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대를 위한 연가
그대가 한송이 꽃을 들고 오는 사람이라면 좋겠습니다.
한 권의 책을 들고 오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분위기에 취하는 카페라든가, 호텔 커피숍
어느 구석진 창가의 그림이지 않아도
삼등 열차의 포근한 눈빛으로 오는
그런 사람이라면 더욱더 좋겠습니다.
그대가 노을진 들녘을 가로질러
목말라 하는 인간의 사랑을 가득 안고
겨울의 한복판에 서 있어도,
새 한 마리를 날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그렇게 다가오지 않아도
어둠을 흐리며 첫 새벽의 아침을 밟고 오는,
아니 밤새 사냥꾼의 추격에 쫓기다
헐레벌떡 다가오는 한 마리의 들짐승같은
그런 순수함 하나만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정녕 족하겠습니다.
그대 안에 꽃같은 사랑으로 활짝 피고 싶습니다.
2. 사랑의 꿈
사랑하는 사람아
저 무지개 피는 언덕으로 가자
우리의 꿈의 발랄하게 뛰노는
그 영원한 사랑의 고향으로 가자.
서로는 순결하게 만났나니
자, 안개빛 마음을 활짝 걷고
뜨겁게 마음을 포개며
기쁨도 아픔도 함께 주고 받으며
앞만 주시하며 뛰어서 가자.
서로는 그동안 서로를 너무도 많이 아프게 했다.
사랑은 시험하지 않는 것이나니
서로의 짙은 그늘을 지우며
하나의 마음 하나의 노래가 되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아, 나의 사랑 되려거든
자, 이제는 무지개 피는 저 언덕으로
힘차게 뛰어서 가자.
가서는 그 곳에서 영원히 사랑의 본향을 꿈꾸자.
3. 바보사랑
나 오직 그대만을
바보처럼 느끼고 싶습니다.
나의 진실은 오직 그대만을 향한 그런 것이기에
나 죽도록 그대만을 채우며 살겠습니다.
그대가 나에게
진실된 것 하나만 가르쳐 주신다면,
그대를 알게됨으로 하여
커다란 슬픔을 소유하게 되어도
그대와 하나의 선택된 길을 동행하겠습니다.
진실된 것은 백치의 열정과 같은 것.
그대를 채움으로 하여
내 젊음의 모든 것을 빼앗긴다해도
절대로 눈물같은 것은 아니 흘릴 것입니다.
나 오직 그대만을 채우고 느끼는
현명한 바보가 되어 살고 싶습니다.
나의 사랑은 오직 한 사람 그대 뿐이기에
나 죽도록 그대만을 가득 채우며 뜨겁게 살겠습니다.
4. 뜨거운 기도
그대를 사랑한 뒤로부터, 나는
어느 새 기도하는 여인이 되었습니다.
그대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이면
한 자루의 촛불이 되어,
밤이면 밤마다 촛농처럼 흘리는
그리움의 무게로 하여
안으로 아픔만을 삭이는
그런 바보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연인은 사랑 하나로
생애의 길을 가야합니다.
그러나 그대를 사랑하게됨으로 하여
나는 아베마리아의 사랑만 흉내내다
기다림과 인내함을 탕진하여
이제는 젊음의 열기로 하여
스스로 지쳐가는 가련한 사람입니다.
사랑의 느낌보다 아픔을 도려줍니다.
어느 새 나의 기도는 고독해지기 시작하고
어두운 밤이면 촛불로 타는 내 사랑
외롭게 내 영혼의 심지를 태웁니다.
이제는 진실로 그대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5. 야 망
젊은 날에 창가의 그림이 되어
나를 비스듬이 되돌아 보느라면,
한반도를 뜨겁게 울리던
나의 푸른 꿈은 어디로 실종됐는가.
기껏 사랑의 뒷모습이나 부여잡고
삶의 변두리에서 나그네의 환상만을 남기는
진정 내가 꿈꾸던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어찌하여 나는 변할 수밖에 없었는가.
이제는 고은 아픔으로
그렇게 체념하며 사는 법을 배우게 한다.
인생, 나의 인생 별다른 도리가 없는가 보다.
어둠이 이웃하는 창가에서, 어느 날
타인처럼 변해버린 나의 자화상을 뒤돌아 보느라면
불현듯 가슴 깊숙이로부터 터져나오는 울분.
아직은 내가 죽지 않았음을
뜨겁게 아주 뜨겁게 깨우치고 있다.
그렇다, 지금부터 승부를 내야 한다.
