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풍명월의 도시 -, 제천나들이!
모임개요
ㅇ 언 제 : 2023. 5. 19(목) - 5. 20(토) / 2박 3일
ㅇ 누 가 : ‘청암’회원 10명
ㅇ 어 디 : 충남 제천시 일원
ㅇ 날 씨 : 흐림, 맑음
ㅇ 여 정 : - 1일차 : 한방엑스포 공원 – 박달재 - 배론성지
- 2일차 : 시티투어(청풍케이블카 – 옥순봉출렁다리 – 의림지)
- 3일차 : 청풍문화재단지 - 장회나루(유람선)
모임정보
제천시
충북 동북부에 위치한 ‘제천시(堤川市)’는 도농통합도시로 1개읍, 7개면, 9개동에 13여만 인구가 모여 삽니다.
동쪽 단양군과 서쪽 충주시를 비롯하여 남쪽으론 경북 문경시, 그리고 북쪽엔 강원 원주시와 영월군이 접하고 있습니다.
청주, 충주에 이은 충북의 제3도시로 호서지방의 어원(語源)이 된 '의림지'가 있습니다.
인접 단양, 영월과 더불어 전국 시멘트생산량의 절반을 상회하는 명실상부한 공업도시로 성장했으나, 광공업이 쇠퇴하면서 산업구조가 서비스와 관광업위주로 개편되고 있습니다.
근래엔 전국 3대 약령시와 황기생산거점도시 등을 근거로 '자연 치유도시' 및 '한방도시'로 변신중입니다.
최근 단체관광객 인센티브 지원으로 20명 이상 방문 시 30만원의 지원금도 지급한다죠.
가볍게 일정을 잡아 천천히 산책하듯이 돌아보기 좋은 고장입니다.
대표관광지인 의림지와 충북에서 처음 슬로시티 인증을 받은 청풍호반 등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제천의 매력을 느끼기 좋습니다.
모임여정(앨범)
1일차(5. 18/목)
“♪~친구 만나러 간다~♬”
고향친구들의 모임인 ‘청암회(靑岩會)’ 정모에 참여키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설칩니다.
홀몸(^^)이 아닌 짝지를 놔둔 채 집구석을 떠나려니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하여간 답답할 땐 떠나는 게 상책입니다.
삼례, 계룡, 세종에서 합류하려던 일행이 문제가 있어 홀로 움직입니다.
오늘 하늘은 잔뜩 흐립니다.
그래도 봄의 지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길섶에 핀 개나리나 벚꽃까지는 참을 만 했는데, 철쭉이 온통 분홍빛으로 물드니 달뜨는 마음 주체하기 힘드니까요.
가는 봄 따라 봉화(烽花) 쫓아 북동진합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산하를 보노라니 갑갑한 마음이 좀 풀리네요.
한국의 ‘스위스’라 일컬을 정도로 명산이 많은 ‘제천(堤川)’은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생긴 청풍호수가 풍경을 더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설렙니다.
어느덧 초하(初夏)의 날씨인데요, 겉옷이 거추장스럽기까지 합니다.
2015년 평택제천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생긴 ‘천등산휴게소’에서 잠시 퍼집니다.
‘대천(大川)’에서 달려온 친구들과 반갑게 조우하여 함께 이동합니다.
늙어서일까요, 이런저런 사유로 5명이나 빠져 무척 안타깝네요.
한방엑스포
집결지인 제천 ‘한방엑스포‘공원에서 서울 친구와 합류합니다.
충북 제천(堤川)은 조선시대부터 한방(韓方)의 고장이었습니다.
3대 약령(藥令)시장의 하나로 전국 약초생산의 30%, 황기유통의 80%를 점할 정도로 한약재 생산과 유통의 중심도시입니다.
2010년 한방의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라는 주제로 '국제 한방바이오엑스포'를 개최했던 곳입니다.
한방생명과학관, 한방체험놀이터, 수생식물원, 색깔정원을 비롯하여 길 건너편엔 한방체험관과 약초판매장이 조성되어있다죠.
