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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大長今)] 20
줄거리 :
한상궁은 옛 친구이자 장금의 생모인 박나인과의 기억을 되살려
경합에 낼 음식을 정하고 경합준비에 들어간다.
최상궁 또한 이번 만큼은 자존심을 걸겠다며 각오를 밝히고 준비에 들어간다.
하지만 최판술은 뭔가 계책을 꾸민다.
경합 전날 밤 최상궁과 한상궁은 재료준비를 마치고 처소로 들어간다.
그런데 한상궁의 조리실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한상궁은 급히 궐 밖으로 나간다.
음식재료가 가축에 의해 손상을 입고 재료를 다시 구하기 위해 궐 밖으로 나간 한상궁이
제시간에 돌아오지 못하지만 경합은 계속되는데...
씬1 궁 일각
달려오는 장금.
씬2 후원의 나무밑
웃고 있는 한상궁.
씬3 후원일각
달려오는 장금의 모습(19부 엔딩)
씬4 후원의 나무밑(2씬과 같은 곳)
한상궁이 멀리 가고있는 모습이 보이고..
장금은 한상궁은 보지 못한 채.. 어느 나무 밑일까 이리저리 둘러보며 오고 있다.
장금, 한상궁이 있던 나무 밑에 와서는
장금 : ..소나무? (나무는 알아서 정하시면 됩니다)
하고는 소나무를 한번 본다.
그리고는 나무 아래를 파는데.. 흙이 금방 파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상하다..
장금 : 혹. 어머니의 동무가.
하고는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린다.
이미 한상궁의 모습은 없다.
장금. 다시 판다.
항아리가 나오고 밀봉된 것을 풀고 냄새를 맡는다.
장금 : 어머니와 그리 친하셨던 동무는 누구실까?
하고는 혼자 생각하는데..
씬5 수랏간 일각
도자기 병을 쥐고 가는 장금. 어머니라도 만나고 온 듯 마음이 가볍다.
장금.. 그렇게 가는데 한상궁을 만나고 한상궁을 보자 얼른 손을 뒤로 감추는데..
한상궁 : 어디 가 있었느냐?
장금 : 예.. 볼일이 있어서요.
한상궁 : 음식을 정하였다.
장금 : 그러세요? 무엇으로요?
한상궁 : 팔과탕을 할 것이다.
장금 : 팔과탕이면 거북이와 동충하초로 하는 것 아닙니까?
한상궁 : 그래!
장금 : ..마마님!
한상궁 : 왜?
장금 : 저도.. 전하께 올리고 싶은 음식이 하나 있습니다.
마마님 보조하는 것말고 그 하나는 제가 올리면 안될까요?
한상궁 : ......
장금 : 예? 마마님!
한상궁 : 그리하거라!
장금 : (좋아 웃는데)......
씬6 최판술의 집
금영 최상궁 최판술 있는데..
최판술 : 귀찮게 됐구나..
최상궁 : ......
금영 : ......
최상궁 : 귀찮게는 되었으나 이기면 되는 일입니다.
최판술 : 그래야지.. 음식은 정했느냐?
최상궁 : 예.. 궁에서도 잘 하지 않던 것을 할 것입니다.
최판술 : 허면 그것을 할 요량이구나.
최상궁 : 예.. 허니 멀리 가서라도 아주 좋은 것으로 구해다 주십시오.
최판술 : 알았다. 허나..
최상궁 : ......
최판술 : 나는 너를 믿는다만 일이란 것은 어찌될지 모르는 것이다. 아무 대책이 없어도 되겠느냐?
최상궁 : 예.. 오라버니.. 이번만큼은 제가 자존심을 걸고 할 것입니다.
금영 :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그리 하십시오.
최판술 : ..그래.. 그렇게 배수의 진으로 하는 것이 좋긴 하지!
금영 : 걱정마십시오. 큰아버님!
최판술 : ......
씬7 윤막개 기방
최판술과 윤막개가 앉아있고.. 최판술 벌써 윤막개와 일의 전모를 꾸민 모양새다.
최판술 :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일이라는 건 무조건 확실히 해야한다는 것 뿐이야.
윤막개 : 그래서 불여튼튼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최판술 : 최상궁과 금영에게는 말도 하지 않을 것이네.
알아봐야 마음에 걸리기만 할 것이고 또 그 아이들은 경합에 집중을 하는 것이 좋으니.
윤막개 : 허면 어찌하라는..
최판술 : 자네가 조카인 영로에게 일러 일단은 그냥 동태나 파악해 두라 이르게.
윤막개 : ..그냥 동태만요?
최판술 : 아직은..
윤막개 : .......
술을 따르는 기녀들. 하나는 향실이다.
씬8 궁 일각
막개, 영로에게 뭐라고 얘기하고 있다.
영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씬9 한상궁 처소
한상궁과 장금이 음식발기를 쓰고 있다.
한상궁 : 이제 음식발기는 모든 것이 정했구나.
장금 : 예.
한상궁 : 내일 별사옹이 동충하초 만 구해다주면 재료준비도 얼추 될 것이다.
장금 : ......
한상궁 : 이번 경합에 내는 음식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니
각별히 각 음식에 들어가는 밑 준비들을 철저히 하거라.
장금 : (각오하듯) 예. 마마님.
한상궁 : ......
씬10 최상궁 처소
최상궁과 금영.. 역시 음식발기를 작성하고는
최상궁 : 이 정도면 어느 상차림보다 훌륭하다.
금영 : ..예에 마마님! 더구나 마마님의 비기(秘技)가 두 가지나 들어가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것입니다.
최상궁 : (고개를 끄덕이고는) 너는 맨 앞의 죽과 후식을 준비하거라. 지난번처럼만 하면 돼!
금영 : ..예..마마님! 걱정 마십시오.
최상궁 : 내일이면 오라버니가 재료를 가져다 줄 것이고 모레면 결판이 나겠지.
금영 : ......
씬11 장금 처소(밤)
연생 영로.. 서로 등을 지고 앉아있다.
영로 : 하나 둘 셋 하면 서로 쓴 걸 내 놓는거다.
연생 : 너 분명히 쓰긴 썼지?
영로 : 그렇다니까.
연생 : 확실히 알고 쓴거지?
영로 : 그렇다니까. 금영이 한테 직접 들은 거니까 확실해.
장금이도 금영이네가 무슨 음식 하는지 알면 좋아할거 아냐
연생 : 확실한 거지?
영로 : 싫음 말든가?
연생 : 아냐.. 해.
영로 : 자.. 그럼 하나 둘 셋!
하고는 둘이 획 돌아서는 한지에 쓴 종이를 서로 얼른 맞바꾸고는 펴서 읽는데..
영로 : 뭐야? 안 썼잖아.
연생 : 뭐? 된장조치? 야.. 누가 생신 상에 된장조치를 올려?
영로 : 안 쓴 주제에 엇다대고 큰 소리야?
연생 : 내 말이 그 말이다..
하고는 둘이 팽 토라지면..
영로는 나가고.. 연생은 가만 생각하는데..
씬12 처소 부엌(밤)
창이, 물을 끓이고 있는데..
영로, 씩씩대며 들어와서는 물을 한 사발 마시고는
영로 : 아무튼 갖은 착한 척은 다하면서 하는 짓은 나보다 더 앙큼하다니까!
창이 : 왜 또? 연생이랑 싸웠어?
영로 : 최상궁마마님이 뭐하시는지, 하고 한상궁마마님이 음식 뭐하시는지 서로 적어서 주기로 했는데
글쎄 안 써서 줬잖아.
창이 : 너는 써줬고?
영로 : 그럼 나는 써줬지!
창이 : 맞게?
