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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대공전
나의 수행을 담당하는 4명의 러우 중 코디바디는 우주천문학 분야의 대가로 소문나 있었다. 코디바디 러우와의 대화를 통해 우주의 다양한 현상에 대하여 심오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우주라는 현상은 땅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현상이 아니었고, 다중공간과 다차원의 현상으로 이루어진 우주를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몇 가지만으로 그것이 그것이라고 결론짓기란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우주여행을 하는 동안 거쳐 가는 우주정거장 44개는 반드시 순서대로 경유하지는 않았다. 우주정거장에 매겨진 번호는 찾아갈 순서가 아니라 지정된 순서였다.
그래서 1번 우주정거장이 가장 가까운 위치가 아니라 지구와 샤르별의 중간쯤 거리의 우주공간에 위치하고 있었다. 곧 1번 우주정거장은 샤르별로 향하는 중간쯤의 우주길목에 위치하고 있었다.
1번 우주정거장은 적운대라 부르는 우주공간이었다.
적운대 우주공간에는 붉은 기운이 구름의 현상처럼 길게 뻗어 있었고, 그 길이만 12광년에 이르렀다. 멀리서 관찰하면 마치 붉은색의 긴 리본이 우주공간에서 펄럭이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적운대는 샤르별의 우주정복자들이 가장 먼저 지정한 우주정거장으로, 어떤 세상을 여행하더라도 반드시 들렀다 떠나는 우주공간이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적운대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샤르별의 인류들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우주현상이기도 했다.
적운대는 12광년에 이르는 우주 대공간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대공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우주공간을 회전하고 있다고 했다.
즉 적운대는 일정한 궤도를 형성하며 우주공간을 회전하고 있었고, 적운대가 회전하는 중심축은 루스즈키 대광성이었다. 루스즈키 대광성의 밝기는 지구 태양의 100만 배에 이르고, 그 밝은 빛이 적운대에 작용하여 특별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에너지 현상이 적운대에서 발생하는데 여기저기서 불규칙하게 크고 작은 섬광들이 발생하며 번갯불 같기도 하고 폭발하는 현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적운대는 그 루스즈키 대광성을 축으로 하여 지구시간 42억 년 주기로 회전하고 있다고 했다.
적운대의 움직임을 샤르별에서 관찰하고 있는 이유는 우주공전의 이치를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적운대 공간에서 나를 수행할 담당 러우는 코디바디였다.
특별한 우주공간에 도착할 때는 반드시 나의 수행을 담당할 러우가 정해졌고, 수행을 맡은 러우는 그 우주공간에서 발생하는 특별한 현상들에 대하여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의무를 지고 있었다.
내가 특별한 인물이어서 우주의 각성자 러우들이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정신적으로 어리고 철부지인 나를 잘 어루만지고 보살펴서 우주여행을 무사하게 마치기 위한 보호양육 차원의 수행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나는 우주의 다차원적인 난해한 현상들을 정신적이거나 철학적인 면에서 잘 소화해 내며 무난한 우주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코디바디는 우주천문학의 대가요, 우주의 구성과 우주의 3계와 우주의 다차원적인 현상 등에 대하여 심오한 철학과 지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코디바디의 수행은 20여 차례 진행됐었고 다른 러우들도 비슷한 횟수로 나를 담당해서 수행을 맡아 주었다.
초시를 제외한 4명의 러우 중 코디바디가 가장 광범위하고 심오한 우주천문학의 정보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중요한 대답은 코디바디를 통해 듣는 편이었다.
코디바디에게 우주에 대하여 질문하면 대답하지 못하는 분야가 없었다.
"우주는 대공전한다."
코디바디가 적운대 공간에 도착하여 나를 지도하기 위해 입을 뗀 첫마디였다.
"우주의 대공전이라면... 거대한 우주공간이 통째로 무언가를 중심으로 회전한다는 뜻인가요?"
“그렇다. 우주의 구성은 무엇도 제자리에 고정된 모습이 없다. 쉬지않고 움직이고 회전하고 변화하면서 진화를 이루어간다.”
"우주의 모든 구성들이 공전과 변화와 진화를 거듭한다면, 하늘에 떠 있는 별과 천체와 은하계가 그러한 이치에 따른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 우주와 우주의 모든 구성은 단 일순간이라도 똑같은 모습으로 정지하지 않으며, 공전과 진화를 거듭한다."
"총길이 12광년에 달하는 적운대의 공전주기가 지구시간으로 42억년이라고 하셨던가요?"
"그렇다. 우주의 대성단들은 10억 년 이상의 주기로 공전하며 100억년 이상의 대주기로 공전하는 대성단도 존재한다."
"대성단이란 의미가 무엇이나요?"
“지구 인류들이 은하수라고 부르는 천체나 성단의 큰 집단을 대성단이라고 한다. 때로는 천체들의 집단이 아닌 적운대처럼 특수 에너지현상의 큰 집단을 대성단이라고 부를 때도 있다."
