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 김남수 씨가 "일제 시대에 취득한 침사 자격에 대하여 1983년 법원의 판결을 통해 적법하게 재발급을 받았다"는 것은 허위의 사실이다.
지난 2012년 1월 1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구당 김남수(97) 씨의 침사 자격증이 '허위'라고 판결했다. 그동안 김남수 씨는 "1943년 침사 자격증을 딴 뒤 수십 년 동안 침과 뜸을 시술해 왔다"고 주장해 왔으나, 법원이 그런 김 씨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처음으로 판단한 것이다.
김남수 씨는 "그동안 일제 강점기인 1943년에 함경북도에서 침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1983년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이 자격증을 재발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런 김 씨의 주장이 앞뒤가 안 맞는 거짓말이라고 최종적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그 이유로 네 가지를 들었다.
① 김남수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전라북도 군수서장이 침구사 추천을 해 도지사에게 올려 지난 1943년 침사 자격증을 받게 되었다'고 답변하였는데 이는 함경북도에서 침사 자격을 취득하였다는 1983년 법원 판결과 맞지 않다. ② 1915년 전라남도 광산군 안청리에서 출생한 김 씨가 한국 전쟁 전까지 고향을 떠난 적이 없다는 친척, 심지어 자신의 증언이 있다.
③ 김 씨가 자신의 고향에서 침사 자격을 취득했다면 굳이 함경북도에서 침사 자격을 취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자격증을 재발급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었다. 또 함경북도에서 침사 자격을 취득하였다면 굳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라북도에서 침사 자격을 취득하였다고 말할 필요도 없었다. ④ 전라북도에서 침사 자격을 취득하였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종합해 "김남수 씨는 일제 시대에 함경북도 또는 전라북도에서 침사 자격을 취득한 사실이 없음에도, 경력 보증의 방법이 매우 허술하게 규정되어 있는 점을 이용하여 이북5도 도지사로부터 경력증을 발급받아, 이를 근거로 (1983년 정부를 상대로 한) 침사 자격 확인 소송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즉, 김 씨의 침사 자격증은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런 법원의 판단은 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김남수 씨는 자신의 '침사' 자격증을 내세우며 자신의 뜸 시술을 정당화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1월 24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7대 1로 '김 씨의 뜸 시술은 사회 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정당한 행위'라고 판단한 데도 그의 침사 자격증 보유 여부가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이강국 헌법재판소 소장 등 재판관 7명은 김 씨의 손을 들어준 근거로 △뜸 시술은 가벼운 화상 외에 부작용이 거의 없고 △침을 놓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침사는 뜸 뜨는 법도 당연히 알고 있어서 뜸 시술 시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불과 두 달도 못 돼 김 씨의 침사 자격증 자체가 '허위'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결을 할 당시, 이미 SBS <뉴스 추적>(2010년 11월 3일)·<주간동아>·<프레시안> 등에서 김남수 씨의 침사 자격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했었고, 이런 보도 내용을 놓고 김 씨와 SBS 사이에 소송이 진행 중이었다. 헌법재판소 판결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프레시안>은 지난 2009년 12월 23일 자신의 기명 칼럼('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난을 통해서 김남수 씨의 뜸 시술의 위험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그의 침사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던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전 대구한의대학 교수)을 지난 1일 만났다. 그는 그 칼럼을 쓰고 나서 김 씨의 고발로 지난 2년간 경찰, 검찰에 불려다니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초를 겪었다.
서울 서초구 소재 갑산한의원 이상곤 원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침의(鍼醫)이다. 구당도 가끔 언급하는 조선 최고의 침의 허임(1570~1647 추정)의 침법을 계승해, 20년이 넘도록 임상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그의 침법은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진 이명, 비염 등 이비인후과 질환에 효과가 있어서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환자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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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프레시안(손문상) |
'가짜 자격증' 구당 옹호한 헌법재판소
프레시안 : 이번에 법원에서 구당 김남수 씨의 침사 자격증이 '허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단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이상곤 : 구당이 그동안 자신의 뜸 시술의 근거로 내세운 것이
바로 이 침사 자격증이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최초로 그 침사 자격증의 취득 경위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구당이 그동안 자신의 지지자는 물론이고, 수많은 국민을 기만해 왔다는 것인데…. 사회적 영향력이 적지 않은 원로라면, 책임 있는 해명을 자진해서 해야 하지 않을까요?
프레시안 : 공교롭게도 법원이 구당의 침사 자격증을 '허위'라고 판단하기 두 달 전 헌법재판소에서는 "침사 자격증을 가진 구당의 뜸 시술은 문제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상곤 : 구당의 침사 자격증에 대한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성급한 판결을 내린 게 아닌가 싶어서 아쉬웠습니다. 더구나 평생을 한의학
연구에 매진하는 처지에서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을 접하면서 낯이 뜨거워서 혼났습니다. 사실은 며칠 잠을 못 이룰 정도였어요.
