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의 진미들은 6·25 전쟁과 관련이 깊다. 동두천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향길이 가까운 북한 피란민들이 유난히 많이 모여 살았다.
이 때문에 불고기와 떡갈비, 평양냉면, 녹두부침과 초계탕 등 내력이 오랜 별미집들의 주인 대부분이 실향민 2~3세대들이다.
기차로 소요산역에 내려, 걸어서 2~3분이면 消遙山(소요산) 입구에 닿는다. 서울 지하철 수유역과 상봉터미널에서 직행버스와 좌석버스가 수시로 이어진다. 소요산과 시내를 잇는 시내버스들도 이용에 불편이 없다.
올해 소요산 단풍은 예년에 비해 더욱 붉게 불타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을 산행을 겸해 동두천 소요산을 찾으면 원색의 단풍과 토박이 원조 별미집들을 들러보며 시대의 유산으로 기록될 기지촌의 모습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 소요산과 자재암
소요산은 경기의 명산일 뿐 아니라 불교의 성지로 더욱 유명하다. 한국 선불교와 대중불교의 시조격인 元曉(원효·617~686) 대사가 세상과 완전히 인연을 끊고 큰 道를 깨쳤다는 「自在庵(자재암)」이 있다.
원효는 45세가 넘은 나이에 요석공주와 결혼해 薛聰(설총)을 낳고 가정을 이뤘지만 失戒(실계)했다는 생각에, 가정을 버리고 이곳 소요산에 찾아들어 암자를 짓고 입산수도에 들어간다.
자재암 앞 안내판을 보니 훗날 요석공주가 아들과 함께 찾아와 입구에 궁을 짓고, 그의 환속을 기다렸으나 끝내 뒤돌아보지 않고 眞理에 매진해 한국 불교에 큰 족적을 남기고 70세에 입적했다고 적혀 있다.
⊙ 마지막 기지촌- 관광특구
마치 영화촬영이 끝난 세트장인가 싶게 가꿔놓은 기지촌은, 50년 미군 기지촌의 마지막 자취나 다름없다. 다소 한산해진 거리지만 아직은 외출 나온 미군 병사들과 기지촌 아가씨들의 모습이 기지촌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 준다.
동두천 사람들조차 요즘에야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된다는 「관광특구」란 이름의 새 기지촌은 1997년에 새로 단장했다.
⊙ 동두천의 원조 별미집 1) 송월관 - 떡갈비와 갈비탕
동두천 떡갈비는 동두천의 대표적인 별미다. 경쟁업소도 없이 딱 한 곳뿐이다. 누구나 경합을 벌일 수 없고 그 맛을 흉내 낼 수 없다는 게 동두천떡갈비의 자부심이다.
6·25 전쟁이 끝나고 동두천의 경기가 한창일 때 전주 태생의 강옥례(작고) 할머니가 갈비집을 열고, 갈비에 붙이는 덧 살을 먹기 좋게 다져서 얹은 것이 유래가 됐고 훗날 떡갈비로 발전해 떡갈비의 원조집이 됐다.
지금은 덧살뿐 아니라 갈비살까지 곱게 다져 양념에 잠시 재웠다가 갈비뼈를 속에 넣고 떡처럼 빚어 석쇠에 굽는다. 얼핏 햄버거 같고 시루떡을 담아놓은 것 같아 이름이 떡갈비다. 주인의 성격이 까다로워 직접 지켜 서서 꼭 알맞은 상태로 구워서 낸다. 젓가락으로 갈비살을 들어낼 수 있고 먹기도 편해 노인들, 햄버거 세대들이 모두 즐길 수 있어 「효도갈비」라고 한다.
2002년 새로 지은 3층 건물은 쾌적한 홀과 한실로 된 예약실 등을 고루 갖춰 300석 규모지만 점심시간이면 빈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100% 누렁 한우는 아닐망정 수입 갈비와 냉동갈비는 사용하지 않아 그날 들여온 갈비가 다 떨어지면 일찌감치 문을 닫는다. 인기 있는 갈비 반 국물 반인 갈비탕은 점심시간이 지나면 바로 떨어진다.
갈비탕 7000원, 떡갈비(1인분) 1만5000원.
주소: 동두천市 생연2동 683-24 / 전화: 031-865-2428
둘째·넷째 수요일은 쉼. 오전 11시부터~. 카드 사용, 주차 가능
2) 평남면옥 - 평양냉면
생연동 제일시장과 대중목욕탕을 앞에 두고 있는 평남면옥은 6·25 전쟁이 끝나던 해, 평양 기림리에서 월남한 김병두(작고) 할아버지가 문을 열었다.
지금은 아들 김종연(64)씨 가족이 경영하고 있다.
다소 굵게 눌러내는 국수발은 메밀가루에 전분을 약간 섞어 부드러워 젊은 사람들 취향에 맞다. 순 메밀냉면을 따로 메뉴에 올려놓고 있다.
