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
오직 하느님만이 인간의 행복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십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비추십시오
프랑스 사도 순방 둘째 날, 교황은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신자들에게 믿음을 굳건히 하고 평화를 전할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예수님께서 모든 인간의 내적 공허를 채우시고 “의미와 진리, 충만함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시는 “참된 생명의 물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이어 “낙담과 영적 메마름이 있는 곳에 희망을 전하십시오”라고 촉구했다.
교황 성하의 프랑스 사도 순방 및
유네스코(UNESCO) 본부 방문
2026년 9월 25일–28일
교황 성하의 강론
거룩한 미사
파리 콩코르드 광장
2026년 9월 26일 토요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콩코르드 광장에서 성찬례를 거행하며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렇습니다. 형제자매들이 함께 모여 위대하신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은 얼마나 좋고 감미로운 일입니까(시편 133[132],1 참조)! 제가 여러분 가운데 함께하는 것이 여러분의 믿음을 굳건히 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과 평화와 사랑을 끊임없이 환히 밝히며 전하도록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요한 7,37).
형제자매 여러분, 목마른 우리 공동체는 생명의 물이 솟아나는 샘이신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갑니다. 그 물은 우리의 갈증을 풀어 주고 생명을 꽃피우게 합니다. 곧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진”(로마 5,5) 하느님 사랑의 물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열망은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으며, 우리는 시편 작가와 함께 외칩니다. “내 영혼이 하느님을, 제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합니다.”(시편 42[41],3) 이는 가장 내면적이고 실존적인 목마름이 끝없이 커져 가는, 겸손하고도 열정적인 사람의 외침입니다. 이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강생을 통해 역사 속에서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시며, 인간의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는 생수의 진정한 샘으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이는 물질적인 목마름이라기보다는, 우리 각자의 마음에 자리한 의미와 진리, 그리고 완성을 향한 목마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의 관계와 친교를 향한 이 깊은 열망에 응답하시며, 바로 그 친교 속에 영원한 생명의 충만함이 머물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예언자 에제키엘은 성전에서 물이 솟아나와 사막으로 흘러가면서 모든 것을 정화하고 열매 맺게 하는 모습을 봅니다(에제 47,1-2.8-9.12 참조). 훗날 요한 성인은 성령을 내어 주시는 예수님의 찔린 옆구리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요한 19,30-34 참조). 그리하여 모든 이가 이 샘에서 목을 축여 다시 태어나고 성령의 선물을 받아, 하느님의 자녀이자 새로운 피조물이 될 수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 세상의 그 무엇도 우리를 온전히 채워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보고 수고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종종 내면의 공허함은 더욱 깊어진 채 다시 찾아오곤 합니다. 그러면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 새로운 즐거움을 찾고, 새로운 것을 소유하려 하며, 그러한 내면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려고 온갖 방법으로 ‘즐거움을 찾으려’ 하기도 합니다.
오늘 말씀의 전례는 우리 마음을 깊이 살피도록 초대합니다. 우리의 가장 깊은 목마름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삶에서 참으로 무엇을 찾고 있습니까? 우리 모두는 행복과 사랑, 자아실현을 갈망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샘에서 그 목마름을 채우려 하고 있습니까? 물질적인 유익이나 즉각적인 만족, 온갖 것을 약속하지만 결국 우리 마음을 공허하게 만드는 수많은 작은 우상들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세례를 통해 복음이 말하는 생수를 받았지만, 참으로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났습니까? 인간은 본질적으로 ‘갈망하는 존재’이며, 오직 하느님만이 이 내면의 공허를 채우실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착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목자가 양들을 이끌듯 우리를 행복과 평화의 샘으로 인도하십니다. 그분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알고 계십니다. 