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문화관도서관
수업은 노래로 시작했다. 최근 유행하는 광고 CM송의 노랫말을 바꿔서 부르는 일명 'NIE 송'이다. "소원이 있~니? 꿈이 있~니? 비비디바비디 부―. NIE 통~해 이뤄보자, 비비디바비디 부―."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이 작은 입술을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NIE 송'을 부르면 수업이 시작된다. 지난 19일 오후 2시 반 서울 관악문화관도서관 'NIE 글쓰기 교실' 저학년 반 풍경이다. 3월에 문을 연 이 교실은 오늘이 두 번째 수업 시간이다. 아이들은 일찌감치 와서 "지난번에 해서 어떻게 하는지 다 알아요" 하며 신문을 펼쳐들고 벌써부터 가위로 마음에 드는 것을 오리기 시작했다. 기사와 사진을 10개나 오리는가 하면 몸에 신문지를 친친 감고 뛰어다니는 아이도 있었다. 일단 수업이 시작하자 서로 경쟁하듯 열심히 적었다.
- ▲ 서울 관악문화관도서관의‘NIE 글쓰기 교실’은 지난해 겨울 첫 시범 실시 이후 학부모들의 요구로 3월 재개강했다. 19일 오후 두번째 시간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신문을 보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heon@chosun.com
관악문화관도서관에선 지난 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NIE를 시도했다가 학부모들의 높은 호응을 얻어 이번 3월에 재개강한 경우다. 문화강좌 담당자인 이은정(36)씨는 "처음에는 겨울방학 때만 한 번 해볼 생각이었다"며 "학부모들이 한 번만 더 열어달라고 요청해서 재개강했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선 1년에 두 번씩 설문조사를 통해 수요 예측을 하고, 과감히 프로그램을 재조정한다. NIE는 이 과정에서 "수소문 끝에 낚은(?) 대어(大魚)"였다. 이은정씨는 "다음 학기부터는 정규강좌로 편입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읽기에 관심 일으키기 위해 NIE 도입"
전용해 관악문화관도서관장
- ▲ 전용해 관악문화관도서관장
관악문화관도서관에 NIE 바람을 일으킨 사람은 전용해(67) 관장이다. 2006년 서울 광신고등학교 교장 직을 정년퇴임한 후 2007년 이 도서관에 오자마자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관악문화관도서관은 서울 지역 도서관 중에선 처음으로 평생학습관으로 지정됐다. 도서관에선 유례없이 무료로 학부모 대학과 검정고시반을 운영해 주목을 받았으며 가족독서 신문 만들기 등 19종의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 NIE를 추가했다.
"왜 NIE나 독서가 공교육 과정에 녹아 있지 않은지 안타깝습니다. 즐겁게 배우는 분위기만 만들어주면 되는데 말이죠. 앞으로는 전시회 등을 열어 구민들에게 더 알리고 확대할 생각입니다."
◆성동구립도서관
성동구립도서관은 2007년 4월에 처음으로 NIE를 도입해 지금까지 2년째 해오고 있다. 도서관 문화교실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아 마감이 빠른 편. 20명 정원을 꽉꽉 채운다. 이곳의 NIE 교실은 '신문&미디어와 책이 만나는 통합논술 NIE'로 신문, 책과 논술을 함께 아우르는 수업이다. 1, 2학년/3, 4학년/5, 6학년 3개 반으로 나눠 주1회 50분씩 3개월간 진행한다. 문화교실을 담당하고 있는 최강원(43)씨는 "서울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이지만 인근 지역인 금호동, 행당동 외에도 다른 지역에서 들으러 오기도 한다"며 "NIE가 도서관 특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강의를 맡은 최경온 강사는 3개월 중 2개월은 논술 관련 글쓰기 위주로 신문을 활용하고 1개월은 자유 주제로 수업한다. 최 강사는 어떤 주제의 수업이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든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발표하게 하기'와 '조금 부족한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원칙을 적용한다. 그는 "제가 5학년, 중1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우리 아이에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NIE는 아이들 스스로 재미를 느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이곳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새 학기가 되면서 다른 학원 시간표와 겹치는 바람에 어머니가 수강을 취소하겠다고 한 경우가 있었지만, 아이가 "가장 재미있는 곳인데 왜 이걸 취소하느냐"면서 '우기는' 바람에 아이가 한 달 내내 강의 중간에 와서 30분만 듣고 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경온 강사는 "개인 레슨을 해 달라고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며 "같은 지역 어머니들이 팀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고 높은 인기를 설명했다.
나병준(42) 관장은 "3년 전 독서 프로그램을 계획하다가 열람실에 자주 오시는 어머니들 200여명을 상대로 설문을 받았더니 70% 이상이 NIE를 요구해서 시작하게 됐다"며 "앞으로 5~6년에 걸쳐 NIE 프로그램을 중·고등학생에까지 확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창의력 자극하는데 신문이 제일 좋아"
나병준 성동구립도서관장
- ▲ 나병준 성동구립도서관장
성동구립도서관의 NIE는 나병준(42) 관장이 시작했다. 철저히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나 관장은 이 도서관이 개관하던 1999년 말단사원으로 입사해 2008년 관장 직에 오른 '드문 이력'을 자랑한다. 그는 "NIE는 학생과 강사가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는 쌍방향 교육"이라고 말했다.
성동구립도서관은 본관 외에 금호도서관, 용답도서관, 성동구청 내의 무지개도서관을 분관으로 둔 큰 규모지만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이 잘 돼 있어, 지난해 6월 국내 도서관 중 처음으로 'ISO(국제표준화기구) 9001' 인증을 받았다.
나병준 관장은 "도서관을 지역 내의 지식 정보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며 "그 중의 하나로 NIE를 특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