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 正史 5.18 ＜43＞제2부 장엄한 저항(13) 학생시위서 [민중봉기]로 질적전환

-43- 학생시위서 [민중봉기]로 질적전환 31사 배속 11공수 신군부가 직접 지휘 대동고·중앙여고등 고교생 시위 동참 폭력진압에 경악한 조비오신부 사제불구 "총들고 싶었다" 19일 월요일 아침.  각급학교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등교하고 기업체와 관공서도 정상업무를 시작, 여느날과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시민들은 전날 눈으로 직접목격했거나 또는 전해들은 소식으로 치를 떨며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모습들이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신군부는 공수부대를 증파하는 등 계획을 착착 진행시킨다.  단순한 시위진압이 아니라 공격적 살상이 전날에 이어 계속된다. 공수부대의 진압이 무차별적 폭력행위였다는 사실은 일반시민뿐만 아니라 향토사단 지역기관장 경찰관들이 공통된 인식이다. 시민들은 [밀어버려]라는 말로 압축되는 공수부대의 폭력에 자연발생적으로 맞대응, 5·18의 전환점을 만든다. 19일의 의미와 관련, 조비오신부 (봉선동성당 주임신부)는 [공수부대의 무차별 살상과 이에 따른 시민들의 대응으로 학생시위가 민중항쟁으로 질적 전환하게 됐다]고 말한다. 19일 0시5분 신군부는 제11공여단 (여단장 최웅준장) 병력 1천1백46명을 광주에 증파한다. 형식적으로는 제31사단의 작전통제하에 두었으나 사실상 신군부의 직접명령을 받는 상태였다. 전교사사령관 윤흥정중장과 31사단장 정웅소장은 88년 12월7일 국회 광주특위 제16차의 청문회에서 [처음에는 과잉진압 사실 자체를 몰랐다 무리없이 평정시켰다는 보고만 받았다]고 증언했다. 11공수가 7공수여단의 임무를 떠맡게 되고 7여단의 제35대대는 11공수에 배속된다. 11공수 투입으로 공수부대원의 활동범위가 시내 전역으로 확대되고 시내 주요지점에 배치돼 폭력적 살상의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오전9시가 지나면서 가톨릭센터 앞길을 중심으로 금남로 일대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군중수는 금세 3, 4천명으로 불어났으며 경찰과 군의 해산종용에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시위를 위해 모였다기 보다는 가족의 행복을 찾기위해, 간밤의 사태 진행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자연스럽게 모여든 것이다. 공수부대는 군중을 상대로 전날보다 강도가 높은 무차별폭력을 전개한다. 시민들을 난타하는가 하면 도망가는 사람을 골목길 가정집, 심지어는 셔터가 내려진 상점에까지 쫓아가 진압봉과 대검으로 내려치고 찌른다. 뿐이랴, 아침출근시간 시내버스안까지 뛰어들어가 학교로 가는 젊은이들을 무차별 끌어내린다. 목격자들은 이같은 상황을 [리의 보복극]이라고 부른다. [아비규환 그것이었다. 여기저기서 연행되어가는 젊은 이들의 피로 얼룩진 모습은 정말 공포 그대로였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공수부대원은 잡힌 우리에게 늦게간다며 사정없이 발길질을 해댔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 따라오던 젊은 청년의 [악]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총에 꽂혀 있는 대검으로 찔러버린것이다.] 당시 승려 신분이었던 이광영씨의 증인이다. 피내음나는 증언은 많다 YWCA 건너편 무등고시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던 학원생들은 폭력 장면을 목격하고 [때리지말라]고 소리를 치다 학원안으로 난입한 공수부대원들로부터 몽둥이와 개머리판으로 집중난타당하고 트럭에 태워져 상무대로 끌려간다. 수창국교 정문 부근에서는 공수부대원이 젊은이를 전봇대에 거꾸로 매달아 놓은 장면이 목격된다. 오후 4시50분께 5월항쟁의 첫 총성이 울린다. 광주고인근에 있던 장갑차에서 발포한 것이다. [군용장갑차 한 대가 시민들 사이에 포위돼 있었다. 한시민이 짚단에 불을 붙여 던졌으나 불이 붙지 않았다. 내가 그것을 주워 장갑차 뚜껑 위에 올려놓았다. 그때 뚜껑이 열리더니 총을 쏘아댔다. 귀청을 찢는 듯한 총소리가 나고 옆에 있던 고교생이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위성삼증언), [갑자기 해치가 열리더니 M16 총구가 나왔다. 아스팔트 위에 불꽃이 파다닥 튀었다. 