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스텐 노르만 - 피오르드 여행

[선동기 라파엘]

학교 다니면서 배운 노르웨이의 상징은 피오르드였습니다. 어쩌다 만나는 사진 속의 그 풍경은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노르웨이 출신의 화가들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이런 풍경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겠지요. 노르웨이 화가 아델스텐 노르만 (Adelsteen Normann / 1848 ~ 1918)  의 작품을 통해서 . 피오르드 관광을 떠나 보시죠. 피오르드 항해   Sailing on the Fjord / oil on canvas / 65cm x 97cm 거대한 봉우리 사이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습니다. 피오르드 밑 양지 바른 곳에 작은 집들이 보입니다. 주위를 둘러 보니 배를 타고 물을 건너야 다른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겠군요. 이런 곳에 살면 외롭겠구나 싶다가도 한 없이 자유로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으면 세상을 향해 문을 닫을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노르만은 노르웨이의 보딘이라는 곳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사업가였는데 아들을 사업가로 키우고자 했습니다. 집안의 기대에 따라 노르만은 열 다섯 살부터 6년 간 코펜하겐과 베르겐에서 사업과 관련된 일을 배우고 실제로 몇 년간 실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노르만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이런 대목을 만나면 예술가의 핏속에 우리와는 뭔가 다른 것이 흐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코모 풍경    A View of Como / Oil on canvas / 63.5cm x 79.3cm 코모라는 지명을 찾아 봤더니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호반의 도시더군요. 붉은 색 지붕 위에는 얼마 전 내린 눈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시선은 지붕 위에서 도시를 건너 산자락을 타고 눈 덮인 먼 산의 꼭대기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자주 만날 풍경이지만 눈이 내린 풍경은 가까이 보다는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소소한 것들을 감추거든요. 스물 한 살이던 노르만은 당시 화가를 꿈꾸던 노르웨이 젊은이들처럼 독일의 뒤셀도르프 미술 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납니다. 그의 첫 스승은 오스발트 아헨바흐였습니다. 그 곳에서 풍경화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게 되는데 ‘뒤셀도르프파’의 영향 속에 들어가게 됩니다. 뒤셀도르프파는 고전주의를 반대하고 낭만주의를 표방하면서 색채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었죠.  노르웨이 피오르드    A Norwegian Fjord / Oil on panel / 72.5cm x 100cm 피오르드 만에 여러 척의 배가 떠 있습니다. 하루 수확을 끝내고 돌아 온 배는 뭍에 몸을 기댔고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무사히 다시 하루가 지나가고 있음을 기뻐하겠지요. 구름 속에 숨은 해 때문에 그림자가 피오르드만을 덮었지만 멀리 반짝이는 물 위로 포구를 향해  들어오는 배들이 보입니다. 곧 이 작고 고요한 마을이 조금은 부산해지겠군요. 무사히 돌아 온다는 것은 기다리는 사람의 서성거리는 발걸음을 뛰게 만들곤 합니다. 노르만은 아카데미 졸업을 앞두고 뒤셀도르프에서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졸업하던 1873년에는 비엔나 그리고 다음 해부터는 정기적으로 베를린에서 작품 전시회가 열립니다. 그의 작품 주제는 노르웨이의 풍경이었습니다. 피오르드와 작은 시골 마을, 어부들과 물 위를 떠가는 배의 모습이 그의 그림을 채웠죠. 떠나온 조국 노르웨이를 진정으로 사랑한 노르만이었습니다. 피오르드   The Fjord / oil on canvas / 201.3cm x 321.3cm 유리 같은 물 위로 작은 배 한 척이 미끄러져 가고 있고 새 몇 마리, 물 위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있습니다. 산 기슭 눈은 산자락을 타고 오르고 있고 그 자리에 봄이 내려 앉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누군가 물 건너편을 향해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 싶습니다. 그 소리는 건너편 산에 부딪히고 다시 물을 타고 이 협곡을 따라 끝없이 맴돌 것 같거든요. 뒤셀도르프에 정원이 달린 집을 구입한 노르만은 1887년 베를린으로 이사를 할 때까지 그 곳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합니다. 1874년에는 런던에서도 작품 제작을 하는데, 그 해 로열 아카데미에 작품을 출품하고 3년 뒤에는 은메달을 수상하기도 합니다. 1878년에는 파리를 처음 방문합니다. 1884년에는 파리 살롱전에 출품한 작품이 ‘주목 받는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5년 뒤에는 살롱전에서 동메달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나라를 넘나들며 대단한 에너지를 보여준 노르만이었습니다. 피오르드가 있는 풍경   Landscape with a Fjord 계절은 일년 중 가장 따뜻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눈 속에 덮여 있던 봉우리들은 회색의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고 산기슭에도 초록의 기운이 가득합니다. 멀리 보이는 붉은 색 지붕들, 초록과 회색으로 덮인 피오르드 풍경 속에서 꽃처럼 보입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강과 함께 나란히 뻗은 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몸과 마음 속에 있는 모든 번잡스러운 것들 다 털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887년, 노르만은 거의 20년 가까이 살던 뒤셀도르프를 떠나 베를린에 정착합니다. 