애들 데리고 오는 곳입니다. (하긴 늙으면 애가 된다는데 ㅋ)
두리번거리다가 쌍화탕 한잔 하면서 수다를 떨어댑니다.
오찬(웰빙왕미쌈밥)
오찬을 위해 찾은 ‘Wellbeing 왕미 쌈밥’입니다.
가정집처럼 생겼는데요, 두리번거리다가 간신히(^^) 찾았습니다.
지난해 충북 향토음식경연대회에서 입상할 만큼 밥맛 좋기로 소문난 집구석이라네요.
기본 쌈밥에 수육을 추가했는데, 소문대로 상다리가 부러질 듯 꽉 찹니다.
입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그동안 사라졌던 입맛 되찾았습니다. ㅎ
별점 높은 이유가 있었군요.
초장부터 조짐이 좋습니다.
박달재
박달재의 전설을 모티브로 한 Thema공원에서 ‘박달’과 ‘금봉’의 사랑을 엿보기로 합니다.
예까지 왔는데, 박달재를 빼먹으면 좀 꺼림칙하죠.
‘박재홍’이 불러 히트한 불멸의 명곡 ‘울고 넘는 박달재’노래(‘반야월’작사, ‘김교성’작곡)를 흥얼거리며, 제천시 봉양읍과 백운면 사이에 있는 ‘박달(朴達)’재로 Let’s go~!
예전에 KBS가 ‘가요무대’방송 20주년을 맞아 발표한 ‘방송횟수 1위’에 올랐던 곡이라네요.
공원엔 노랫말에 담긴 사랑이야기가 조각으로 표현되어있습니다.
‘금봉’과 ‘박달’의 모습을 형상화한 커다란 조각상 앞에 잠시 멈춥니다.
조선중엽 경상도 ‘박달’선비가 한양으로 과거보러 가다가 박달재 아랫마을에서 하룻밤 머물렀는데, 이곳에서 만난 ‘금봉’처녀에게 뿅~ 갑니다.
며칠간 사랑을 나누다가 장원급제를 다짐하며 떠난 ‘박달’이 감감무소식이자 절망하던 ‘금봉’이 목숨을 끊었는데, 뒤늦게 달려온 ‘박달’도 ‘금봉’따라 절벽에서 떨어져 뒈집니다.
박달재 사랑이야기가 한편의 스토리텔링으로 고스란히 재현됩니다.
내친김에 전망대까지 올라 박달재의 수려한 풍경에 취합니다.
산등성이에는 ‘박달’ & ‘금봉’의 사당과 가묘(假墓)도 있다죠.
길가에 불교조각가 ‘성각’스님이 조성한 목각암자가 있어 들립니다.
엄청난 크기의 고목을 파내어 아담한 공간을 만들어 마련한 법당입니다.
박달재는 조선시대까지 산적이 출몰하는 험한 고갯길이었으나, 지금은 제천과 충주를 잇는 교통의 요지라네요.
‘배론’성지
천주교하면 우선 ‘ㅇㅇㅇㅇ’사제단이 떠올라 별로인데, 시간이 남아 들립니다.
18세기 말 박해를 피한 교우(敎友)들이 모여 농사를 짓고 옹기를 구워 생활하던 곳이었답니다.
신앙공동체를 이뤄 살던 곳으로 마을이 위치한 계곡이 배[舟] 밑창을 닮았다하여 ‘배론[舟論]’으로 불렸답니다.
신유박해 때 조선교회 박해상황과 외국의 도움을 요청하는 ‘황사영’백서가 쓰인 곳으로 유명합니다.
‘베이징’으로 보내려다가 발각되어 능지처참을 당했으니, 당시 천주교 초기 신자들의 박해가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이곳은 우리나라의 천주교 성직자 양성을 위한 첫 신학교(‘성 요셉’)가 있었답니다.
그리고 한국교회 2번째 사제인 ‘최양업(토마스)’신부의 묘소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배론’성지는 교회사적으로 역사의 땅이요, 교육의 땅입니다.
아름다운 성지 길을 걸으며,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갖습니다.
너무 조용하여 절로 경건해집니다.
마음을 비우는 아름다운 연못을 뒤로하고 성지를 나섭니다.
