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임원 A씨는 2년전 연말 성과급 봉투를 받아 들고 기분이 좋았다. 두께가 두툼했던 것. 그러나 A씨의 입이 딱 벌어진 것은 봉투를 열어본 뒤였다. 봉투 안은 모두 10만원 짜리 수표로 채워져 있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화끈한 경영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일화이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말이 무색 할만큼 경사가 겹쳤다.
미 소비자만족도 조사기관인 J.D.파워의 신차품질평가에서 뉴EF쏘나타가 중형차부문 1위를 차지한 경사를 비롯해 INI스틸의 한보철강 인수로 일관 제철소 건설의 기틀을 마련했고, 현대카드에서는 세계 최대 소비자금융사인 GE소비자금융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잇따른 호재로 계열사 주식이 크게 오르면서 정 회장의 주식 평가액도 1위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
현대그룹에서 분가해 나온 현대차그룹이 어느새 재계 서열 2위를 넘볼 정도로 승승장구하는 비결에는 무엇보다 정 회장의 리더십과 뚝심, 품질과 투명 경영에 대한 철학, 뛰어난 용인술 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의 뚝심은 중국과의 합작사인 베이징현대기차의 눈부신 성장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국무원 승인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된다는 것을 전제로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을 지시했고 결국 2002년 10월 회사 설립 두 달만에 자동차를 내 놓는 기적을 낳았다.
세계적 명차와 현대차 제품을 본사 1층 대회의실에 갖다 놓고 일일이 해부하며 비교 평가하는 ‘품질회의’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구매총괄본부 및 퇴직 임직원, 협력사 사장들로부터 ‘각서’ 등을 받고 고질적인 협력사의 납품비리 등을 뿌리 뽑은 것은 투명경영 성과이다. 능력 있는 인재에 대해선 중용하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힘이 쏠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그의 독특한 용인술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아버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가장 실패한 투자로 꼽았던 아산공장을 가장 성공적인 공장으로 탈바꿈시켰을 정도로 경영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CEO 자랑에 침이 마를 줄 몰랐다.
정몽구 회장 어록
-“투명성이 부족한 기업은 고객의 신뢰를 잃어 망하게 된다. 투명한 일처리로 협력업체와 신뢰를 쌓아야 좋은 품질의 자동차가 나온다.”(2004.8),
-“현대ㆍ기아차가 해외시장에서 계속 인정을 받으려면 디자인과 성능, 가격 등에서 선두에 서야 하며 이는 회사의 흥망성쇠와 직결된다.”(2004.10),
-“현대차의 핵심 거점이 될 미 앨라배마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갖추고 세계 최고 품질의 차를 생산해야 한다.” (20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