영로 : 틀리게.
창이 : 치! 그럼 뭐 그게 그거네!
영로 : 아무튼 간에 나는 써줬잖아.
창이 : 근데 그건 뭐 하러 알려고? 어차피 경합 날 알텐데.
영로 : 그게 아니지! (하다가는 창이를 보더니) 니가 좀 알아봐라.
창이 : 내가 왜?
영로 : 너 맨날 하찬나인으로 허드렛일만 할래?
창이 : ......
영로 : 이럴 때 알아다 최상궁마마님한테 갖다드려봐! 나중에 다 보상해 주실 거라구!
창이 : ..그런가?
영로 : 그렇다니까.
창이 : 그럼.. 이 방법을 쓰자.
영로 : 어떤 방법?
창이 : 연생이 잘 때..
영로 : ......?
씬13 장금 처소(밤)
이미 불이 꺼져있는 방에 영로가 조용히 들어온다.
연생은 자고 있다..
영로, 연생의 옆에 조용히 앉는다.
아니나다를까.. 연생이 잠시 후에 잠꼬대를 시작한다.
연생 : (또 빌면서) 마마님! 마마님! 잘못했습니다.
영로 : (차분한 소리로) 괜찮다! 내 다 용서해주마.
연생 : 감사합니다! 마마님!
영로 : 헌데, 한상궁은 경합 때 무얼 만든다고 하더냐?
연생 : 한상궁마마님이요?
영로 : 그래.. 한상궁말이다..
연생 : 마마님은.. 마마님은.. 맛있는 꿀떡과..
영로 : (작은 소리로) 꿀떡?
연생 : 제가 좋아하는 잡채와..
영로 :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고)
연생 : 또.. 갈비찜.. 송화밀수.. 떡복음.. 계란말이..
영로 : 뭐야? 지가 다 좋아하는 것만 얘기하잖아.
연생 : (음냐음냐 한창 먹는 중이고)
영로 : 어휴.. 이걸 그냥..
하고는 붓을 확 물려주니.. 연생은 붓을 계속 씹어먹는데..
씬14 덕구네 집(밤)
덕구 평상에 앉아서는 술을 하려고 한 고두밥을 한줌한줌 입에 털어 넣으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다.
덕구 : (혼잣말하듯)최고의 음식이라.. 굼벵이 죽? (또 한줌 먹고) 너무 징그럽고.. 매미껍질 만두?
(또 한줌 먹고) 매미 찾기가 너무 어렵고.. 상어 된장조치? (또 한줌 먹고 있는데)
느닷없이 덕구의 뒷덜미를 내려치는 덕구처.
덕구처 : 고두밥 좀 펴 말리라니깐 다 처먹고 있으면 어떡해?
덕구 : 내가 그랬나? 내가 좀 깊은 시름이 있다보니..
덕구처 : 무슨 깊은 시름..
덕구 : 한상궁마마님 경합말야.. 한상궁마마님이 잘 되야, 장금이도 잘되고..
장금이가 잘되야.. 나도 좀 어떻게..
덕구처 : 내가 따로 생각한 것이 있으니까 따라와 봐.
하고는 덕구처, 가면.. 덕구.. 뭔가 하고는 따라간다.
씬15 술도가안(밤)
덕구처가 그동안 덕구가 보지 못하게 몰래 숨겨둔 어딘가에서 뭔가를 꺼낸다. 술이다.
덕구 : 이건.. 술이 아닌가?
덕구처 : 술은 술인데 그냥 술이 아니고 우리 집안을 벌떡 일어나게 해줄 술이야.
덕구 : 벌떡?
덕구처 : 그래.. 이거 불개미주니까! 내일 동충하초 갖다줄 때 이 술도 한상궁마마님 갖다줘!
덕구 : 불개미주라면 그 전설로만 전해지던..
덕구처 : 그래! 내가 몰래 만들어 놨던 건데 이거 만드는 법은 나밖에 몰라.
덕구 : 헌데 그 귀한 술을 땡전한푼 받지 않고 한상궁마마님을 가져다주라는 이유는?
덕구처 : 이유는 아주 여러 가지야.
덕구 : 여러 가지 중 첫 번째는?
덕구처 : 우선 한상궁마마님이 최고상궁이 되실 경우, 잘 보여둬야 하니까.
그래야, 당신이 그나마 숙수 자리라도 보전하지.
덕구 : 그럼 두 번째는?
덕구처 : 두 번째는 한상궁마마님께서 최고상궁이 안 되는 경우에라도
이 술이 전하께 올려졌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떼돈을 버는 거지.
덕구 : ......?
덕구처 : 일단 전하께 올려진 술은 장안의 고관대작들이 모두 마시잖아.
헌데 이 술은 나밖에 못 만든다니까! 고로 우리 집 술이 불티가 난다 이거지!
덕구 : ......
덕구처 : 그러니까! 당신은 내일 이거 갖다드리고 임금님께 올렸다는 확인서나 한 장 써달라고 하면 돼.
덕구 : 확인서?
덕구처 : 아무튼 하라는 대로만 해. 그런 내 우리 집을 벌떡 일으킬 테니까!
덕구 : 벌떡 일어서면, 나는 매일 놀면서 살 수 있는건가?
덕구처 : 놀긴 어떻게 놀아! 불개미 잡으러 다녀야지.
덕구 : ......
씬16 사옹원 앞
평차에서 술을 부리고는 기다리는 덕구.. 이때.. 한상궁과 장금이 오는데..
장금 : 아저씨!
덕구 : (보고 웃는데)
한상궁 : (덕구에게) 구해오셨습니까?
덕구 : 예. (하면서 봉투에 싸여진 것을 주는데)
한상궁 : (받으며)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라 힘드셨을 텐데..
덕구 : 마침 있는 곳이 있어 그리 멀리 가지는 않았습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한상궁 : 매번 청을 들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하고는 인사하고.. 가려는데..
덕구 : (할말이 있는 듯) 장금아..
장금 가려다가는 보고.. 한상궁은 그냥 가는데..
덕구.. 얼른 평차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한상궁이 간 것을 확인하고는..
덕구 : 이거 받아라. (주는데.. 정성껏 포장이 된 술병이다)
장금 : .....?
덕구 : 불개미주다!
장금 : 불개미주요? 이거 굉장히 귀한거 아녜요?
덕구 : 경합 때 한잔 올리라고 주드라.
장금 : 아주머니께서요? (감동하고) 감사합니다.
덕구 : 감사는 감사고 확인서가 꼭 필요한데..
장금 : 확인서라뇨?
덕구 : 응.. 전하께서 이 술을 드셨다는 확인서!
장금 : 그게 어떤 건데요?
덕구 : 그냥 니가 뭐라고 한 장 써 줘! 전하께서 드시고 무지 맛있어하셨다 뭐 이렇게!
장금 : ......
장금.. 그냥 웃으며 가는데..
덕구가 아쉬운 듯 장금을 바라보고..
그런 덕구의 뒤쪽으로 별감 윤막개와 판술이 어딘 가로 가는 것이 보인다.
씬17 사옹원 일각
윤막개와 판술이 얘기하고 있다.
막개 : 안 그래도 왜 하명이 없으신가 했습니다.
판술 : (막개의 귀에다가는 뭐라고 얘기를 하고)
막개 : (끄덕이고)
판술 : 오늘 저녁 사옹원 문이 닫친 후에 조용히 들여보내게!
막개 : 예.. 알겠습니다.
씬18 사옹원 다른 일각
집사와 행수가 무엇엔가 싼 재료를 최상궁과 금영에게 건네주고 있다.
행수 : 아주 좋은 것으로 구했습니다.
최상궁 : 그렇습니까?