한결 편해진 마음을 안고...
호수풍경펜션
70 넘긴 노인네들이 이틀 동안 묵을 아지트 ‘호수풍경’펜션에 도착했습니다.
방 하나 따로 딸린 심플한 구조인데, 3칸을 몽땅 ㅎ
전체적인 외관은 예쁘네요.
약간의 부족함을 주인장이 사근사근함으로 메꿔주는 그런 펜션입니다.
바비큐 시설도 마련되어있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팀은 밖에 나오면 일체 꼼지락거릴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ㅎ
정기총회도 가졌습니다.
순서상 내가 차기 총무완장을 차야하고, 다음에는 회장질도 해야 합니다.
공평하게 로테이션으로 임원을 맡는 Rule이 아직까진 잘 지켜집니다.
어릴 적 不R친구들이라 허물없이 지내지만, 늙으니 얼라들처럼 가끔은 티격태격 거리기도 합니다. ㅎ
잘 리드해야할 텐데... 심란합니다.
만찬(청풍황금송어)
“밥 묵자~!”
전용버스 타고 도착한 ‘청풍황금송어’집입니다.
엄청나게 큰 외관이 기를 죽이는데요, 중소기업부가 인증한 백년가게랍니다.
내륙의 봄 기운을 쏘이며 쏴 다닐 때의 화룡정청(畵龍點睛)은 역시 송어(松魚)입니다.
느끼함을 잡아줄 반찬들이 다양하게 쫙~ 깔리자 송어가 등장합니다.
빗살무늬 지방층이 선홍빛을 띠는데요, 고소하고 담백하면서도 향기가 감미롭다죠.
봄철 떼 지어 산속 강가로 올라와선 목석에 비벼대며 소나무 냄새를 낸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민물에서 태어나 바다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 죽는 연어과 회귀어종(回歸魚種)에 속합니다.
바다생선이 급격히 올라 지갑열기가 쉽지 않은 요즘인데, 차림판을 보니 최근엔 송어도 꽤 올랐네요. ㅎ
채소, 초고추장, 다진 마늘, 콩가루와 함께 팍팍 치대면 착 감기는 쫄깃함에 입이 절로 열립니다.
회로 먹다가 밥과 비벼먹어도 좋습니다.
약간의 느끼함을 칼칼한 매운탕이 잡아주지만, 난 수제비만 골랐습니다. ㅎ
펜션으로 돌아와 늦게까지 뒤풀이합니다.
‘알뜰한 그 맹서’에 제천의 봄밤이 익어갑니다.
2일차(5. 19/금)
산책/조식(동강 다슬기해장국)
습관적으로 일찍 일어나 펜션주변을 산책합니다.
흙냄새가 코를 찌르는데요, 그래도 상쾌합니다.
보람찬 하루를 다짐하며, 씩씩하게(^^) 펜션을 나섭니다.
조식을 위해 제천역 근처에 있는 ‘동강 다슬기해장국’집으로 이동합니다.
충청도에선 대개 ‘올갱이’라고 부르는데요, 표준어는 ‘다슬기’입니다.
‘생활의 달인’프로그램에도 방영되었다는군요.
국내산 다슬기가 푸짐하게(?) 펼쳐집니다.
된장베이스에 아욱을 넣어 냄새도 없고, 담백한데다가 칼칼하기까지 합니다.
김치, 깍두기도 한몫 거듭니다.
식탐을 버리지 못해 다슬기 파전도 추가했습니다.
야채사이에 다슬기가 엄청 들어있어 먹을 때마다 톡톡 씹히는 식감이 끝내줍니다.
“꺼억~ 잘 무우따~!“
청풍호반 케이블카
‘시티투어(City tour)’를 위해 도착한 ’제천역‘입니다.
09:40시 -, 버스가 출발하자 이쁜 가이드 아지매가 분위기를 잡습니다.
오늘 투어 할 곳들은 모두 예전에 들렸던 곳들입니다.
첫 번째는 내륙의 바다 청풍호수를 바라보며 비행하는 ‘청풍호반 케이블카’ 탑승입니다.
