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 15
자전거가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오늘도 땀을 흘리며 자전거를 타고 심부름 다녀오는 홍희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홍희 아니야! 잘 타는데 자전거.”
“네 다 배웠어요.
“벌써?”
“네.”
“누가 가르쳐줬어?”
“아빠가요.”
“그래, 좋았겠네, 아빠가 가르쳐 주셔서.”
씩하고 웃는 홍희의 얼굴에 환환 빛이 비취었다.
“홍희야, 홍주 누나도 자전거 탈 줄 아니?”
“네, 누나도 배웠어요.”
“이번에?”
“네, 아빠한테 누나도 배웠어요.”
“그래”
“홍희야, 하나님께 기도해.”
“목사님과 사모님은 홍주 누나에게도 예쁜 빨간색 자전거를 사주고 싶어.”
“방학하면 누나하고 같이 영산강 자전거 도로에 가서 타면 얼마나 좋겠니?”
“네.”
땀을 주르르 흘리면서도 활짝 웃는 홍희의 모습에
왜 내 마음이 이렇게 찡 할까!
활짝 웃는 홍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홍희네 집에 심방을 갔다.
예배당 현관문에 세워놓은 자전거를 보면서 홍주와 홍희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했다.
처음 심방에서는 할머니에게 쫓겨나다시피 돌아왔지만
홍주와 홍희를 포기할 수 없었다.
약 한달, 남편과 둘이서 기도했다.
홍희에게 자전거를 타게 해 주시라며......
날씨가 무덥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간단한 아침을 먹고 나서 외출 준비를 했다.
터미널 옆 패밀리 마트로 갔다.
마트에서 아침마다 구워내는 빵을 사기위해서다.
유명 제과점은 아니지만 맛과 가격은 차이가 없다.
홍주와 홍희를 생각하며 제일 맛있는 쿠키와 도너츠 그리고 빵과
오렌지쥬스를 샀다.
몇 걸음 더 걸어서 MBM으로 갔다.
홍주에게 선물할 스케치북을 사기 위해서다.
MBM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미술 재료들이 다양하게 있다.
아이스크림도 다른 마트보다 50% 싸다.
오후3~4시쯤 들리면 학교에서 끝난 아이들이 많이 찾아온다.
우리 교회에 처음으로 놀러왔던 장난꾸러기 수빈이도 홍주도 이곳에서
가끔 만난다.
홍주는 언제나 혼자다.
그런데 장난꾸러기 수빈이는 남학생들을 서너 명 거느리고
대장노릇을 하며 다닌다.
한쪽 귀에 깜찍한 귀고리를 위 아래로 두 개씩이나 달고
나에게 인사를 하는 수빈이 남자 친구가 묻는다.
“야, 누군지 아는 사람이냐?”
“웃는 수빈 이를 보며, 친구에게 말했다.
“수빈아, 친구니?”
“네.”
“멋지게 생겼네......!”
“혹시 겨자씨교회 아니? 나는 겨자씨교회 선생님이야.”
“네? 무슨 교회요?”
“겨자씨교회. 저기 용산동 주공아파트 가는 길 오른쪽에
있는 교회인데 아직 모르나 보구나?”
“그런 교회가 있어요? 이름이 희한하게 생겼네.”
수빈이와 친구들에게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주며 전도를 했다.
이미 다른 교회에 다니는 수빈 이는 친해진 사이다.
그러나 수빈이 친구들은 엄마가 교회에 가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다.
이유는 이상한 교회가 많다는 것이다.
이단들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홍주네 집을 갔다.
“계세요?”
몇 번을 노크하자 젊은 남자가 “누구세요?”하며 나온다.
“안녕하세요?”
“어디서 왔어요?”
“네, 저는 요 앞, 겨자씨교회에서 왔어요.”
“왜 왔어요?”
하는 홍주 아빠에게 이야기를 했다.
홍주와 홍희를 초등학교 근처에서 전도하러 갔다 만났어요.
우리 교회에 나오다 오지 않아서 보고 싶은 마음에 왔어요.
그리고 홍희에게 물어보니 자전거 타는 것과 컴퓨터 게임 해보는 것이
소원이고, 홍주는 미술과 요리하는 것이 취미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친 엄마는 아니지만 홍희 홍주가 하고 싶다는 것을
조금 하도록 해주고 싶어요.
하면서 홍주 아빠에게 준비해간 스케치북과 빨간색의 예쁜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고급 색연필을 드렸다.
홍주 아빠는 지난 번 할머니와는 다르게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시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그런 홍주 아빠에게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홍주에게 줄 선물이라는 설명과,
홍희의 자전거 이야기를 하고나서 사가지고 간 빵과 음료수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1시쯤이다.
점심 약속이 있어서 준비 하고 있을 때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나가보니 홍주와 홍희가 세상을 가진 것처럼 기쁨이 가득 찬 얼굴로
교회에 왔다.
아빠가 교회에 가라고 하셨다고 한다.
토요일에 하는 학교 취미 활동을 마치고 곧바로 교회로 달려왔다.
어제 홍주 아빠에게 토요일 오후와 주일인 일요일에
아이들을 보내주시면 더욱 좋겠다는 말을 마지막 인사에서 하고 왔었다.
홍주 아빠께서는 할머니보다 아버지로서 자녀들에게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주지 못한 마음이 안쓰러웠던 것 같다.
자녀들을 낳아서 길러본 부모라면 이 마음을 이해 할 터......
홍주와 홍희에게 자전거를 보냈다.
아빠가 마을 회관 앞에서 자전거를 가르쳐 준다고 하셨다고 한다.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도 홍주와 홍희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홍주와 홍희가 아빠와 함께 자전거를 가지고 다시 돌아왔다.
이유는, 할머니께서 당장 가져다주라고 하신 것이다.
홍희와 홍주의 얼굴이 아까와는 정 반대다.
홍주 아빠의 얼굴 표정에서도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남편이 말을 했다.
“홍주 아빠! 할머니께서 반대하시면 자전거를 교회에 두고
시간이 있으실 때마다 오셔서 애들에게 가르쳐 주세요.
교회하고 집도 가까우니 괜찮지 않겠어요?”
“그러세요, 홍주아빠.”
하는 남편과 내 말에 홍주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러자 홍주와 홍희가 밝은 얼굴로 다시 변했다.
주일날이다.
8시30분에 예배당에 와서 기도하고 있었다.
밖에서 홍주와 홍희소리가 들렸다.
얼른 나가보니 교회 입구에서 서성이며 들리는 소리가
아직은 예배시간이 아니다는 말을 한다.
그런 홍주 홍희에게 들어오라고 했다.
홍희가 머뭇거리더니 입을 연다.
“선생님, 지금 예배드리면 안돼요?”
“응, 왜?”
“예배드리고 자전거 배우려고요.”
“그래? 알았어.”
나는 홍희의 두 손을 꼭 잡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홍주와 홍희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해 주세요.
예배당에 나오고 싶어도 반대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하루 속히 간섭해 주세요.
홍희와 홍주가 지금은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와 삼촌 곁에서 자라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가족들의 품을 떠나게 될 거라는 것을 하나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시잖아요.
홍희와 홍주가 지금 하나님께 나아오는 것이 하나님의 뜻과 때가 아니라면, 하나님의 계획하신 그 때에는 멋진 하나님의 아들딸로서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위해 쓰임 받는 자녀들이 되게 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했어요. 아멘.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자전거를 끌고 가는 홍희와 홍주의 뒷모습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