집사 : 예 이걸 구하러 전라도까지 갔다 온걸요..
하는데.. 최판술이 나타난다.
최판술 : 내일이다. 준비는 잘 되었느냐?
금영 : 예.
최판술 : (최상궁을 보고는) 천하의 네가 긴장을 다하는구나.
최상궁 : 긴장은요?
최판술 : 그럴 것 없다. 맘 편히 하거라.
최상궁 : ......
금영 : ......
씬19 궁 일각(오후)
연회가 벌어질 곳의 일각에 차려진 조리 막사들..
한상궁의 것과.. 최상궁의 것.. 숙수의 것등.. 서너 개가 있고..
옆에는 가마솥을 걸고.. 국을 끓이는 숙수들도 있고..
다른 상궁들도 왔다 갔다 하는데..
최상궁과 금영.. 자신의 막사로 들어간다.
씬20 최상궁의 막사 안(다른 막사)
안에는 조리대들이 있고.. 각종 재료들이 펼쳐져있는데..
최상궁과 금영.. 가져온 것을 놓고는..
최상궁 : 이제 재료준비는 다 되었구나.
금영 : 예.. 마마님..
최상궁 : 진연은 내일 미시이니 밑 준비부터 하려면 내일 새벽부터 일어나 서둘러야한다.
그러니 오늘은 일찍 들어가 쉬도록 하거라.
금영 : 마마님도 쉬시지요..
최상궁 : 그래야지!
씬21 한상궁의 막사 안(장금 조리실)
역시 조리대들이 준비돼있고.. 재료있고..
한상궁 : 준비는 다 되었다.
장금 : 예.. 마마님! 내일 이른 새벽부터 준비를 해야하니.. 마마님께서는 일찍 들어가 쉬시지요.
한상궁 : 너도 들어가자..
장금 : 예.. 마마님..
나가는 둘.
씬22 막사 밖(장금 조리실) 일각
나오는 한상궁과 장금..
최상궁의 막사에서 나오던 최상궁과 금영.. 서로 바라본다.
그리고는 각각의 길을 걸어가는데..
씬23 궁 일각(밤)
막개와 영로가 만나고 있다.
막개 : (영로에게 귓속말을 하는데)
영로 : (얼굴이 밝아지며) 그러면 되겠네요!
막개 : 거기에 많이 있을테니 은밀히 들여보내..
영로 : 예.. 알았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하고는 가는 영로..
씬24 막사 일각(밤)
영로 와서는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는 뭔가를 발견한 듯 씩 웃는다.
연생 : (E) 장금아! 장금아!
씬25 장금의 처소 밖(밤)
연생이 뛰어들어간다.
씬26 장금의 처소안(밤)
장금 일어나는데..
연생 : 큰일났어! 어떡해?
장금 : 왜? 무슨 일이야?
연생 : 나는 아무래도 영로가 무슨 짓을 할 거 같아서 막사를 지키러갔는데..
장금 : .......
하고 보면.. 뒤돌아 자고 있는 영로의 모습.
실은 눈을 뜨고 웃고 있다.
씬27 막사안(밤. 장금 조리실)
해삼 전복 등의 재료들이 땅바닥에 흩어져 있고 한바탕 소동이 난 분위기로 어수선한데..
닭 서너 마리가 떨어진 재료들을 쪼아먹고 있다.
놀라 안색이 창백한 채로 서있는 장금과 한상궁.
연생 : (떨면서) 영로가 무슨 짓을 할까봐 왔는데 들어올 때 고양이 한 마리가 내빼더니
닭도 이렇게 난리를 치고 있었습니다. 어떡하면 좋습니까? 마마님.. 어떡해 장금아..
한상궁 : (놀라서 어이가 없는데) ......
장금 : (급히 흩어진 재료를 이것저것 보는데) 동충하초가 없습니다.
한상궁 : .....!
장금 : 해삼 전복도, 모두!
연생 : 저것들이 다 먹었습니다..
장금 : 내일입니다! 경합이 내일인데 이를 어찌합니까?
한상궁 : ......
장금 : 마마님! 사옹원은 벌써 문 닫았고 내일 다시 받는다 해도 동충하초는 구해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연생 : (어떡하나 싶고)......
한상궁 : (침착해지면서) 나가야겠다.
장금 : (놀라고)......
모두 : (놀라고)......
한상궁 : 경합중이라 아직 한부(자막:통행증)를 쓸 수 있다.
장금 : 하오나 이 밤에 나가시면..
한상궁 : 강숙수가 아는 집에서 구했다했고 망쳐진 해산물들도 다시 가져와야 한다!
장금 : ......
한상궁 : 너는 내일 아침 사옹원문이 여는 대로 밑 준비를 다시 해놓고 있거라.
장금 : ......
한상궁 : 진시까지는 돌아올 것이다. 아니 아무리 늦어도 사시까지는 돌아올 것이니
너는 걱정말고 밑 준비나 잘 해놓고 있거라.
장금 : ......
한상궁 : 알겠느냐?
장금 : ..예.
씬28 막사 밖(밤 장금 조리실)
다른 한 켠에서 듣고 있던 영로. 이때 나오는 한상궁..
따라나와 가는 한상궁을 보는 장금과 연생.
보는 영로.
씬29 궁 일각(밤)
영로가 막개에게가 귓속말로 상황을 보고한다.
씬30 궐 밖(밤)
입을 굳게 다문 채 급히 나가고 있는 한상궁.
씬31 생선장수 집(밤)
허름한 초가집에서 눈이 먼 생선장수와 한상궁이 얘기를 하고 있다.
한상궁 : 꼭 최상품이어야합니다.
생선장 : 최상품인건 걱정 마십쇼. 내일 장이 열리는 대로 마마님 물건부터 준비해 두겠습니다.
한상궁 : 귀한 물건들이라 장에 나오기는 할까요?
생선장 :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해 드릴테니 내일 새벽에 저자로 꼭 들르십시오.
한상궁 : 예.. 고맙습니다.
씬32 덕구 집 방
덕구처 등을 돌리고 앉아있고 덕구 덕구처의 등을 긁어주고 있는데..
덕구처 : 아니 서방 노릇도 시원찮으면서 어떻게 등 하날 제대로 못 긁어.
거기가 아니고 좀 더 밑이란 말이야. 알았어?
덕구 : 거기면 자기 손도 닿는구만 (중얼중얼)
덕구처 : (확 고개 돌려 노려보곤) 긁을래? 나가서 일할래?
덕구 : 어디라 그랬지? 요 밑엔가?
한상궁 : (E) 계십니까?
덕구처 : 이 밤중에 누구야?
씬33 덕구 집 마당
덕구 덕구처 나와보면 한상궁 와 있고..
덕구 : 아니 이 야심한 시각에 어인 일로?
한상궁 : 지난번에 부탁드렸던 동충하초 말입니다.
덕구 : 예? (살짝 당황스러우면)
덕구처 : (덕구 꼬집으며 귓속말로) 뭐야? 뭐야? 또 빼돌렸어?
덕구 : (아파선) 악~!
한상궁 :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더 필요해서요.
덕구 : (덕구처 확 보며) 것 봐!
한상궁 : 있습니까?
덕구 : 없습니다.
덕구처 : 진짜 없어? 어디 빼 돌려놓은 것도 없어?
덕구 : 그게 얼마나 귀한 건데 빼 돌려! 뭐가 있어야 빼돌리지.
한상궁 : ......
덕구처 : 근데 오늘 낮에 드린 것이 어찌 더 필요하십니까?
한상궁 : ..닭이 먹었습니다..
덕구 : 예?
덕구처 : 예?