4년 전 벚꽃이 꽃비 되어 흩날릴 때 지인들과 함께 왔었는데, 감회가 새롭네요.
매표소가 있는 충북 제천시 청풍면 ‘물태’마을에서 케이블카에 승차합니다.
하늘에서 내륙바다인 청풍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인데요, 케이블카를 타고 비상하듯 비봉산정으로 날아갑니다.
평균 5m/s의 운행속도로 2.3km의 거리를 약 8분여 만에 주파합니다.
드론(Drone)의 시선으로 하늘아래 풍경들을 서치(Search)합니다.
와~ 짜릿한데요, 탄성 지르다보면 상부 정차장인 비봉산(飛鳳山, 531m)이 금방입니다.
‘알을 품던 봉황(鳳凰)이 먹이를 구하려 비상하는 모습’을 닮았다는 산입니다.
360도로 펼쳐지는 뷰(View)를 보고 감탄하느라 바쁩니다.
산정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흡사 하늘에서 다도해를 보는 듯합니다.
널따란 청풍호수 너머로 멀리 보이는 수려한 산세(월악산, 금수산)와 청풍문화재단지, 그리고 청풍대교도 보입니다.
논밭이 둘러싸고 있는 마을에 구름 깔린 모습은 완벽에 가까운 산수화입니다.
호반풍광에 빼앗긴 마음들이 그냥 그대로 구름이 되어 신선놀음 하느라 세속의 시간을 잊습니다.
펼쳐진 호수의 명칭을 놓고 ‘충주시’와 서로 쌈질인데요, 공식적인 명칭은 ‘충주’호지만 호수의 2/3를 차지한 ‘제천시’는 ‘청풍(淸風)’호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1985년 완성된 충주댐으로 인해 생겨난 호수규모도 엄청납니다.
청풍명월(淸風明月)이 잘 어울리는 호반입니다.
내려가면서 오를 때 본 풍광을 다시 리뷰(Review)합니다.
참 좋네요.
오찬(밥상 위의 보약 한 첩)
시티투어 중 오찬은 ‘밥상 위의 보약 한 첩’이란 농가 맛 집입니다.
지역에서 채취한 향기 좋고 맛좋은 재료로 건강한 맛을 전하는 향토음식점이라네요.
직접 재배한 더덕을 주재료로 두부와 채소, 그리고 각종 산나물과 열매를 곁들여 한상 차려냅니다.
‘밥보정식’ -, 우린 제일 비싼(^^) 걸로 택했습니다.
두툼한 삼겹살에 약고추장을 얇게 여러 번 발라 구워낸 다음, 불 맛을 입혀 그 위에 더덕을 올려 내놓습니다.
생선구이, 도토리묵, 고사리무침, 산채장아찌, 된장찌개, 쌈 채소도 푸짐합니다.
육식파인데도 시금치와 고사리 등이 입에 착 달라붙습니다.
식감 좋은 수수찰떡갈비가 입맛을 거듭니다.
제천 맛 집으로 소문난 한정식 ‘밥상 위의 보약 한 첩’ -, 엄지 척입니다.
옥순봉출렁다리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수산면에 있는 ‘옥순봉출렁다리’로 이동합니다.
5월의 따가운 햇볕이 산하를 신록으로 물들였습니다.
전망대에서 출렁다리를 조망합니다.
아직 가뭄이 해소되지 않은 듯 조금은 산자락과 하늘빛을 담은 호수의 물결이 초라합니다.
주황색 옥순대교 아치가 주위풍경과 잘 어울리는데요, 광활한 호수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과 수려한 풍경이 노인네들의 마음까지 싱그럽게 해줍니다.
명산이 많아 자주 찾았던 제천이었는데, 산수비경과 기암괴석 사이로 뻗어 내린 소나무들의 향연에 더없이 감탄하던 지난 시절이 떠오릅니다.
제천의 핫 플레이스(Hot place)인 출렁다리를 건넙니다.
2021년 10월 청풍호수를 가로질러 옥순봉을 연결하는 길이 222m, 폭 1.5m의 출렁다리가 개통되었습니다.
