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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선우휘
-1957년 <문학예술> 신인 특집에 당선된 작품
● 미리보기
3․1운동부터 6․25 동란까지의 30여 년에 걸친 역사적 격동기를 배경으로,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의 3대에 걸친 가족의 고난, 즉 민족의 수난사를 고현이란 젊은이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역사에 대한 한국인의 체념과 순응주의를 비판하고 적극적이며 행동적인 삶의 태도를 형상화한 소설이다.
● 줄거리
주인공 고현의 아버지는 1919년 3월 서울에서 북으로 백여 리 떨어진 P고을에서 일어 난 독립 만세 운동에 앞장섰다가 일본 경찰의 총격으로 죽는다. 현은 유복자(遺腹子)로서 아버지가 죽고 나서 아홉 달만에 태어난다. 목에 혹이 나서 혹부리라고 불리는 현의 할아버지(고노인)은 P고을에서 싸전(쌀 가게)을 경영하며 자기 개인만을 위해 살아왔다. 아들을 잃은 고 노인은 젊은 여자를 재취(再娶)로 맞아들였고, 며느리인 현의 어머니에게는 현을 놓아두고 친정으로 돌아가 재혼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의 어머니는 시아버지 말에 따르지 않고 현을 키우며 홀몸으로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고 노인은 강 건너에는 논 몇 마지기와 작은 초가집을 마련 해 주어 현의 모자가 따로 나가 살도록 한다.
농사를 짓는 어머니 밑에서 현은 5년제 중학교를 평범하게 마친다. 고등학교나 전문대학으로 진학하는 동급생이 적지 않았으나, 현은 어머니를 도와 농사 지을 생각으로 진학을 포기한다. 그러나 2년 뒤 어머니의 권유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현이 일본에서 공부한 지 3년이 지난 어느 날,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고, 전선 확대로 병력이 부족해지자 일본인 학생뿐 아니라 조선인 학생마저 동원해 가기 시작한다. 현도 동원되어 중국 전선으로 나간다. 하지만 구타와 학대로 얼룩진 군대에 혐오를 느낀 현은 보초를 서다가 어둠을 틈타 탈출한다. 중국 대륙을 헤매 다니던 현은 전쟁이 끝나자 고향으로 돌아와 여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된다. 여학교에서 그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조 선생을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서 희미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살아 돌아온 기쁨도 잠시였다. 6 25전쟁이 일어나고 북한의 군대가 남침하게 되고 P고을을 정복했던 것이다. 북으로 넘어갔던 현의 어릴 적 친구 연호는 공산당 골수 분자가 되어 돌아와 현을 설득한다. 그리고는 반동분자를 즉결 처형하는 인민재판을 벌이고, 현에게 참석토록 권유한다. 인민재판에 참석한 현은 그 야만성과 무도(無道)함에 분노해 총을 빼앗아 처형 집행자를 사살하고 그 옛날 아버지가 죽음을 맞았던 인근 부엉산 산마루 동굴로 피신한다.
연호는 현의 할아버지 고 노인을 앞세워 부엉산을 수색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았던 고 노인은 마지막 순간 자신은 죽더라도 자신의 손자는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동굴에 숨어 있는 현에게 도망가라고 소리를 친다. 결국 고 노인은 연호의 총에 맞아 죽게 되고, 총소리를 들은 현은 동굴에서 뛰쳐나온다. 연호와 현은 서로에게 총을 쏜다. 연호의 총알은 현의 어깨를 스쳐 가고, 현의 총알은 연호의 가슴을 뚫는다. 저 멀리 유엔군의 포성이 가까워지고 있다. < 을유문화사간 [불꽃/테러리스트]를 바탕으로 함 >
● 핵심정리
▶갈래 : 중편소설, 전후(戰後)소설(제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배경 : 시간 - 3․1운동부터 6․25까지, 공간 - P고을
▶문체 : 박진감이 넘치면서 장중한 맛을 풍기는 문체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 : 내적 독백(interior monologue). 의식의 흐름 수법
▶구성 : 역전적 구성
▶주제 : 비극의 극복과 적극적인 삶의 의지
● 구성
▶발단 : 동굴 속에 피신하고 있는 '현'.
