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2015 세계 경제포럼은 '글로벌 리스크 2015' 보고서에서 물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발표하였다.
물은 농사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자원이지만 건조한 지역이나 가뭄이 심한 시기에 지하수에 의존하여 농사를 짓다 보면 수자원 고갈을 면할 수가 없게 된다.
보통 자연환경보호라고 하면 유기농을 떠올리지만, 물도 보호가 절실한 천연자원이다.
여기서 우리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고품질 포도재배방법인 Dry farming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도재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용어 중 테루아르 (Terrior)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불어로 와인을 재배하기 위한 제반 자연조건을 총칭하는 말이다.
토양, 지형, 날씨에 따라 다 다른 맛과 향,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맛이 제각기 다르다.
물론 같은 품종이라도 와인의 양조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재배지역의 총체적 자연환경이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즉 포도밭의 토양, 위치, 지형적 조건, 기후 등을 말하며 이를 테루아루라고 부른다.
테루아루 중에서도 포도의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물과 토양이다.
물이 풍족하고 비옥한 땅에서 자란 포도는 와인용으로 좋은 품질이 나오지 않는다.
덩굴과 잎이 무성해져 포도송이가 햇빛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고 열매 안에 수분이 많아져 맛이 희석되어 싱거워지게 된다. 오히려 자갈이나 돌맹이가 많은 경사지의 척박한 땅에서 모질게 자란 포도나무에서 당도도 높고 감칠맛이 나는 포도가 생산된다.
물과 양분이 부족하면 열매는 커지지 않지만 모든 양분이 열매로 집중되는 종족 번식의 본능을 발휘하게 된다.
포도송이가 작으면 과육대비 껍질의 비율이 높아 진다.
와인의 색, 타닌, 향은 포도 껍질에서 오기 때문에 껍질이 두껍다는 것은 와인의 색과 향이 진해지고 타닌이 풍부해져 오래 숙성이 가능한 와인, 즉 고급와인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지표면에 물이 많으면 포도는 주근을 땅속깊이 뻗어내기보다는 세근을 지표면 가까이에 넓게 퍼뜨린다.
이런 포도밭은 한해라도 물 공급을 원활히 해주지 않으면 농사를 망치게 된다.
물이 부족한데도 그대로 방치하면 주근이 땅속 깊이 물을 찾아 내려가게 된다.
지하 깊숙이 뿌리를 내린 포도나무는 어지간한 가뭄도 이겨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지하 심층부에서 미네랄과 영양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열매 하나하나가 테루아르가 내는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장점은 많지만 드라이 파밍의 가장 큰 문제는 수확량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와인 농가가 쉽게 결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등 세계각지에서 드라이파밍을 하는 와이너리가 늘어나고 있고 그렇게 생산된 와인에 드라이랜드 , 드라이팜드라는 레이블을 붙여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있는 칠레산 몬테스 알파와인도 2012년 빈티지부터 드라이 파밍 와인을 출시하고 있다. 드라이 파밍으로 엄청난 양의 물을 절약할 수 있고 지하수를 오염시키지 않고 환경을 자연그 대로 보호할 수 있게 되고 우수한 품질의 포도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수확량의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동참하는 재배농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 면적이 넓은 나라에서도 고품질과 환경보전을 위해 늘어나고 있는 드라이 팜, 경작지가 좁은 한국에서는 이쪽 방향으로 농업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져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드라이 팜이 바로 자연농업이고 포도를 비롯한 모든 농작물에 다 적용될 수 있는 개혁농업 인것이다.
자연농업을 한다면서 관주시설을하여 시도 때도 없이 과도한 양의 수분을 작물에 공급해주고, 심지어 비가와도 사과나무에 물을 관주하고있다는 자연재배 사과농장도 있지만 이러한 인위적인 수분공급으로는 훌륭한 음식의 재료를 만들 수가 없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다.
가뭄이 심하면 심한 대로 비가 많이 오면 오는 대로 작물이 스스로 팽압을 유지하고 수분포텐셜의 구배를 맞추어 생존할 수 있도록 자연에 맡기는 농업이 저비용, 고효율의 최적농업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한국의 드라이 팜 , 혜림원에서 이미 6년 전부터 시행해 왔으며 이제 완성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최근 몇 년에 걸쳐 심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고 특히 올해 중부지방은 소양강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비가 오지 않았지만 우리 농장의 과수와 채소들은 식재와 동시에 드라이 팜으로 시련을 겪었던 탓인지 건강하게 잘 버텨주고 있다.
테루아르도 좋지만, 드라이 파밍으로 향과 맛이 극대화되고 있으며 한 잎 한 잎, 한알 한알이 보약임을 인증서도 없이 자랑하고 싶고 보증한다.
첫댓글 그 깊은 곳에 안정된 습을 찾아서 뿌리를 내리는 식물의 힘은 정말 감동입니다.
감동입니다! 앞으로는 식량 전쟁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보약이고 질병을 이기는 먹거리 입니다
물은 자연에 맡긴다지만 농약,비료도 안주는 와인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혜림원 와인을 기대해 봅니다.
terrior --- terroir (포도경작 적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