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의 <화술 스타일>
이건희 삼성 회장 : 오랫동안 침묵하다 한마디… 어디서 끝나는지 알 수 없어
“이 회장은 기상천외한 사례를 갑자기 언급하는가 하면 엄청난 속도감으로 비약을 거듭하기도 해,
처음 이 회장의 말을 듣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그러다가 말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되면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입을 다문 채 산다.” “이 회장의 말이 어눌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까닭은 그가 침묵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기 때문” “말이란 일정한 침묵이 배경이 되어야만 가치가 드러난다”.
‘사장보다 더 많은 월급을 주는 인재를 스카우트하라’ ‘아내와 자식 빼고는 모두 바꾸어라’ ‘아예 양(量)은 포기하고 질(質)만 따져라’ 등의 경구는 오랜 침묵 끝에 나왔다.- 한창수 (SERI 수석연구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 대외적으론 어눌한 말솜씨… 친숙한 사람에겐 상세한 설명
서울대에서 열린 ‘차세대 자동차 연구관’ 개관식에서 축사를 하면서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을 “존경하는 이해범 산자부 장관”이라고 발음해, 장내 분위기를 썰렁하게도 하고, 또 자동차 연구관 3층에 전시된 차 중에 기아자동차의 1000㏄ 소형차 ‘모닝’을 가리키며 “이 차 참 예쁘네, 여기(서울대)에서 만들었나”라고 직원들에게 질문, 동행한 임직원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기아자동차의 신차 발표회에서는 스포티지를 ‘스티포티’로, 오피러스를 ‘올림푸스’로 발음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까운 출입기자에게 황제 다이어트에 대해 그렇게 상세히 설명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구본무 LG 회장 : 형식·격식 철저히 배격… 자기 생각 말하는 데 3분 안넘겨...
구 회장도 달변가로 분류하기에는 어색하다. 환갑을 바라보는 구 회장은 임직원과 잘 어울리며 각종 모임에서 ‘울고넘는 박달재’나 ‘번지없는 주막’ 같은 뽕짝을 매우 구성지게 부른다.
소탈한 인상처럼 형식주의와 격식주의를 철저히 배격한다. 그러다보니 주요 회의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3분을 넘기지 않는 편이다.
다른 사람에게 말할 기회를 주려는 의도도 있지만, 길게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석에서는 농도 짙은 입담과 유머로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꾸어 놓는다. 유머의 소재도 풍부해 다른 사람에게 한 번 들려준 내용은 상당기간 다시 반복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지가 ‘털털한 이웃집 아저씨’ 같고 ‘유머감각이 뛰어나다’고 하여 쉽게 대하면 오산이다.
구 회장은 대단한 집념의 소유자이다. 성격이 급하고 화가 나면 불 같으며 한 번 틀어지면 쉽게 풀지 않는다. 회장 취임 이전에는 LG건설이 시공한 아파트 벽에 금이 갔다는 보고를 받고 “당장 헐고 다시 지으라”며 호통치기도 했다.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 : 직설적으로 속내 털어놓는 소문난 입담.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여과없이 구사하면서 속내를 직설적으로 털어놓는 재계에 소문난 직설가로 통한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EDEX 2003’에 참석,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LCD 부문에서 LG 에 1등을 내준 것은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배한 것과 비슷하다”며 “임직원은 전범(戰犯)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 당장 파문을 던졌다.
지난해 11월 연세대 강연에서는 LG로부터 LCD 패널을 공급받던 소니가 삼성전자와 손을 잡은 것은 “하루 아침에 옆집 여자와 바람난 소니의 행동을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직격.
구자홍 LS그룹 회장 : ‘재계 최고의 젠틀맨’ 별명… 품위있는 말솜씨 자랑.
‘재계 최고의 젠틀맨’이라는 별명처럼 품위 있는 말솜씨를 자랑한다.
표준 억양과 어휘를 골라 자기 의사를 세련되게 표현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할 줄 안다.
영국에서 찰스 황태자를 만났을 때 영국 사람조차 그의 발음과 표현에 경탄할 정도로 영어실력이 뛰어나다. 젠틀맨 리더십으로 LG전자를 이끌어왔던 그는 LS그룹 C I 발표회 행사때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최태원 SK 회장 : 큰 체구에 말수 적어 ‘무뚝뚝’… 입 열면 논리·현학적 화술.
4대 그룹 오너 중에서 가장 젊은 최 회장을 처음 대하는 사람은 무뚝뚝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커다란 체구에 별로 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입을 열면 매우 논리적이고 현학적으로 얘기하기를 좋아한다. 지난해 최 회장은 신입사원을 비롯, 여러 직급의 직원과 총 22회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대개 30분 정도 발언할 예정이었다가 실제론 이보다 훨씬 길어지곤 했다. 최 회장의 말을 들은 SK 직원은 “다양한 지식을 동원하여 학자풍으로 논리를 세워 얘기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2002년 5월 서울대 공대 산업기술정책 대학원에서 ‘지식기반 사회의 기업 경영전략’이란 주제로 두 시간 가까운 강연을 독특한 논리전개와 선명한 목소리, 다양한 예화제시로 방청객의 눈길을 모았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 간단명료한 말·비유법 사용하는 ‘재계의 미스터 쓴소리’ ...
더이상 소개가 필요 없는 달변가다. 그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면 어느 자리에서나, 누구를 만날 때나 한 개씩의 핵심 키워드를 미리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간단명료한 말과 비유법을 많이 사용한다.
어느 자리에서는 정부를, 또다른 장소에서는 재계를 신랄하게 비판, 양측을 절묘하게 오가며 발언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박 회장은 최근에도 “싱가포르는 깨끗하기 위해 껌 씹으려면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한다. 그런 나라도 성매매방지법은 없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국가가 국민의 성행위를 관리해주고 있는가”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미래 불안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는 것은 빤한 거짓말로, 돈을 벌 곳이 있다면 사채를 끌어들여서라도 한다. 재계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할 것은 하면서 요구해야 한다”면서 재계를 겨냥한 쓴소리를 내뱉었다.
강신호 동아제약, 전경련회장 : 조곤조곤 유머 섞어가며 좌중 사로잡아 ...,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 와인 등 다양한 소재로 품위있는 언변을 구사하는 오너로 꼽힌다.
류진(柳津) 풍산 회장 : 미국에서도 ‘품위 있는 영어 연설을 하는 한국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조양호 한진회장 : 말수 적어… 핵심만 찌르며 과감히 생략하는 화법 구사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회장 : 시원시원하며 친화력있게 말하는 ‘큰 형님 스타일’
조석래 효성 회장 : 일단 마이크 잡으면 놓치 않는 ‘달변가’
이재현 CJ그룹 회장 : 외부노출 꺼리고 말도 그리 많지 않은 편
이웅열 코오롱 회장 : 구김살 없고 호탕한 성격으로 말하기를 즐기는 편.
때로 청바지 차림으로 임직원에게 경영 강의를 하는 친화력 있는 성격. ( 주간조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