씬34 몽따쥬
-덕구와 한상궁 저자거리의 약재상으로 달려와 보지만 문은 닫혀있고,
덕구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 봐도 소용이 없다.
-다른 약재상 문을 두드리는 덕구의 모습. 그를 보는 한상궁의 걱정스런 얼굴.
-의원집 마당에서 의원에게 묻고 있는 덕구의 모습.
역시 구하질 못하는 것 같고. 한상궁의 표정은 점점 초조해 가는데..
씬35 저자거리 주막근처
이미 점포마다 문을 다 닫았고 주막의 등만 밝아있다.
한상궁.. 초조한데..
덕구 : 안되겠습니다. 송파나루라도 가봐야겠습니다.
한상궁 : 이 시각에요?
덕구 : 예. 송파나루에 제 이십년 단골인 약재상이 있습니다.
거긴 문을 닫았더라도 제가 열게 할 수 있습니다.
한상궁 : 그래도 배편이 있을까요?
덕구 : 제가 발이 넓어 사람들 하난 많이 압니다.
한상궁 : ......
덕구 : (기세당당해선) 따르시죠.
씬36 송파 나루 약재상
약재상 문을 두드리는 덕구.
하지만 문은 굳게 닫혀만 있는데..
덕구 한상궁의 눈치를 힐끗힐끗 보더니 못내 미안한 표정이고, 더 세차게 문을 두드리는 덕구.
이 때 안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덕구 : 열립니다. 열려요.
한상궁 : (기대하는데)
안에서 아낙이 하나 나온다.
덕구 :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장석이 있죠? 술도가에서 왔다고 하면 압니다. 좀 깨워주십시오.
아낙 : 바깥 분은 약재 구하러 나갔는데요.
덕구 : (실망)
한상궁 : (실망)
덕구 : 혹.. 그럼 동충하초 있습니까?
아낙 : 저는 잘 모릅니다. 더구나 귀한 재료라 어디다 뒀는지..
덕구 : 허면 언제 돌아옵니까?
아낙 : 내일 아침이면 올텐데..
덕구 : 내일 아침이면?
한상궁 : 다른 곳은 없습니까?
덕구 : 있긴 해도 너무 멉니다. 갔다오는 데만 꼬박 한나절은 걸릴 텐데..
한상궁 : ......
덕구 : 내일 아침에 온다니 기다리시죠!
한상궁 : ......
씬37 궁 전경
씬38 사옹원 (동틀 무렵)
텅 빈 사옹원 마당.
굳게 닫힌 사옹원 문 앞에 장금과 연생이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다.
이 때 박부겸과 바지 몇 명이 와선 문을 여는데..
장금 연생 ‘드디어 연다.’하며 좋아하는 표정이고.. 컷.
장금과 연생이 각종 야채 종류의 재료를 받아서 나오는데..
연생 : 다른 재료는 다 구했지만 해산물하고 동충하초는 어떡해?
장금 : ......
연생 : 벌써 날도 밝아 오는데..
장금 : 걱정마. 마마님은 꼭 오실 거야.
씬39 송파 나루 약재상 앞
덕구와 한상궁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약재상 장석이 온다.
덕구 : 장석이!
장석 : 아니 이 사람이! 내 외상값 떼먹고 가고도 또 왔네.
덕구 : 여긴 궁궐의 상궁마마님이실세.
장석 : ..예.. 마마님!
한상궁 : 제가 너무 급합니다. 동충하초 있습니까?
장석 : .....?
씬40 송파 나루터
뒤로 상선이 한 척 보이고.. 구한 동충하초를 들고는 기쁨에 차있는 한상궁.
덕구는 뒤쪽에서 사공과 흥정을 하고 있다.
배에는 사내들이 타는 모습이 자연스레 보이고..
흥정을 끝내고 오는 덕구..
덕구 : 상선인데.. 마포나루로 해서 제물포로 간다니까 저 배에 오르시면 됩니다.
한상궁 : 같이 안가시려구요?
덕구 : 해삼전복도 구하셔야한다면서요?
한상궁 : 마포나루에 있는 생선장수에게 부탁을 해두었습니다.
덕구 : 워낙 귀한 거라 내일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많은 건 문제가 안되니 내 얼른 구해서 궁으로 가겠습니다.
한상궁 : 그렇게까지 해주시겠습니까?
덕구 : 그렇게까지라기 보다는 뭐 좀 바라는 게..
한상궁 : (정중하게 인사하며)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별사옹이 아니었으면 정말로 막막했을겁니다.
덕구 : 아 예.. 뭐, 남들도 다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들은 합니다.
한상궁 : (웃고)
덕구 : 아무튼 얼른 오르십시오.
한상궁 배에 오르고 덕구는 인사를 하고 곧 바로 장터로 가는데..
덕구의 뒤로 배가 떠나는 것이 보인다.
덕구 그렇게 가다가는 문뜩..
덕구 : 어라 돈을 안 받았네. (하곤 나루 쪽으로 돌아보면 이미 배는 떠나고) 마마님!
(하곤 나루쪽으로 뛰어가는데)
떠나는 배 위에서 한상궁이 덕구의 소릴 듣고 일어나려는데..
덕구 : (큰 소리로) 마마님! 돈을 주셔야 물건을 구하지..
하고는 보다가 시선이 멎은 채 섬짓 놀라는데..
배 위에선 장정 한 놈이 한상궁의 입을 막은 채 강제로 한상궁을 자리에 앉힌다.
이를 보는 덕구.
더구나 배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 보이고.. 위급함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덕구의 표정.
덕구 : ..배가 거꾸로 간다! 거꾸로!
떠나는 배를 지켜보기만 하는 덕구의 얼빠진 표정.
배는 이미 강 가운데에 떠 있고.
씬41 배 위
입이 막힌 한상궁.. 불안한 표정으로 사내들을 보면..
사내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1.
사내1 : 너무 떨진 마슈.
한상궁 : (불안한 표정으로 보면)
사내1 : 몸을 상하게 하진 않을테니 걱정말라는 거유!
한상궁 : ......
사내1 : 얼른 가자!
사공도 사내1과 한편인 듯 고개를 끄덕하고는 노를 젓는데..
씬42 덕구 방
누워자고있는 덕구처.
이때.. 뛰어들어오는 덕구.
덕구 : 여보 마누라!
덕구처 : (놀라 벌떡 일어나서는) 왜? 무슨 일이야?
덕구 : 큰 일 났네. 큰 일이 나버렸어.
덕구처 : 왜? 난리라도 났어?
덕구 : 배가.. 배가..
덕구처 : 배가 왜? 갑자기 배가 아파?
덕구 : 그게 아니고, 배가, 배가 거꾸로 가버렸네.
덕구처 : 배가 거꾸로? 그럼 배가 산으로 갔어?
덕구 : ..그게 아니라.. 한상궁마마님을 태운 배가 마포나루로 안가고 거꾸로 갔다구!
덕구처 : 그게 무슨 소리야? 왜 배가 거꾸로 가?
덕구 : 내 말이 그 말이야! 오늘이 경합날인데.. 장금이 혼자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텐데..
덕구처 : 그럼 우리 술은? 우리 술은 임금에게 못 올리는 거잖아.
덕구 : 이 여편네야 지금 우리 술이 문제야? 못된 놈들한테 마마님이 끌려가셨는데.
덕구처 : 그러게.. 큰 일이네. 어쩜 좋아.
덕구 : 이 사실을 정상궁마마한테 알려야 하나? 상온영감한테 알려야 하나? 아니면 신문고를 쳐야하나?
덕구처 : 마마님이 모르는 놈들한테 끌려가셨다며? 그럼 포청에 알려야지 포청에!
