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 주 금요일 날이 밝으면 분주해 진다...
오늘밤 시원한 겨울바람 부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가기 위해서는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토요일 치러지는 경조사를 마무리 해야한다.
성의표시만 해도 되는 분들에게는 누구에게 부탁을 하거나 계좌송금으로 처리하고....
눈도장을 찍어야 할 경조사는 아주.. 아주 조심스럽게, 상대방이 안보더라도 일어서서 전화통화로 마무리를 한다.
이젠 어느정도 소문(나쁜소문인지, 좋은 소문인지는 모르지만.. )도 나고 숙달되어 매끄럽게 처리한다..
다음은 가정에서나 사무실, 주변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새로운 일은 시작하지 않으며,
진행중인 일들은 마무리하고 빨리 빨리 퇴근할 준비를 한다..
주변정리가 대충 끝이나면 몸과 마음이 부산해진다.
특히 요즘같은 추운 겨울철엔 내일아침 도시락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머리에 쥐가날 정도로 고민.. 저녁에 먹다 남은 반찬으로 도시락
아니면 빵, 김밥,떡, 과자, 라면, 햇반,죽,과일, 전 등 별의별 음식을 다 떠올리다가 결국은... 오늘은 빈 보온 도시락에 떡복기 준비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금요무박 산행을 가면서 집사람에게는 너무 기쁜표정을 지으면 안된다는 사실....
이 추운 날씨, 난 별로 내키지 않은데, 내가 아니면 안되는 대단한 일 때문에 어쩔수 없이 떠나는 사람처럼....
혼자말로 투덜거리면서 현관문을 나서야 한다는 사실......
지하철에 오르자 마자, 마음은 날아가더라도 집에서는 표정관리로 미안함을 대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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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재..... 현재기온 영하 19도, 적설량 약 60~70cm, 어두운 저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앞 사람이 찍어놓은 발자욱을 따라...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은 맨 처음 남긴 발자욱이 길이 된다..
그 길이 바른 길이던, 돌아가는 길이던 뒤에 가는 사람은 판단할 필요도 없이 그냥 간다.
눈속에 파묻히는 길이더라도... 바보들 처럼.....
누가 누구인지...
자기 모습은 자기가 아시겠죠 .... 알아서 퍼가세요
눈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동쪽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귀네미마을 고냉지 채소밭
사진에 보이는 저 비탈밭은 평지와 같이 비옥한 땅 같지만..
평지에서는 경작을 도저히 할 수 없는 돌과 자갈이 20~30% 포함된 척박한 땅이다.
저런 비탈밭에는 적당한 돌과 자갈이 없으면 눈비가 오면 흙이 유실되어 농사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인지는모르지만..
저런 척박한 땅에서 싱싱한 채소를 제배할 수 있는 저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귀네미 마을을 지나갑니다...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해는 떠오르고...
저 사람들 같이 산행하는 산우들인지 궁금하다.
휴식을 위해서 의자를 펴는게 아니라.. 후미를 보는 저가 도착하자마자
떠나기 위해서 의자를 접는거다
아~~ 목말라...
좀 쉬었다 갑시다... 새벽부터 이제까지 한번도 쉬어보지 못했다니까...
아무리 소리처도...마이동풍....... ㅋㅋㅋ
베낭도 내리기 전에 떠나가는 저~ 사람들...
무엇이 저리 즐거운지...
시리도록 아름다운 하늘...
드뎌 삼수령에 도착.....
단체사진 찍는다니까 어디서 나타났는지 사람들이 몰려든다...
단체 사진에서도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자리잡기전 모습....
자리잡고 나서 근엄한 표정들.....
평소의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ㅋㅋㅋ
삼수령에 내리는 눈과 비는...
바람타고 즐겁게 내려오다가 내려앉은 위치에 따라...
서쪽에 앉은 놈은 한강을 따라 서해바다로..
남쪽에 앉은 놈은 낙동강을 따라 남해바다로
동쪽에 앉은 놈은 기럭지가 잛아 강도 아닌 오십천을 따라 동해바다로 흘러야 하는 운명이라네요...
나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주어진 숙명처럼...
인사한번 제대로 못나누고,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하는 슬픈 이별의 장소구나...
눈아 ! 그래도 넌 따뜻한 남쪽 바람이 널 녹일때 까진 친구들과 보낼 시간이 남아있구나~~
누구도 원망하지 말고 운명을 즐겁게 받아드리렴....
가야할 길은 서로 다르더라도..
이별할 때도 서로를 격려하면서...
가는 구비구비 아름다운 산하를 그리면서.....
그렇게 이별하려무나... 이별으로 가슴이 얼음장처럼 시리더라도...
고생하셨습니다.... 산우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