옥순대교 남단과 옥순봉을 이어주는 출렁다리 공사에 무려 85억이나 들였다기에 궁금하여 즉각 들렸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다리건너 생태탐방로 따라 ‘벌말’마을까지 호수를 바라보며 갈 수 있는데, 늙은이들은 애써 고개를 돌립니다.
옥순봉(玉筍峯, 명승 48호)이 자꾸 아는 척을 하네요. ㅎ
제천 10경은 물론 단양 8경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아름다운 산정(山頂)으로 희고 푸른 여러 개의 봉우리가 마치 대나무 싹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경관이 뛰어나 소금강으로도 불립니다.
맑은 날에는 청풍호수에 비친 기암괴석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킵니다.
아쉬워 다시 바라본 청풍호수 윤슬이 참 예쁩니다.
의림지
시티투어의 마지막 여행지는 제천시 모산동 용두산(871m) 남쪽기슭에 위치한 ‘의림지(義林池)’입니다.
제천에서 꼭 봐야 할 제천 10경 중 1경입니다.
방죽 '제(堤)'자에 내 '천(川)'자를 쓰는 제천(堤川) 지명도 의림지 때문에 생겼을 것입니다.
산줄기 사이로 흐르는 작은 계곡을 막아 태어났습니다.
벽골제(김제), 수산제(밀양)와 함께 삼한시대에 축조된 우리나라 고대 농경수리시설입니다.
제방길이 530척, 둘레가 5,805척으로 수심이 깊어 잴 수가 없을 정도였다는데, 현재는 물의 주입부에 토사가 쌓여 작아졌다죠.
충청지방 별칭인 ‘호서(湖西)’도 바로 이 저수지의 서쪽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답니다.
지금은 저수지라기보다 관광지가 어울립니다.
제방 따라 조성된 수백 년 묵은 노송과 버드나무 등이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는데요, ‘제림(堤林)’이란 별칭도 얻었습니다.
약 2km 정도 걸어야합니다.
호수 한가운데 자리한 ‘순주’섬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채 여전히 조용하게 멈춰있습니다.
의림지를 찾는 관광객들의 대표적 휴식처 ‘영호정(映湖亭)’과 ‘경호루(鏡湖樓)’도 참 아름답네요.
이무기가 승천하지 못하고 터져 죽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용 터지기’도 만납니다.
수문을 개문하면 3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용 울음소리처럼 들린다하여 ‘용추폭포(龍湫瀑布)’라 부릅니다.
용추폭포 유리전망대도 건넙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나름 운치 있습니다.
천천히 생각하며 걷기에 참 좋은 곳입니다.
인공동굴을 지나는 산책로는 이번에도 곁눈질만 합니다.
만찬(황금떡갈비)
저녁식사는 건강밥상 ‘청풍 황금떡갈비’를 찍었습니다.
어제 만찬을 한 송어횟집이 1호점이고, 2호점은 떡갈비랑 불고기 전골 전문이라네요.
카레의 주원료인 ‘울금’이 노란색을 띠고 있어 ‘황금’이란 상호를 붙였을까요?
암 예방, 소화촉진, 노화방지, 뇌졸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울금’음식을 먹지 못해 조금은 아쉬웠으나 워낙 점심을 푸짐하게 먹었기에 간단하게 주문했습니다.
버섯불고기전골 정식 -.
지난 9월 충주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밥 맛 좋은 집'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다는군요.
고기도 꽤 신선한데요, 질기지 않고 연해서 좋습니다.
절로 몸이 좋아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ㅎ
배꼽 또 벌어졌습니다. ㅋ
다시 펜션으로 돌아와 대짜로 뻗었습니다.
모두들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늙어서 그렇습니다. ㅎ
3일차(5. 20/토)
산책/조식(황태)
또 일찍 일어나 펜션주변을 한 바퀴 돌고는 꼬깃꼬깃 짐 싸들고 펜션을 나섭니다.
조금은 불편했어도 떠나려니 아쉽네요.
어제 저녁을 먹었던 곳에서 ‘황태’탕으로 아침을 때웁니다.
깊고 진한 국물 맛이 마음까지 사로잡습니다.
황태가 들어갔으니 몸에 좋겠다싶어 배에 가득 채웠습니다.
