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9일이 무슨 날일까? 요즘은 매우 보기 드물지만 1960, 1970년대 달력에는 ‘국치일(國恥日)’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일본에 나라를 ‘완전히 강탈당한’ 날이 바로 국치일이다. 8월의 늦더위만큼이나 세상이 시끄러운 요즘 필자는 독자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는 서두에 ‘CEO풍수’를 흥미롭게 잘 읽고 있다며 다음 내용을 덧붙였다.
“혹 우리나라가 지구의 혈 자리라는 것 알고 계시나요?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일본은 내청룡, 아메리카는 외청룡, 중국과 싱가포르는 내백호, 아프리카는 외백호, 호주는 안산”이라는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우리나라의 풍수론을 지적했다.
이어 편지는 우주의 간방(艮方:팔괘의 하나로 동북방을 가리킴)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이제 간방이 상징하는 또 다른 의미인 열매맺기 시기에 들어가 있음을 소개하면서 호남지방의 명혈과 관련된 특정종교의 견해를 소개했다. 이 중 일부를 보면, 이 종교의 교조는 “…지구촌 민족분쟁의 근원은 지방신과 지운(地運)이 통일되지 못한 것이라고 보시고 전주 모악산을 모, 순창 회문산을 부로 하여 지운을 통일하셨습니다.
또한 궁을가에 사명당이 갱생하니 승평시대 불원이라 하였음과 같이 사명당을 응기시켜 오선위기(순창 회문산에 있는 명당 이름)로 천하의 시비를 끄고 호승예불(무안 승달산에 있는 명당)로 천하의 앉은 판을 짓고 군신봉조(태인에 있는 명당)로 천하의 임금을 내며 선녀직금(전남 장성에 있는 명당)으로 천하 창생에게 비단옷을 입히는…” 등 대역사를 행하였다고 했다.
편지 속에 나온 오선위기(5명의 신선이 바둑 두는 모양의 명당) 등은 이른바 호남 8대 명당으로 지금도 많은 풍수사가 불을 밝혀 찾고 있어 화제가 되는 곳이다. 그러나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들 혈은 국가의 운명과 관련 있는 기운을 지니고 있어 개인의 화복과는 상관없다는 게 풍수계의 주류 견해다. 이와 아울러 편지의 주인공이 필자에게 던지는 화두는 선천이 끝나고 후천세계가 열리는 징조들을 ‘풍수’에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가 아닌가 싶다.
한국은 물론 세계의 정치판이 어지러운 오늘 ‘소풍수’가 아닌 ‘대풍수’로서 이에 답해야 하는 게 이 분야의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필자의 공력은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필자는 대신 이 시대를 용감하게(?) 분석한 윤상철 저서 『후천을 연 대한민국』을 소개하면서 독자에게 용서를 빌고자 한다.
이 저서는 최근 100년의 우리 시대를 3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910년부터 1944년까지는 ‘무극시대’다. 이 시기의 특징은 음과 양이 나누어지기 전의 혼돈이 주류다. 한국이 주권을 상실하고 서양 문명이 동양을 침탈하는 시기다. 두 번째는 1945년부터 2004년까지의 ‘태극시대’다. 이때는 이름 그대로 태극에서 팔괘로까지 발전하는 시기다.
남한과 미국, 소련과 북한이 밀월을 갖고 서양 주도로 동서 문명 역시 밀월의 시기를 이룬다. 2005년부터 2064년까지가 황극시대다. 무극과 태극시대를 지나온 대한민국이 그동안의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우뚝 서서 세계의 모범국가가 되는 시기다. 이때는 앞서 편지에서 언급한 후천, 간방의 시기고 현재의 모든 혼란은 바로 태극에서 황극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진통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2004년 말부터는 남북한 통합정부를 이끌어 황극시대를 열 훌륭한 지도자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경금(庚金)의 지도자다”고 했다. 오행으로 보면 경금은 신금(申金)보다 금 기운이 약하다. 부드러우나 강한 금 기운을 지닌 지도자를 우리 시대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과 다를 바 있을까. 정치판뿐만 아니라 경제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대통령의 리더십에는, 덜 드러나기는 하지만 다른 요소가 하나 있다. 통치력에 버금가는 요소로 유머감각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사실 그 두 가지는 같은 것이다. 가장 위대한 지도자들은 재기 넘치는 웃음을 구사할 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 줄도 안다"
미국의 정치 원로인 밥 돌 전 상원의원은 2000년 조지 W.부시와 앨 고어의 대선을 앞두고 펴낸 미국대통령 42명의 유머감각을 분석한 책 '대통령의 위트'의 서문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골수 공화당원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의식했는지 그는 자신이 유머감각이좋다고 호평한 상위 10명 가운데 5명은 공화당 출신, 5명은 민주당 출신이라고 환기시킨다.
