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앙은행은 지난 10일 동화 가치를 달러당 1만 8932동에서 2만 693동으로 9.3% 평가절하하고, 달러-동화의 하루 변동폭도 현행 3%에서 1%로 줄이는 조치를 내렸다. 이는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이례적 조치다. 반면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9%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의 이번 조치는 2009년 11월 이후 4번째 평가절하이며, 199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변화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평가절하는 베트남의 입장에서는 공식 환율과 실거래 환율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되어 외환시장의 안정과 무역적자 감소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물가상승을 부추겨 인플레이션을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또 베트남에 투자한 펀드 투자자들은 이번의 동화 평가절하로 인해 손실이 예상된다. 베트남에 투자한 펀드들의 경우 대부분 동화에 대한 환헤지*를 설정하지 않아 손실 부분을 만회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베트남 펀드를 해지할 경우 해지 시점의 결정이 매우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네딕트 빔함 IMF 베트남사무소장은 “동화 가치를 절하함으로써 중앙은행의 공식 환율과 실거래 환율간의 격차를 줄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경제 안정을 위해 넓은 범위의 정책들이 더 나와야 한다”고 했으며, 조한나 추아 씨티그룹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중앙은행은 평가절하와 함께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동화 평가절하는 한국 수출 및 투자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또 제품의 내수 판매 비율이 높을수록 불리한 반면 제품을 베트남 국외로 수출하는 경우는 동화 평가절하로 인해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기업들은 대부분 봉제, 전자 등 임가공 수출기업으로 이번 조치로 가격 경쟁력이 향상돼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식료품 및 철강 등 일부 내수시장 비중이 높아 동화 수요가 많은 기업은 예상보다 큰 평가절하조치에 환차손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화 가치 하락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발생,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하다.
한편 베트남 동화의 평가절하율은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1년간 약 9.2%로 기타 동남아 국가와 달리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환헤지란, ‘환(換)’과 ‘헤지(hedge)’의 결합어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현재 수준의 환율로 수출이나 수입, 투자에 따른 거래액을 고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래프 : 최근 1년간 동남아 주요국 통화 가치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