"우주 대공전이란 대성단이나 천체들의 주기적 공전현상을 종합적으로 일컬음인가요?”
“그런 의미도 포함되고 우주공간 스스로가 주기적으로 대공전을 한다. 우주는 이질적 영역이 다차원 현상으로 교차되고 있으며, 이처럼 다차원 영역으로 교차되고 있는 이질적 우주공간은 상호 역학적 관계에 의해서 대공전을 거듭하고 진화를 거듭하면서 날마다 새롭게 변신한다.”
"우주 대공전의 주기는 얼마나 걸리나요?"
지상에 4계절이 존재하듯 우주도 계절의 변화를 가진다. 계절이 바뀐다는 뜻은 순환적 공간변화를 의미하고 공간변화는 공간이동을 의미한다. 즉 무언가의 에너지 축을 중심으로 위치의 변화가 일어날 때 천체의 계절 변화가 발생한다는 뜻이지. 그래서 우주가 4계절의 변화를 가진다는 뜻은 규칙적인 순환과 이동을 가진다는 의미다."
"우주의 4계절은 반복된다는 의미군요?"
“그렇다 우주의 계절은 반복한다."
"지구의 계절은 태양을 중심축으로 회전하면서 공전의 위치에 따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우주가 공전하면서 축으로 하는 에너지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광천홀이다."
"광천홀이라구요?"
"우주의 모든 에너지가 집결되고 새로운 에너지가 끝없이 생성되고 분출되는 공간이다. 지상에 태양빛이 골고루 비추듯 우주공간에 가득한 우주에너지 현상이 광천홀에서 생성되는 에너지의 작용 때문이다.”"우주의 계절에는 어떤 현상들이 나타나는가요?"
“에너지의 변화가 나타난다. 지상의 계절은 겨울에 춥고 봄이 되면 따뜻하여 만물이 소생하듯, 우주는 계절에 따라 기운이 바뀐다. 계절에 따라 기운이 성하기도 하고 멸하기도 하는 것이 우주의 4계이며, 지금은 가을의 때라 선천세상을 갈무리하는 시기이니 하늘과 땅이 분주하니라."
"땅에서 가을은 논밭에 심은 곡식을 추수하고 수확하는데 우주의 가을에는 무엇을 추수하고 수확하지요?"
"영혼을 추수하고 갈무리한다. 선택받은 영혼을 갈무리하여 후천세상을 준비하고 선택받지 못한 영혼을 구분하여 재생의 땅으로 보내진다."
"선택받은 영혼들이 후천세상에서 준비할 내용이 무엇이며, 선택받지 못한 영혼들을 재생의 땅으로 보내야 하는 이치가 무엇인가요?"
"후천세상은 선천세상처럼 눈물과 탄식과 고난의 한숨이 사라져야 한다. 선천세상에서는 하늘과 땅과 인간세상의 질서가 어긋났으니, 후천세상에서는 하늘과 땅과 인간세상의 잘못이 바르게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하늘과 땅과 인간세상의 잘못을 바로잡아 눈물과 탄식과 고난의 한숨이 사라진 세상을 새롭게 창조하기 위해서 선택받은 영혼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곧 선택받은 영혼들은 후천세상의 백성이요 통치자요. 영원한 왕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반면에 선택받지 못한 영혼들은 재생의 땅으로 쫓겨나 부활의 고난을 달게 받아야 할 것이다."
"악한 영혼들은 지옥 불에 던져지지 않나요?"
"지옥은 없다. 하늘은 악한 영혼이라고 지옥 불에 던지지 않고 재생의 땅으로 쫓겨나게 한 후 부활의 영혼으로 거듭나게 하여 후천세상의 백성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하늘의 이치다."
"착하게 살아가는 영혼들은 천당에 가고 악하게 살아가는 영혼들은 지옥에 간다는 말은 잘못된 설명인가요?"
“인간의 부모들도 자식이 잘못한다고 하여 뜨거운 불구덩이를 만들어 던지지 않을 것이다. 하늘은 인간의 부모보다 못하지 않으니 악한 영혼이라도 버리지 않고 재생케 하여 부활의 영혼으로 거듭나게 한다."
이런 대화를 나누던 코디바디 러우는 전자책 화면을 펼치며 나에게 다가오라고 지시했다. 전자책 화면은 가상공간처럼 눈앞에 나타나 4차원 생영상 화면이 펼쳐지고, 가상공간에 나타난 생영상 화면은 실제현상과 달라 보이지 않았다.
가상공간의 화면은 가상현실처럼 살아 있는 모습으로 눈앞에서 펼쳐지며, 화면 속에 나타난 물질을 손으로 직접 만져볼 수도 있고, 냄새와 향기를 맡을 수도 있으며, 화면 속의 인물들과 실제처럼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코디바디가 펼친 전자책의 가상공간 화면에 한 인물이 등장했다. 키는 190cm 정도 되어 보이고 풍채가 좋았으며 신비한 기운이 온몸에 감도는 인물이었다.