우리의 비밀도, 의도도, 약함도 그분의 눈길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분은 우리 마음 깊은 곳을 살피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위해 당신 목숨을 바치셨고, 성사를 통해 지금도 계속해서 목숨을 내어주고 계십니다. 지치거나 상처 입은 양을 어깨에 매고, 길을 잃은 양들을 다정하게 다독여 돌아오게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을 드러내십니다. 그분의 눈에 우리는 신분증의 숫자나 식별 코드 따위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 유일하고 대체할 수 없는 한 사람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프랑스의 길고 아름다운 거룩한 역사를 이어받은 여러분이 이곳에 함께 모여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씀드립니다. 여러분도 예수님의 찔린 성심이라는 이 샘에서 목을 축이십시오.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을, 생명을, 진리를, 일치를, 평화를, 친교를, 행복을 목말라합니다. 여러분은 밝은 지평을 재발견하고, 신앙으로 적셔진 근본에서부터 새로워지는 나라를 건설하기를 갈망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여러분 자신만을 위해 간직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여러분이 만나는 이들의 갈증을 풀어 주고 그들을 충만하게 할 수 있도록 그 믿음이 넘쳐 흘러 여러분이 만나는 이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그들을 충만하게 하도록 하십시오. 낙담과 영적 메마름이 자리한 곳에 희망을 가져가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실제로 예수님의 시선 아래 진리 안에서 살아가기로 할 때, 우리는 참된 자신이 될 수 있고 우리의 삶을 맑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분명 나약하고 취약하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의 삶은 경이롭고 기적과 같으며, 관계 안에서 새로워지고 참된 사랑을 향해 자신을 열어 갈 수 있습니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 말씀대로 ‘그 속에서부터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이다.’”(요한 7,37-38). 오리게네스가 쓴 것처럼, 그리스도의 성심이라는 샘에서 물을 마실 때 우리 자신도 다른 이들을 위한 우물과 샘과 강이 됩니다(「강론」 12, 1, 2-3 참조). 실제로 그 물을 마시는 신앙인은 그리스도와 맺은 실존적인 유대를 통하여 자신도 생명의 샘이 되고, 바로 그 생명을 이웃에게 전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령의 생명의 물은 풍성하게 흘러내렸으며, 오늘도 모든 문화와 모든 민족 가운데 선교사들과 증인들을 통하여 교회 안에 계속해서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그 물은 자신에게 닿아 변화되는 모든 것을 풍요롭게 하여 열매를 맺게 합니다. 그 열매란 참하느님을 흠숭하고 형제자매들을 너그러운 사랑으로 섬기는 이들의 거룩함입니다. 아름다운 이 프랑스 땅에서 수 세기 동안 수많은 이들이 이 생명의 물로 목을 축였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선을 위해 봉헌했습니다. 블랑디나와 포티노, 이레네오와 같은 초기 순교자들, 수도회의 성인 창립자들과 성녀 창립자들, 마르티노 성인과 프란치스코 드 살 성인과 같은 거룩한 주교들, 빈첸시오 드 폴, 프레데리크 오자남, 잔 주강과 같이 이웃의 필요에 민감한 마음을 지닌 남녀들, 그리고 수많은 이들이 그러합니다.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와 본당, 그리고 다양한 활동의 현장에서 생명과 가정, 진리와 평화, 형제애와 정의를 위하여 계속 헌신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이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서, 저는 성령의 생명의 물이 프랑스 전역에 널리 퍼져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매일 겪는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용기 있게 자신의 사명을 이어나가는 사랑하는 가정 여러분을 생각합니다. 여러분을 통해 이루어지는 모든 선에 대해 마음 깊이 감사드리며, 예수님의 구체적인 현존이 여러분 안에서 결코 고갈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을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오늘의 교회입니다! 그리스도인 공동체 안에서 여러분의 열정과 역동성, 헌신과 기쁨을 보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또한 신앙과 회심, 그리스도교 입문의 여정을 시작하는 사랑하는 예비신자와 신입 교우 여러분을 생각합니다. 성령의 선물이 여러분을 주변에 사랑의 문명을 퍼뜨릴 준비가 된 증인으로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구원의 샘이시며 온갖 은총의 근원이신 당신 아드님께로 우리 삶을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어머니께 마음을 돌립시다. 성모님께서는 자유롭고 신뢰에 찬 “예”라는 응답으로, 아버지의 사랑이 세상에 자신을 내어주기 위해 강생하신 겸손한 그릇, 하느님이 바라신 그릇이 되셨습니다. 성모님의 중재를 통해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 생명의 물이 솟아나는 샘들이 흘러나오고, 프랑스 온 땅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싹이 우뚝 피어나도록 신뢰를 담아 성모님께 청합시다. 아멘!
번역 박수현
https://www.youtube.com/watch?v=LB4tu3U-7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