곧 베를린의 문화계 인사들과 친교를 맺고 베를린 미술가 협회의 회원이 됩니다. 추정이지만 노르만의 성격이 아주 활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890년에는 손네피오르드가 있는 발레스트랜드에 집을 짓게 됩니다. 그리고 여름을 이 곳에서 보내게 되는데 뭉크를 만난 것도 이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북부 노르웨이의 어촌 마을     Fishing village in North Norway / 1880 작은 어촌 마을에 배가 도착했습니다. 지붕 위로 연기가 피어 오르는 마을 풍경은 주위 배경과 함께 어울려 마치 요정들이 사는 곳처럼 환상적입니다. 물새들도 항구의 물위에 몸을 실었습니다. 물끄러미 배를 바라보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언젠가는 저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바다로 나갈 것이고 누군가는 이렇게 바위에 앉아 돌아 올 사람을 기다리겠지요. 물 위에 부서지는 햇빛을 저렇게도 묘사할 수 있었군요 --- 노르만이 뭉크의 작품 전시회를 본 것은 1892년이었습니다. 뭉크의 재능을 알아본 노르만은 베를린에서 뭉크의 작품 전시회를 계획합니다. 55점의 작품이 베를린으로 옮겨졌고 베를린 화가 협회의 주관으로 열린 전시회는 뭉크 작품에 대한 일부 화가들과 비평가들의 저항으로 결국 아주 짧은 기간 내에 끝나고 맙니다. 이 일로 인해 베를린 미술가 협회는 깨지고 맙니다. 뭉크의 작품을 당대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요. 서쪽 피오르드 쪽의 풍경   Utsyn Mot En Veslandsfjord / Oil on canvas / 79.5cm x 100cm 노르웨이어 번역기를 사용했더니 대충 이런 제목이 떠 오릅니다. 피오르드 해안에도 가을이 도착했습니다. 초록은 빛을 잃기 시작했고 잔잔한 물은 오색의 점들로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해의 기울기로 봐서는 오후 어디쯤인 것 같습니다. 연기가 피어 오르는 집을 뒤로 하고 배를 몰아 강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혹시 저녁 준비 하는 것일까요? 저녁 반찬으로 생선 몇 마리만 잡아다 줘요. 혹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까요? 노르만이 언제 결혼했는지는 자료를 찾지 못했지만 독일에서 캐트린과 결혼, 4명의 아이를 두었고 캐트린이 세상을 떠나자 다시 루이지라는 여인과 결혼해서 아이 하나를 두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바쁜 생활 속에서도 노르만은 베를린에 미술 학교를 설립합니다. 정말 에너지 넘치는 노르만이었습니다. 증기선   The Steamship / Oil on canvas / 105cm x 158cm 적막한 피오르드 계곡 사이로 거친 소리가 들렸습니다. 협곡 사이로 검은 연기를 뿜고 오는 증기선이었군요. 양쪽에 우뚝 솟은 절벽들로 인해 그 소리는 더욱 클 것 같습니다. 우렁찬 목소리로 피오르드 해안을 오가며 소식을 전해주는 배달부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거울같이 맑은 물을 보니 오늘은 좋은 소식이 오겠군요. 노르만의 작품 속에는 자주 증기선과 노 젓는 배가 등장합니다. 실제로 노르만은 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배 외부에 엔진이 달린 이 배는 발레스트랜드에서는 처음이었는데, 가끔 그 배를 타고 피오르드를 여행하곤 했습니다. 편서풍의 영향을 받는 노르웨이의 날씨는 구름들이 하늘을 가리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그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피오르드에 닿는 풍경에 노르만은 늘 매료 되었다고 합니다. 송네피오르드   Sognefjord / 64.5cm x 97cm 노르웨이에서 가장 길다는 송네피오르드입니다. 갈색으로 물든 암벽 밑에 역시 같은 색의 작은 집들이 보입니다. 어부는 낚시를 위한 그물을 손질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풍경 속에도 삶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의지만 가지고는 견디기 힘들겠지만 자연이 품어 주는 곳이라면 사람은 어느 곳에서나 살 수 있지요. 자유로움을 위해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이 부럽지만 그 길을 따라 갈 수 있을지는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노르만은 화가로 성공한 첫 번째 북부 노르웨이인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북부라는 한정어를 보고 웃음이 났지만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는 표현일 수도 있겠지요. 또 그는 극지에서 한 밤 중에 보는 태양 (midnight sun)을 작품의 소재로 삼은 최초의 화가이기도 합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달린 평가를 두 개나 가지고 있으니 화가로서의 일생도 나쁘지 않았군요. 피오르드   Fjorden / Oil on canvas / 63.5cm x 104cm 연기가 피어 오르는 집 옆에 빨래가 걸려 있습니다.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그 빨래들로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습니다. 풍경 속에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 느낌이 아주 다르지요. 누군가 문을 열고 물가로 걸어 너올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자연의 풍광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까닭이겠지요. 노르만이 끝없이 그린 피오르드의 풍경들로 인해 피오르드는 많은 유럽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애국자가 따로 없지요. 일흔의 나이로 오슬로에서 세상을 떠났으니까 한 사람의 생으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노르만 덕분에 이 곳 저 곳에 실린 피오르드 여행기를 읽을 수 있었고 제 버킷 리스트 (bucket list)에 피오르드 방문이 추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노르만 선생님!