그 인물의 주변에 신선의 복장을 한 수행원들이 따르고, 수행원들은 그에게 성군이라고 칭했다.
코디바디는 성군이라고 하는 인물이 단군이라고 했다.
단군은 신하들로 보이는 수행원들을 이끌고 넓은 궁궐의 뜰 안에서 봄날의 꽃구경을 하는 중이었다. 지금부터 수천 년 전에 촬영한 내용을 전자책에 저장한 자료들이라고 하는데, 그 화면을 보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수천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그 당시의 세상을 직접 체험하는 현상과 다르지 않았다.
가상화면에 나타난 봄 뜰의 꽃송이마다 향기가 풍겨 나고 산들산들부는 봄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갈 때 상큼한 봄 내음이 잔뜩 풍겨 나오고 있었다.
단군이 입고 있는 황금색 신선복을 손으로 만져보니 비단처럼 부드러웠고, 수행원들이 입고 있는 하얀색의 신선복에서는 그윽한 향기가 물씬물씬 풍겨 나오고 있었다.
전자책의 가상공간에 등장한 단군이지만 실제 모습을 대하는 듯 신비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고, 코디바디가 단군에게 말을 시켜보라고 했다. 코디바디가 시키는 대로 단군에게 말을 건네자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받아 주었다.
“당신이 저희 나라의 건국의 시조이신 단군이 맞으신가요?"
"그렇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바로 너희가 살고 있는 나라의 건국시조요, 너희 민족의 뿌리요. 너희 혈통의 근원이다."
"당신이 살았던 시대가 언제인가요?"
“4천 년 전에 태어나 네 민족의 나라를 세웠고 지금까지 나의 육신은 숨이 멈추지 않았으며 멀리까지 세력을 떨쳤던 나의 나라를 주유하며 내가 뿌린 나의 씨앗들을 갈무리하는 재미로 살아가니라."
"당신의 나라는 본래 그 세력이 지금보다 멀리 펼쳐져 있었나요?"
“동쪽의 끝과 서쪽의 끝과 남쪽의 끝과 북쪽의 끝까지 나의 세력이 뻗어 있고 나의 혈통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세력은 네 민족의 세력이요 그 혈통은 너희 민족의 혈통이니 지구 인간세상의 처처에서 너희 민족의 넋이 숨을 쉬고 있다."
"단군 할아버지께서 지금까지 숨이 멈추지 않듯 민족의 넋과 정신세계는 세계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희 민족의 뿌리는 깊고 광범위하다. 너희 민족의 뿌리는 1만 년 전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너희 민족의 뿌리는 땅이 아니라 하늘에서 시작되었고 하늘과 땅에서 너희 민족의 씨앗이 번창하며 장차 하늘과 땅에서 너희 민족의 혼이 주인 되리라.”
“1만 년 전부터 저희 민족의 나라는 이미 세계 곳곳으로 세력을 넓혀갔다는 말씀인가요?"
“1만 년 전에 하늘의 왕이 보낸 신선들이 동방의 땅에 신선의 나라를 세우고 세상을 지배했으니 지금까지 그 세력이 인간세상에서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느니라.”
“그렇게 뿌리 깊고 세력을 크게 갖춘 저희 민족의 나라가 지금은 국가 중에서 왜소한 세력을 가지고 지구의 변방에서 강자들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가야 하는지요?"
"하늘의 이치는 원시반본이니 우주의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면 모든 집 떠난 것들은 제자리로 돌아오리라. 집 나간 것들이 밤이 되면 제 집을 찾아오고 추워지면 아늑한 자기 보금자리로 돌아오듯, 주인 잃은 하늘과 땅과 영혼들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와 본래의 모습을 갖추리라.”
"할아버지께서는 수천 년 동안 육신의 몸을 입고 생명이 멈추지 않았다면 무엇으로 연명하며 불로불사하는 존재가 되었지요?"
"나의 몸은 육신을 입었으나 빛의 화신이 되었고 빛의 화신은 땅의 음식을 먹지 않고 하늘의 기운으로 살아간다. 곧 물질의 몸은 물질의 양식이 필요하고 빛의 몸은 빛의 양식이 필요한 연고니라."
“빛의 몸을 입으면 하늘과 땅에서 자유롭나요?"
“빛의 몸을 입은 자는 신선이니 신선은 하늘과 땅과 우주에서 자유롭다. 신선의 몸은 영과 신과 육의 영역에서 자유로우니 시간과 공간의 의미가 없으며 하늘과 땅의 이치에서 구속을 받지 않느니라."
