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검도는 매우 역동적이고 멋있어 보이는 검술임에도 불구하고, 왜 단순해 보이는 검도에게 당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간합'과 '무게 중심이동의 시간지연 문제'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이 글의 마지막에 논의 되겠지만, 격검의 시합규칙의 문제점도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간합(間合)이란 흔히 대결시에 상대와의 간격을 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間'은 공간적 차이, '合'은 시간적 차이를 말한다. 간합에 관한 이론이 문자화된 것이 별로 없어서 한국내에서는 연구를 진행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간합이란 '적은 나에게서 멀게, 나는 적에게서 가깝게 하는 간합이 좋은 간합' 이라고들 한다. 권법에서의 간합은 무술마다 다르기 때문에, 수평적인 단순비교가 어려우며, 검도의 간합만을 고찰해 보기로 한다.
보통 검도에서는 '일족일도(一足一刀)'의 간격이라는 말이 있다. 중단자세로 상대를 겨누고 있는 두사람간의 간격을 말하는데, 서로 칼끝이 살짝 닿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일족일도의 간격보다 멀어지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칼로써는 대결 자체가 일어날 수 없게 된다. 보통 간합을 줄이기 위해서 인간은 몸의 중심을 상대에게 가깝게 하는 방법을 쓴다. 즉 몸통 자체가 이동한다는 것이다. 무술용어로 '보법(步法)'이라고 부른다. 천천히 걸어가는 것도 일종의 보법이며, 뛰거나 점프하는 것도 역시 보법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무술의 충추나 계행보, 검도의 단발머리, 권투의 풋워크 등등이 바로 보법들을 지칭하는 명칭이다.
검도는 간합을 줄이기 위해서 단발머리라고 흔히 부르는, 뛰어들며 치는 특유의 보법을 사용한다. 이때 중국무술의 진각처럼 앞발을 굴러서 검의 파괴력을 증가시킨다. 중국무술인들 조차도 진각만큼은 검도만한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검도의 진각은 발달했다. 일반인들이 검도의 일족일도의 간격으로 상대와 마주 서 보면, 이 거리를 과연 한걸음에 뛰어들어 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만큼 거리가 멀다. 하지만 검도 초단만 되어도 이런 간격을 한걸음에 뛰어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면 해동검도의 간합은 어떠한가? 해동검도의 격검시합을 유심히 관찰하다보면 대한검도회와 다른 점을 몇가지 파악하 수 있다. 첫째, 해동검도는 검도보다 무게중심이 검도보다 뒷편에 있다는 것이다. 검도는 무게중심이 앞발에 90%이상 걸리게 되어 있는데, 해동검도는 앞발과 뒷발에 절반씩 걸리는 경우가 많으며, 때때로 뒷발에 더 많은 체중이 실릴때도 있다. 이것은 결국 간합의 간격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온다.
해동검도인들은 검도인과 격검할 경우, 검끝이 닿은 중단세에서 자꾸 상대에게 접근하여 치고 나가려고 한다. 왜냐하면 검도의 기본거리는 해동검도에게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해동검도인들이 검도의 일족일도의 간격에서 단발머리로 상대의 머리를 한번에 치지 못한다. 그래서 공격을 하려고 자꾸 상대의 사정권 안으로 좁혀 들어가며, 간격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검도인에게 머리나 손목을 당하고 마는 것이다. 요컨대 간합의 문제이며, 간합을 줄이는 보법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전에서는 진검을 쓰기 때문에 사실 기검체가 일치되지 않아도, 무게중심의 이동이 정확하지 않아도 상대를 베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잘 훈련된 검사와 대결할 때, 정확하지 않은 동작과 검리에서 벗어난 공격기술이 과연 제대로 먹힐 수 있을 것인가? 정확한 동작이란 파워와 스피드를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무규칙 시합이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으며, 무규칙시합은 시합이 아니라 싸움일 것이다. 일본검도가 장거리 전투에 가깝다면, 해동검도는 중거리 전투이다. 무게중심이 앞이 아니라 뒷편에 위치한다는 사실부터 중거리 전투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단 현재의 해동검도가 중거리의 간합을 갖고 있으므로, 일본검도의 경기규칙을 답습하는 한, 일본검도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쌍수도라고 하는 검 자체가 장거리 간합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검이며, 몸의 무게중심이 앞에 나와있어야 하는 검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해동검도측에서는 오래전부터 외수검법을 해오고 있다. 바로 이 외수검법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외수검법에 방패를 장착해서 간합에서의 열세를 극복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로마군단이 방패를 사용해서 짧은 글라디우스의 길이의 열세를 극복했던 것처럼 말이다. 멋지게 만든 방패마다 각 도장의 문장과 개인의 이름명패를 붙이고 나와서 시합하는 것도 새로운 볼거리가 될 것이다.
현재의 대부분의 검도경기 규칙은 해동검도의 간합에 유리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일본검도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일본검도의 경기스타일이라는 것을 기억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