덕구 : 그렇지 포청. 근데 포청에 아는 사람 없는가?
덕구처 : 내가 포청에 아는 놈이 어딨어?
덕구 : 그렇지! 자넨 포청에 포자만 들어도 벌벌떠는데..
덕구처 : (문득 생각난 듯) 내금위 종사관 나으리?
덕구 : 종사관 나으리?
덕구처 : 내금위 종사관이면 포청에는 아는 사람이 많을 거 아냐?
덕구 : 그렇지!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덕구처 : 얼른 가. 얼른..
덕구 : (벌떡 일어서 나가려고하다가) 당신은 날 밝으면 궁에 가봐.
덕구처 : 왜?
덕구 : (버럭) 장금이한테 이 사실을 알려야 할 거 아냐? 장금이 아주 눈이 빠지는 꼴을 보고 싶어?
덕구처 : ..왜 소릴 지르고 그래.
씬43 민정호 집 마당
하인을 따라 마당으로 나오는 민정호. 나와보면 덕구가 허둥대며 있는데..
덕구 : 나으리.
민정호 : 이 시각에 무슨 일이오?
덕구 : 워낙 큰일이 나서요.. 혹 포청에 아는 분이 있습니까?
민정호 : ......
덕구 : 제가 송파 나루에 갔었는데 배를 멈추려고 했는데 배가 산으로
아니 배가 삼개나루가 아니라 거꾸로 여주나루 쪽으로 가서 한상궁마마님이 저에게
예 한상궁마마님이 경합에 쓸 해산물을 사달라고 부탁을 하셨는데 그러니까..
민정호 : 도대체 무슨 말이오?
덕구 : 급합니다. 대비마마께서 주관하시는 음식경합 날이 바로 오늘인데
한상궁마마님은 왠놈들에게 끌려가셨고
장금이는 지금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민정호 : (뭔가 큰일이 났다싶긴 하고)
덕구 : 포청에 아시는 분이 있으면 힘을 좀 써주세요.
그렇게만 해 주시면 이번 달 술값은 아예 받지도 않겠습니다.
민정호 : 차근차근 말씀을 해 보세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덕구 : 예. 그럼 차근차근 어제 제 방에서 있었던 일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니까 제가 방에서 마누라의 등을 긁어주고 있었습죠.
민정호 : .. (답답해서 어쩔줄을 모르고...)
씬44 궁 연회장 근처 막사(장금 조리실)
연생과 장금 정신 없이 재료를 다듬고 있는데..
연생 : 벌써 진시야! 어떡해 장금아?
장금 : ......
연생 : 오시면 수랏간으로 모이셔야 하는데 그 때까지 안 오시면 어떡해?
장금 : 오실거야.
연생 : 진시까지는 오신다고 했는데 아직도 안 오시잖아! 어떡해?
장금 : (버럭) 분명히 오신다니까!
연생 : ......
장금 : 분명히 오실거니까.. 우리는 밑준비나 잘 해두면 돼.
하고는 채소를 다듬는 장금의 손도 떨리고..
옆에와 슬그머니 돕는 연생의 입도 떨린다.
씬45 산 길
어디론가 급하게 말을 달려가는 민정호. 사복을 입었다.
그 뒤를 따르는 수하
씬46 궁 연회장 근처 막사
장금 꿋꿋이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이는데..
밖에서 기다리다가 들어오는 연생.
연생 : 어떡해? 장금아.. 벌써 사시야!
장금 : (일만하고)
연생 : 무슨 일이라도 당하신 거면 어떡해? 재료를 못 구하신거면..
장금 : (불안하고)
연생 : 이제 곧 오시면 모두 모이셔야하는데.. 안 계시면.. 안 계시면..
씬47 막사 밖
몰래 보는 영로.
씬48 어느 들길
말을 타고 달려가고 있는 민정호
씬 48-1 경강 하구
한상궁의 배가 가고 있다.
한상궁 실신한 듯 꼼짝 못하고 쓰러져있다
씬 48-2 다른 길
달려가는 민정호의 말
마음이 급한지 더욱 박차를 하는 민정호.
씬 48-3 어느 나룻터
도착하는 나룻배
기진한 한상궁을 끌어내는 장정들
순간 정신이 든 한상궁 몸부림치나 장정들의 우왁스런 손놀림에 다시 쓰러진다
씬48-4 나룻터 부근
달려오는 민정호의 말 급히 멈춘다
말에서 내리는 민정호
그러나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말에 올라타고 박차를 가한다
질풍같이 내달리는 말
씬49 막사 앞 마당 외각
장금이 발을 동동 구르며 한상궁이 오는지를 고개를 빼고 보고 있다.
연생, 다가와서는..
연생 : 어떻게? 장금아.. 다 모이셨어. 제조상궁마마님께서도 오셨구!
장금 : ......
씬50 막사 앞 다른 일각
최상궁과 금영이 가고 있는데.. 영로가 온다.
영로 :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최상궁 : ......
금영 : ......
영로 : 실은..
최상궁과 금영에게 귓속말을 하는데..
들으며 놀라는 최상궁과 금영..
영로 : 허니 마음 편히 하시라는 최판술 대방어른의 당부가 있으셨습니다.
경합이 끝날 때까지 못 오실 거라구요.
최상궁 : ..안 그래도 이길 수 있다는데 오라버니께서 괜한 일을 하셨구나..
하면서도.. 마음이 아주 편해진 최상궁과 금영..
씩 웃으며 간다. 따라가는 영로.
씬51 막사 앞 마당
(만약에 막사를 수랏간에 두 개의 공간을 만들어 대체 하실거면 50씬은 수랏간 마당으로)
제조상궁이 가운데 서있고.. 옆에는 정상궁과 수발상궁 각처의 각처의 소주방 상궁
또 많은 나인들과 생각시들이 빽빽이 서있다.
한켠에 최상궁과 금영이 들어오고..
정상궁은 한상궁과 장금이 보이지를 않자.. 눈으로 찾는데..
제조상 : 전례에는 없으나.. 전하의 깊으신 뜻이 담긴 경합이다.
정상궁 : ......
제조상 : 더구나 대비마마께선 생신 진연도 마다하시고 전하의 뜻을 잇기 위해
이번 경합을 대비마마의 생신진연으로 대신하신다 하였다.
모두 : ......
제조상 : 허니 경합에 이기는 자와 지는 자 모두 최선을 다 해 음식을 올려야 할 것은 물론이요
경합의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여야 한다.
최상궁 : ......
금영 : ......
정상궁 : ......
제조상 : 경합을 치룰 상궁들은 앞으로 나서거라.
최상궁만 앞으로 나서는데..
제조상 : 한상궁은?
정상궁 : .......
이때.. 한켠으로 들어오는 장금과 연생..
제조상 : 어찌 된 일이야? 경합을 치룰 당사자가 어찌 보이질 않아?
(정상궁에게) 어찌 된 일인가?
정상궁 : (자신도 모르겠고)
제조상 : 어찌 된 일이냐고 묻질 않는가?
정상궁 : ......
금영 : ......
장금 : ......
수발상 : 경합을 포기했나봅니다.
제조상 : 포기를 하든 말든 대비마마의 생신이 아닌가?
어찌됐건 음식을 올려야 할 사람이 이리 무책임할 수 있어?
장금 : 아니옵니다.
제조상 : ......
정상궁 : ......
최상궁 : .......
금영 : .......
장금 : 한상궁마마님은 경합에 쓰일 재료를 구하러 나가셨을 뿐입니다.
정상궁 : 어제 재료를 모두 구했다 하지 않았느냐?
장금 : 예. 헌데 재료를 보관해둔 곳에 짐승들이 들어 재료를 못 쓰게 되었습니다.