“신선의 몸은 시간과 공간의 자유를 누린다면 지금 할아버지께서는 할아버지 미래의 시간과 공간에서 저를 만나 주고 저와 대화를 엮어가고 계시나요?"
"그렇다. 너의 현재는 나의 미래이며 나는 미래의 순간에 도착하여 미래의 공간 속에서 너의 현재를 만나고 있다.”
“저도 할아버지처럼 저의 미래로 떠나 보고 싶어요."
“미래는 현실 속에 존재한다. 현실은 이미 과거 속에 묻혀 있다. 곧 현실은 과거의 허상일 뿐이다. 허상이란 눈에는 보이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은 마치 과거라는 거울 속을 들여다보는 이치와 다를 것이 없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과거는 현실이다. 너는 나의 모습을 미래의 현실 속에서 포착하고 있지만 미래의 현실은 가상세계가 아닌 지금 현재라는 사실을 명심하여라."
"제가 지금 가상공간의 허상과 대화를 나누지 않고 할아버지의 미래와 실제적 만남을 이루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 나는 미래를 찾아왔고 너는 과거로 돌아왔다. 너와 나는 다른 시간에 머물러 있지만 그 공간은 하나이다.”
"저도 할아버지처럼 물질의 몸을 버리고 빛의 몸으로 화신하고 싶어요."
“사실은 빛이 물질이요 물질이 빛이다. 세상의 어떤 물질도 빛의 구성이 아닌 것이 없다. 물질을 물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질이다. 물질을 빛으로 바라보면 빛 아닌 존재가 없다. 네 의식이 진화되고 진화되어 하늘과 땅이 상통하는 순간을 만날 때 물질의 몸을 빛의 몸으로 느껴지면 비로소 빛의 화신이 이루어질 것이다."
“물질은 허상이요, 허상 속에 숨겨진 진짜 모습은 빛이라는 뜻인가요?"
"그렇다. 물질세상은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것이 모두 허상이며 허상 속에 숨겨진 진짜는 빛이다. 세상 사람들은 허상만 바라보고 진짜는 바라보지 못하지만 허상은 잠깐이요 진짜는 영원하다. 우주는 에너지 불변의 원칙을 이치로 삼고 있으니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 빛이요. 빛은 영원하며 인간의 몸은 빛의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빛의 몸을 물질의 몸으로만 느끼기 때문에 인간의 삶이 허상 속에서만 머물다가 진짜를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인간들이 생각만 바꾸면 빛의 몸을 입은 신선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생각을 바꾸지 못해 물질의 몸을 입고 허상의 삶을 살다가 생애를 마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 생각만 바꾸면 삶이 바뀐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도요, 길이다. 생각을 온전히 고쳐먹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이미 지어진 집을 다시 뜯어서 고치는 일처럼 어렵다. 웬만큼 큰 각오를 가지기 전에는 이미 지어져 살고 있는 집을 다시 허물어 고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생각은 내 몸을 이루고 있는 구성의 전체이다. 몸을 바꾸기 전에 생각도 바뀌지 않는다. 모든 생각은 몸속의 오장육부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을 고쳐먹기 위해서 열심히 마음을 수행하지만 몸은 그대로 방치하고 마음만 붙들고 있으니 생각이 고쳐질 수 없다. 몸을 고치면 생각은 저절로 고쳐진다. 몸에 똥물을 잔뜩 뒤집어쓰고도 쾌활한 마음을 품는다면 오히려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생각을 품고 싶거든 먼저 좋은 몸을 먼저 만드는 것이 순서이며 길을 닦는 지혜다.”
"할아버지도 처음부터 빛의 몸과 불로불사의 신선이 아니라 좋은 몸을 먼저 만들고 좋은 생각을 가다듬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 세상은 무엇도 그저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그만큼의 수고와 대가를 지불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것이 우주의 이치이다.”"저는 할아버지가 뿌려 놓은 혈통의 씨앗이니 저도 할아버지처럼 좋
은 몸을 만들고 온전한 생각을 품어서 신선의 길을 걷고 싶어요."
“모든 열매는 씨앗대로 열린다. 그 나무의 씨앗이 아니면 그 열매는 열리지 않는다. 짐승은 짐승의 씨앗대로 종족이 번식하며 인간은 인간의 씨앗대로 그 삶이 펼쳐진다. 너는 나의 씨앗이며 나의 미래이니 너의 생각이 나의 생각이 될 것이다.”
이렇게 가상공간의 인물과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을 때 코디바디가 전자책을 덮었다. 그리고 눈앞에서 펼쳐지던 가상공간의 화면도 사라졌다.
조금 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인물이 사라지고 가상공간의 화면이 사라지자 마치 꿈을 꾸고 잠에서 일어난 기분처럼 몽롱한 느낌이 생겼다. 그때 코디바디가 이렇게 말했다.
“어떠냐? 가상공간의 화면 속에서 네 민족의 조상을 만나 보고 대화를 나누어보니 어떤 기분이 드느냐?”