여행 안내도를 펼쳐놓고 따따부따~!
[여행지도(旅行地圖)를 보는 눈은 아름답다!]
계획이 없어도 여정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즐겁습니다.
거기에는 일상을 벗어난 다른 세상에 대한 상상과 기대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여행할 때 만나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경관은 순간의 감동으로 끝나지만, 계획단계의 설렘은 두고두고 행복합니다.
자~ 또 출발합니다!
청풍문화재단지
마지막 날 투어는 오랜만에 들리는 ‘청풍문화재단지(淸風文化財團地)’부터 시작입니다.
삼국시대까지 찬란한 중원문화가 펼쳐졌던 곳으로 1985년 ‘망월(望月)’산성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충주댐 건설로 제천시와 충주시 일원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문화재들을 모아 단지를 만든 곳입니다.
보물과 지방유형문화재 등 각종 유물들을 보존하여 옛 남한강 상류의 화려했던 문화 산실로 거듭났습니다.
청풍부(淸風府)의 관문인 ‘팔영루(八詠樓)’로 들어갑니다.
고종 때 부사 ‘민치상’이 청풍팔경을 노래한 ‘팔영시(八詠詩)’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하네요.
복원된 고가(古家)들 위로 봄볕이 곱게 내려앉았습니다.
속살까지 들여다보이는 꽃송이들의 진한 향기에 정신이 몽롱해집니다.
‘금남루(錦南樓)’, ‘한벽루(寒碧樓)’, ‘응청각(凝淸閣)’, ‘금병헌(錦屛軒)’도 참 고즈넉합니다.
보이는 곳마다 완연한 봄빛이 넘쳐납니다.
청풍명월 고장답게 아스라이 보이는 청풍대교와 겹겹이 펼쳐진 산등성이 등 주변풍경이 호수와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뽐냅니다.
홀몸(ㅋ) 아닌 할매들도 잘들 따라붙는데요, 역시 노병은 녹슬지 않습니다. ㅎ
석축으로 작은 봉우리를 쌓아 두른 산성은 성벽이 거의 무너지고 형태만 남아있습니다.
망월루(望月樓)에 오르자 또다시 일품조망이 펼쳐집니다.
꼭 배꼽처럼 생긴 호수 건너편의 비봉산봉우리가 산수화 품격을 더욱 높여줍니다.
옛 유적들과 그 너머로 바라보이는 사장교까지 시원하게 열리고, 청풍호수 분수도 하얀 물줄기를 뿜어내며 거듭니다.
기분 좋은 파란 물감 같은 하늘 아래 내륙의 산들이 줄을 대고 있습니다.
댐건설로 인해 고향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야했던 이들의 마음을 담아 마련한 단지라지만, 눈물을 머금고 떠났을 사람들의 자취는 이젠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장회나루
유람선 타러 ‘장회마루’로 이동합니다.
충주호엔 4개의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데요, 그중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굳이 ‘청풍나루’를 마다하고 단양까지 가는 사연이 있었는데... (안 걀챠줘~! ㅋ)
산행(옥순, 구담, 제비)을 위해 꽤나 들락거렸던 곳입니다.
'내륙의 바다'라 불리는 광활한 청풍호수를 둘러보는 유람선관광입니다.
백미로 꼽히는 옥순/구담봉을 비롯하여 금수산과 제비봉, 그리고 옥순대교 등 단양의 산수비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케이블카 타고 하늘에서 호수를 봤으니, 이젠 물위를 달리며 하늘을 볼 차례입니다.
배 삯도 만만치 않습니다. (15,000원)
30여 성상을 해군생활을 하며 바다에서 보냈는데, 느림보 유람선을 타고도 좋아합니다.
이곳 강변에 퇴계 ‘이황’과의 러브스토리로 유명한 관기(官妓) ‘두향’의 묘가 있습니다.
퇴기(退妓)인 수양모 밑에서 자라다가 13세에 기적(妓籍)에 올라 시화와 풍류에 능했던 ‘두향’이었답니다.