정상궁 : ......
제조상 : 경합이 바로 오늘인데 재료를 못 쓰게 됐다? 재료관리는 음식을 하는 자의 기본이 아니냐?
장금 : .......
제조상 : 그런 정신으로 무슨 최고상궁이 되겠다고 경합을 벌여?
장금 : 제 실수이옵니다. 제가 재료를 지키지 못하여..
제조상 : 됐다! 이미 이는 끝난 일이구나!
장금 : ......
정상궁 : ......
제조상 : 시각에 대 오지 못한 선비를 기다려주는 과거시험이 있다더냐? 승패는 이미 결정났다!
내 이를 대비마마께 고할 것이니 그리들 알거라 (하고는 가려는데)
장금 : (제조상궁의 앞으로 나가 앉으며) 마마님! 제가 하겠습니다!
제조상 : ......
정상궁 : ......
최상궁 : ......
금영 : ......
모두 : (놀라는)
장금 : 아직 음식을 올릴 때까지는 시각이 있습니다. 제가 남은 시각 준비를 철저히 해두면
마마님께서 오셨을 때 음식을 올리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정상궁 : ......
최상궁 : ......
금영 : ......
제조상 : ..이런 발칙한 것을 보았나.. 이게 어떤 일이라고 감히 너 따위가 나서!
장금 : 하오나.. 마마님.. 한상궁마마님은 좋은 재료로 윗전마마들을 기쁘게 해드리려는 것뿐입니다.
최고의 음식을 올리는 것이 과제가 아니었습니까? 분명.. 마마님은 돌아오십니다.
제조상 : 끝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장금 : 곧 돌아오십니다!
제조상 : ......
정상궁 : ......
최상궁 : 여긴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막아서! 당장 비키거라!
정상궁 : 최상궁은 장금이와 겨루는 것이 부담이 되는게냐?
최상궁 : 마마님!
정상궁 : 아니면.. 한상궁이 곧 돌아올까 걱정이 되는게야?
최상궁 : ......
정상궁 : (제조상궁에게) 마마님.. 그렇게 하시지요.
제조상 : ......
정상궁 : 오늘은 경합이기도 하거니와 대비마마의 진연입니다.
미리 말씀을 드리어 진연의 흥을 깨실 필요는 없습니다.
금영 : 소인 말씀드릴 자리는 아니오나..
모두 : (금영을 보고)
금영 : 정상궁마마님의 말씀이 옳은 듯 합니다.
최상궁 : (금영을 보는데)
제조상 : ......
금영 : 진연의 음식을 양쪽에서 준비하여 혹 음식이 모자를 수도 있고
또 말씀하신 대로 진연의 흥을 깨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듯 합니다.
어차피 경합의 승패는 모든 상황이 끝난 후에 대비마마께서 알아서 결정을 해주실 것입니다!
장금 : ......
최상궁 : ......
정상궁 : ......
제조상 : (생각하다가) 좋다. 허면 장금이가 대신 경합을 치러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승복하겠는가?
정상궁 : ......
장금 : ......
최상궁 : ......
금영 : ......
정상궁 : ......
장금 : ......
씬52 궁 일각
정상궁과 장금 있다.
정상궁 : 그냥 지는 것보다는 나아서 너를 지지했다만 이는 네가 나설 일은 아니다.
만약 끝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면 윗전마마들을 능멸한 죄까지 쓸 게야!
장금 : 돌아오십니다! 돌아오실 것입니다!
씬53 궁 일각
최상궁과 금영, 제조상궁 있다.
제조상 : 그냥 끝낼 수 있는 일을 왜 이리 복잡하게 하느냐? 그러다 돌아오면 어쩌구?
최상궁 : 돌아오지는 못합니다.
제조상 : (의미심장하게 보는)
최상궁 : 그래도 네가 나설 일은 아니었다.
제조상 : 그렇다면 그건 아니지.
금영 : ......
제조상 : 대비마마께서 중간에 아시든 끝에 아시든 너희는 경합자를 끝까지 기다려준
신의있는 사람이 되는 게다.
최상궁 : (금영에게) 그런 뜻이 있었느냐?
금영 : (그냥 머리를 조아리는데 E) 그 뜻만은 아닙니다.
저에게 상처를 준 만큼 장금이도 상처받는 모습을 보고싶습니다.
씬54 궁 앞
궁궐 문을 지키고 있는 군졸들.
그 앞을 서성이는 맹인생선장수가 해산물을 담은 광주리를 손에 쥐고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덕구처가 지나가다 생선장수와 살짝 부딪힌다.
덕구처 : (신경질적으로) 아니 이 양반이 눈을 어따 달고 다녀. (하고 보면 맹인이고)
생선장 : 미안하우.
덕구처 : 됐수. (하고 가려는데)
생선장 : 저 혹시 궁에 들어가시오?
덕구처 : 어찌 알았수?
생선장 : (좋아선) 허면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우.
덕구처 : 무슨 부탁이요?
생선장 : 여기 이걸.. 수랏간에 계신 한상궁마마님에게 좀 전해주시우.
덕구처 : 한상궁마마님을 아시유?
생선장 : 저희집 단골인데 모를 리가 있겠수.
어제 한상궁마마님이 신신당부하신 물건인데 오시질 않아서 그러니
궁에 들어가거들랑 좀 전해주시우!
덕구처 : 그래요? 알았수. 안그래도 장금이를 만나러가는 길이니 전해주겠수다!
씬55 연회장 근처 막사안(장금 조리실)
준비된 재료를 쭈욱 둘러보는 진지한 모습의 장금.
그 옆에 연생은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인데..
연생 : 어쩌자구 그랬어?
장금 : ......
연생 : 아무리 그래도 저쪽은 최상궁 마마님인데..
장금 : ......
연생 : 더구나 재료라고는 사옹원에서 받아온 이것들이 전부잖아.
이 때 홍이가 광주리를 들고 와서는..
홍 : 항아님 누가 이걸 전해드리랍니다. (광주리 건네면)
장금 : (보면 생선장수가 전해달라는 것이다)
연생 : 뭐야? (하고 보면) 와! 전복하고 해삼이네. 거기다 패주도 되게 커.
장금 : 누가 전해준거야?
홍 : 별사옹의 처라고 하던데요?
장금 : 뭐? 아주머니가? 허면 다른 말씀은 없으셨니?
홍 : 한상궁마마님께서 배에 올랐다가 누군가에게 끌려가셨대요.
장금 : (너무 놀라) 뭐?
연생 : 뭐라구?
홍 : 별사옹이 구하러는 가셨는데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구요.
장금 : (넋이 나가는데)
연생 : (훨씬 호들갑스러워지며) 이를 어째! 이를.. 그럼 끝날 때까지 못 오실 수도 있는 거잖아.
어쩌면 좋아!
장금 : ......
연생 : 어떡해? 장금아!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해. 못하겠다고..
장금 : .......
씬56 다른 막사 안(최상궁 조리실)
금영이 준비된 재료를 배열하고 있는데 최상궁 들어온다.
최상궁 : 준비는 다 됐느냐?
금영 : 예.
최상궁 : 시작하자.
최상궁과 금영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씬57 막사 안 (장금 조리실)
장금 아직도.. 어찌 할줄 모르고 넋이 빠져있는데..
이때.. 민상궁과 창이 들어온다.
연생 : 마마님! 어떡해요?
민상궁 : 어떡하긴 뭐, 하기로 한 거 해야지.
장금 : ......
민상궁 : (뭔가를 건네며) 자!
장금 : (아직도 얼떨떨한 채 보면 송이버섯이다)
민상궁 : 동궁전 소주방 동무한테 빌어서 구해낸 거야. 얼마 안되니까 잘못하면 안돼!