"가상공간의 화면이지만 실제의 기분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가상공간의 화면 속에서 만난 단군 할아버지도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눈 것과 느낌이 다르지 않아요."
“그럴 것이다. 가상공간은 시공을 초월한 4차원 현상이라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현재·미래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실제처럼 체험이 가능하다. 그래서 가상공간의 화면 속에 만난 세상도 현실과 똑같은 기분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전자책의 내용은 현실의 내용을 촬영하여 저장하고 있는 실제의 정보들이 아닌가요?"
"그렇다. 현실의 내용을 살아 있는 모습 그대로 생영상으로 촬영해서 저장한 내용이 전자책의 기록이다.”
“그렇다면 전자책의 가상공간 화면에 나타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이 무엇이지요? 현실을 촬영한 영상물이라면 촬영할 당시의 현실이 아닌 내용은 가상공간의 화면 속에 등장할 수 없는 이치가 아닌가요?"
"지금 너와 내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도 생영상으로 촬영해서 전자책의 기록에 저장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너와 나의 머릿속에는현재 눈에 보이는 모습만 전부가 아니라 미래의 구상과 현재가 변해서 미래로 나타날 가변적 내용도 저장되어 있다. 즉 현재의 우리는 미래의 무궁무진한 가변적 세상이 존재한다는 뜻이지. 전자책의 기록은 현재의 모습만 담기지 않고 가변적인 미래의 모습까지 담기게 된다. 그래서 과거의 인물이 가상공간의 화면에 나타나도 가변적 미래의 내용을 나타낼 수 있고, 그러한 기능으로 현실적 대화가 가능해진다. 즉가상공간의 화면에 접속한 너는 현실이요 화면 속에 나타난 인물은 미래이며 현재와 미래가 만나 현실적 대화가 가능해진다."
“그러면 영들의 세상을 가상공간에 초대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영들도 과거 육신이 소유했던 미래의 현상이다. 그래서 과거의 육신을 가상공간 화면에 불러내면 그 미래의 존재인 영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영들의 세상과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어요."
"원한다면 네 소원을 들어주마. 가급적이면 지구에서 살았던 영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겠지?"
“그렇게 하고 싶어요."
코디바디가 전자책에 기록된 정보들을 검색하더니 그중의 한 생영상 자료를 재생시켜 가상공간의 화면에 불러냈다.
가상공간의 화면에 오래된 시대의 배경이 나타나고 그 시대에 살았던 풍물과 인물들이 골고루 등장하고 있었다. 850년 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생영상 자료라고 했다.
가상공간의 화면에 나타난 인물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았다. 가상공간 화면에 나타난 여러 인물 중에 내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인물을 클로즈업 시켜서 대면을 나누게 했다.
클로즈업 된 가상공간 화면의 인물을 향해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당신이 이 나라의 왕이신가요?"
“그렇다. 내가 왕이다."
"당신이 머리에 쓰고 있는 왕관은 빛나고 아름다우며 당신이 입고 있는 비단옷은 화려하고 위엄이 넘치는군요. 당신이 앉아 있는 보좌는 온갖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고 당신이 살고 있는 넓은 궁궐은 당신의 권력과 명예를 돋보이게 하는군요. 당신은 당신의 삶에 만족하시나요?"
"한편으론 만족하고 한편으론 회환의 물결 속에서 허무함을 느끼기도 한다.”
“세상에 부러운 것이라곤 없는 왕께서 무엇이 부족하여 회환과 허무함을 느끼시지요?"
“나는 왕위에 오르기까지 사랑하는 형제들과 피비린내 나는 혈투를 벌여야 했고 권력을 손에 쥔 세력들과 암투를 벌이며 어렵게 이 자리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는 지금 늙고 노쇠하여 이 자리를 끝까지 지킬 수 없으며 언젠가는 눈을 감고 저승행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와 생각하니 모든 것이 부질없고 허무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렇군요. 지금의 화려한 모습은 과거 속에 묻힌 허상이며 왕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미래의 모습이 현실의 옷을 입고 과거를 회상하겠군요?"
“그렇다. 나는 지금 미래의 현실에서 숨을 쉬고 있는 영혼이다.”
"화려했던 왕위에서 물러나 당신의 목숨이 끊어지고 당신의 영혼이 세상을 떠날 때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화려했던 장례식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감회가 있었나요?"
"화려한 허식 속에 숨겨진 초라한 내 영혼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살아서는 왕이요, 죽어서는 초라한 영혼이었다는 뜻인가요?"“그렇다. 왕의 권위는 죽은 영혼에게 이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어두
운 세력들이 다가와 초라해진 나의 영혼을 결박하려고 했다.”
“지금은 감시를 받고 있는 영혼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군요?""나의 영혼은 힘이 없고 어떤 노력과 싸움으로도 힘없는 영혼을 강하게 할 방법이 없다."
