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상의 상주가 참으로 짐의 뜻과 같다. 과연 승상은 천하 정세의 흐름을 잘 살피며 존왕양이할 천하의 기재로다
대저 정서장군이 파촉을 친다고 소문을 흘리다가 돌연 한조의 오랜 도읍인 낙양으로 짓쳐들어 왔으니 아무리 병가에 거짓이 많다고 하나 어찌 조정을 속이고 황실을 기만하며 제후들을 농락하고서도 무사하기를 바라겠느뇨
병기는 흉기라 하여 병가에서도 성동격서의 계와 같은 전술적인 거짓은 용인되어 왔으나 천하를 큰 병란의 화 속으로 몰아넣는 이같은 흉계를 짐이 어찌 그냥 보아 넘기리오
지금 조정의 세력 미약하고 역당의 세력 강성한 이 때에 승상이 비장한 결의를 하고 역도를 치러 나선다 상주함은 실로 황실에 대한 충정이요 천하를 위한 멸사봉공의 마음이로다. 옛날 은나라의 이윤이나 주나라의 강태공도 어찌 승상과 같은 충정이 있다 하리오
짐이 비록 부덕하고 재주 없으나 구중궁궐에서 재삼재사 고민하고 있었으나 어제 강동 오후로부터 사자가 와서 상주를 올리기에 이를 받아 보았더니 오후는 단지 양주자사부인 수춘을 취하려 하였을 뿐 더 이상 중원을 범접할 생각은 없다고 아뢰니, 동남 또한 조정에 대한 충성의 의군이리라. 대저 천자가 사방에 제후를 봉하는 이유가 무엇에 있으리오. 조정과 멀리 떨어진 곳은 천자가 살피기 어려우므로 제후를 봉하여 대신 다스리는 것이다. 이제 수춘은 제도로부터 천리 밖에 위치해 있어 조정에서 직접 다스리기 어려우니 오후로 하여금 다스린다 하여 어차피 조정의 영토이며 조정의 백성인 것은 동일하거늘 무엇이 문제되리오. 게다가 오후가 이미 양주의 다른 성들을 모두 다스리고 있는데야
또, 승상과 형주목이 병력 이동을 둘러싼 작은 오해로 말미암아 큰 싸움이 벌어져 이미 십수만의 백성들이 징발되어 전야의 시체로 화하여 그 원혼이 구천으로 향하지 못하고 형주와 중원을 떠돌고 있으니, 이는 짐의 부덕이며, 승상과 형주목의 불찰이라. 백성들의 원망을 사고 그 영지를 피폐하고 하고서야 어찌 흥함을 바라리오
한편으로 승상은 짐은 잘 보좌하고 있고, 형주목은 짐의 숙부이며 황실의 기둥이고 또 좌우에 황실의 만고충신 제갈덕현공과 진태현백공과 같은 인재를 두어 황실을 위하는 마음 지극하니 짐이 누구를 편들 수 있으리오. 다 같이 황실에 대한 충정의 세력일진데 역도를 앞에 두고 적전분열하니 짐으로서는 쓰라린 심정이 가눌 수 없었음이랴
짐이 간곡히 승상과 형주목에게 권하노니 이쯤에서 양 제후는 창칼을 거두고 서로 화해함이 어떠하리오. 거듭된 대전으로 백성들은 죽어나가고 영토는 피폐하고 있으니 이는 실로 폭정에 불과할 뿐더러, 이렇듯 양군이 수많은 재화를 써가며 백성들을 징발하느라 각 성읍에 백성들이 없어 성들이 텅텅 빌 지경이니 이렇게 피폐하여 승리를 거둔다 한들 그 승리를 승리라 할 수 있으리오. 어느 누구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려 이러느뇨
지금 형주목이 완을 차지하고 있고, 승상은 양양을 차지하고 있는데 여기서 승상과 형주목이 힘을 합쳐 역도가 강점하고 있는 고조 때의 도읍 장안을 공격하되, 주공은 승상으로 하고 형주목은 이를 도우며, 장안을 떨어뜨리면 승상이 양양을 형주목에게 양보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아니면 먼저 양양을 형주목에게 양보하고, 함께 장안을 공격하여도 좋으리라. 이렇게 되면 형주목은 대읍인 완을 얻고, 승상은 장안을 얻으니 서로 좋을 일이 아니리요
만일 승상과 형주목이 힘을 합쳐 역도를 토벌하게 되면 황실에서도 어찌 이에 따른 은상을 생각하지 않으리오. 승상과 형주목은 재삼재사 숙고하여 신중히 생각해 주길 바라노라
또, 승상의 상주 중에서 강동의 황실 충신 강태공공을 조정에 봉작하게 함은 지극히 타당한 상주로다. 오후의 황실을 옹위하고자 하는 충정이 이렇듯 지극하니, 그 휘하의 신료들의 충성심은 달리 알아볼 필요가 있으리오. 현군 밑에 현신이로다. 어질도다 오후여. 현명하도다 강태공공이여
이에 짐은 강태공공을 광록훈으로 삼아 황실의 관료로서 봉작하고자 하니 승상과 오후는 이를 헤아려 주길 바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