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밀양 (1)
자전거 여행
(초동면 1)
9시 20분 출발.
10시 경에 급하게 꺾어도는 마흘리 고개 모랭이를 여럿 돌며 오른다.
앞뒤 살피며 묵묵히 오르는데 건너편으로 경운기를 탄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우스워 못견디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려간다.
자전거를 끌고 구슬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는 자신도 그만 참았던 웃음보가 터지고 만다.
잠시 서서 유월의 산빛으로 눈을 씻고 나니 마음까지 푸른물이 배어드는 듯 하다.
10시 25분 마흘리 고개 정상.
부북면을 짧게 통과하고 무안면 입구에 올라서서 부듯한 마음으로 시내를 내려다본다.
그립던 고향에 돌아와 ‘자전거로 고향 둘러보기’ 뜻을 한번 세워보았다.
처음엔 막막하기만 해서 시청 문화관광과에 도움을 구했는데 유익한 자료들을 보내주어 큰 힘이 되었다.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길, 간간히 달리는 차만 조심한다면 이만하게 즐거운 자전거 하이킹이 또 있을까. 마흘리 앞뜰에 튼실하게 뿌리를 내린 벼가 햇살과 바람에 실려 파도를 타며 즐겁다.
토종닭들이 흙을 헤치고 모이를 쪼는 정경을 바라보는 일 또한 얼마만인가.
11시 20분 ‘사명대사의 고향, 무안 맛나향 고추’ 안내표지판을 지나친다.
땀을 닦을 겨를도 없이 들일을 하다 온 모양새를 하고 무안면사무소를 찾았다.
무안면을 알 수 있는 안내지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히니 자료를 찾아 성의껏 도움을 주시고
관광지에 관한 설명도 들려주신다.
사명대사의 생가가 있기도 한 무안면 여행을 위해서 필요한 자료들을 이렇게 챙겨두어야 한다.
넓은 실내에 활력이 넘쳐 보이고 몸에 배인 직원의 친절에 마음이 흐뭇해진다.
관광유적지 활용방안 계획은 엄용수 밀양시장의 포부이기도 하다.
예산교를 건너 연상리로 접어드니 하늘과 맞닿은 종남산 아래로 달려가야 할 초동의 산과 들녘이 겹겹이 눈에 들어온다.
가로수 아래 들꽃을 쓰다듬으며 고향산천을 마음에 담고 달리자니 보약 같은 자연웃음이 인다.
11시 45분 연상정미소 앞을 지나는데 살겨를 실은 먼지바람이 덮친다. 싫지가 않다.
어릴 때 동무와 방앗간 건조대로 숨어 들어가 말려놓은 국수를 하나하나 빼먹던 기억이 미소짓게 한다.
녹슨 양철지붕을 한 오래 된 방앗간이나 농협창고에 새겨진
‘자조 협동’, ‘협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판매하자’ 는 글을 만나면
새마을 운동 시절이 떠올라 한동안 향수에 젖어들게 된다.
풍요로운 들녘을 벗삼아 달려나가니 종남산이 가까이 펼쳐진다.
종남산은 교가에 등장하기도 하고 해맞이 산행은 물론 평소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이다.
멀리 봉황리 방동 참새미 마을도 눈에 들어온다.
종남산의 정기와 맑은 약수로 심신을 쉬기에 안성맞춤인 농촌전통 테마마을이다.
민박을 통해 자연생태체험, 농심체험, 전통음식체험, 전통민속체험 등을 즐길 수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
매년 출향인들을 초청하여 산촌음악회와 고향의 날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조용한 곳에 위치해서 자칫 모르고 지낼 수도 있는데 밀양시민의 한 사람으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다.
올해 밀양시 ‘2008 참 살기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평가에서 최우수마을로 선정되어 1,000만원을 수상하는가 하면 11월 중에는 시를 대표해서 경남도에 출품될 예정이기도 하다.
제2 새마을사업 정신으로 주민 스스로 이 일에 동참했다고 하니 우리의 미풍양속을 보는 듯 해서 더욱 자랑스레 여겨진다.
기회가 오면 1박을 하면서 우리 토속문화를 접해보는 자전거여행을 해보고 싶다.
12시 20분 폐교된 봉황초등학교 도착.
흔히 볼 수 있는 폐교지만 이층까지 올려진 교사(校舍)가
한때 많은 학생이 다녔음을 말해주고 있어 가슴이 메어온다.
학교와 가을추수가 우리 어머니들의 희망이던 그런 한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언제든 쉬이 돌아올 수 있으리라 누구든 믿고 이렇게 모두 떠났으리.
하지만 고향은 자식 떠난 길 바라보고 섰는 어머니처럼 그대들 떠나가던 그 길, 열어놓고 있다.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작은 숲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넓은 묵정밭에 싱그러운 개망초꽃의 몸짓이 마음을 맑혀준다.
작고 예쁜 풍경에 다가가서 천천히 들여다보는 기쁨, 자전거 여행의 맛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구름 드리워지고 바람 불어오니 한결 느긋해진다.
1시 10분, 오늘의 목적지인 미리벌민속박물관이 저만치 보인다.
쉬엄쉬엄 자연과 놀기도 하고 고향의 노래를 불러가며 21Km를 달려왔다.
왜 자전거여행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지만 스스로에게 나는 한번씩 묻곤 한다.
그리고 ‘태어나고 장차 돌아 갈 고향 길 위에서 추억을 만드는 일이
또 다른 작은 삶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 며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어진다.
첫댓글 너무 긴 시간 불을 켜지 못했습니다. 자전거 타고 우리 고장 곳곳을 둘러본 풍경들을 올려봅니다. 게으른 글, 기다려 주심에 감사드리면서......
ㅎㅎㅎ~! 전세방 뺄라켔더니 입주 하셨네요.
돌아 갈 고향 길 위에서 추억을 만드는 일. 햐 멋져요.. 가을에 만나보는 여름풍경과 어울려 아주 신산감이 드는 글입니다. ...입주해 주셔 감사합니다. 그리고 입주합니다
고맙습니다. 글도 다듬고 사진을 넣어 볼거리가 풍부하게 다시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