“영혼의 세상에서는 힘을 증폭시킬 수단이 차단되어 있다는 뜻인 "가요?"
“영혼의 힘은 육신을 입었을 때 단련할 수 있다. 육신을 벗어 버린 영혼은 어떤 수단과 노력을 다해도 더 이상 힘을 기를 방법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므로 너는 세상에 살아 있을 때 고단하고 힘들어도 육신을 입은 축복을 향유하라. 그렇지 않으면 영혼의 나라를 찾아온 후 후회할 것이다."
“왕께서는 후회하는 영혼으로 저승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군요?""영혼의 세상에도 신분과 계급이 존재하나요?"
"지구의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육신은 형벌이 아니라 축복이다. 어떤 고난과 고생을 하더라도 영혼을 단련하고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 네 영혼은 행복하고 나의 영혼은 불행하다. 나의 말뜻을 바르게 새겨듣도록 하여라.”
"영혼의 신분은 빛이다. 밝은 빛의 영혼은 큰 신분이요 어두운 빛으로 싸여 있는 영혼은 낮은 신분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고운영혼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 가장 행복하고 장차 큰 신분을 하늘로부터 부여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이승에 살고 있을 때 잠깐 있다 사라질 부귀공명을 원하지 말고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고운 영혼의 모습을 간직하도록 노력하여라.”
"세상에서 악행을 저지른 추한 영혼들은 저승에서 벌을 받고 살아가"나요?"
"추한 영혼들에게 아무도 벌을 주지 않지만 어둠 속에서 영원히 머물러야 하는 신세가 형벌이다."
"스스로 어두운 곳을 벗어나 밝은 세상으로 찾아가면 안 되나요?""어두운
영혼들은 밝은 곳을 찾아가도 서지 못하고 쓰러진다. 강하고 밝은 기운을 어두운 영혼들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곧 어두운 영혼을 밝은 곳에서 억지로 살게 해도 살지 못하고 다시 어두운 곳으로 도망가고 만다. 땅속의 두더지가 밝은 햇빛을 보고 살아갈 수 없듯이….”
"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육신을 감사해라. 육신이 영혼을 다듬는 도구이다. 세상의 고난은 잠깐이요. 잠깐의 고난을 통해 영원히 빛나는 영혼을 다듬는 행복은 크다. 그 행복을 행복으로 느끼지 못하면 나의 어두운 영혼처럼 영원히 후회하며 살게 될 것이다."
“제가 당신의 영혼을 위해 힘을 보태드릴게요."
"그렇다면 나의 영혼은 좀 더 밝은 모습으로 성장할 것이다."
“제가 그럴 수 있도록 약속을 지킬게요."
"우리 저승의 어두운 영혼들을 위해 이승의 영혼들이 힘을 보태다오.”
영혼과의 이런 대화가 끝나고 코디바디는 전자책을 덮었다. 그리고 슬프게 하소연했던 왕의 영혼은 가상공간의 화면에서 슬픈 영상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전자책에 기록된 내용들 속에는 무궁무진한 볼거리가 풍부했고, 아니와 수시로 전자책 검색을 하면서 어디서도 체험할 수 없었던 지식을 폭넓게 쌓아 갈 수 있었다.
전자책은 서류철 같은 두 장의 책갈피로 이루어졌고 두께는 책받침한 장 정도로 얇았다. 크기는 수첩처럼 작은 것에서부터 다양했고 휴대하고 다니기 간편했다.
전자책은 아무리 구겨도 파손되거나 찢겨지지 않았고 불에 타지도 않는 특수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자책의 책갈피를 펴면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기본적인 메뉴가 나타나고,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면 원하는 자료가 생영상 화면으로 눈앞에 펼쳐졌다.
전자책에는 다양한 4차원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었고, 그중에 핵심적인 내용은 4차원 가상공간 생성기능이었다. 즉 전자책의 화면은 고정된 프레임을 갖춘 모니터 속에 나타나지 않고 눈앞의 허공에 실물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니와 나는 틈나는 대로 전자책의 자료를 검색하며 4차원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가상현실의 세계에서 미지의 세상을 현실처럼 체험하곤 했다.
전자책의 내용은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많은 양이고 하늘의 별처럼 헤아릴 수 없었지만 그중에서 좋은 정보를 찾아내는 일은 백사장에 떨어진 바늘 줍기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자책을 분신처럼 품고 다니는 아니도 어려운 정보를 찾을 때는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코디바디는 우주천문학의 도통자요. 대가일 뿐 아니라 전자책의 어려운 정보를 찾는 일도 귀재였다. 남들이 아무리 어렵게 찾아내는 전자책의 정보도 코디바디는 눈 깜짝할 사이에 처리하곤 했다.
