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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천적인가?
김지석의 천적으로 불리는 박정환이 LG배 결승3번기에서 먼저 이겼다.
9일 강릉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제19회 LG배 조선일보기왕전 결승3번기 제1국에서 박정환은 김지석을 176수 끝에 백불계로 꺾고 1-0으로 앞섰다.
박정환은 공격찬스를 잡고서도 세차게 몰아치지 않고 이겼다. 김지석이 좌측와 우중앙 쪽에 곤마를 방치하고 실리를 한껏 벌어들였을 때 박정환은 곤마를 잡으러 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타개를 허용한 셈이었다. 그렇다면 김지석이 실리로 앞서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바둑은 그렇지 않았다. 박정환은 여전히 형세가 여유로웠으며, 두터움을 잘 살려 끝내기 단계에서 승세를 굳혔고 결국 항서를 받아냈다. 박정환의 노련한 반면 운영이 돋보였다고 하겠다.
이 바둑을 오로대국실에서 해설한 강동윤 9단은 “김지석 9단으로선 허무한 기분일 것이다. 보기좋게 타개에 성공하고도 꽤 큰 집 차이로 뒤졌기 때문이다. 박정환 9단은 가볍게 포인트만 얻는 공격만으로도 이겼다.”고 평가했다. 김지석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며 천적으로 평가 받는 박정환은 상대전적에서 17승5패로 좀 더 차이를 벌리며 앞서게 됐다.
▣ 박정환과 김지석, 사뭇 다른 맞대결
LG배는 이번 대회 들어 점심시간을 없앴다. 초읽기가 60초에서 40초로 줄어들었다곤 하지만 제한시간이 각자 3시간이나 되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하지 않고는 견디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박정환과 김지석은 4강전 때 아침을 걸렀다.
그러나 이번 결승을 맞아 박정환과 김지석은 둘 다 밥을 먹었다. 오전 7시30분께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1층 레스토랑에서 김지석은 혼자서 사골우거지갈비탕을 먹었고, 박정환은 박진솔•김현찬과 함께 식탁에 앉아 한조식을 먹었다. 거의 동시에 식사를 마쳤건만 두 사람은 짐짓 시간차를 두고 레스토랑을 빠져 나가며 얼굴을 마주치지 않았다. 평소 친형제처럼 지내는 사이지만 승부를 앞두고서는 불편한 적(敵)일 따름이다.
초반 진행 속도도 무척 빨랐다. 어려운 장면이 나와도 두 기사는 빠른 결단으로 전개해 나갔다. 이번 대결의 무게가 느껴졌다.
바둑이 박정환의 승리로 끝이 나고 두 기사는 바로 복기에 들어갔다. 평소 살인미소를 잘 보여주는 김지석이지만 패배가 뼈아팠는지 복기하는 내내 표정이 사라져 있었다.
결승3번기는 10일 하루를 쉬고 11일 2국으로 이어진다. 사이버오로는 오로대국실에서 김성룡 9단의 해설을 곁들여 2국을 생중계한다.
조선일보사가 주최하고 (주)LG가 후원하는 총규모 13억원의 제1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의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이고 초읽기는 1분 5회다.
▲ 김지석이 복기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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