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산 숲으로 들어
경남 도청 소재지 창원이 인근 마산과 진해를 아울러 통합 창원시로 출범한 지 10여 년이 지난다. 나는 지방 행정조직 개편에 관심은 없지만 시내버스가 마산이나 진해 구간까지 환승이 되기에 통합을 실감했다. 진해는 구청 이름을 그대로 따왔으나 마산은 회원구나 합포구 앞에 ‘마산’을 접두사로 붙여 마산회원구였고 마산합포구였다. 통합에서 마산은 자존심을 지켜낸 듯했다.
세 도시가 하나로 되면서 주민들은 이해관계가 얽혀 상황별 유불리가 다르지 싶다. 통합시가 되기 전 진해에서는 벚꽃이 피면 군항제가 열렸고, 그로부터 1주 후 창원에서는 천주산 진달래 축제가 열렸다. 진달래 축제 그다음 주말은 마산합포구 진동에서 미더덕 축제가 연속으로 개최되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곳곳의 축제가 열리지 못하다가 올봄부터 예전과 마찬가지로 돌아갔다.
군항제에 이어 천주산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사월 둘째 주말이다. 새벽녘 잠을 깨 창밖을 내다보니 서녘 하늘에는 휘영청 밝은 달이 걸려 있었다. 하현으로 기우는 음력 윤이월 열여드렛날 달이었다. 전날 다녀온 남지 일대 꽃구경을 여정에 따라 습관적으로 일기로 남기고 하루를 보낼 일과를 구상했다. 토요일이라도 자연학교는 휴무가 없는지라 정상 일과 수행을 위해 등교했다.
빈 배낭을 둘러메고 집 앞에서 105번 시내버스로 동정동으로 나가 7번 마을버스로 갈아탔다. 창원역을 출발해 오는 마을버스에 탄 승객은 아무도 없어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 용강고개를 넘어간 남산마을 들머리에서 내렸다. 내가 가고자 하는 행선지는 구룡산 기슭으로 근래 민간 자본으로 터널이 뚫린 단감과수원과 양봉업자가 둔 벌통을 지나 용전 요금소 근처로 올라갔다.
민자 건설 구룡산 터널 용전 요금소 근처에 이르러 유휴 공한지에 내가 지난번 텃밭 경작을 위해 검불과 잡초를 제거해둔 구역을 살펴봤다. 그새 쑥을 비롯해 골치 아픈 넝쿨 잡초인 환삼덩굴 싹이 자라 나와 가져간 호미로 김을 매주었다.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고구마와 호박을 심어둘까 한다. 품이 많이 들지 않고 넝쿨로 뻗는 작물을 심어 잎줄기를 따 찬거리로 삼을까 싶다.
김매기를 마치고 언덕에 자라는 머위를 몇 줌 뜯어 봉지에 채워 지하 통로를 지난 산언덕 숲에 감춰 놓았다. 내가 구룡산 숲으로 들어 산나물을 채집해 나오면서 나중에 챙겨갈 참이다. 오리나무는 꽃이 저물면서 연초록 잎이 돋아났고 아카시나무는 꽃과 함께 필 잎이 돋으려고 준비 중이었다. 올해는 봄꽃의 개화가 빨랐듯이 아카시꽃과 잎도 예년의 오월 초순보다 일찍 피지 싶다.
송전탑 개설을 위해 중장비가 지난 길을 복원한 등산로가 없는 숲을 지났다. 낙엽 활엽수가 우거진 숲 바닥에 잎맥을 펼쳐 자라는 참취를 찾아 뜯어 모았다. 야생으로 자란 참취는 마트에서 파는 취나물보다 향기가 진하고 풍미가 좋은 산나물이다. 고라니 녀석도 참취를 좋아해 먼저 시식한 흔적이 보였다. 나도 산에 들면 한 마리 짐승이나 마찬가지라 참취 채집 대열에 동참했다.
참취를 뜯으니 곁에는 바디나물도 잎을 펼쳐 자라 같이 뜯었다. 바디나물은 연삼이라는 다른 이름도 있는데 뿌리는 혈당을 낮추는데 효험있는 약재로도 훌륭하다. 산마루로 올라가니 자손이 성묘를 다녀가는 산소 봉분에는 귀엽고 앙증맞은 자주 고깔제비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골짜기로 내려가면서 가시오가피 새순이 자라 나와 잎을 땄다. 오가피 순도 좋은 산나물이 되었다.
석간수가 흐르는 바위틈에 손을 엎디어 계곡물을 들이켰더니 목마름이 가셨다. 계곡에는 노루오줌이 군락으로 자랐다. 노루오줌도 여린 순은 나물이 되긴 했으나 이미 채집한 산나물이 넘쳐 뜯지 않았다. 골짜기에서 숲을 빠져나가니 두 아낙이 산나물을 뜯을 요량으로 산으로 올라와 인사를 나누었다. 아까 둔 머위 봉지를 챙겨 시내로 복귀 검불을 가린 산나물을 꽃대감과 나누었다. 2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