평양의 유명한 사천장 냉면 맛을 누구보다 잘 살려냈다는 金氏 할아버지의 손맛이 그런대로 이어져 와 아직은 옛날 평양냉면 고유의 맛을 어느 집보다 실감나게 맛볼 수 있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고객의 50% 이상이 먼 곳에서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이고, 외국에 이주해 살던 노인들이 후손들의 부축을 받아가며 수십 년 만에 찾아와 반가워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얼음을 서걱서걱하게 얹어 내는 시원한 국물이, 냉면 맛을 모르는 이들은 심심하다고 할 정도로 담백하고 개운한 뒷맛이 특징이다. 겨울철로 접어들면, 온면과 함께 꿩고기를 다져 얹은 꿩냉면도 낸다. 평양냉면집에서 맛볼 수 있는 쇠고기편육겨자무침, 제육겨자무침이 있고, 제육과 수육도 갖추고 있어 선주후면의 격식을 갖춰 평양냉면의 진미를 제대로 즐겨볼 수 있다.
냉면·온면 6000원, 순메밀냉면 7000원, 제육 8000원, 쇠고기겨자무침(1접시) 1만6000원.
주소: 동두천市 생연3동 818 / 전화: 031-865-2413
큰 명절은 쉼, 낮 12시~오후 9시까지, 카드 사용, 주차 가능
3) 진미옥설렁탕 - 설렁탕과 수육
진미옥은 경기 북부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설렁탕집이다. 설렁탕집 하면 당연히 진미옥을 찾고, 택시를 타고 설렁탕집 앞에 내려 달라고 하면 틀림없이 진미옥 주차장에 내려준다.
모든 음식을 주인 부부가 직접 챙긴다. 주인 최홍식(48)씨는 20代 초반부터 서울의 유명한 설렁탕집을 옮겨 다니며 탕 끓이는 비법을 고루 익혔다는 탕 전문가다.
경기 북부지역에서 나는 한우를 도축하는 도축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자신의 눈에 드는 사골과 쇠뼈를 골라 사용한다. 뼈를 알맞게 고아 건져 낸 뒤, 수육으로 낼 양지와 사태 살을 뼈 곤 국물에 삶아내 맛을 돋운다. 우유처럼 뽀얀 진국은 누린내 없이 담백하면서 뒷맛이 고소하고 개운하다. 상에 내는 소금은 볶은 소금을 사용하고, 저녁에 절여 놓았다가 아침에 양념해 점심부터 낸다는 싱싱한 겉절임 배추김치도 제 맛이다. 알맞게 익혀 내는 깍두기도 탕맛과 제대로 어우러진다.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일찍 산행에 나선 등산객들은 아침식사도 가능하다.
설렁탕 5000원, 특설렁탕 7000원, 수육 1만2000원, 모둠 찜 2만원.
주소: 동두천市 생연4동 584-20 / 전화: 031-865-3626
오전 7시~밤 12시, 카드 사용, 주차 가능
4) 황주불고기 - 한우 불고기
한우생고기 구이로 45년을 이어오는 집이다. 6·25 직후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김용학(작고) 할아버지가 문을 열어 아들 김명종(47)씨 부부가 대물림해 2代 45년째를 맞고 있다.
처음에는 시장 사람들을 상대로 해장국과 함께 한쪽에 정육점을 열어 고기를 직접 구워먹을 수 있게 했다. 아들 내외가 대물림하면서 본격적인 생고기구이집으로 터를 다졌다.
예나 지금이나 동두천과 경기 북부 도축장을 직접 찾아가 골라오는 신선한 한우고기를 사용해, 육질이 남다른 집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한우 차돌박이와 안창살, 제비추리, 토시살, 꽃등심, 치마살 등 5~6가지를 그날그날 들여와 냉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육회와 생고기구이, 양념구이로 구별해 낸다. 입에 녹듯이 부드러우면서 쫀득하게 탄력이 살아 있는 신선한 생고기를 숯불에 구워 놓으면 은은한 숯내와 함께 한우 불고기의 고유한 진미를 실감하고 남을 만하다.
옛 시장 건물을 그대로 사용해 시설은 다소 소박하지만, 이 역시 예스런 분위기가 옛 맛을 살려내 한 가지 맛을 더해 주는 느낌이다.
육회(1접시) 2만5000원, 모든 구이는 300g을 기준해 2만원으로 균일하다.
주소: 동두천市 생연4동 823-1 / 전화: 031-865-2026
오전 11시~오후 11시, 카드 사용, 주차 가능
5) 평남막국수초계탕 - 초계탕
초계탕은 평안도 지방 고유의 별미국수다. 같은 평안도 메밀국수지만 냉면이나 막국수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본래 초계탕은 닭 삶은 국물에 알맞게 익힌 동치미 국물을 섞어 기본 육수를 만든 뒤, 식초와 겨자를 진하게 풀어 새콤하면서 맵싸하게 맛을 돋운다. 삶아낸 닭살을 곱게 뜯어 오이와 배, 야채 등을 채쳐서 함께 무쳐 국물에 말거나 따로 곁들여 낸다.
