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를 하겠다고 할 때 아버지께서 무척 반대하셨어요.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가수활동을 시작한거죠. 우직한데다 오랫동안 공직에 계신 분이었기 때문에 딸이 ‘딴따라’가 되는 걸 싫어하셨던 겁니다. 아버지께서 딸이 남 앞에 나서지 않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셨던 것 같아요. 보통 부모들 처럼요.”
‘소녀와 가로등’의 가수 진미령이 새롭게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본명이 ‘김미령’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화교’출신이라는 꼬리표도 하루아침에 뗐다.
▲아버지의 함께▲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소문이 돌고 돌아 ‘화교출신’으로 굳어지고 말았죠. 세상 사람들에게 그렇게 알려졌다고 해서 제 아버지가 삼척군수와 목포시장 등 공직에 몸담았던 분이라고 알릴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아버지의 이름석자를 밝혀도 됐을텐데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고요. 그렇다고 ‘전 대한민국 사람입니다’하고 기자회견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웃음) 그 소문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았어요. 저는 ‘토종’이었으니까요.”
김동석(金東石·82) 전 함경북도 지사가 6·25 전쟁과 5·16 시기까지 휴전선을 넘나들며 첩보 활동을 벌였던 당시 북파공작원의 실상을 담은 회고록 ‘This man 전쟁영웅 김동석’(저자 이선호ㆍ주정연)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김씨의 ‘지난 삶’ 못지않게 그의 막내딸이 ‘진미령’임이 책을 통해 알려졌기 때문이다.
▲진미령 오빠 갑철씨와 그의 아버지▲
“아버지가 HID(육군첩보부대) 대장 출신이라는 것은 어른이 돼서야 알았어요. 그 일은 제가 태어나기 이전에 하셨던 일이고. 제가 4,5살 때 시장이나 군수 관사에 살면서 뛰놀던 기억 밖에 없어요. 자식들에게 참 엄한 아버지였어요. 근엄하고 위엄이 넘치는 분이었죠. 오랫동안 공직에 몸담을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의 성품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자식들에게 물려줄게 없을 정도로 청렴결백하게 살아 오셨어요. 그런 아버지를 자식들은 늘 자랑스럽게 여겼죠.”
김씨는 미국이 맥아더 장군과 리지웨이 극동연합군 최고사령관, 백선엽 한국 육군대장과 함께 ‘한국 전쟁 4대 영웅’으로 선정할 정도로 당시 영향력 있는 인물. 하지만 김씨의 ‘전력’에 비해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오빠가 웃으면서 그러더러고요. ‘예전에는 진미령이 오빠’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김동석’의 아들로 살게 됐다고요. 저도 이제부터는 가수 진미령으로 불리기보다는 ‘김동석’의 딸로 더 유명해지지 않을까요.(웃음) 앞으로 살 날 보다 살아온 날이 많기에 아버지께서 걸어 온 삶을 정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 책을 출간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제는 나이가 드셔서 그렇지 예전에는 굉장히 패기 넘치는 분이었어요. 이제는 나이 들어서 힘없는 모습을 보면…. 그게 좀 안타깝죠.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잖아요.”
▲가수가 되는 것을 반대하셨던 아버지…▲
진미령은 “뒤늦게 아버지의 삶이 조명을 받고 있지만 평생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누구보다 국가를 위해 노력 하신 분”이라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