나는 도망가려고 애를 썼으나 하체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총알이 복부를 통해 좌측 엉덩이를 뚫고 나갔다] (김영찬 증언). 저녁 무렵에는 시외버스공용터미널과 무등경기장 스탠드 아래쪽에서 각각 10여구의 시체가 쌓여 있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한다. 한결같이 몽둥이에 맞거나 자상을 입은 처참한 모습으로. 공수부대의 살상을 직접 목격한 시민들은 마침내 분노를 행동으로 표출한다. 전날과 달리 19일에는 일반시민들이 항의시위에 가세하게 되고 그만큼 피해도 많아진다. 언론매체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당시 이지역 신문인 [금남일보] 와 [전남매일]은 5월19일자 석간을 내는 것으로 제작을 중단, 15일간의 휴간이 돼버린다) 시내에는 [계엄군에게 흥분제 약을 먹였다] [독한 술을 먹였다] [경상도 군인이 전라도 씨를 말리러 왔다] [누가 누가 어디서 어떻게 죽었다]는 등의 소문이 꼬리를 물기 시작한다. 시민들이 화염병 쇠파이프 등으로 자체무장한 것은 19일의 일. 녹두서점 등지에서 이날 화염병이 제작되고 공사장 철물가게의 쇠파이프 쇠스랑 등이 자위수단으로 이용된다.  2흡들이 소주병으로만들어진 화염병은 항쟁 최초의 본격적인 시민무장 형태다. [시민들이 서서히 공포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싸움에 가담했다.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비록 사제의 입장이었지만 총을들어 계엄군을 쏘고 싶었다고 조비오비오신부는 전한다. 공수부대의 과잉진압에 대해 시민들도 투석, 화염병 투척으로 맞대응한다. 이날 관광호텔 앞, 가톨릭센터 앞 공용터미널 주변, 광주공원 조선대 앞길 등 공수부대원들의 살상이 이루어졌던 곳은 곧 시민들의 항거 현장이었다고 볼 수 있다. 피는 결국 피를 부르는 법. 5·18이 서서히 [민중봉기] 혹은 [민중항쟁]으로 치닫게 된다. [이에는 이로.] 공수부대원의 무차별 구타, 무차별 연행 그리고 살상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시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고등학생들도 시위에 동참한다. 이날 대동고 전남고 중앙여고 광주일고 광산여고 정광고등 고교에서 학생들이 교내시위를 벌인 후 학교측이 귀가조치를 내리자 개별적으로 시내로 진출한다. 전남고의 경우 전교생의 중간고사시험이 이른바 [백지동맹]으로 치러진다. [형제 이웃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선생님! 이따위 시험이 무엇입니까]하는 울부짖음이 교실마다 터져나온다. 그리하여 곧 도교육청이 각학급 휴교조치를 내리고 고등학생들도 이제 항쟁의 주역이 된다. 또 공수부대원들이 지나가는 차량을 세우고 운전기사들을 폭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몇 명이 죽었다는 풍문이 나돌면서 다음날인 20일 차량시위의 기폭제가 마련된다. 부상자를 실어 나르는 운전기사들에 대한 살인적인 만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날 5·18 재평가를 위한 귀중한 단서로 제공된다. 예컨대 [시나리오설]이 뒷받침 되는 것이다. 공수부대의 무차별 살상이 없었던들 비극이있었겠는가. 현지 분위기 심지어는 향토사단까지도 인정한 과잉진압 불가론에도 불구하고 왜 더욱 강력한 시위진압명령인 [충정작전지침]이내려졌는가. 그러나 19일 오후부터의 상황은 [시나리오설]을 이미 뛰어넘어 민중이 주체가 되는 [시민항쟁]의 모습으로 자리잡아 나간다. 이날 오전 (시간과 참석자에 대해서는 증언자별로 내용이 다르다) 전교사 사령부에서는 도지사 시장 교육감 지검장 고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가 열린다. 회의의 전반적 분위기는 광잉진압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었다고 전한다. 당시 이대순교육감은 [국군에 대한 교육을 시켜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윤흥정 전교사사령관과 31사단장도 기관장들의 권고를 적극 수용, 과잉진압 엄단지침을 내렸다고 국회 청문회에서 증언한다. 항쟁이 끝난 후 전교사가 작성한 [광주 소요사태 분석 - 교훈집]에도 해산보다는 체포위주의 공격, 추적체포 과정에서의 기물 파괴 및 가족 위협에 대한 증오감정 폭발, 사상자 및 체포자의 처리 지연등이 시민봉기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상황은 반대로 전개돼 강력한 진압지침이 하달되고 제3공수여단 5개 대대병력이 밤사이 추가로 파견된다.  19일 마련된 기폭제가 20일 마침내 항쟁으로 폭발한다.