우선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뜸 시술의 부작용을 둘러싼 판단을 헌법재판소의 판사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을 보면서
한의사로서 한없는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7명은 '뜸 시술은 가벼운 화상 외에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제가 평생 연구한 한의학의 지식에 비춰보면 사실이 아니거든요.
프레시안 : 반대 의견을 냈던 이동흡 재판관은 "뜸 시술은 잘못하면
피부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화상을 입거나
경혈을 잘못 짚으면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어요.
이상곤 : 그런 이동흡 재판관의 주장이 바로 제가 아는 한의학의
상식입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비롯한
일반 시민에게 한의사들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한의사의 식견이 이렇게 무시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이게 다 한의학을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시민과 공유하지 못한 한의사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의사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신의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하면서 시민의 건강을 위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일이, 이렇게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한의학의 존재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헌법재판소 판결은 한의학이 처한 현재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구잡이 뜸, 사람 잡는다
프레시안 : '낮은 한의학' 칼럼을 통해서 여러 차례 지적하곤 했습니다만, 뜸 시술의 구체적인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이상곤 : 먼저 오해를 풀 게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한의사들이 일반인이 침, 뜸 시술을 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이 땅에서는 오랫동안
허리,
무릎, 발목 등
통증이 있는 부위에 직접 침, 뜸 시술을 해온
민간요법이 있어요. 그런 침, 뜸 시술은 실제로 통증을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 시술 자체를 한의사들이 반대하는 게 아니에요.
사실 다른 한의사들이 구당 뜸 시술에 쌍심지를 켤 때도 저는 오히려 그들을 나무랐어요. 오랫동안 민간요법을 토대로 오랫동안 임상
경험을 쌓은 구당이 시민으로부터 호응을 얻는 일은 한의사 처지에서는 더 분발하라는 자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프레시안 : 구당이 문화방송(MBC)의 이상호 기자와 낸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동아시아 펴냄)를 정독하고 나서 <프레시안>에 비판 칼럼을 기고했습니다.
(☞관련 기사 : 장진영의 봄날은 '왜' 갔는가?)이상곤 : 그렇습니다. 구당이 그 책에서 주장하는 뜸 시술은 통상적인 민간요법이 아니더군요. 구당은 '여덟 개 경혈, 열두 개 혈 자리에 뜸 시술을 하면 몸에 이로운 점은 있고, 해로운 점은 없다'는 한의사라면 누구나 깜짝 놀랄 주장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더군요. 그 뒤로 알아보니
체육관에 많은 시민을
모아 놓고서 무차별적으로 그런 뜸 시술을 하기도 했고요.
뜸 시술은
기본적으로 몸을 데우는 거예요. 한의학의 원리를 염두에 두면, 몸의 양기를 북돋는 치료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가스레인지의 화력이 2단이 되어야
주전자의 물이 끓는다고 합시다. 그런데
가스레인지의 화력이 1단밖에 안 된다면 당연히 화력을 2단으로 올려야 해요. 바로 이렇게 1단에서 2단으로 올려서 물을 끓게 하는 역할을 바로 뜸이 할 수 있어요.
주의 깊게 선택된 한두 개 혈 자리에 뜸 시술을 하면 치료 효과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꼭 주의할 게 있어요. 아까의 예를 염두에 두면, 우선 주전자의 물이 어느 정도 있는지 살펴야 해요. 만약 주전자에 물이 너무 비어 있으면, 화력을 1단에서 2단으로 올리자마자 물이 끓기는커녕 다 증발해 버릴 거예요. 나중에는 주전자 자체가 타버릴 수도 있고요.
프레시안 : 한의학의 표현을 쓰자면 '몸에서 물이 부족한' 상태일 때는 뜸 시술이 위험하다는 거군요.
이상곤 : 네, 한의학에서 '음허(陰虛)'라고 부르는 상태입니다.
현대 의학의 시각에서 보면, 몸속의 혈액,
호르몬 등을
구성하는 수분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태겠지요. 주의해야 할 점은 또 있어요. 본래 양기가 왕성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럴 때 뜸을 뜨면, 자칫 화력을 2단으로 조정한다는 것이 3단까지 올려서 물이 끊어서 넘칩니다.
한의학에서는 몸의 이런 상태를 '양기가 넘친다' 해서 '양성(陽盛)'이라고 말해요. 그러니까 뜸 시술을 할 때는 혹시 환자의 몸이 이런 상태는 아닌지 세심히 점검해야 합니다. 뜸 시술이 어떤 사람에게는 '명약'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맹독'이 될 수 있는 것도 이런 사정 탓이에요. 실제로
고대부터 현대의 한의학 교과서까지 한목소리로 이렇게
경고해요.
