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몰다 보면 수리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고장이 나기도 하고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새 차를 살 때는 누구나 다 기분 좋아 하지만 ‘에이씨, 이 차 괜히 샀다, 앞으로 다시 이 회사 차 사나봐라’, ‘역시 내가 차를 잘 골랐어, AS가 이쯤 돼야지’ 라며 한편으로는 후회하고 한편으로 한 번 더 만족할 때가 바로 서비스 센터에 들어갔을 때입니다.
최근 우연한 기회에 르노삼성 직영 사업소와 현대 자동차 직영 사업소에 한달 간격으로 갈 일이 있었습니다.
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친구를 대신해 르노삼성차에 갔었고, 현대자동차에는 제 차를 고치러 들어갔었습니다.
먼저 르노삼성 자동차의 직영 사업소.
바가 내려져있고, 들고 나는 차를 관리하는 주차관리소 아저씨가 반갑게 맞이합니다. 에버랜드 여직원들처럼 빤짝빤짝 손짓하며 환하게 웃는 것은 아니지만 듣는 사람 기분 좋은 목소리 입니다.
안내에 따라 차를 사무실 앞에 갔다 대고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한 직원분이 일어서서 “어떻게 오셨느냐”고 묻습니다.

“이러저러한 자동차 이상으로 왔다”고 대답하자 무슨 서류 하나를 들고 나와 차를 살핍니다.
차를 수리하기에 앞서 자동차 상태를 꼼꼼히 체크합니다. 혹시라도 수리 과정에서 전에 없던 흠집이 자동차에 생길 경우에 대비해 마치 렌터카 회사에서 체크하듯 차량의 미세한 흠집까지 기록합니다.
물론 원래 있던 흠집을 갖고 고객이 트집 잡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분쟁을 미리 예방하려는 조치이기도 합니다.
이어 “약 20분 정도가 소요될 것 같다”며 “2층 쉼터에 가서 기다리면 연락을 주겠다”고 합니다. 쉼터에는 정비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 CCTV 화면이 설치돼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직영 사업소의 분위기는 좀 달랐습니다.
우선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기름 냄새’가 확 납니다.
정문 안내에서는 나이 지긋하신 작업복 차림의 한 아저씨가 “어떻게 왔느냐”고 묻습니다.
“이런 저런 이상으로 수리를 받으러 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뒤 차랑 일행이냐”고 묻습니다.
‘뒤 차?’
백미러를 보니 싼타페 한 대가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영문을 몰라 “뒤 차는 모르는 찬데요”, 그랬더니 “아까 뒤 차 수리하러 왔다고 안 했느냐”고 되묻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다시 자세하게 “이런 저런 이상으로 수리를 받으러 왔다”고 설명을 하자 자동차 대시보드 위에 코팅한 A4 용지 하나를 올려줍니다.
그 용지에는 ‘판금 O반’ ‘도장 O반’ ‘정비 X반’과 같이 담당 정비반이 표시돼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손으로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가다 보면 해당 정비반이 보인다”고 안내를 합니다.

사업소를 자주 들르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당황스러운 시추에이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듭니다.
하여튼 우여 곡절 끝에 잘 찾아 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없습니다. 차를 어디에 대라는 사람도 없고 차를 세울 공간도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대충 차를 아무 곳에나 세우고 작업반 간판이 있는 간이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작업복 차림의 한 남성이 열심히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문소리가 나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저기요, 자동차 수리 받으러 왔습니다.”
그래도 쳐다보지 않습니다.
다시 목소리를 높여 말했습니다.
“여기요, 저 자동차 수리 받으러 왔는데, 어떻게 하면 되죠?”
그러자 비로소 그 분이 제게 말합니다.
“밖에 주황색 옷 입은 분한테 말씀 하셔야죠.”
이거, 은근 나무라는 투입니다. 주황색 옷 입은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인지 그들은 알지만 고객이 알 턱이 있나요.
현대차 사업소에서 이런 대접이 그러고 보니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도 한번 ‘차 수리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찾으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차를 찾으러 왔다”고 얘기하자 “거기 앉아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기다렸는데 40분이 지나도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열심히 비장한 표정으로 하던 일을 계속 하십니다. 기다리다 못해 “내 차를 언제 찾을 수 있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서슬 퍼래 말 붙이기도 힘들었습니다. 혹시 내가 일 하시는데 방해를 하는 게 아닐까, 미안해하며 겨우 말을 붙였습니다.
그러자 담당자가 “차를 찾으러 왔느냐”고 새삼 또 묻습니다.
“그렇다”고 말했더니 “아니 왜, 진작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습니다.
“무슨 말이냐, 아까 분명히 말씀드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차 밖에 있으니 갖고 가시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차를 찾으러 온 게 아니라 접수를 하러 온 줄 알았다고 합니다.
제가 잘못 알 수도 있습니다. 현대차 서비스 원래 다 친절한데, 자동차 1만대 중 1대 정도 결함 있듯이 제가 10만 명 중 1, 2분을 만난 것 같습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사실 서비스 수준 다 그저 그런데 그저 그런 10만 명 중 1명 만났겠죠.
10년 전 전입신고를 하려고 동사무소를 찾았을 때 일입니다.
신고서를 작성해서 창구에 냈더니 동사무소 직원이 확 짜증을 내면서 “주소를 이렇게 쓰시면 어떻게 하느냐”고 나무랍니다.
“뭐가 잘못됐느냐”고 묻자 아파트 동 호수를 ‘10-101’ 이런 식으로 쓰면 안 되고 ‘10동 101호’ 한글로 또박또박 쓰라고 합니다.
서류를 찢어버리고 새로 써서 건네자 이번에는 아파트를 ‘Apt’로 쓰면 안 되고 ‘아파트’로 써야 한다며 또 퇴자를 놓습니다.
세 번째는 ‘OO동’으로 쓰면 안 되고 ‘OO2동’과 같이 정확히 써야 한다고 퇴짜.
민원인이나 고객 대하는 게 아니라 신입사원 길들이기 수준의 대우를 받고 겨우 전입신고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관청은 다 그러려니 하던 시절 얘기고 지금은 구청 동사무소 어디에서도 이런 대접을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10만분의 1 경험을 갖고 일반화 하는 것은 분명 잘못입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10만분의 1 경험 하시는 분들이 꽤 됩니다.
현대 기아차 시장 점유율 85%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습니다.
한 업계에서는 1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50%로 제한하고 이를 넘어서면 제재를 가합니다.
어떤 업종에서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위 1, 2, 3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합친 게 60% 이상이 되면 독점이라고 봐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습니다.
현대 기아차는 ‘유일한 민족자본’이라는 이유와 자동차 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이런 논란을 피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습니다.
혹시 ‘10만분의 1’ 경우가 늘어나는 것은 시장 지배력에 대한 자신감, 고객들 대충 대해도 차는 팔린다는 믿음, 이런 게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