 밀포섬을 바라본 뒤 남지를 항해 1040지방도를 따라 옛 남지철교 곁 다리를 지나 유채단지가 끝난 용산 양수장 근처로 갔다. 남지 강둑 너머 광활한 둔치는 유채꽃이 절정을 향해 가는 때로 이번 주말부터 공식 축제가 시작된다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었다. 진해 군항제도 그랬듯이 코로나로 열리지 못한 꽃 축제가 4년 만에 상춘객을 맞을 기대감에 부풀었다.
둔치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쉼터에서 다과를 들면서 하루를 보낼 시간을 분배했다. 아침나절은 먼저 개비리길을 걷고 오후에 유채꽃 단지를 구경하기로 했다. 개비리길 들머리는 외지에서 온 탐방객들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우리는 능수매화가 저문 산책로를 따라 개비리길로 들어 유장하게 흘러오는 강물을 바라보면서 벼랑으로 난 탐방로를 따라 걸었다.
지피식물로 자라는 마삭줄과 수령이 오래된 참나무 숲을 지나 영아지마을에서 산언덕을 올라 박진이 바라보이는 정자에서 가져간 김밥으로 점심을 때웠다. 이후 산등선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전투 중 죽은 말을 묻어 마분산으로 불리는 산봉우리를 넘어갔다. 마분산을 넘어가던 그 길섶에서 일행은 모두 처음 본 야생화 두메대극을 만난 성과도 거두었다.
남강이 흘러와 샛강이 되어 낙동강에 합류한 지점 전망대에 올라 두물머리 풍광을 바라본 뒤 주차장에 둔 차를 유채꽃 단지 근처로 옮겼다. 제주도 유채꽃이야 유명세를 타지만 남지도 그에 뒤지지 않았다. 공식 축제 기간은 아니라도 외지에서 찾아온 상춘객들은 하나같이 흐뭇한 표정이었다. 드넓은 둔치 노란 유채꽃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는데 탐방 중 곳곳에서 사진을 남겼다.
유채꽃을 둘러본 뒤 춘분이 지난 절기인지라 아직 해는 제법 남은 때였다. 일행들은 내가 몇 차례 들러 알고 있는 남지 읍내 민물횟집을 찾아가 향어회를 시켜 식도락을 즐겼다. 횟집 뜰에는 오월에 피는 모란이 철을 당겨 피어 있었다. 횟집을 나와 낙동강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 칠서 계내에서 용성마을로 가서 봉분에 보라색 조개나물꽃이 피어난 주세붕 선생 묘역을 둘러봤다.
묘역 앞 연밭은 연잎이 펼쳐 자라 눈길을 끌었다. 이후 강변 지방도를 따라 창녕함안보를 거쳐 북면 내산의 커피랜드를 찾아갔다. 수령이 오랜 벚나무는 꽃이 저물어도 넓은 뜰에는 기화요초가 가득했다. 시내와 거리가 다소 떨어져 접근성이 멀긴 해도 차를 마시면서 자연과 풍광을 감상하기 좋았다. 전망이 탁 트인 곳에서 쌍화차 향기를 맡고 나와 시내로 들어오니 해가 저물었다. 23.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