"음기가 모자라거나(물이 적거나), 양기가 많으면(불이 많으면) 뜸을 뜨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구당은 스스로 시민의 건강을 지킨다는 분이 '누구나 여덟 개 경혈, 열두 개 혈 자리에
집중적으로 뜸 치료를 하면 누구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뜸 시술은 이로운 점만 있고, 해로운 점은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실제로 지지자들은 이런 구당의 만병통치 뜸에 열광했고요. 그러니 한의사로서 나설 수밖에요. 물론 그 대가는 컸지만요.
이 대목에서 이상곤 원장은 1934년 만주를 침략한 일본군이 구당과 비슷한 뜸 치료를 '국민 보건 요법'이라는 이름으로 보급한 점을 지적한다. 당시 일본군은 전장에서 못 자고 못 먹은 '젊은' 사병의 체력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고자 전신 뜸 시술을 적극 권장했다. 뜸 시술이 마약처럼 활용되었던 것이다.경찰→검찰→검찰→법원, 만신창이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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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손문상) |
프레시안 : 그 비판 칼럼 때문에 고생이 많았습니다.
이상곤 : 운이 좋아서 198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니며 집회할 때도 한 번도 붙잡힌 적이 없었어요.
(웃음)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경찰, 검찰이 익숙해졌습니다. <프레시안>의 '낮은 한의학' 칼럼을 놓고서 구당이 동대문경찰서에 고발했어요. 그래서 수서경찰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고등검찰청 세 군데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중앙지검에서 '혐의 없음' 판단을 내리니까, (구당의 진정을 받은) 서울고검에서 재수사를 하더군요. 재수사를 받는 동안에는 서울고검에 사흘 동안 세 번이나 불려 갔습니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동안에는 별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때 처음으로 <프레시안>에 비판 칼럼을 기고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칼럼 기고를 권했던 강양구 기자도 잠시 원망했고요.
(웃음)
프레시안 : 모두 '혐의 없음' 판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구당은 또 검찰의 그런 '혐의 없음' 결정을 다시 뒤집어 달라고 서울고등법원에 재정 신청(裁定 申請)을 했더군요.
이상곤 : 서울고등법원이 구당의 재정 신청을 최종적으로 기각했습니다. 이제 진짜로 끝났어요. 경찰, 검찰, 검찰, 법원. 정말 파란만장했군요.
프레시안 : 검찰에서 가장 집요하게 캐물었던 부분이 무엇입니까?
이상곤 : 검찰도 구당 뜸 시술의 문제점을 언급한 것은 전문가로서의 비판이라며 인정했어요. 다만, 구당의 침사 자격증 취득 과정에 의문을 표시한 부분을 문제 삼더군요. 이번 법원의 구당 침사 자격증 '허위' 판결을 염두에 두면, 구당이 저를 무고한 셈입니다만…. 주변에서는 손해 배상 청구 소송 등을 권하기도 합니다. 그냥 웃고만 말았습니다.
애초에 구당의 뜸 시술을 비판하는 칼럼 자체가 구당 개인을 비판하기보다는 뜸에 대한 시민의 잘못된 이해를 막으려는 한의사로서의 최소한의 사회적 역할을 하고자 하는 거였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송사로 고생하긴 했습니다만…. 그런 진흙탕 싸움을 다시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경찰, 검찰 조사도 좋은 인생 경험이었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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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神醫냐 돌팔이냐…구당, 그저 웃었다(<조선일보> 2011년 12월 24일자). ⓒ조선일보 |
구당 대리인으로 나선 그 기자들
프레시안 : 애초 이상곤 원장의 칼럼에는 구당을 인터뷰해 책을 냈던 이상호 기자가 반론을 썼어요. 한의사의 진지한 반론에 당사자인 구당 대신 한의학에 문외한인 이 기자가 반론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었지요. 그렇게 한두 차례 논쟁이 진행되다가, 구당이 해당 칼럼을 경찰에 고발하는 것을
보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상호 기자는 자신의 보도에 그런 식의 고소, 고발로 고초를 많이 겪었던 사람이거든요. 이 기자가 구당을 만류하지 않은 게 아쉬웠습니다. 그런 식으로 고소, 고발을 남발하다 보면 사실은 제대로 된 공론장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어요. 모든 사안을 경찰, 검사, 판사가 판단하면 도대체 논쟁은 왜 필요하고, 그런 논쟁을 위한 장(언론)은 또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이상곤 : 솔직히 말하면, 구당 비판 칼럼에 이상호 기자가 반론을 쓰는 걸 보고서 겁이 덜컥 났습니다. 영향력 있는 언론(MBC)의 영향력 있는 기자(이상호) 아닙니까? 주변에서도 뒷수습을 어떻게 하려고 이 기자와 논쟁을 하느냐고 만류했고요. 그런데 결국에는 구당이 고발을 하더군요.
