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호'에 나타난 슬픈 질병, 기면 발작
미국의 독립영화 감독인 구스 반 산트가 감독하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배우 리버 피닉스. 그리고 매트릭스에서 지구의 마지막 구원자로 열연한 '네오'의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은 '아이다호'는 아마도 조금은 생소한 영화일 것이다. 그도 그럴듯이 기면 발작이란 생소한 소재를 사용하고 이복형과 어머니의 근친상간(!)에서 주인공이 태어난 설정하며, 주인공 마이크(리버 피닉스)와 스코트(키아누 리브스)의 동성애 장면도 나오므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아이다호'에서 눈여겨 볼 장면은 주인공 마이크(리버 피닉스)가 겪는 기면 발작 증세이다. 주인공은 길을 걷다가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의식을 잃고 잠에 빠져 버린다. 갑작스런 잠은 기면 발작의 주요 증세이다. 열심히 일을 하다가도,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도 잠에 빠져들 수 있다. 만약 기면 발작증 환자가 차를 운전하다가 잠에 빠져버린다면? 정말 위험하고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면 발작의 증세로는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몸이 마비되는 '수면 마비'와 '환각증세',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팔다리 근육이 풀려 몸을 가눌 수 없게 되는 '탈력 발작'이 있다. '탈력 발작'증세는 주로 극도로 흥분하거나 분노할 때, 크게 웃을 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기면 발작 환자는 기면 상태에 빠졌을 때 곧바로 REM상태가 된다. 정상인의 수면 상태는 크게 REM수면과 REM수면이 아닌 상태로 나뉜다. REM수면 상태가 되면 호흡과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우리가 꿈을 꾸는 것도 이 때인데, 몸은 간혹 뒤척이지만 근육의 긴장은 찾아볼 수 없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기면 발작 환자들은 정상인들이 90분 정도 후부터 REM수명상태가 찾아오는데 반해 기면 발작 상태가 되자마자 REM수면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가장 관심있는 부분은 '탈력 발작'이다. 이는 기면 발작 환자에게만 발생하는 특이한 증세이기도 하다. 1940년대 미국 노스웨스턴대 호리스 매군 교수는 뇌간의 한부분인 연수에 전기 자극을 주면 갑자기 근육이 부풀어져 사람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실험으로 연수가 근육의 운동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뒤 REM수면시 근육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연수가 막아준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1991년 시걸 교수는 기면 발작을 앓고 있는 개가 탈력 발작을 일으킬 때 연수의 신경세포들이 마구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꺠어있는 상태인데도 말이다. 다시 말해, 기면 발작 환자는 REM 수면 상태에서만 활동해야 하는 연수가 깨어있을 때에도 활동하기 떄문에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런 기면 발작에 대한 원인규명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1983년 기면 발작 발병률이 유달리 높은 일본에서 인간 백혈구 항원인 HLA(human leukocyteantigen) DR2 유전자와 기면 발작이 큰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후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기면 발작 환자의 90%이상이 HLA DR2와 비슷한 유전자를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는 유전적인 이상이 기면 발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또 '하이포크레틴'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돌연변이가 기면 발작의 원인이 된다는 결과도 밝혀졌다. 하이포크레틴은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물질로 개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기면 발작과의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물질이 수면각성조절에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낸다면 기면 발작의 좀 더 확실한 원인규명과 그 치료법과 해결책을 알아내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커다란 진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첫댓글 잘봤소이다~!! 기회되면 영화도 봐야겠군...ㅋ
아잉 무서워 기면발작이라는 것도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