▶전개 :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현'.
▶위기 : 공산주의자가 된 '연호'를 주먹으로 치고 동굴로 피신함.
▶절정 : 할아버지의 죽음과 '현'의 탈출.
▶결말 :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갖게 되는 '현'.
● 등장인물
▶고 현 : 할아버지(숙명론)와 아버지(저항주의) 사이에서 방황하다 현실 참여라는 새 차원의 삶을 시도하는 인물. 아버지 쪽으로 자신을 새롭게 창조해 가는 주인공. 우리 민족의 수난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인물. 소설 후반의 능동적 행위 말고는 기백이 결여된 소극적인 인물이며, 우유부단함을 보이기까지 하는 인물임.
- 일제말 학병, 탈출→ 광복 후 교사→ 6.25 전쟁 후 좌우 대립과 인민 재판을 경험.
- 친구인 연호에게 총을 당겼을 때 '생명에의 불꽃'(새 차원의 비약을 다짐하는 생명력, 생명의식)을 느낌
▶할아버지 : 조상의 대통을 잇는 것을 전부로 생각하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인물. 숙명론자. 철저한 현실주의자. 아버지와 정반대형의 인물.
▶아버지 : 대의를 위해서 자신의 몸을 희생시키는 인물. 민족적 신념에 불탔던 현실 참여주의자. 저항주의자.
▶연호 : 현의 친구. 열성 공산주의자. 현과 혁명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임.
▶조 선생 : 구원의 여인상 (민족보다는 가문을, 가문보다는 가족을, 가족보다는 자신을 우선으로 삼음)
● 이해와 감상
● '불꽃'의 상징성
현실도피
↓ * 불꽃 : 새 차원의 비약을 다짐하는 생명력.
현실참여
● '동굴'의 상징성
현의 아버지가 죽은 '죽음'의 공간이며, 동시에 현의 할아버지와 현 자신에게 새로운 각성을 가능케 하는 '재생(再生)'의 공간임. 곧 소멸과 부활의 장소.
● 핵심문제
1. ‘불꽃’의 의미는?
▶외면하거나 도피하지 않고 현실에 정면으로 맞서는 삶 즉 행동적인 삶의 생명력을 의미
2. 현의 삶의 자세의 변화 과정을 쓰라
▶할아버지적 삶, 즉 소극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아버지적 삶, 즉 적극적이고 투쟁적인 삶으로 변화
3.현의 삶의 방향의 전환의 계기는?
▶죄 없는 동료 교사 부친의 인민재판
● <불꽃>의 주제 구현 -소설가 유재용, [독서평설] 1997. 4
이 작품은 1957년 발표되자 대단한 반응이 일어났으며, 곧바로 선우휘는 동인문학상을 받아 일급 작가의 위치에 뛰어 올랐다. 1957년은 6.25전쟁이 멈춘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이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 의식과 좌절감은 지성인을 비롯한 뜻 있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 반성이 작가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작품의 주제로 부각된 것도 당연한 노릇이었다. <불꽃>은 불꽃처럼 강렬한 좋은 소설이다.
그러나 방법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지금 시각에서 볼 때 거의 기교가 발휘되지 않았다. 시대를 배경으로 고현과 할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를 평범한 방법으로 펼쳐 나갔을 뿐이다. 작품에는 주제가 강한 것이 있고, 방법이 강한 것이 있다. 즉 사회 참여적인 요소(운동권 소설, 분단 문학, 사회의 도덕성이나 비리를 파헤친 소설 등)와 인생과 세계의 근원적 문제(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가(家)의 형제들] 등)를 주로 다룬 것이 있고 예술적 형상화(김승옥의 소설들)를 주로 한 것도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작가에게 권한이 있다. 선우 휘는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주제를 주로 다루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 주제와 방법이 조화, 균형을 이루는 작품 例 → (<전쟁과 평화> 톨스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