이름을 「초계탕」이라 부르는 것은 식초와 겨자를 풀어 맛을 냈다는 데서 유래했다. 평안도에서는 겨자를 「계자」로 부르기 때문에 식초의 「초」字와 계자의 「계」字가 합쳐 초계탕이 된다.
추운 겨울날이나 한여름에 큼직한 양푼에 초계탕 국물을 준비해 얼음을 몇 덩이 띄워 상 한가운데 놓고 메밀국수 사리를 삶아 건져 따로 내면, 사리를 하나씩 옮겨다 그릇에 담고 초계탕 국물을 넉넉하게 부어 먹는다. 냉면보다는 맛이 진하면서 오히려 시원하고 막국수보다는 세련된 맛이다. 부드러운 닭국물이 시원한 동치미국과 어우러지는 감칠맛은 다른 국수가 따를 수 없었다. 평남막국수초계탕은 막국수 사리를 초계탕에 말아 낸다. 손님이 아무리 밀려도 기계반죽을 하지 않는다. 평안도막국수 5000원, 초계탕면(4인 기준) 3만2000원, 닭무침 1만5000원.
주소: 동두천市 생연동 293-2 / 전화: 031-861-1354
오전 10시~오후 9시, 카드 사용, 주차 가능
6) 삽다리식당 - 도토리묵과 막걸리
소요산을 비롯한 경기 북부 산악지역은 떡갈나무와 상수리나무, 단풍나무 등 관목수림이 무성해 토종 도토리가 풍성하게 나는 고장이다. 소요산 관광단지內 민속음식점들에서 내는 도토리묵과 막걸리 맛은 예로부터 이름나 있다.
삽다리식당은 1970년대 초, 일주문 앞에서 문을 열어 1980년 지금의 자리로 왔다. 창업주인 이희원(70) 할머니는 지금도 봄이면 소요산과 일대 산에 올라 직접 나물을 채취해 온다. 가을이면 버섯과 도토리를 따다 손님상에 올린다. 대를 이은 큰아들 강신준(43)씨는 쌀과 야채는 물론 양념류까지 모두 직접 재배한 것을 사용한다.
1~2층으로 이어지는 식당은 단지의 맨 윗자락에 위치해 산에서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들어서게 되고, 산쪽으로 열린 야외 테라스는 가을 단풍철이면 더욱 제격이다. 시원한 산바람과 물소리가 어우러지는 야외 테이블에서 얼얼하게 무쳐낸 도토리묵을 곁들인 막걸리 한 잔은 산행의 피로를 풀어 준다.
산채정식(2인 기준) 1만6000원, 산채비빔밥 5000원, 도토리묵(1접시) 7000원, 동동주 5000원, 막걸리 3000원. 그 밖에 닭백숙과 메기매운탕, 감자전, 해물파전 등도 있어 단체 나들이 장소로 좋다.
주소: 동두천市 상봉암동 산 1번지 / 전화: 031-865-8931
연중무휴, 오전 10시~오후 10시, 카드 사용, 주차 가능
7) 산타페 - 커피와 가정식 포크 커틀릿
산타페는 동두천과 양주市가 경계를 이루는 덕정교를 건너서면서 우측으로 난 좁은 길로 1.5km쯤 들어앉은 카페 레스토랑이다. 멕시코풍의 하얀 단층건물이 넓은 마당을 안고 있는 모습이 마치 중남미 지역의 농가주택을 연상케 한다.
주인은 가죽공예가 전문인 이재천(53)씨 부부다. 1993년 중남미 지역에 가죽제품을 수출하던 롱가트 가죽공방을 리모델링해 레스토랑을 열었다. 식당 분위기와 음식은 중남미를 오가며 인상 깊게 보아온 멕시코의 서민층 레스토랑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고 한다. 건축은 물론 실내장식과 음식까지 주인의 손으로 직접하는 게 자랑이다.
월 2회꼴로 볶아오는 원두를 직접 갈아 내려 주는 에스프레소 커피와 산타페 브랜드 커피 등, 20가지에 이르는 커피 메뉴와 전통적인 포크 커틀릿, 비프가스, 산타페 정식, 산타페 우동 등 몇 가지 요리를 직접 조리해 낸다. 특히 신선한 커피와 포크 커틀릿은 주인의 정성이 담긴 고유한 맛으로 동두천과 양주지역의 연인들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모임 장소로 이름나 있다. 소박하지만 주인의 정성이 담겨 있는 전형적인 가정식 레스토랑의 편안한 분위기가 젊은 부부들의 휴식공간으로 몇 집이 함께 어울려 가도 불편 없이 쉬어올 수 있어 좋다.
커피 4000~6000원, 어린이 포크 커틀릿 1만원, 산타페 커틀릿 정식 1만2000원, 비프가스 정식 1만5000원.
주소: 양주市 은현면 용암2리 218 / 전화: 031-858-0880
연중무휴, 낮 12시~밤 12시까지, 카드 사용, 주차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