장금 : ......
창이 : 장금아 이것도 받아. (하곤 뭔가 건네는데)
장금 : ......
창이 : 쇠고기 늑간 살이야.
민상궁 : 너 이거 어서 났어?
창이 : 아까 동궁전 소주방에서 마마님이 얘기할 때 그냥..
민상궁 : 뭐..뭐야 그럼 너 훔친거야?
창이 : 후..훔치다뇨?
민상궁 : 그럼 뭐야?
창이 : 훔친게 아니구요. 그냥 가져온 거예요.
민상궁 : 뭐야? 내가 하여튼 널 데려갈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장금 : ..(그런 둘의 모습에 눈물이 날거 같다)..
민상궁 : 아무튼 잘해봐. 망신은 당하지 말아야지..
하고는 민상궁과 창이는 가는데..
남은 장금..
장금 : (드디어 정신을 차린듯) 연생아.
연생 : 응.
장금 : 지금 날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연생 : ......
장금 : 이젠 한상궁 마마님을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고 우리가 음식을 만들어 올려야 해.
연생 : ......
장금 : 더구나 우린 재료도 넉넉지 않아서 실수가 있어선 안돼.
연생 : ......
장금 : ......
연생 : 장금아.. 나 떨려.
장금 : 나두 떨려.
연생 : ......
장금 : 좋아 그럼 시작하자. 넌 우선 닭부터 손질 해줘
그리고 늑간 살을 아주 잘게 다져주고 쌀도 씻어야 하고 쌀뜨물은 버리지 말고
또 지장수도 준비해 줘.
연생 : 닭 손질, 늑간 살 다지고, 그리고 쌀, 지장수.. 그리고?
장금 : 일단 그것만 준비해 줘.
연생 : (씩씩하게) 알았어.
씬58 연회장 외각
각처의 상궁나인들과 별감 내시등이 연회장을 구경하려.. 많이 모여있다.
끼어서 보려는 어린 생각시들까지..
씬59 연회장(식선각)
음식상들이 즐비하게 차려져 있고
이미 각종 음식들이 올라있다.
연회장 가운데 중전과 임금, 대비가 앉아 있다.
임금의 주위로 제조상궁 장번내시를 비롯한 내시와 나인들.
대비의 앞으로는 오겸호를 비롯한 조정신료들과 종친들이 각상을 받아놓고 있고.
큰 연회가 아닌 조촐한 분위기..
중종 : 아무리 그래도 어마마마의 생신상으로는 너무 조촐합니다.
대비 : 아니오! 비록, 사람은 많이 부르지 않았으나.
상감의 뜻으로 오늘 두 상궁이 올리는 최고의 음식을 먹게 될 것이 아니오.
나는 아주 기대가 크오.
제조상 : ......
정상궁 : ......
중종 : ......
대비 : (제조상에게) 준비가 됐으면 시작하거라!
제조상 : 예 마마. (정상궁에게) 음식을 올리라 이르시오.
정상궁 : 예.
씬60 막사 안(장금 조리실)
장금과 연생 열심히 음식을 하고 있는데 홍이가 들어온다.
홍이 : 항아님! 음식을 올리랍니다.
장금 : ......!
연생 : ......!
연생.. 장금 서로 보는데.. 연생이 장금의 손을 꼭 잡아준다.
씬61 다른 막사 안(최상궁 조리실)
최상궁과 금영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는데.
영로 들어와선..
영로 : 마마님 시작됐습니다.
최상궁 : 알았다. 준비 됐느냐?
금영 : 예.
최상궁 : 처음 것은 네가 했으니 네가 올리거라.
금영 : 예.
씬62 연회장(식선각)
모두들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장금과 금영이 뚜껑이 닫힌 세 개의 그릇이 든 소반을 들고는 서있다.
민상궁, 옆에 있다가..
민상궁 : 올려!
장금과 금영이 걸어들어간다.
이를 지켜보는 제조상궁 정상궁 장번내시.
지켜보는 대비 중종 중전.
장금의 상이 먼저 대비 앞에 오르는데...
대비와 중종 중전 앞에 놓이는 장금의 음식과 금영의 음식..
아직 뚜껑은 열리지 않았고.
제조상 : 젓수어 보시지요.
대비가 먼저 뚜껑을 열어보면 연두 빛깔의 죽이다.
뒤에 있던 상궁 나인들 잠시 술렁이는데..
바짝 긴장한 장금의 표정.
그런 장금을 유심히 보는 금영.
드디어 대비가 먼저 한 술 떠보고 중종 중전도 한 술씩 먹어본다.
음미하는데..
대비 : 처음 먹는 죽이구나? 무엇이냐?
장금 : 전복의 내장으로만 끓인 전복 내장죽이옵니다.
대비 : 내장으로만?
장금 : 예. 녹색 빛이 좋은 해산물의 내장은 모두 싱싱한 해초를 먹고 자란 것으로
그 내장에는 바다의 맛과 양분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다음.. 금영의 것을 열어본다. 뚜껑을 열어보면 오자죽이다.
보는 장금과 금영.
대비 중종 중전 먹어보기 시작하고. 이를 지켜보는 금영.
대비 : 이 또한 처음 먹어보는 것이구나. 무엇이냐?
금영 : 오자죽이라 하옵니다.
대비 : 오자죽?
금영 : 예. 이는 다섯가지 열매의 씨앗으로만 끓인 죽이옵니다.
대비 : 열매의 씨앗으로만?
금영 : 예. 우선 복숭아씨를 볶아 껍질을 깐 것과 호두, 잣, 깨, 살구씨를 넣어 끓인 것입니다.
이는 음식을 먹기 전 입맛을 돋우어 줄뿐만 아니라 음식의 소화를 돕고
더구나 음식을 먹은 후 통변을 이롭게 하여
진연(進宴)처럼 많은 음식을 드시기 전에 드시면 좋습니다.
대비 : 그렇구나. 맛도 맛이려니와 더구나 몸에도 좋다하니 더할 나위가 없이 좋은 음식이로구나.
중종 : 어마마마의 밤참으로 아주 좋을 듯 싶습니다.
중전 : 그러하옵니다! 마마.
대비 : 저보다야 주상에게 더 필요한 음식인 듯 싶은데요.
중종 : ......
아주 흡족한 모습의 대비와 중종 중전.
대비 : 나는 오자 죽이 더 좋은데 주상과 중전은 어찌 생각하오?
중종과 중전도 고개를 끄덕이고..
이를 보는 금영의 표정은 자신감이 보이고,
반면 장금은 움츠러든다.
금영이 올린 오자죽이 보인다. 컷.
다시 둘이 같이 음식을 들고 들어오는데.. 이번엔 장금과 최상궁이다.
대비와 중종 중전 앞에 놓이는 메밀총떡.
긴장하는 장금의 표정.
대비 : (아는 게 나와 그리 놀라지 않는) 이는 메밀총떡 아니냐?
장금 : 예. 속은 메밀에 독을 없애주는 무와 표고와 숙주 미나리를 넣었으며
겉은 메밀과 찹쌀로 반죽을 하여 만 것입니다.
메밀은 맛이 구수하며 소화를 돕는데 좋은 음식이옵니다.
또한 내금위와 오위도총부 군관들은 메밀을 반죽하여 무와 함께 먹고 힘을 낼 정도로
메밀은 근력을 키우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음식이옵니다.
하면.. 대비, 중전, 중종 먹어보는데..
대비 : 맛은 좋구나!
중전 : ..간장의 맛이 독특하다! 어찌한 것이냐?