그가 꼽은 유머감각 넘버원은 '가장 위대하고 가장 재미있었던 대통령'이라고 극찬한 에이브러햄 링컨. 2위는 '배우로서 결코 타이밍이 어긋나는 법이 없었던' 로널드 레이건, 3위는 '자신과 미국이 공황과 세계대전을 견뎌내는데 도움이 된 위트를 구사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4위는 '삶을 최대한 누리고 많이 웃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다.
그는 이들 4명을 '경지에 이른 유머를 구사한' 대통령이었으며 일반적으로도 이들이 가장 효율적이었던 지도자로 평가받는다고 지적하면서 그렇게 된 것은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데 웃음은 감정적인 안전밸브"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링컨은 유머지존으로 뽑힐만한 숱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스티븐 더글러스가 자신을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비난하자 링컨은 청중들을 향해 느릿하게 말했다. "여러분들께 판단을 맡깁니다. 만일, 제게 또 다른 얼굴이 있다면, 지금 이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링컨은 조상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다며 이런 말도 했다. "저는 제 할아버님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저는 그의 손자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검찰총장 에드워드 베이츠가 1864년 사임한 후 내각에 남부출신이 없어 선거철을 맞아 큰 부담이 됐을 때 링컨이 말했다. "예수의 열두 제자가 오늘날 선택된다면, 지역별 이해관계가 고려됐을 겁니다."
노예제도 옹호론자들의 위선을 단 한 문장으로 드러낸 말도 유명하다.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주장을 들을 때마다,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노예를 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강한 충동이 생깁니다"
그 다음 단계인 '양키 유머'를 구사한 대통령으로는 캘빈 쿨리지와 존 F.케네디가 꼽혔다.
말을 아끼기로 유명했던 쿨리지 대통령은 기자 놀리기도 좋아했는데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물었다. "관세에 대해 하실 말씀 없습니까, 대통령님?" "없습니다", "농업법안에 대해 하실 말씀 없습니까?" "없습니다" "해군 예산배정에 대해
하실 말씀 없습니까?" "없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을 나서는 기자들에게 쿨리지가 웃음 섞인 한마디를 던졌다. "내 인용은 하지 마세요"
2차대전 때 어뢰정에 탔다가 전쟁영웅이 된 사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케네디는 이렇게 답했다.
"그건 전적으로 자발적인 게 아니었습니다. 내 배를 침몰시킨 것은 적들이었거든요"
케네디는 철학적으로는 대립했지만 실제로는 좋은 친구였던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이 자신의 사진을 찍어 서명을 부탁하자 사진에 이렇게 적었다. "배리 골드워터를 위해, 훌륭한 사진으로 재능을 보인 그 직업을 택하라고 촉구합니다. 친구 존 케네디"
'솔직담백, 과장, 무표정의 유머'를 구사한 대통령으로는 트루먼, 린든 존슨, 후버가, '클래스룸 유머리스트'로는 학자출신인 윌슨과 가필드, '평균보다는 더 재미있는 대통령'으로 아버지 부시, 태프트, 존 애덤스, 워싱턴, 제퍼슨, 클린턴이 지목됐다.
후버가 백악관에서 물러난 후 인생의 고통스러운 시기에 대해 농담했다. "옛날 내 정적들은 내가 혼자서 전 세계적인 대공황을 일으킬 수 있는 환상적 지성과 경제적 힘을 지녔다고 칭송했습니다"
그 이하로 '사람들 생각엔 재미없었던 그들'로 아이젠하워, 포드, 헤이스, 매킨리, 카터가, '고집불통'으로는 그랜트, 먼로, 닉슨, 타일러 등이, 최하위인 '농담거리 신세'로 전락했던 대통령들로는 테일러, 하딩, 밴 뷰런, 뷰캐넌 등에 이어 꼴찌 필모어까지 거명됐다.
미국 역대 대통령의 유머를 대중에게 전달하거나 대통령을 대중의 조롱거리로 만들어내는 데는 당연히 언론이 한몫을 했다. 책 곳곳에는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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