6. 슬픈 사모
긴 밤이 내리는 날이면
그대에게 눈물로 사모의 시를 씁니다.
내 마음 깊이 아픈 기억만이 가득한 이 밤,
이 세상에서 나를 채울 수 있는
오직 한 사람의 그대에게
실의를 숨기며 기도를 끊지 않습니다.
진정 당신은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인가요.
이렇게 어둠이 되어 당신을 찾건만
당신은 우리가 엇갈린 인연이라며
사랑의 환상만을 마냥 비춥니다.
안타까움에 운명의 장난만을 저주해 봅니다.
긴 밤의 끝을 잡고
그대에게 사모하는 마음을 눈물로 씁니다.
그대 내 생명이 바람으로 지면 오시려나요.
우리의 사랑이 구름으로 지면 오시렵니까.
그대는 내가 사랑해야 할 오직 한 사람인데...
그대 차마 못 오실 크나큰 슬픈 사연이라도 있다면
아주 먼 날에 이 세상 밖의 인연이라도 맺고 싶습니다.
7. 미완성의 연가
그것은 순전히 연극의 무대였습니다.
우리는 서툰 단역 배우가 되어, 혹은
우수꽝스런 광대가 되어
몸짖 발짖으로 조그만 사랑 노래를
조그만 진실을 위하여
비극의 역할을 맡은 주인공이었습니다.
서로는 어설픈 몸짖으로
사랑 연극의 배역을 맡은 슬픈 주역이었습니다.
가슴 깊이 조그만 아픔을 숨기며
만남 뒤에 이별. 이별 뒤의 만남을 위하여
신나게 클라이막스를 내리는 사랑이었습니다.
이제는 갈대밭의 사랑으로, 혹은
갈대를 흔드는 바람으로
나그네의 휘파람을 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월가면서 하얀 손수건의 의미를
미완의 사랑은 슬프고 고독한 것임을
그리고 아름답게 빛나는 것임을 깨우쳐 주었습니다.
그것은 순전히 연극의 무대로 막을 내린
우리들의 서툰 사랑의 THE END(종말)이었습니다.
8. 추억의 사랑
이제는 서로를 아름답게 잊어야 합니다.
서로에게 아름다운 환상으로 잊어져야 합니다.
그 외로운 날의 노래로 하여
날마다 마음 깊이 거짓 일기를 쓰기에는
언제나 남겨지는 것은 후회의 점철.
이젠 이 만큼에서 자신을 원망하며
고독한 모습을 스스로 감춰야 합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의 색깔을 칠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많은 아쉬움이 밀려 있고
그 만큼의 거리에서 마냥 바라보기에는
서로의 갈 길이 아득해져만 갑니다.
어찌 살면서 얻음만 있겠습니까.
얻음으로 하여 잃음도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엇갈린 운명인걸
가끔은 환상을 떨치기가 어렵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서로를 아름답게 잊어야 합니다.
사랑하였음으로 서로의 행복을 지켜줘야 하는 것입니다.
9. 밤 차
이제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미련없이 모든 가식을 훌훌 털어 버리고
잃어버린 나를 찾아
새롭게 이 곳을 떠나야 한다.
이 우중충한 도시에서의 나의 존재는
언제나 어둠같은 것.
미쳐 버린 것 같은 이 현실 속에서
더욱 작아져 가는 나의 모습.
이 슬픈 도시에서는
내가 의지할 곳도 의지할 이유도 없다.
의문만이 회오리바람으로 서는 이곳은
나의 존재만 더욱 의문이게 한다.
이제는 나를 찾아야 한다.
미련없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이제는 잃어버린 젊음을 찾아
새로운 나를 찾으러
새로운 곳으로 미련없이 떠나야 한다.
10. 우리들의 연가
그 시절
우리의 사랑은 가난하였지만
서로의 가슴은
촛불처럼 순결히 타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거리, 어느 기억 풀린 장소를 가건
홀로인 사랑이어도 함께 동행하며
외딴 산천 어느 초가집의 화로불처럼
서로의 가슴을 불지르는 것이었습니다.
겨울의 한복판에서 어느 해, 누군가
안타깝게 헤어짐을 준비했어도
사랑의 아픔에 어둠도 벗할 수 있는
그런 미운 정도 넉넉히 알게 했습니다.
지금은 그 날의 사랑이 낙엽으로 날리는 계절
그 시절의 밀회는 서로 안에서 은퇴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날의 이야기는 세월가도 진실한 것을 남기며
영원한 사랑의 빛으로 타오르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