단양군수로 부임한 ‘퇴계’와 사랑을 나눴는데, 안동에서 타계하자 신주를 모셔놓고 거문고로 초혼가를 탄 후 부자탕을 마시고는 26세 젊은 나이로 생을 마칩니다.
그 ‘두향’의 묘가 제비봉에 오르면 보이는데, 매년 5월 초순에 두향제가 열립니다.
그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물은 말이 없습니다.
아는 듯 모르는 듯 나날이 그 푸름을 더해가는 산세는 봄날 강물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네요.
볼수록 장엄한 청풍호수는 오늘도 너른 품을 펼쳐 아름다운 봉우리들을 감싸줍니다.
오랜만에 배를 탔더니... 좋았습니다. ㅎ
‘장회나루’식당
‘장회나루’식당에서 갖는 여정 중 마지막 식사자리입니다.
이번엔 더덕요리가 등장했는데요, 부족한 맛은 추억과 그리움으로 커버합니다.
고향친구들과 함께 천천히 2박 3일을 보냈습니다.
생동감 있는 봄날에서 힘을 얻었습니다.
가는 봄날이 아쉽지만, 이제 여름이 오면 또 시원함을 찾겠죠.
그리고 가을이 되면 황금물결 속에서 여유를 갖다가, 또 겨울이 오면 동장군 속의 고요함으로 스며들 궁리를 할 겁니다.
철이 바뀌어도 우리들의 여행은 멈출 수 없는데요, 그렇게 한세상 보내자며 다짐합니다.
여행은 늘 아쉬움을 동반하는데요, 나머지 여백을 채우는 건 참석자들 몫입니다.
서울친구를 태우고 충주버스터미널에 내려주고는 다시 아내 곁으로 달려갑니다.
누군가는 아내를 ‘늙어서까지도 남편에게만큼은 여자이고 싶은 소녀 같은 친구인 사람’이라 말했지만, 대개 마누라는 1인 4역을 끄떡없이 해내는 무한한 에너지의 소유자입니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지칠 것 같지 않던 아내에게 나약하고 힘없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남편의 따뜻함으로 다시 에너지를 충전 받을 수 있다는데, 늘 안타깝습니다.
조금은 자성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릴 적 옛 친구들과의 여행은 늘 편해서 즐거운데요, 가끔씩 티격대격해도 금방 사라집니다.
사진으로 추억의 증표를 남기고 , 다시 만남을 기약하며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무척 행복했고요, 수고한 임원진께 박수 짝짝짝~~~!!!
에필로그
인연이 소중한 것은 반짝이기 때문이랍니다.
함께하면서 서로 빛을 받아 되쏠 수 있어야만, 비로소 반짝이는 존재가 됩니다.
인생의 밤하늘에서, 인연의 빛을 밝혀 나를 빤짝이게 해준 친구들 -.
어찌 보면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모두 고마운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충북의 끝자락 제천에서의 2박 3일 -.
남에게 내보일 건 없지만, 그렇다고 걱정 끼칠 것도 없는 사람들이 무작정 떠난 여정이었습니다.
그래도 발길 머무는 곳마다 뷰(View)에 반하고, 맛에 빠져 저절로 힐링(Healing)이 되었습니다.
휴휴(休休)했던 봄날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심신을 정화시켜주는 자연 치유도시 제천이 좋아졌습니다.
[지난 시절은 돌아오지 않아도, 지난 계절은 돌아오고
시든 청춘은 다시 피지 않아도, 시든 꽃은 다시 피고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아도, 빈 술잔은 채워지고] (‘주병권’/봄)
계절은 다시 돌아오건만, 시절은 돌아오지 않으니 가슴이 휭~ 합니다.
꽃은 다시 피겠지만, 청춘은 다시 피지 않는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생을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지금 상태로도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합니다.
요란 떨지 않으면서, 있는 힘껏 살아가자며 다짐합니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게 아니고,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가고 오고 또 변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 세월이 덧없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기 때문에 덧없는 것입니다.
주저리주저리 ‘갯바위’의 단상(斷想)을 접습니다.
일욜(5. 21) 저녁에 갯바위가
첫댓글 수고했어~~
사진과 글 잘 보고 읽으면서
잠께하지 못함이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