[김종금 리드비나]

겨울여행 떠나 봅시다.^^ㅋ

[선동기 라파엘]

성탄 끝나고 가까운 산으로 산행 한 번 할까요?

[김종금 리드비나]

단장님... 쥐쟈님은 산을 안좋아하신답니다..특히 산행은 ㅎㅎ

[선동기 라파엘]

작동산이나 원미산 정도 올라 갔다가 내려오면서 막걸리 한 잔하면 정말 좋은데요, 사실 그 것이 쉬는 것이거든요^^

[김종금 리드비나]

12월... 한해를 마감하면서 배를 타고 조용히 정리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그림이네요.
그림으로 세계여행을 하게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그림으로 여행하다가 나이가 더 들면... 실제로 가볼수 있는 여유가 생기길 기대해야 겠습니다.

[선동기 라파엘]

시베리아 횡단 열차도 타는 길에 피오르드까지 보고 오면 좋은데 --- 계를 하나 묻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김종금 리드비나]

시베리아 횡단열차.. 듣기만해도 기분 설레는되요... 우리 계 묻어요.

[요안나]

그래요..좋은사람들과 떠나는 여행은 더 행복하고 즐겁겠죠~^^

[선동기 라파엘]

음, 한 번 고민해볼까요? 저는 정말 가고 싶거든요

[요안나]

그림보면서 잠깐이나마 눈이 행복했습니다~^^항상 좋은그림 귀에 쏙쏙들어오는 설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