장금 : 표고버섯 우린 물과 다시마우린 물을 간장에 넣었습니다.
중종 : (고개를 끄덕이고)
대비 :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데)
긴장한 장금의 표정..
자신만만한 최상궁의 표정.
최상궁의 음식을 여는 나인들. 보면 명태껍질 쌈이다.
신기한 눈으로 보는 중종 중전 대비.
자신만만한 표정의 최상궁.
놀라는 장금.
또한 놀라는 정상궁.
드디어 시식을 대비 중종 중전.
중종 : 이는 생선 껍질로 쌈을 했구나?
최상궁 : 예 전하. 명태껍질로 쌈을 한 것이옵니다.
중전 : 비릿한 내음이 전혀 나질 않는 게 오히려 새콤하기까지 합니다.
대비 : 그렇습니다. 씹을 때마다 미나리의 향이 베어 나오는 게 아주 별밉니다.
보는 사람들 ‘대단하다’ 하며 웅성이는데..
지켜보고 있던 나인 몇몇도 먹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이고..
불안한 표정의 장금.
중종 : 생선껍질로 이런 절묘한 맛을 내다니 아주 훌륭하구나.
최상궁 : 망극하옵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제조상궁.
불안한 장금의 모습.
그런 장금을 보는 최상궁의 득의양양한 표정.
씬63 연회장 일각
나인들.. 서로 밀면서.. 보느라 가벼운 몸싸움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제일 좋은 자리에서 보고 있는 영로, 민상궁, 창이.
영로, 민상궁이 가지고 있던 나뭇가지 하나를 뺏는다.
영로 : 보십시오! 벌써 두 번째 최상궁마마님 것이 더 나았습니다.
창이 : 그래도 아직 누구 께 더 낫다고 말씀 안 하셨잖아!
영로 : 말씀을 하셔야 아니? 표정만 보면 아는 거지!
창이 : ......
민상궁 : ......
영로 : 그럼 그렇지. 지깟 게 아무리 잘난 척 해봐야 최상궁마마님을 어찌 당해?
씬64 막사 안(장금 조리실)
연생 안절부절 죽겠고 장금도 조금 초조한 모습인데.
연생 : 어떻게 니가 한 것보다 더 맛있을 수가 있어?
장금 : ......
연생 : 대비마마가 불공평하신 거 아냐?
장금 : 아냐. 최상궁마마님 음식이 더 훌륭했어.
연생 : 그럼 어떡해? 벌써 두 번을! 정말, 떨려서 못하겠어. 갈수록 만들기 더 어려운 건데..
장금 : .......
연생 : 냉채는 최상궁마마님이 잘하시는 거구..
장금.. 심호흡을 하며.. 어머니의 식초를 담은 병을 잡는다.
장금 : (E) 어머니.. 도와주십시오..
씬65 연회장(식선각)
대비 중전 중종 앞에 놓여지는 닭고기 수삼냉채.
보면 최상궁이 환한 웃음을 띠고 있는데..
최상궁 : (자신있게) 드셔보시지요. 닭고기 수삼냉채이옵니다.
대비 : (먹어보곤 아주 흡족한 얼굴로) 주상도 드셔보세요. 냉채가 이리 담백할 수가 없습니다.
중종 : 예 어마마마! (하곤 먹어보곤 고개를 끄덕이면)
대비 : 그렇지요?
중종 : 예. 처음 보는 맛인데 무슨 즙으로 양념을 한 것이냐?
최상궁 : 닭육수에 콩국물을 더한 것이옵니다.
대비 : 콩국물? 콩국물로도 양념 즙을 만든단 말이냐?
중전 : 하여, 이리 담백한 맛이 나나봅니다.
최상궁 : 전하께서 콩을 좋아하시기에 해봤습니다.
대비 : 그래? 그랬구나.
환한 웃음을 띠며 의기양양한 최상궁의 모습.
제조상궁 역시 만족한 얼굴이고..
장번내시와 정상궁의 표정은 무겁기만 하다.
한편 한 쪽에서 이를 보고 있는 장금은 불안..
장금 : (E) 어머니.. 드디어 어머니의 맛을 올립니다. 도와주세요 어머니.
대비 중종 중전 다음 음식을 먹기 위해 물을 조금 마시면..
드디어 장금의 음식이 앞에 놓인다.
보면 해물냉채다.
음식을 보는 대비는 별반 기대감이 없어 보이고
최상궁도 장금의 음식을 보지만 얕잡아 보는 듯하다.
맛을 보기 시작하는 종친들.
씹는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불안한 장금의 모습.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최상궁.
대비 : (음미를 하고는) 음..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시 집어 먹어보는)
중종 : 음..
중전 : ......
장금 : ......
대비 : 놀랍구려 주상! 내 이런 상큼한 맛은 생전 처음이요.
최상궁 : (놀라는)
중전 : 저도 그러하옵니다! 마치 해물이 입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하옵니다.
중종 : 늘 보던 해물냉채인데 이는 처음 보는 맛이구나. 도대체 무엇이냐?
장금 : 마늘 양념 즙입니다.
중전 : 뭐라? 마늘 양념 즙?
장금 : 예.. 마마! 궁중에서는 양념 즙으로 주로 잣집을 쓰오나
이는 고소한 맛은 있지만 냉채의 장점인 상큼한 맛은 살리지 못하는 듯 하여
마늘 즙으로 해보았는데 그 맛이 의외로 좋았습니다.
또한 마늘이 해물의 비린 맛까지 제거해주었습니다.
대비 : 그래! 그렇구나! 겨자처럼 아주 톡 쏘지도 않고 달근하면서도 매콤한 것이 입안이 다 개운하다.
중전 : 허나, 이는 꼭 마늘의 맛만은 아닙니다. 이 시원함과 새콤함은 어디서 온 것이냐?
장금 : 식초를 달리 했습니다.
대비 : 식초?
장금 : 예. 여기에 쓴 식초는 땅 속에 몇 십년을 묵힌 감식 초이옵니다.
종친들 놀란 얼굴이고.
사람들 웅성웅성 ‘대단하다’하는 분위기고..
당황하는 최상궁의 모습.
정상궁 제조상궁 장번내시 또한 놀라는 표정인데..
중전 : 두 개의 냉채가 흠 잡을 곳이 없사옵니다.
대비 : 예 그렇구려! 저로서는 도저히 두 음식을 가릴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는 주상의 현안이 필요하겠어요.
최상궁 : ......
장금 : ......
중종 : 둘 다 나무랄 것이 없습니다.
최상궁 : ......
장금 : ......
중종 : 허나..
최상궁 : ......
장금 : ......
중종 : 하나의 식초를 몇 십년간 간수해 온 정성을 생각하면..
대비 : (그렇다는 표정이고)
중전 : (역시 동의한다는 듯)
최상궁 : (이내 표정이 굳어지는데)
장금, 안도하는 표정..
보던 정상궁 드디어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제조상궁 굳은 표정인데..
씬66 어느 일각
민상궁이 나뭇가지 하나를 창이에게 준다.
창이 좋고.. 영로, 짜증나고..
씬67 연회장(식선각)
모두 있는 가운데..
대비 : 헌데..
제조상 : 예.. 마마..
대비 : 경합의 당사자인 한상궁은 어찌 보이질 않고 나인이 계속 음식을 가져오느냐?
장금 : (당황)
정상궁 : (당황)
제조상 : ......
최상궁 : ......
대비 : 한상궁은 안에서 음식을 하느냐?
최상궁 : ......
정상궁 : ......
제조상 : 그것이 아니오라.. 한상궁은 궐 밖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대비 : 뭐라?
당황하는 정상궁의 표정과
당황하는 장금의 표정에서 엔딩.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