'
진실 보도'를 내세우는 이상호 기자는 평소에 존경하던 언론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인연을 맺게 되어서 안타깝습니다.
(☞관련 기사 : 구당 김남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최근에는 <
조선일보>의 문갑식 기자가 구당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지요? 역시 영향력 있는 언론(<조선일보>)의 영향력 있는 기자(문갑식)네요. MBC 이상호 기자부터 <조선일보> 문갑식 기자까지 구당의
네트워크가 화려합니다.
(☞관련 기사 : 神醫냐 돌팔이냐…구당, 그저 웃었다)
이상곤 : '1등 신문'의 수준이 언제 그렇게 떨어졌나요? 문 기자가 그 기사를 쓸 때는 이미 SBS, <주간동아>, <프레시안> 등에서 구당의 행적과 시술의 문제점을 입체적으로 조망한 뒤였습니다.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그런 다른 동료 기자의 취재 결과를 접했을 텐데, 왜 그렇게밖에 인터뷰를 할 수 없었는지….
프레시안 : 구당 얘기를 그대로 받아쓴 인터뷰에요. <조선일보> 기자 중에서는 그런대로 '사실(fact)' 확인에 성실한 기자라고 생각해왔는데, 문 기자가 이번 법원의 판결문을 접하고서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제가 그런 기사를 쓰고 나서, 판결문을 받아보았더라면 낯이 아주 뜨거웠을 것 같아요.
이상곤 : 그래도 그 인터뷰 기사를 보니, 구당이 이런 얘기를 했더군요.
문갑식 : 선생의 말을 들으면 침과 뜸이 만병통치인 것 같습니다.
김남수 : "만병통치는 아니죠. 옛말에 '사병(死病)에는 약도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고칠 수 없는 병은 분명히 있습니다. 중풍은 두 번째까지는 완치시킬 수 있는데 세 번째 재발하면 치료가 불가능하잖아요. 더 나빠지지 않게 할 수는 있지만요."
바로 전까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도 뜸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던 분이잖아요. 이렇게 구당의 생각이 바뀐 것 자체가 이번 논쟁의 성과예요. 그 인터뷰 기사를 읽으면서 한 편으로 혀를 차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래 헛된 고생이 아니었어!' 이랬습니다. 그나저나 <조선일보>를 이렇게 비판해도 되나요?
(웃음)
프레시안 : <조선일보>나 문갑식 기자가 그렇게 저열한 언론 또 언론인은 아니라고 믿어보지요. 경찰, 검찰에 불려다니며 시달리는 동안에도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낮은 한의학' 원고를 다듬어서 <낮은 한의학>(사이언스북스 펴냄)을 펴냈습니다. 책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요. '낮은 한의학' 연재는 언제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까?
이상곤 : <프레시안>에서 허락해 준다면 조만간 '낮은 한의학' 시즌2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최근에
영국에서 한 독자가 연락했어요. 타국에서 '낮은 한의학' 칼럼이 건강을 되돌아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연재가 끊겨서 아쉽다고요. 새삼 이게 단순한 신문 칼럼이 아니구나, 이런 자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낮은 한의학'의 문패에 맞게 아예 독자 참여 형으로 연재를 진행하려고요. 전
세계의 <프레시안> 독자들이 궁금한 점을 보내면, 그 질문을 추려서 칼럼으로 답을 하려고 합니다. 이런 시도를 통해서 시민 건강을 증진하는 데 한의사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시민의 한의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깊고 넓게 하고 싶어요. 욕심 같아서는 '뜸 시술의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호언장담했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질문부터 받아보고 싶습니다. 그 분들도 법복만 벗으면 온갖
질병 때문에 고민하는 평범한 시민 아닙니까? 제 앞에서는 다 침 맞기를 기다리는 환자일 뿐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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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손문상) |
첫댓글 아픈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은 누구나 해야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법적 문제나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함께 고민해보고 우리모두에게 진정 좋은 것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탐구해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 기사들을 보면 종교나 수련계에서 한 인물을 놓고 '새로온 메시아 VS 사이비'로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상황들이 생각납니다.
저는 구당님이나 이상곤님이나 둘다 좋은데.....
구당님의 자격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보다는 그의 의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가(그분의 침 뜸 이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론인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 법의 굴레에 갖혀 자신의 능력을 쓸수 없는 사회는 그 사회의 법이 잘못된 것이고 그 사회가 잘못된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