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KB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따르면 지난 8월 부산의 임대차 계약에서 차지하는 월세(일정한 보증금을 내고 월세를 내는 보증부 월세 포함) 비중은 사상 최고 수준인 45.5%를 기록했다. 2006년 8월 36.2%이던 월세 비중이 4년 만에 9.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반면 전세 비중은 63.8%에서 54.5%로 낮아졌다. 집을 임대한 10가구 가운데 4.5명 이상이 월세를 내고 있는 셈이다. 전국적인 상황도 비슷하다. 전체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2006년 8월 42.6%에서 2008년 8월 43.1%로 높아지더니 지난 8월에는 45.1%로 수직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월세 증가 원인을 집값의 대세하락과 연관지어 분석한다. 사실 전세는 집 주인 입장에서 보면 손해 보는 장사이다. 보통 월세는 전세가 1000만 원당 10만 원 정도로 계산한다. 1억 원짜리 전세 주택을 월세로 환산하면 100만 원이 되는 것이다. 금리로 치면 월 1% 정도에 해당한다. 반면 은행 금리는 연 3~4%에 불과해 집주인이 전세금 1억 원을 은행에 예치해도 월세만큼 벌 수 없는 구조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놓는 이유는 '언젠가는 손실을 뛰어넘을 만큼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 '한방'이 터질 가능성이 낮아질수록 전세 대신 월세로 돌아서는 집주인들이 많아지게 된다. 동의대 강정규(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내 임대차 시장이 집값 상승을 노리는 자본수입(전세)에서 환산이율이 높은 운영수입(월세)으로 전환되고 있다. 부동산 불패론의 종말이 투자 패턴의 변화를 이끈 것이다"고 분석했다.
부산의 경우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도 월세 비중이 급증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 서민층 수요가 많은 중소형 품귀현상으로 임대차 시장의 주도권을 쥔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수익성 높은 월세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국제신문<2010.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