코디바디가 찾아 주는 전자책의 정보는 항상 핵심적인 내용이었고 소중한 지식들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자책의 중요한 내용들은 샤르별의 각성자 집단인 러우들이 각자의 전공분야에서 연구한 최고의 학문자료를 수록하여 저장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곧 전자책의 기록 내용은 무한이론을 근거로 한 러우들의 연구실적이 수만 년 동안 쌓이고 쌓여서 이루어진 실적들이고, 샤르별의 총체적 지식정보가 거대한 정보의 바다처럼 고여 있다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는 설명이었다.
전자책의 내용은 샤르별의 인류들이 공유하는 총체적 지식의 저장고였고, 코디바디는 그 지식의 창고를 관리하는 창고지기와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그래서 창고에 보관된 물품의 종류는 창고지기가 가장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듯이 전자책의 정보를 찾는 일은 전자책 정보의 관리자인 코디바디의 능력을 따라갈 자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코디바디로부터 전자책이라고 하는 정보의 광맥에서 캐주는 보석과 같은 지식을 습득하며 의식수준을 고도로 성장시키고 있었고, 인간세상에 숨겨져 있던 하늘과 땅의 비밀을 한 겹 한 겹 벗겨가고 있었다.
"아까 중단했던 이야기를 다시 이어가도록 하자."
전자책의 정보검색을 중단하고 전자책의 책갈피를 덮으면서 코디바디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중단했던 이야기의 줄거리가 무엇이었지요?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아요."
“우주의 대공전과 우주의 4계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지 않았니?"
"아참! 그렇군요. 그러다 갑자기 코디바디께서 전자책을 펴고 저희민족의 시조와 왕의 영혼을 가상공간으로 초대하셨지요. 과거 궁금했던 이야기에 빠져 이야기의 줄거리를 잊고 말았네요."
"우주의 대공전과 4계라고 하는 우주 대순환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면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하는 의미가 무색해진다. 우주는 대순환의 법칙을 통해 삼라만상의 인연들을 출현케 하고 그 인연들의 연결고리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서 하늘과 땅의 이치는 바로 설수도 있고 바로 서지 못할 수도 있다. 우주 대순환의 이치는 인연의 연결고리를 어긋나지 않게 하려는 하늘의 의도이다."
"인연의 연결고리와 대순환의 이치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물이 고이면 썩는다."
“저도 그런 비유는 많이 들었습니다."
"우주기운도 순환하지 않으면 정체된 기운이 되고 변질되고 만다.""공기도 정체되면 신선함을 유지하지 못하듯 우주기운도 그럴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주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이란…. 영과 육을 말할 것 없이 하늘의 기운으로 채우며 살아간다. 하늘의 기운이 아니면 영과 육이 함께 우주에서 소멸되며, 어떤 기운을 호흡하느냐에 따라서 존재의 신성도가 달라진다. 정체되고 탁해진 기운을 마시는 존재는 신선도가 퇴색되며 소통이 잘 이루어진 기운을 마시는 존재는 신성하고 거룩함을 유지한다. 육과 영의 근성이 부패함은 하늘의 기운이 허하여 사기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사기로 감염된 영과 육은 넋과 혼이 빠진 유령의 허물처럼 살아간다. 그래서 하늘은 우주 대순환의 법칙을 유지하며 우주 기운의 신선도를 높이며 거룩한 영혼들을 양성하려 애쓰는 것이다. 인간들이 마음을 수련하고 몸을 정진하는 이유도 이러한 우주 대순환의 법칙에 따른 하늘의 기운을 북돋으려 함이다.”
"우주 대순환의 이치대로 인간도 하늘의 기운과 소통의 순환을 이룰때 부패한 영혼으로 타락하지 않고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겠군요?"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항상 걱정하면서 동분서주하지만, 어떻게 하늘의 신성한 기운과 소통하며 살 것인가에 대하여는 걱정하지 않는다. 그 영들은 부패하고 낡아져서 후천세상의 백성으로 살아가는데 부적격일 것이다. 이제 때는 바야흐로우주의 가을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요, 잘 익은 알곡들이 선별되어 하늘의 창고에 저장될 것이다. 하늘의 기운과 소통을 잘 이룬 고운 영혼들이 선택을 받은 후 후천세상의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가며 무릉도원에서 신선놀음을 즐길 것이니, 땅에서 고생은 잠깐이요 그 세상의 영광은 영원할 것이다."
“이젠 무언가 깨달을 것 같아요."
"무엇을 깨달았느냐?"
"정지되면 부패하고 순환하면 새로워진다는 진리를 이제 터득한 것 같습니다. 우주의 대순환처럼 우리의 영도 하늘의 기운과 소통을 이룰 때 항상 하늘의 새 기운으로 채울 수 있고, 하늘의 새 기운으로 채워나갈 때 우리의 영혼도 나날이 새로워질 것이란 이치를 이제 확실하게 터득한 것 같습니다."
