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2002년)
제 목 : [월드컵] 중국 축구대표팀 응원단장 한국처녀 조수진
---------------------------------------------------------
## “13억 중국인의 응원대표…5000명 이끌어”##
## 94년 건너간‘韓流원조’에어로빅 스타 ##
지난 16일 중국 월드컵 대표팀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이 열린 중국
선양(瀋陽)시 축구경기장.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 속에서 흠뻑 젖은
관중들은 정작 축구보다 응원전을 이끄는 치어리더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이날은 2002년 월드컵에 출전하는 중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응원단이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낸 첫 날이다.
“쭝궈 찌아요!(중국 화이팅), 쭝궈 찐치오!(중국 골인)” 활기차게 팔
다리를 뻗어 대는 응원단 맨 앞에 몸매가 늘씬한 여자가 서 있었다.
월드컵 기간 중 13억 중국인을 대표해 중국 축구팀을 응원할 응원단장
‘자오 서우 전’.
베이징의 명동거리 격인 왕푸징 거리에서 현란한 춤으로 수 만 명
젊은이의 혼을 빼놓은 에어로빅 달인. 나이키 스포츠웨어의 모델이자,
북경 최고의 피트니스 클럽인 너바나(NIRVANA)의 총괄 매니저. 6월 2일
중국 월드컵 응원단 5000여명을 이끌고 한국에 들어와 이들을 총지휘하게
될 주인공.… 94년 인천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8년 만에 차이니즈 드림을
이룬 한국 처녀 조수진(趙守鎭·28)씨의 중국어 이름이 바로 자오 서우
전이다.
지난 4월 3일 조씨는 베이징에서 열린 월드컵 전국 치우미(蹴迷·축구
매니아) 선발대회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조씨와 조씨의 에어로빅 시범단은 그날 대회에서 3번이나 무대에 오르며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리고 3주 후인 4월 24일, 우리의 ‘붉은 악마’ 격인 중국 치우미
협회로부터 “중국 국가대표 축구팀을 응원할 치우미들 응원단장이 돼
달라”는 러브콜을 받았다.
24일 베이징에서 만난 조씨는 응원 율동과 구호를 만들고 연습하느라
사흘밤을 샌 직후였다. “치우미들은 붉은 악마처럼 조직적인 응원
능력을 가진 응원단은 아닙니다. 따로 모여 응원 연습을 할 시간도
없어요. 그래서 경기장에서 바로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쉬우면서도
선수와 응원단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율동을 만들고 있습니다.”
조씨는 4일부터 열리는 중국팀 조별 리그전에 응원단장으로 뛰게 된다.
중국 CCTV가 조씨와 함께 입국, 그들의 응원을 중계할 계획이다.
베이징에서 ‘짜오 쇼우 쩌언’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사다.‘한류’ 원조로 꼽는 사람도 있다. 일간신문 ‘북경만보(北京晩報)’는 지난 99년 왕푸징 거리의 열광하는 젊은이들 앞에서 ‘자자’의 댄스곡 ‘버스 안에서’를 틀어 놓고 에어로빅을 선보인 그녀를 ‘한류(韓流)
에어로빅 트레이너 조수진’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로 소개했다. 이를
계기로 왕푸징 거리에는 조씨의 사진이 2주간이나 걸려 있었다.
그의 중국 진출에 가장 중요한 도구는 에어로빅이었다. 94년 그가 중국에단신 입국했을 때만 해도 중국 에어로빅은 국민체조 수준의 율동 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중학생 때 이미 에어로빅에 빠져 공부도 뒷전이었던
조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다 “기회의 땅 중국을
에어로빅으로 호령해 보자”며 가방을 쌌다.
그가 본격적으로 뜬 것은 99년 베이징의 ‘하오샤’라는 대형 헬스
클럽에서 일을 하면서부터였다. 화려한 한국식 ‘댄싱 에어로빅’은 중국 에어로빅과 차별화 되며 ‘신들린 에어로빅’이라는 이름으로 유행을
탔고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그의 율동을 배우기 위해 클럽을 찾았다.
지난해 6월 ‘너바나’에 업계 최고 대우로 스카우트된 후 그가 받는
몸값은 중국 도시 근로자 평균 월급의 10배에 해당하는 월 400만원(원화 기준) 정도.
에어로빅 스타에서 일약 중국 축구팀 응원단장으로 발탁된 조수진. 만약
한국과 중국이 월드컵에서 맞서게 되면 그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런 상황은 안 왔으면 좋겠어요, 나도 한국인이니까. 그래도 양 팀이
맞붙어 나를 괴롭히고 싶다면 결승전에서 만나라고 하세요. 그러면
봐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