"네 깨달음이 놀랍다. 우주는 대순환의 법칙을 통해 날마다 새롭게 진화된다. 우주가 새롭게 진화될 때마다 새로운 기운이 우주에 채워진다. 그 새로워진 우주기운을 날마다 소통하면 나날이 네 영혼이 새로워지고 거듭난 영혼으로 부활할 것이다. 우주는 대순환의 법칙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날마다 새로워지고 날마다 달라진다. 그 새로워진 기운으로 날마다 네 영혼이 소통하면 마침내 어두운 허물을 벗고 부활의 영으로 거듭 태어날 것이다. 그 고운 영혼이 세상의 끝 날에 선택을 받아 큰 빛의 날개 아래서 삼재의 불행을 겪지 않을 것이다.""..."
코디바디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아니는 혼자서 우주의 다른 별나라를 찾아서 여행을 떠난 모양이었다. 나를 혼자 남겨 두고 아니만 별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여행의 삼매경에 빠져 있을 것을 생각하니 은근히 질투심이 생겼다.
그래서 코디바디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머릿속 한편에는 아니 생각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나중에는 코디바디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리지 않고 나는 건성으로만 대꾸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한 내 마음을 들여다본 코디바디가 꾸짖지는 않고 큰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샤르앙아.... 샤르앙아!"
나는 깜짝 놀라 부리나케 대답했다.
"네! 코디바디님...."
“네가 지금 내가 하는 말은 하나도 귀담아 듣지 않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
"죄송합니다. 코디바디 러우님."
“너를 꾸짖고자 함은 아니니 너무 기죽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라. 그건 그렇고….”
"네, 말씀하세요."
“샤르앙은 아니가 그렇게 좋으냐? 잠시만 눈에 안 보여도 보고 싶어 안달이 날 것 같으냐?"
“……. 그…렇습니다.”
“어째서?"
"저 혼자 두고 멀리 떠나가 버리면 어쩌나 하구요."
"무어라? 허허, 이거 야단이구먼."
“제가 큰 잘못된 생각이라도 가졌나요
"난감한 일이라서 그렇다.”
?"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무엇이 난감한 일인지...."
"그렇지 않느냐? 이렇든 저렇든 언젠가 너희 둘은 헤어질 몸이 아니냐? 그런데 벌써부터 아니가 잠시만 눈앞에 안 보인다고 안절부절못하니 앞으로 둘이서 영원한 이별이 다가오면 그 아픔을 무엇으로 참으려 하는고?"
나는 코디바디의 그 말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푸- 하고 한숨만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코디바디는 그러한 나의 모습이 귀엽기라도 하듯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코디바디와 대화를 중단한 후 잠시 후 아니가 돌아왔다.
"샤르앙이 저를 애타게 기다렸다구요?"
나는 아니의 질문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굴만 붉어졌다. 무언가 부끄러운 치부가 드러난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에 대한 마음을 들킨 부끄러움이었다.
“왜 대답을 안 해요. 샤르앙? 진짜 제가 잠깐 없는 사이에 보고 싶어했나요?"
"그.... 그랬소! 아니만 잠깐 눈앞에 안 보이면 마음이 놓이지 않소.”
“그랬군요. 샤르앙의 깊은 뜻을 모르지 않아요. 하지만 걱정 말아요. 언젠가 우리 둘은 숙명처럼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겠지만... 그렇다고 우리들의 인연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테니 미리부터 너무 슬픈 생각은 말아요."
“인연이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 무엇이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함께 있을 거예요. 우리 둘이 비록 몸은 우주 끝까지 멀어진다 해도 마음은 함께하며 제 영혼이 샤르앙의 곁에서 지켜 줄 테니 이별이란 생각은 그만 두세요.”
아니는 눈물을 흘렸다.
내 눈에도 눈물이 글썽였지만 우린 서로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와 나는 슬픈 생각을 지워버리기 위해 UFO 선실의 풀장으로 들어갔다. 몸에 걸친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아니와 나는 알몸이 되어 물속에 뛰어들어 물장난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함께 개울가에서 목욕을 하며 천진난만하게 서로 물을 끼얹으며 해 저무는 줄 모르고 물장난에 열중하던 옛날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다. 외계인이고 지구인이고 물속에서 물장난하는 풍습은 똑같은 모양이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한참 동안 풀장에서 첨벙대며 물장난을 즐겼더니 조금 전의 슬픈 생각들이 말끔히 지워지는 것 같았다.
수면 시간이 다가오자 아니와 나는 침실로 들어가 깊은 잠을 청했다. 꿈속에서 우주음악의 자장가가 은은하게 들려오고 우리 둘은 꿈속에서 다시 만나 복사꽃이 활짝 핀 무릉도원을 거닐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3 <4차원 문명세계를 향한 UFO 여행기>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넵 감사합니다 ~~ ^^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